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부터 '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 이념이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로도 어떻게 확장됐는지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나는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1983년에 시작했습니다. 소프트웨어 이용자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각자 자기 컴퓨터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Richard Stallman in GNU Manifesto)

차    례 



  1. 저작권법의 비민주성
    1. 사용자의 자유
    2. 저작권의 역사
    3. 민주적인 정부라면...
    4. FTA를 통해 한국에도 강요하려는 것
  2. 미국식 기준의 문제점
    1. FTA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
    2. 10%의 진실과 90%의 거짓
    3. 저작권법이 있었다면 셰익스피어도…
  3.  저작물 공유 합법화돼야
    1. 음반회사들의 음모
    2. 창작자들을 더 잘 지원하는 방법


저작권법의 비민주성


사용자의 자유


모든 소프트웨어 사용자가 누려야 할 자유에는 크게 4가지가 있습니다.
자유 0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자유입니다.
자유 1은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연구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이 작동되도록 그 소스코드를 변경할 자유입니다.
자유 2는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자유, 다시 말해 프로그램을 그대로 재배포하거나 프로그램의 복제물을 배포할 자유입니다.
자유 3은 공동체 구축을 도울 자유, 즉 당신이 개작한 버전을 포함해 개작된 버전의 복제물을 원할 때 언제든 배포할 자유입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기본적인 생각은 소프트웨어란 자유 소프트웨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네 가지 자유를 당신에게 주며, 그런 자유는 항상 보장돼야 합니다. 비자유 소프트웨어는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 속에서 배포되거나 이용되며, 따라서 그것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목적은 비자유 소프트웨어를 없애고 컴퓨터 사용자의 자유가 존중되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교정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GNU(그 뉴) 시스템, 즉 우리가 자유를 위해 개발해오던 GNU 운영체제는 1990년대 초반에 거의 완성되었고, 커널인 리눅스가 덧붙여져서 완전한 자유 운영체제를 이루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리눅스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오류를 범하기는 했지만, 이 운영체제가 대중화되면서 나는 자유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연을 점점 더 많이 요청받게 됐습니다. 내가 강연을 끝낼 즈음에 자유 소프트웨어의 아이디어가 소프트웨어 외에 다른 모든 것들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컴퓨터나 자동차도 무료(free)가 돼야 하느냐"고 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우리는 무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십시요. 우리는 사용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겁니다.
  
  형체를 가진 유체물의 대부분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거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이크를 예로 들어 4가지 자유를 생각해봅시다. 자유 0은 이 물건을 이용할 자유입니다. 당신은 마이크를 사서 그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자유 0입니다. 자유 1은 소스코드를 연구하고 변경할 자유라고 했습니다. 글쎄요, 유체물에는 소스코드가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을 변경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렇습니다. 당신이 이 마이크를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있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칩은 변경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을 굳이 변경하려고 한다면, 단지 망가뜨리게 될 겁니다.
  
 자유 2는 어떻습니까? 마이크를 복제해서 배포할 자유? 글쎄요, 유체물을 복사하는 기계는 없으니, 이것은 의미 없는 질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영화 <스타 트렉>에 나오는 '원격 순간이동 장치'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유체물 복제에 이용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유체물을 복제하는 기계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그러한 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을 이용해 유체물을 복제할 권리가 당신에게 있느냐는 문제가 중요해지겠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자유 3, 즉 개작된 버전을 복제하고 배포할 자유는 어떨까요? 당신은 유체물 복제기를 손에 넣을 수 없으므로 이 역시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사실 당신은 유체물의 개작된 버전을 만들 수 없습니다. 당신은 단지 유체물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변경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유체물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는 자유롭지만, 또 다른 어떤 측면의 자유들은 무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들이 의미를 갖게 되는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정보저작물의 경우입니다.
  
  정보저작물은 당신의 컴퓨터 안에 들어있을 수 있고, 당신은 그것을 복제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당신이 자유롭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자유롭게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하는가가 진짜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오늘 강연의 주제입니다.
  
  현 재 프로그램은 최종 사용자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에 의해 제한됩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제외한 다른 모든 종류의 정보저작물은 통상 저작권법에 의해서만 제한됩니다. 그래서 정보저작물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당신이 어떠한 자유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사실상 저작권법이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같습니다.
  
 이 문제를 고찰하려면 우선 우리는 저작권법과 복제기술의 역사를 검토해 봐야 합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저작권은 특정한 복제기술의 결과입니다.
  

저작권의 역사


 기술의 변화는 기본적인 윤리원칙에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윤리원칙은 기술적 변화가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런 윤리원칙을 실제의 문제에 적용할 경우에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에 기반을 두고 그렇게 합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의 결과는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맥락이 변화하면 결과나 행동도 변하게 됩니다. 변화는 더 나아지는 방향일 수도 있고, 더 나빠지는 방향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죽은 사람을 되살려낼 수 있게 된다면 사람을 죽이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게 될 겁니다. 행동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복제기술과 저작권의 역사를 돌이켜봅시다. 복제는 고대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펜과 잉크로 써서 복제본을 만들었습니다. 이 복제기술은 특정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펜과 잉크는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복제를 할 수 있게 했고, 이런 복제 방식의 효율성은 누가 복제를 하든 간에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제를 하는 데 펜과 잉크 외에 다른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 당신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기술과 도구만 있으면 됐습니다.

