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여행 - 심라,다람샬라

심라 / 다람샬라 / 델리 / 한국으로

 

심라

심라 역시 영국 식민지 시절에 개발된 고산 휴양도시이다. 심라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토이트레인 때문인데, 옛날 우리나라 수인선 협궤 열차와 같은 크기다. 인도에는 이런 등산 토이트레인이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인도 북동쪽 차의 명산지 다르질링으로 가는 것이고, 또하나가 심라로 가는 이것이다. 둘 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침에 칼카 역에서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역시나 이름처럼 천천히 달리며 북인도의 아름다운 산악지역 풍경을 보여 준다. 이런 열차는 타는 것 자체가 관광이려니. 가는 곳에 있는 역은 우리나라 소도시의 간이역 수준의 작고 아름다운 역 들이다. 가는 도중 티벳 양식의 숄을 두른 아저씨를 발견했다. 빨간색 두터운 겨울용 숄. 나도 그런 숄을 구하고 싶어서 아무리 찾아봐도 시장엔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직접 짠 것이려니. 아저씨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열차는 한참 동안을 달려 오후에나 심라역에 도착했다. 심라에서 방을 잡으려 하는데 역시나 삐끼 아저씨가 붙어서 호텔을 권한다. 이런 일에 진절머리가 난 경아씨는 짐짓 화를 내며 쫒는데, 난 그래도 그 사람이 쓸 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권하는 숙소에 가 보아도 신통치가 않다. 숙소를 나오면 그 사람이 또 있고, 이제 되었다고 하며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면 또 그사람이 있어서 경아씨는 화가 난 모양이다.

여러 군데의 숙소가 다 별 신통치가 않고, 무수리에 비해 뭔가 복잡하고 정이 안가는 도시라 오늘 저녁 차표를 예약하러 버스스탠드로 향했다.

하지만 다람샬라 가는 버스표는 나이트 버스라 표를 예약해 놓고도 시간이 남는다.  갈 곳도 없다. 휴양지 심라에서 갈 곳을 잃었다. 그냥 처량하게 심라 역에 앉아 원숭이들을 구경하다가 시장이나 다시 가 보자 하고 무거운 배낭을 들었다. 점점 다리가 아프고 경아씨도 지친 표정이다.

시장을 구경하다 다시 버스스탠드로 내려오는데, 또 그사람이 보인다. 반갑게(?) 그에게 인사하고 오늘 저녁 그냥 출발할 거라고 이야기하니 그는 놀라며 왜 그러냐고 묻는다. 경아씨는 너 때문에 지쳤어! 라는 뉘앙스를 팍팍 주면서 이야기 했고 그는 금방 풀이 죽었다.

출발 1시간 반전에 버스스탠드에서 이것저것 사람구경. 처량한 여행자 꼴이다.

버스가 왔는데 제법 좋은 버스다. 사람들도 많지 않다. 경아씨는 일찍 두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쇼올에 둘둘 감싸고 잠을 청한다. 난 사놓은 보드카를 홀짝홀짝 마시며 스스르 잠이 들었다.

다람샬라

다음날 아침 아직 날은 어두운데 버스가 환해지며 터미널에 도착한다. 사람들도 다들 내리고. 버스는 종착지인 로워 다람샬라 (Lower Dharamshala) 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 티벳인 가족에게 물어보니 윗마을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 인도에서 처음 보는 비를 맞으며 기다리자니 몸이 떨려온다. 다람샬라는 인도의 최북단으로 상당히 춥다.

결국 택시를 불러 흥정하고 어퍼 다람샬라로 올라갔다. 도착하니 날이 이제 밝아진다. 다람샬라는 큰 마을이 아니어서 버스스탠드에서 길을 따라 달라이 라마의 집 쪽으로 차분히 걸으니 어느새 시가지가 끝난다. 시가지라고 해도 작은 골목길이 전부다. 우연히 시가지 끝에서 인상좋은 젊은 한국인 커플을 만났는데, 그들은 이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적당한 숙소를 물으니 그들이 묵었던 호텔을 일러준다. 추우니 빨리 들어가야지.

호텔은 달라이 라마의 집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있다. 가격도 1200 루피였는데, 비수기라 역시나 400루피에 팍팍 깎아준다. 이렇게 아침에 호텔에 오면 돈을 버는 느낌이다.하루를 꼬박 호텔에 있으니.

