읽을 권리 Right to READ
< 리처드 스톨맨의 시사 SF>


목 차


다음은 루나리언 혁명(Lunarian Revolution)의 선조들에 대한 기사집인 "티코로 가는 길(The Road to Tycho)" 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은 2096년에 루나시티(Lunar City)에서 간행되었다

티코로 가는 길

댄 할버트(Dan Hallbert)에게 있어서 티코(달의 세 번째 상한에 있는 분화구, 혁명의 발단지)로 가는 길은 리사 렌츠(Lissa Lenz)가 그의 컴퓨터를 빌려 달라고 요청했던 대학 시절에 이미 시작되었다.

그녀의 컴퓨터는 파손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다른 사람의 것을 빌리지 않는다면 중간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은 댄 이외에 아무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댄을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그녀를 도와주어야 하지만 컴퓨터를 빌려준다면 그녀는 그의 책들을 읽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책을 열람할 수 있게 하는 행위는 수년간의 징역에 처해진다는 사실은 별도로 한다고 해도 그녀가 자신의 책들을 열람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어느 누구나처럼 그도 초등 학교 때부터 책을 공유하는 것은 비열하고 나쁘다는 것을 배워 왔다. 저작권 침해처럼 말이다.

소프트웨어 보호국(SPA-Software Protection Authority)이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을 검거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댄은 소프트웨어 수업 시간을 통해서 각각의 책에는 저작권 감시 장치가 연결되어 있어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읽혀졌는지에 대한 사항들이 중앙 열람 허가 시스템에 기록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소프트웨어 관리국은 이 기록을 이용해서 열람 사항을 위반한 사람들을 검거하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관심 사항에 대한 정보를 소매 상인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만약, 그가 자신의 컴퓨터를 리사에게 빌려준다면, 다음 접속시에 중앙 열람 허가 시스템은 그 사실을 알아낼 것이다. 컴퓨터의 소유자인 그는 범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감당할 수 없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리사의 의도는 그의 책들을 읽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중간 프로젝트를 작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댄은 그녀가 중산층의 자녀이기 때문에 자료에 대한 열람료는 물론이고 수업료조차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책들을 몰래 열람하는 것이 그녀가 졸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몰랐다. 그는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이용하기 위한 연구 자료들을 모두 열람료를 지불하고 빌려 와야 했다(열람료의 10%는 자료를 작성한 연구자에게 돌아간다. 댄은 학계에 남아 있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연구 논문을 작성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이 자료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열람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소요된 경비를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댄은 누구나 도서관에 가서 무료로 정기 간행물의 기사나 심지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부 도서관의 허가 없이도 수천 장의 논문을 읽은 독립적인 학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상업적 간행물과 비영리 간행물의 발행자들은 자료의 열람에 대한 요금을 징수하기 시작했고 2047년에 이르러서는 학술 논문에 대한 자유 열람을 허용하는 도서관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소프트웨어 보호국와 중앙 열람 허가 시스템을 속이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모두 불법이었다. 댄은 컴퓨터를 이용해서 책을 읽을 때 열람 사항에 대한 감시 코드를 건너뛰게 할 수 있는 불법 디버깅 툴(debugging tool)을 가지고 있던 프랭크 마투치(Frank Martucci)라는 친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 많은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말했기 때문에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 그를 소프트웨어 보호국에 신고한 사람이 생겨났다(열람료로 인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된 학생들은 배신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었다) 2047년에 프랭크는 열람 위반이 아닌 불법 디버깅 툴 소지 위반으로 수감되었다.

댄은 누구나 디버깅 툴을 가질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후에 알게 되었다. 심지어 CD나 네트워크를 통해서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디버깅 툴도 있었다. 일반 사용자들이 이 툴을 이용해서 저작권 감시 장치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열람하기 시작했을 때, 한 판사는 이러한 행위가 실행령에 의해서 금지되는 범죄 행위라고 판결했다. 그것은 곧 디버깅 툴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디버거의 개발자들은 감옥으로 보내졌다.

프로그래머들은 여전히 디버깅 툴이 필요했지만, 2047년의 디버거 제조업체들은 오직 한정된 수량의 디버거만을 생산할 수 있었으며 공식적으로 허가된 관인 프로그래머들에게만 이를 공급할 수 있었다. 댄이 소프트웨어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디버거는 오직 수업 시간에 실습용으로만 사용될 수 있게끔 특별한 보안 장치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었다.

저작권 감시 장치를 속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수정된 시스템 커널(kernel)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댄은 세기가 바뀌어 가던 무렵에 존재했던 심지어 전체 시스템 자체가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었던 운영체제의 커널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디버거와 마찬가지로 불법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컴퓨터에 설정되어 있는 루트 패스워드를 모르는 한, 갖고 있다고 해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연방 수사국(FBI)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지원단(Microsoft Support)이 루트 패스워드를 알려줄리는 만무한 것이다.