 이런 복제기술의 또 다른 결과는 규모의 경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복제기술로 10개의 복제본을 만드는 데는 1개의 복제본을 만들 경우보다 10배의 시간이 듭니다. 그 결과 분산적인 복제 시스템이 이루어졌습니다. 당신이 책의 복제본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또 다른 복제본을 갖기를 원한다면 새로 베껴 쓰기만 하면 됐습니다. 그래서 이미 복제본이 있는 곳이라면 그게 어디이든 또 다른 복제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고대에는 저작권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어떤 책의 복제본을 하나 갖고 있다면 당신은 자유롭게 그것을 더 많이 복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왕이 그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복제본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을 죽일 수 있었겠지요.

  그러다가 복제기술에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인쇄기가 등장한 것입니다. 인쇄기는 보다 효율적인 복제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균등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종류의 복제는 훨씬 효율적이 됐지만, 어떤 다른 종류의 복제는 영향 받지 않았습니다. 인쇄기는 전문적인 장비였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독자와 저작자들은 인쇄기를 가질 수 없었고,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인쇄기는 값이 비싼 장비였고, 당연히 펜보다 훨씬 더 비쌌습니다.

  또한 인쇄기는 규모의 경제를 가져왔습니다. 인쇄기는 조판하는 데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한번 조판하고 나면 동일한 복제본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의 복제본을 만들고자 할 때는 인쇄기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집중화된 복제본 생산 시스템이 자리 잡았습니다. 책의 복제본은 몇몇 곳에서만 만들어진 다음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달됐습니다.

  인쇄기가 이용되기 시작한 후에도 처음 몇 백 년 동안에는 손으로 필사해 복제본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보편적이었습니다. 필사본은 대체로 부유함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갑부들을 위한 것이거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인쇄본은 여전히 상당히 비쌌지만 필사본보다는 쌌습니다. 그래서 인쇄본을 손에 넣기 위해 지불해야 할 돈은 갖고 있지 않지만 시간은 낼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은 직접 필사본을 만들었습니다.

  저작권은 인쇄기 시대에 시작된 것입니다. 현재의 저작권 시스템은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검열의 수단이 었습니다. 책을 인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했습니다. 저작권은 특정한 출판사에 부여됐고, 영구히 지속됐습니다. 1500년대에 시작된 이런 시스템은 1700년대에 변화하게 됩니다. 그 후에는 저작권이 저작자에게 주어졌고, 단지 14년 동안 지속된 것으로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제 저작권은 검열의 시스템이 아니라 저작을 고무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상이 대두했습니다.

  미국 헌법이 제정될 당시에 사람들은 원저작자에게 저작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오늘날 출판사들에서 하는 말에 비추면 믿을 수 없겠지만 그 제안은 기각됐습니다. 대신 미국 헌법은 계몽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즉 저작권은 선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하는 저작자에게는 의회가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작권은 단지 제한된 기간 동안만 지속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의 존재목적은 진보를 촉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한 세기 동안 출판업자들은 미국인들이 이것을 잊어버리게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인쇄기 시대에 는 저작권이 산업적 규제로 기능했 습니다. 저작권은 출판업자들을 저작자의 통제 아래 놓았고, 일반 독자들을 규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저작권은 일반 독자로서는 할 수 없는 행위들을 규제했습니다. 인쇄기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저작권은 행사하기가 쉬웠습니다. 따라서 저작권은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었고, 대체로 유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은 출판업자에게까지만 적용되는 것이었고, 그러므로 그 행사가 쉬웠습니다. 누가 책을 출판했는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그 복제본을 어디서 구했는지를 묻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작권을 행사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집에 갖고 있는 컴퓨터에 침입해야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작권은 거의 논란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규제받지 않았고, 따라서 불평할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작권은 대체로 유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 작권은 일반 대중과 저작자 사이에 맺어지는 일종의 계약인데, 이 계약에서 일반 대중은 어차피 누리기 어려운 특정한 자유를 포기하게 됩니다. 오로지 출판업자들만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반 대중은 스스로에게 가치가 없는 것을 포기한 것이 기에 어떤 것도 잃은 것이 없습니다. 그 대가로 일반 대중은 편익을 얻었습니다. 더 많은 책들이 쓰였고, 더 많은 책을 사서 읽을 수 있게 됐으며, 사회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들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습니다.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러나 인쇄기의 시대는 컴 퓨터 네트워크의 시대에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기술은 복제를 더욱 효율화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획일적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정보기술의 가장 큰 효과, 가장 큰 발전은 단 하나의 복제물을 만드는 경우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인쇄기가 우리에게 비슷한 상황을 가져다주었을 때는 대량생산이 효율화된 반면, 하나하나 복제하는 것은 여전히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에 의해 대량생산도 효율화되긴 했지만, 한 번에 하나씩 복제하는 것이 그보다 훨씬 더 효율화됐습니다. 이제 상황은 고대와 더 비슷해졌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제 한 번에 하나의 복제물을 만드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 졌습니다. 우리 모두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100% 사실에 부합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CD를 한 번에 하나씩 만드는 것보다는 대량생산으로 CD를 만드는 것이 여전히 조금 더 쌉니다. 그리고 대량생산된 CD가 좀 더 품질이 좋습니다. 그러나 CD를 개별적으로 생산하는 것도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비용이 저렴합니다.

그 결과 저 작권법의 영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법 자체는 똑같아도 그 효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산업적 규제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제 저작권은 더 이상 출판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아니며, 저작자를 이롭게 하지도 않습니다. 이제 그것은 반대로 일반 대중에 대한 규제가 됐으며, 저작자의 이름을 내세우고 저작자를 구실로 이용하는 출판업자들을 이롭게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산업적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행사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작권은 더 이상 논란이 없는 것이 아니며, 더 이상 이롭지도 않습니다. 저작권은 이제 출판업자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당신과 나와 같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행사되는 것이 됐기에 행사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 저작권이 행사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의 가정 내 컴퓨터가 침입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작권은 이제 논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게 됐습니다. 다 알다시피 수백만의 사람들이 복제를 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면 가혹한 처벌을 당하게 된다는 위협을 받게 되자 당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이제 더 이상 유익하지 않습니다. 일 반 대중과 저작권 소유자 사이의 거래는 이제 더 이상 유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거래를 통해 포기한 자유가 이제는 우리에게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게 됐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그 자유를 행사할 수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복제하기를 원합니다. 사람들이 복제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 정부는 일반 대중을 대신해 무엇을 하겠습니까? 우리가 지금 정부를 통해 해야 할 것은 일반 대중과 저작권 소유자 사이의 거래에 대한 재협상입 니다. 민주적인 정부라면 일반 대중을 대신해 "우리 시민들은 더 이상 복제할 자유를 그런 거래를 통해 내어주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자유를 간직하고 이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자유 중 일부는 내어주어도 괜찮겠지만, 다른 일부는 간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적인 정부라면 그 정부는 저작권의 힘을 줄일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실제로 하는 행위를 보고 우리 정부가 얼마나 실제로 비민주적인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완전히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저작권을 이전보다 더욱 제약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자유를 원할 때 정부는 우리에게서 모든 자유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작권법의 한 측면인 저작권의 지속기간에 대해 살펴봅시다.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을 점점 더 오래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미국은 1998년에 저 작권 유효기간을 연장했 습니다. 미래의 저작물뿐만 아니라 과거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보호기간이 20년 연장됐습니다. 과거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권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되는 조치입니다. 지금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통해 이미 사망한 1920년대의 저작자를 고무해 그 당시에 더 많은 저작물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혹시 타임머신을 갖고 있다면 모르겠으나, 미국에서 저작권 유효기간을 연장시킨 자들은 우리에게 타임머신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타임머신을 이용한 적도 없습니다. 몇 십 년 전에 쓰인 저작권에 관한 책을 보면 저작권 지속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고 서술돼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저들은 그 저작권 책을 쓴 사람들에게 저작권 유효기간이 길어질 것임을 미리 알려주어 더 많이 쓰도록 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론적으로는 미래의 저작물에 대해 말한다면, 저작권 지속기간의 연장이 더 많은 창작을 하도록 저작자들을 고취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생존하고 있는 그 어떤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권이 사후 50년까지 지속되느냐, 사후 70년까지 지속되느냐 하는 문제에 의해 영향을 받을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 어떤 저작자든 "내가 죽은 뒤 70년 동안 내 저작권이 계속 유지되지 않는다면 나는 굳이 이 책을 쓰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나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FTA를 통해 한국에도 강요하려는 것

다음으로 법인저작물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법인저작물에 대한 보호기간은 과거에는 75년이었는데 최근에 95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이렇게 연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회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향후 75년간의 대차대조표를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75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회사는 이 세상에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 5년 후의 계획을 세우는 회사도 없을 것입니다. 어떤 자원이든 기업들의 손에 쥐어주는 것보다 그것을 파괴하는 더 확실한 방법은 없습니다. 저 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이 창조성을 더 고취시킬 것이라고 그들이 말한다면, 그것은 모두 속임수입니다. 기업들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려고 하는 진짜 이유는 과거의 저작권으로부터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데 그들은 그 저작권의 보호기간이 만료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디즈니가 그렇습니다.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 캐릭터의 저작권이 곧 만료될 예정임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알기로 미키 마우스는 1929년에 발표된 <증기선 윌리>에서 처음 선을 보였습니다. 몇 년 후에 <증기선 윌리>의 저작권이 만료될 예정이었는데, 디즈니는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디즈니의 경영자들이 법을 샀습니다. 미국의 법을 회사가 산 것입니다. 누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는 누구나 다 압니다. 그들은 입법자들을 매수했고, 그들이 원하는 법을 얻었습니다.