댄은 리사에게 컴퓨터를 쉽게 빌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의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마다 그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그녀 또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댄은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자신의 패스워드를 컴퓨터와 함께 빌려주었다. 리사가 그의 책을 읽더라도 중앙 열람 허가 시스템은 댄이 책을 읽고 있는 것으로 여길 것이다.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기는 했지만 그녀가 그를 고발하지 않는 한 소프트웨어 보호국이 그 사실을 알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학교 당국이 그가 리사에게 패스워드를 빌려 준 사실을 알아 낸다면 그녀가 패스워드를 이용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상관없이 학생으로서의 그들의 생명은 끝나게 될 것이다. 학교의 정책은 그들이 학생들의 컴퓨터 사용을 감시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방해도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나쁜 행위를 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 당국이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범죄로 규정되었던 것이다. 학교는 금지된 행위를 시도하려는 혐의를 중시하지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러한 행위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퇴학되지는 않았다. 대신에 그들은 학교의 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든 과목에서 낙제하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 댄은 학교의 이러한 정책이 많은 학생들에 의해서 컴퓨터가 사용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다른 방식을 통해서 학생들을 규제했었다. 학교는 단순한 혐의 사실이 아니라 해로운 행위에 대해서 학생들을 처벌했었다.

리사는 댄을 고발하지 않았다. 그녀를 돕겠다는 그의 결정은 결국 그들의 결혼으로 이어졌고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았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저작권의 역사와 복제에 대한 소비에트 연방의 제한 규정들과 제정 당시의 미국 헌법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되었다. 그들은 루나 시티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소프트웨어 보호국의 오랜 감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류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 서기 2062년, 타이코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때 자유롭게 읽고자 하는 이 보편적인 권리는 곧 혁명의 중심 목표가 되었다.

저자의 말

읽을 권리를 위한 싸움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윗글에는 현재의 생활 방식이 50년이 지난 뒤에야 바뀌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글 속에 묘사되어 있는 특정 법률과 행태들은 이미 클린턴 행정부와 출판업자들에 의해서 제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연방 수사국(FBI)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루트 패스워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클리퍼 칩(Clipper chip 국가 안전국(National Security Agency)에 의해서 개발된 암호화 칩)과 클린턴 행정부에서 제안하고 있는 조건부 암호화 열쇠 방식(key-escrow 정부가 모든 문서를 해독할 수 있도록 암호화 열쇠를 정부 지정 기관에 조건부로 보관하는 방식)으로부터 가정해 본 내용이다. 이들의 결합은 이미 장기적인 추세가 되어 가고 있으며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무인 감시 장치가 통제할 수 있는 형태의 컴퓨터 시스템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윗글에 나오는 소프트웨어 보호국은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출판업 협회(Software Publiser's Association)를 의미한다. 현재, 이 단체는 공식적인 공권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그러한 행위를 하고 있다. 또한, 이 단체는 그들이 컴퓨터 소유자에게 저작권을 준수하게 하거나 이를 어길 때 처벌을 강제할 수 있는 공동 책임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클린턴 행정부와 같은 그들의 친구나 동료들에게 알려 줄 것을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출판업 협회는 영세 규모의 인터넷 사업자들에게 그들의 사용자 모두를 감시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소송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에 굴복하고 만다(Atlanta Journal-Constitution, 1996년 10월 1일 D3면) 최소한 하나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에 있는 Community ConneXion)가 이를 거부했지만 결국 고소 당하고 말았다. 소프트웨어 출판업 협회는 최근에 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이러한 주장을 계속해 나갈 것이 틀림없다.

윗글에서 묘사된 대학의 보안 정책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면, 시카고 인근에 위치한 한 대학의 컴퓨터에는 로그인할 때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출력된다. (인용 부호도 포함된다)

"본 시스템은 허가 받은 사용자에 한해서 이용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허가 이상의 사용에 대한 모든 사항들은 감시 시스템에 의해서 기록된다. 권한 이 상의 사용에 대한 감시 과정이나 시스템의 유지 보수 과정에서 허가된 사용자에 대한 사용 내역 또한 기록될 수 있으며 본 시스템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모두 이 러한 감시 체제에 대해서 동의해야만 하며 대학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시 기록이 대학 당국과 법률 집행관에게 증거로 송부된다는 사실 또한 경고한 다."

이러한 내용은 미국의 헌법 개정 제 4조에 대한 무척이나 흥미 있는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헌법상의 권리를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사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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