현재 그 법(1998년에 제정된 '소니 보노 저작권기간 연장법')이 여러분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미국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법이 미국 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미국 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문제를 세계 다른 나라들에도 강요하려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을 자기 나라인 미국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합니다. 미국은 현재 제안돼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한국에 비슷한 법을 강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미 FTA가 완전히 거부돼야 하는 많은 이유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저작권법의 또 다른 측면은 그것이 적용되는 행동의 범위입니다. 출판업자들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모든 이용에 적용되도록 하려던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저작권은 규제되지 않는 이용들의 폭넓은 공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예외입니다. 저작권은 특정한 이용들을 제약합니다. 이것이 저작권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출판업자들은 완전한 권력을 원합니다. 그래서 1998년에 그들은 미국 의회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통과시키도록 로비했습니다. 이 법은 출판업자들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만든 저작권 규칙을 반영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떠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그들이 추가로 해야 할 일은 단지 그 규칙들을 소프트웨어와 다른 종류의 기술적 장치에 구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암호화된 형태로 저작물을 출시한다면 그 암호를 풀어 재생할 수 있는 특별한 플레이어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플레이어는 사용자들의 이용을 제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을 실행하거나 읽을 수 있는 다른 장치를 제공함으로써 그 저작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제약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는 불법이 됩니다. 출판업자들이 부과한 제약을 피할 수 있는 수단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사실상 출판업자들이 부과한 제약은 그게 어떠한 것이라도 법적인 권한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제약들은 DRM(디지털 제약 관리. DRM은 원래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의 약칭이었는데,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에서 이런 용어가 사람들의 인식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 약칭을 '디지털 제약 관리(Digital Restrictions Management)'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옮긴이)으로 불립니다. 이것의 첫 번째 사례는 DVD에서 볼 수 있습니다. DVD 영화들은 통상 암호화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암호화하는 이유는 여러분들을 제약하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DVD 플레이어가 같은 방식으로 여러분을 제약하도록 여러 기업들이 공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별도의 DVD 플레이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대해서는 "다른 모든 DVD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규칙에 따라 일반 대중을 제약할 수 있는 DVD 플레이어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을 우리와 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암호화 포맷의 비밀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해서 DVD 플레이어의 경우 당신은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모든 선택지가 사실은 모두 같습니다. 그 모두가 좋지 않습니다. 그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당신을 제약합니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프로그래머들이 DVD 포맷을 풀어내고 DVD를 실행할 수 있는 '자유 프로그램(free program)'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말하지만, 여기서 '프리(free)'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영어에서는 모호합니다만, 내가 'free'라고 말할 때 그것은 '무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나는 '자유'를 말하는 겁니다.

어쨌든 DeCSS(암호해독코드, Decode Content Scrambling System의 약자, PC에서 DVD 영화를 디코딩 및 재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옮긴이)라는 프로그램은 사용자에게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그것은 또한 당신의 DVD를 그뉴/리눅스(GNU/Linux)와 같은 운영체제 위에서 자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당신의 스크린으로 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미국에서는 현재 불법입니다. 그것은 검열됩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검열을 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식 기준의 문제점

미국은 할 수만 있다면 유사한 법을 다른 나라에도 강요하려고 합니다. 전형적으로 이른바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것을 이용합니다. 이에 대항해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싸워나가야 합니다. 미국은 흔히 자유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명성은 과거에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날 파시스트 국가의 특성을 목록으로 뽑아보면 미국이 그것에 꽤 부합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합니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두 번이나 선거를 훔쳐서 당선된 사람입니다. 미국은 재판 없이 사람들을 투옥하고, 사람들을 고문하고, 공격과 정복의 전쟁을 벌입니다. 미국은 당신이 꼽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혐오스러운 일들을 다 저지르고 있습니다.
 

FTA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

 FTA 는 세계 다른 나라들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FTA의 목적은 민주주의를 빈껍데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많은 FTA들이 명시적으로 그렇게 합니다. 내가 아는 사례 중 이런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 사이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입 니다. 이 협정에는 흥미로운 규칙이 들어 있습니다. 어떤 법률 때문에 기업이 돈을 적게 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기업은 정부를 제소해서 법이 달랐다면 자사가 벌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금액을 지급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환경이나 대중의 건강, 또는 삶의 일반적인 기준 등 중요한 무엇인가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할 경우에 그렇게 되도록 하려면 기업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조약은 기업이 시민보다 더 중요하다고 명확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잔혹무도한 행위입니다.
 
민주주의의 목적은 일반 대중이 부자들보다 더 강한 힘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중은 서로 단합하는 것을 통해서, 다른 모든 사람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부자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FTA는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입니다.
 
 GATT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같은 예전의 자유무역 조약에는 이런 조항이 들어있지 않았지만, 그런 조약들도 나름대로의 효과를 통해 지금도 민주주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런 조약들을 통해 기업은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것이 수월해졌습니다. 이렇게 된 것이 매수된 정치인들에게 빌미를 주었습니다. 대중이 그들에게 환경이나 공중보건, 삶의 기준 등 대중에게 유익한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들은 "그렇게 하면 기업이 다른 나라로 가버릴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여러 자유무역 조약들로 인해 기업은 국가들을 서로 대치시키며 갖고 놀 수 있게 됐고, 국가는 기업들의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한 경쟁을 벌일 뿐 자국 시민의 권리는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약들은 민주적이지 못한 정부로부터 권력을 빼앗아 민주적이기 위한 노력조차 하지 않는 기업에 넘겨주었습니다. 이건 잘못된 일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내가 국제무역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무역은 모두를 이롭게 한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민주주의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부분은 말하지 않습니다. 국제무역을 증진하고 그것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업들이 몰려다니면서 더 많은 권력을 달라고 각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게 놔두면 안 됩니다. 우리는 국제무역의 증진도 민주주의가 강력하게 유지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국가는 기업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에 대한 규제를 통해 대중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안 되는 커다란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문제 외에 저작권의 유효기간을 늘리려는 한미 FTA의 사악함 역시 그것을 거부해야 할 이유가 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런 사악함은 상대적으로 작은 이유일지는 모르지만 조약을 거부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물론 FTA를 거부해야 할 중요한 이유들은 얼마든지 또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미국이 좋아하는 조약은 모두 다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미 국 정부는 '기업 제국(corporate empire)'의 꼭두각시입니다. 사람들은 '미 제국주의'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지르는데, 그것은 미 제국주의가 아니라 기업 제국입니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 정부는 기업들의 하인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워싱턴에 있는 정부를 주인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그들은 기업들에 복종하는 집행자일 뿐입니다.
 
비민주적인 정부들이 저작권법에 대해서 하고 있는 짓도 마찬가지입니다. 민 주적인 정부라 면 어떻게 할까요? 아마도 저작권을 여러 다양한 측면에서 줄일 것입니다. 먼저 저작권 보호기간을 들어봅시다. 지난 수십 년 간 저작권 보호기간이 점점 더 연장되는 동안 출판의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습니다.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책이 나오면 2년 정도 시장에서 유지될 뿐입니다. 2년이 지나면 모든 책이 할인가격에 팔리고 3년 안에 절판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100년 동안이나 저작권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나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10년으로 줄일 것을 제안합니다. 출판 날짜로부터 10년으로 하자는 겁니다. 저작자가 원고를 하나 갖고 있는데 그 원고를 책으로 내줄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고 합시다. 그걸 복사하지 못한다고 해서 우리가 잃을 것은 없습니다. 저작자가 얼마든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출판사를 물색하도록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책이 한번 출판되고 나면 그 책의 저작권은 10년 동안만 지속돼야 합니다. 그 뒤에는 그 책이 공유정보 영역(퍼블릭 도메인)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10%의 진실과 90%의 거짓

 이런 나의 제안이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하실 겁니다. 나는 여러 작가들과의 토론회에서 이 제안을 던지고는 그들의 반응을 듣고자 했고, 실제로 반응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상 경력이 있는 한 판타지 작가가 내 옆에 앉아 있다가 "10년이라니! 끔찍하다! 5년 이상은 허용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놀랍지 않습니까? 실은 나도 놀랐습니다. 나는 출판업자들의 선전을 믿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나는 저작자들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더 길게 보장받기를 원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나는 또 한 가지를 알게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작자들이 출판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출판사들은 저작자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싶어 합니다. 자기 앞에 저작자들이 무릎을 꿇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어떤 한 작가가 출판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의 출판계약에 따르면 책이 다 팔리고 나면 저작권은 그에게 반환돼야 합니다. 그 뒤에는 그 책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책이 다 팔려 사실상 절판됐지만 출판사는 저작권을 반환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작가는 자기가 쓴 책이 계속 배포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출판사와 법적 분쟁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마찰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출판업자들은 작가를 핑계 삼아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90% 거짓말입 니다. 여러분은 절반의 거짓말은 완벽한 거짓말보다 더 나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절반의 거짓말에서는 무엇이 정말이고 무엇이 거짓말인지를 알아내기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공정하지 못한 것을, 즉 절반의 거짓말보다 더 나쁜 '10% 진실, 90% 거짓말'인 것을 잘도 만들어냅니다.
 
  그들이 작가들을 위해 저작권 강화를 원한다고 할 때 그건 10% 진실, 90% 거짓입니다.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버는 성공적인 작가가 일부 있고, 그런 이들은 저작권 강화를 통해 실제로 혜택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작가들도 있고, 그런 이들은 출판업자에 의해 속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작권 강화를 통해 혜택을 입지 못합니다. 혜택을 입는 것은 대부분 출판사이고, 그에 더해 몇 안 되는 유명한 작가들뿐입니다. 법적인 쟁점을 이야기할 때 출판사는 대리인과 함께 누가 들어도 아는 유명작가를 대동합니다. 아무도 대부분의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변화의 시작으로 출판 후 10년을 보호기간으로 제안합니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일단 10년으로 줄이고, 그런 다음 몇 년 동안 그 결과를 두고 보자는 겁니다. 이보다 더 줄일지, 아니면 늘릴지는 그 다음에 결정하면 됩니다. 경과를 지켜본 후에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호기간은 저작권의 한 측면이고, 또 다른 측면은 저작권이 어떠한 활동을 규제해야 하는가입 니다. 이런 측면에서의 나의 제안은 모든 저작물에 대해 똑같지 않습니다. 나는 저작물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되는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하는가에 따라 3개의 큰 범주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보통 매체에 따라 저작물을 구분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는 매체가 큰 차이를 낳는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사용자들이 어떠한 자유를 누려야 하는가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서는 저작물이 어떻게 이용되고 어떻게 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는가가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범주들은 첫째 우리 가 실제의 기능을 하는 저작물인 기능적 저작물, 둘째 어떤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하는 저작물, 셋째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저작물로 나눠집니다.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첫째, 어떤 일을 할 때 사용되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저작물입 니다. 이 범주에는 프로그램, 요리법, 교과서나 매뉴얼과 같은 교육용 저작물, 백과사전이나 사전과 같은 참조용 저작물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저작물에 대한 나의 결론은 이것들은 모두 자유롭게 이용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소프트웨어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근거에서입니다. 만일 당신의 삶에서 어떤 일에 그 저작물을 이용하고 있을 때 당신이 필요한 방식으로 그 저작물을 수정할 수 없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은 그 저작물을 당신의 사용목적에 맞게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했다면 당신은 수정된 버전을 자유롭게 공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만약 당신과 같은 필요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수정한 버전으로부터 그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데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20년 전에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사용자들을 제약하고 사용자들이 좀 더 많은 돈을 내도록 하는 구조가 없다면 저작물을 발전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런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압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매우 성공적인 자유 소프트웨어 공동체를 보고 있습니다. 그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수천 개의 유용한 자유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왔습니다. 많은 경우 개발자는 사용자를 제약하지 않는 방법으로 돈도 벌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유로운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기능적 저작물의 영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위키피디어만이 아닙니다. 위키피디어의 정보와 다른 종류의 유용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일반 대중이 그 정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사이트들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과거에 이야기했던 우려들은 허상이라는 것이 이제는 아주 명확해졌습니다. 우리는 저작물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자들의 자유를 빼앗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내게 하곤 하던 질문에 대해 답하려 합니다. 그것은 자유 소프트웨어의 이념이 얼마나 넓게 확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즉 실제적인 일을 하는 데 이용되는 모든 종류의 저작물로 이 이념이 확대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목적의 저작물이라는 범주 외에 두 개의 범주가 더 필요합니다. 두 번째 범주에 대해 말하자면, 어 떤 사람의 생각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는 범주의 저작물이 있습니다. 이런 저작물들의 수정된 버전을 공표하는 것은 유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생각을 잘못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런 자유를 필요로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범주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절충적인 저작권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절충적인 저작권 시스템에서는 모든 사람이 저작물의 정확한 복제본을 비영리적으로 배포할 자유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개작과 모든 상업적 이용은 여전히 저작권에 의해 보호되며, 여전히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일반 사람들에게 가장 핵심적인 최소한의 자유를 부여합니다. 인쇄기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저 작권이 산업적 규제로 돌아가는 것입 니다. 이는 오늘날 저작권의 험악한 측면, 즉 음반회사가 사람들을 고소해서 그 사람들이 일생 동안 벌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할 것입니다. 음반회사들은 사람들이 단지 음악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절충적인 저작권 시스템에서도 상업적인 이용은 여전히 저작권의 적용을 받습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은 현 저작권 체제와 마찬가지로 저작자들에게 수입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좋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많은 것을 잃게 되지는 않습니다.
 

저작권법이 있었다면 셰익스피어도…

 세 번째 범주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저작물입 니다. 이 범주에서는 개작의 문제가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 저는 몇 년 동안 고민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반된 주장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에서는 어떤 하나의 저작물은 예술적 완결성(integrity) 을 갖는 것이고, 저작물을 수정하는 것은 그 완결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때로 이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나는 대부분의 저작자나 예술가들이 자기 저작물의 완결성에 대해 그렇게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들이 많은 돈을 받는 대가로 기꺼이 할리우드로 하여금 자기 저작물을 훼손하게 하는 것을 보십시오.
 
  다른 한편에서는 예술 저작물의 개작이 유용하다는 많은 주장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예술에 기여한 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민속문화의 전개과정을 보면 모든 저작물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그리고 또 다른 사람으로 전파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내용이 풍부해지고 아름다운 것이 됩니다. 유명한 작가 중에서 셰익스피어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희곡을 쓰기 위해 최근의 다른 저작물에서 스토리를 빌렸습니다. 만일 오늘날의 저작권법이 그때 적용되었다면 셰익스피어는 희곡을 쓰거나 발표할 수 없었을 것이며, 우리는 지금 그의 작품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셰익스피어가 만약 그렇게 빌려 쓰려고 하는 저작물의 저작권 소유자들에게 저작권 탓을 하며 불만을 제기했다면, 그들은 아마도 "당신은 우리의 작품을 빌려가 싸구려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쓰레기를 누가 필요로 하겠는가"라고 이야기했을 겁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볼 수 없었다면 그들의 말을 믿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았고, 그것은 인류 문학의 걸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셰익스피어가 희곡을 쓰고 발표할 수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의 희곡들 중에는 그가 죽은 뒤에 출판된 것도 많지만,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것들은 어쨌든 출판됐습니다. 오늘날의 저작권법이 적용됐다면 그것들은 출판되지 못했거나 상연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희곡의 저작권 소유자들은 지극히 엄격합니다. 그들은 어떤 종류의 수정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그들은 내용상 아주 작은 수정도, 희곡이 상연되는 방식의 수정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술 저작물의 개작은 예술의 발전을 위해 사회에 유용하고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해답을 찾은 것은 예 술 저작물의 개작이 비록 사회에 이로울지라도 시급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그것은 10년 정도 기다려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당신 삶에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기능적 저작물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 기능적 저작물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당장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수정된 것을 공표하고 싶다면 내일이면 공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장 그것을 이용하기를 원하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일을 위해 그것을 이용한다면 그것이 필요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예술은 문제가 다릅니다. 우리는 예술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감상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다른 누군가의 예술을 개작하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물론 좋은 일일지라도 사회는 당신이 만들려고 하는 새로운 작품이 나오기까지 10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술에도 절충적인 저작권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은 저작물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도록 하되, 누구나 비상업적으로는 그 작품 그대로의 정확한 복제본을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게 하는 것입 니다. 그러나 상업적인 이용이나 개작을 위해서는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10년 동안 보호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뒤에는 그 저작물이 공유정보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고, 누구나 그것을 개작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그것은 새로운 예술의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러한 절충적 저작권 시스템으로도 여전히 예술가들에게 수입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작권이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긴 할 겁니다. 특히 인터넷 음악 공유는 합법화돼야 합니다.

 

 저작물 공유 합법화돼야

현재 음반회사들은 인터넷 음악 공유가 음악가들에게 재앙이라고 우리가 믿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어떤 것도 잃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당신이 음반을 사더라도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음반가게에서 파는 음반의 대부분은 당신이 돈을 내고 그 음반을 사도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것이 없습니다. 나는 앞에서 출판업자들이 저작자와 예술가들을 짓밟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음악가들이 음반회사와 맺는 음반계약은 매우 불공정하고, 매우 가혹하며, 매우 착취적이어서 여러분이 음반에 지불하는 돈에서 음악가들이 가져가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음반회사들의 음모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걸까요? 명목상으로는 음악가에게 지불되는 약간의 돈이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가들은 그것을 결코 받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음반회사들은 제작비용, 홍보비용이 음악가들에게 선불됐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음악가들은 선불됐다는 그 돈을 실제로는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당신이 음반을 사면서 지불한 돈 중 일부는 음반회사 회계장부의 한 계정에서 다른 계정으로 옮겨질 뿐입니다. 심지어 음반이 골드 레코드가 되어도 음악가가 음반 판매로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가들이 음반계약에서 얻는 이득이 전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홍보효과라는 이득을 얻습니다. 그것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음악가의 콘서트에 간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팬 소품을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음악가는 콘서트에서 음반을 팔아 얼마간의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가에게 홍보효과를 부여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건강하지 못한 시스템입니다. 그것은 음반사들의 돈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음반회사의 돈에 의해 통제됩니다. 모두가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활발하게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음악가가 홍보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한 방식입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 자기 친구에게 "나 진짜 좋은 음악을 들었어! 자 여기, 이거야!"라고 말하게 함으로써 음악가를 알려지게 하는 것이 훨씬 건강한 시스템입니다. 이는 돈이 아니라 감상한 이들의 평가를 통해 음악가가 알려지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음악을 위해 훨씬 더 건강한 시스템입니다. 음반회사들은 스스로를 음악산업이라고 부릅니다. 공장에서 음악을 생산한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돈줄을 끌어들이고 쥐어짜서 음반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음악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쭉정이 같은 것입니다. 나는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음반회사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음악에 해악적입니다. 나는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합니다. 나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만든 음악을 듣기를 원합니다.
  
   물론 내가 지금 음반회사를 금지하자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반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 자체에는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내가 제안한 절충적 저작권 시스템에서는 음반회사들이 음악가로부터 음반판매의 허락을 받게 됩니다. 내가 음반회사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음반을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의 자유를 공격하는 데 돈을 쓰는 음반회사들에 대해 반대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의 적입니다. 그들은 쓸어내어져야 하며,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음반회사들은 매우 고약하게도 일반 대중에게 DRM(디지털 제약 관리)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1년 전에 소니가 DRM 형식을 사용하다가 곤경에 빠진 것을 여러분은 들어 알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니의 DRM은 사용자의 컴퓨터 안에 '루트 킷(root kit)'이라고 부르는 것을 인스톨했습니다. 루트 킷은 일련의 프로그램 집합으로 운영체제에 들어가 그것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려 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면 얼마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것들은 제거하기 힘들게 설계됐습니다. 그것들은 허락을 구하지 않고 자동으로 설치되고, 제거하기 힘들며, 자신들의 존재를 은닉합니다. 나는 이것은 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들은 시스템의 보안을 위협합니다. 심지어 GNU GPL(General Public License, 일반공중허가)로 배포된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본을 포함하기도 했습니다. 소니는 이렇게 하면서 저작권을 위반했습니다.
  
  이 고약한 구조에서 그나마 다행인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단지 윈도 사용자만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자유 운영체제를 사용하거나 자유 소프트웨어는 아니지만 맥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다면 안전합니다. 윈도를 사용하고 있더라도 당신이 CD를 넣을 때 특정한 키를 누르면 된다는 것을 안다면 안전할 수 있습니다. CD를 넣을 때마다 그 키를 누르는 한 그것을 쉽게 죽일 수 있습니다. 키를 누르면 기계가 CD로부터 어떤 소프트웨어도 인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DRM도 고약하지만, 소니는 DRM 외에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고약한 짓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니에 대한 비난은 DRM이 아닌 다른 고약한 짓들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DRM 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소니는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당신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루트 킷이 당신의 컴퓨터에 설치될 것이고, 일단 설치되면 그것은 제거하기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위한 계획이 이미 있습니다. 그 계획은 AACS(Advanced Access Content System, 콘텐트 배급 및 디지털 저작권 관리를 위한 새로운 표준-옮긴이)입니다. 이것은 또 다른 DRM 음모입니다. 대부분의 DRM 계획은 일반 대중에게 제약을 가하려는 기업들의 공모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범죄로 간주돼야 합니다. 기업들이 공모하여 일반 대중에게 제약을 강요하고 사람들이 그러한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범죄로 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기업의 경영자는 감옥으로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과 같은 법이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저작권 조약과 FTA와 같은 조약은 이러한 기업들의 공모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나는 확신합니다. 정부는 우리 편이 아니라 음모를 꾸미는 자들의 편에 서 있습니다. 그 결과 공모를 하는 자들이 굳이 자기들의 공모 내용을 숨기려 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런 공모를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비밀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공모는 공공연하게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고, 공모를 한 기업들은 자랑스럽게 자기들의 공모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AACS라는 웹사이트(www.aacsla.com-옮긴이)도 있습니다. AACS는 새로운 DRM 계획입니다. 이것은 특히 비디오를 겨냥한 것이지만, 어디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 중 하나는 몇 년 후에는, 저는 그것이 2013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날로그 비디오 생산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계획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은 모두 아날로그 비디오 생산을 2013년에는 중단하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당신을 제약하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블루레이와 HD DVD 모두(서로 경쟁하는 차세대 고화질 비디오 기술의 두 표준. 블루레이(blue ray)는 소니와 삼성이, HD DVD는 도시바와 NEC가 주도하고 있다-옮긴이) 이러한 공모의 일부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AACS를 구현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들을 ㅉㅗㅈ아버리자고 주장합니다. 블루레이나 HD DVD를 사지 맙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블루레이석스 닷컴(bluraysucks.com)을 찾아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창작자들을 더 잘 지원하는 방법


   우리는 DRM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이는 대중적 항의시위 캠페인입니다. 이 캠페인은 지난 5월 새로운 DRM 소프트웨어를 발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사장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시위자들은 위험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된 옷을 입었습니다. 그것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는데, 몸 전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돼 있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은 "DRM을 금지하라! DRM은 우리의 자유를 위협한다!"라고 씌어진 전단을 배포했습니다. 디펙티브바이디자인 닷 오르그(DefectiveByDesign.org) 사이트에 가면 이 캠페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스티커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하나의 항의행동으로 DRM을 구현한 제품에 이 스티커를 붙이면 되겠습니다. 스티커에는 "DRM 경고, 이 제품은 이용을 제한하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음"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우리는 1만5000명의 회원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 차례는 당신입니다. 그곳에 가서 가입하기만 하면 당신은 이 행동을 계획하거나 실제 행동을 하는 데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저작물 공유를 합법화한다 해도, 대부분의 저작자나 예술가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겁니다. 이미 현재의 시스템이 그들을 열악하게 대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수의 슈퍼스타는 조금 덜 부유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출판업자들이 큰돈을 벌지 못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뿐입니다. 저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저작물 공유를 합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물 공유를 합법화해도 저작권 시스템이 여전히 지금과 상당히 같은 수준으로 저작자와 예술가들을 보호할 겁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더 많이 지원하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하나의 방법은 일종의 세금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공테이프나 공CD, 혹은 인터넷 접속 등에 세금을 부과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거둬진 돈을 저작자나 예술가들에게 분배하는 겁니다. 기업이 아니라 창작에 실제로 참여하는 사람들, 즉 저작자와 예술가들에게만 돈을 분배해야 합니다. 이때 인기도에 비례하도록 돈을 분배해서는 안 됩니다. 인기도가 높을수록 분배되는 몫이 체감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슈퍼스타는 혼자서도 상당히 성공적인 여러 다른 음악가들보다 수천 배는 더 쉽게 인기를 모을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인기도에 비례하는 방식으로 돈을 분배한다면 슈퍼스타는 다른 사람들보다 수천 배의 돈을 벌게 될 것입니다. 전체 금액의 상당 부분이 슈퍼스타에게 돌아가는 이런 방법은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으로서는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돈을 모아 예술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를 원한다면 슈퍼스타의 몫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체감형 지원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1000배 인기가 있는 슈퍼스타는 1000배의 돈이 아니라 10배의 돈만을 벌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우리는 같은 돈을 가지고도 더 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데 필요한 세금은 얼마나 될까요? 음악만 고려해봅시다. 저는 적어도 미국에 대해서는 얼마간의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읽은 바에 따르면, 최소한 미국에서 평균적인 미국인은 1년에 20달러를 음악에 지불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메이저 음반회사는 수입의 4%를 가수나 연주자에게 지불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1년에 한 사람당 1달러 정도가 됩니다. 따라서 필요한 세금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우리가 만약 작곡가도 지원하고 싶다면 1년에 한 사람당 평균 2달러 정도의 세금만 내면 됩니다.
  
  그러나 음반회사들이 지불하는 수입 대비 4%는 결코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슈퍼스타는 음반회사 수입 중 4% 이상을 가져갑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4% 이하를 받습니다. 사실상 아마도 0에 가까울 겁니다. 체감형 방식의 내 계획에 의하면, 우리는 음악가의 대다수에게 현재의 시스템보다 실제로 더 많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슈퍼스타 역시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그들은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현재보다 더 부유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이것이 그들에게도 더 나을 겁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세금을 이용하자는 생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제안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발적 지불에 기반을 두는 것입니다. 모든 음악 플레이어에는 버튼이 있고, 그 버튼에는 "1달러를 보내라"라고 적혀 있는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당신이 원할 때는 언제나 그 버튼을 누를 수 있으며, 그러면 1달러가 당신이 마지막으로 들었거나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의 밴드에 보내지게 됩니다. 당신은 버튼을 누르고 싶은 만큼 누르면 됩니다. 만일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1년에 두 번만 버튼을 누른다면 1년에 한 사람당 2달러를 내는 셈이 되며, 이것만으로도 음악가들에게 혜택을 충분히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방식은 적어도 현재의 시스템만큼은 그들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1년에 두 번 이상 버튼을 누를 겁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매달 한 번씩은 버튼을 누를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해도 버튼을 누르는 여러분 각자에게는 매우 작은 금액에 그칠 겁니다. 오늘날 우리는 저작물 공유는 해적질이라고 믿도록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악의적이고 난폭한 캠페인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캠페인을 하는 자들은 이웃과 뭔가를 공유하는 것은 배를 약탈하는 것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말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캠페인은 흉폭하고 추잡한 짓입니다.
  
  그 대신 우리는 우호적이고 따뜻한 홍보 캠페인을 벌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번 달에 밴드에 1달러를 보냈습니까?" "당신은 음악을 좋아하십니까? 버튼을 눌러 밴드에 1달러를 보내세요! 그 금액은 매우 적은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부담할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1달러를 한 번도 보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음악가들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 필요가 없습니다. 매달 혹은 매주 1달러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잘 사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들은 음악가들을 지원할 수 있으며, 저는 그들이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GNU 운영체제, GNU 프로젝트, 자유소프트웨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분은 그뉴 닷오르그(gnu.org) 사이트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번역=이주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