간단히 샤워를 하고 잠깐 쉰 뒤 거리로 나섰다. 버스 스탠드 가는 길목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서 툭파와 모모를 시켰는데 맛이 환상이다. 티벳 스님들도 많이 오셔서 드시고 계셨고. (이 집은 저녁때는 문을 닫아서 먹지 못했다. 점심때만 하는 듯)

밥을 먹고 한가롭게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거리 북쪽으로 가면 명승지가 있다길래 차분히 걸어갔다. 산 등성이를 따라 나 있는 길이었는데 주변 산의 풍경이 인도의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르다. 산의 스케일도 우리나라와는 달리 크고 대체로 장엄하다. 이렇게 걷는 것도 괜찮은 여행이려니. 걸어가다 보니 전단지가 보이는데 티벳음식 강좌 전단지다. 이곳에 한 일주일 머물 게 되면 저런 음식강좌를 듣는 것도 괜찮겠지.

오후엔 한국인이나 다른 외국인이 많이 간다는 비싸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전망 좋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간만에 돼지고기 볶음을 시켰는데, 정말 맛있다. 의외로 비싸지도 않고. 역시 티벳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나 보다. 오는 길에 기념품점에 들러 향과 아로마 테라피용 연고, 명상씨디등  몇 개의 기념품을 산 뒤 델리행 밤 버스를 예약하고 숙소에 갔다.

델리행 버스는 사람이 아주 많다. 버스는 어퍼 다람샬라에서 출발해서 로워 다람샬라 터미널에 섰는데, 한국인 무리가 올라탄다. 어떤 교회에서 나온 듯 한데 불교국가를 다니다 보면 이렇게 선교목적으로 다니는 한국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자 놀란다. 티벳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국말을 하니 놀랐댄다. 크크...

우리는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맨 뒷자리까지 꽉찰 정도로 버스가 좁다. 밤길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그냥 잠을 청했다.

  다시 델리로

델리에서 버스는 티벳인들 집단 거주지 않에 내려주었다. 안그래도 이곳으로 와 보고 싶었는데 잘되었다 싶어 티벳 아저씨가 운영하는 숙소로 들어갔다 (150루피) 식당을 겸하는 곳이었는데 식당안에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곳이었다. 이곳의 음식 또한 무척 맛이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토릭샤를 타고 델리 시내 파하르 간지로 향했다. 에어 인디아에서 다시금 좌석을 확인하니 아직도 리컨펌이 안되어 있다. 라크노에서는 다 되어 있을 거라 했는데. 리컨펌 할 필요가 없을 거라 했는데... 결국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기다렸다. 한참동안 에어 인디아 직원이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리컨펌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비행기표에 날짜를 수정하고 편명도 수정한 뒤 비행기표를 돌려 받았다. 인도에서는 항상 이렇게 무엇이든지 명확히 해야 한다.

차분히 델리 시내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기념품으로 목제 담뱃대를 몇 개 사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주인장에게 공항으로 가는 차편을 물으니 150루피에 오토릭샤를 불러다 주겠다고 한다.

  한국으로

다음날 새벽 모든 짐을 꾸린 뒤 오토릭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안개가 자욱한 델리 시가지를 달리는데 무척 춥다. 델리 시가지를 빠져나가자 오토릭샤 운전수가 어둠과 안개 때문인지 길을 헤맨다.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또 물어보고.... 이래서야 어디 제시간에 맞춰 도착하려나..

마지막 물어본 길이 정확한 듯, 오토릭샤는 힘차게 달려 공항에 도착했지만, 국내선 공항이다. 이런~~ 오토릭샤 운전수가 공항직원에게 다시 길을 물어 마침내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그에게는 공항길이 익숙지 않은 듯 했다. 숙소 아저씨도 150루피는 큰돈이라 그에게 기회를 주었을 것인데 길을 잃고 당황하며 우리에게 미안해하는 그를 보니 좀 불쌍하기도 하다.

그에게 차비를 건네주니 참 고마워한다. 그를 보내고 우리는 공항으로 들어갔다. 후후... 에어 인디아는 역시나 짙은 안개 때문에 3시간 정도 늦게 공항을 출발했고 어치피 비행기를 갈아티기 위해 홍콩에서 기다려야 하는 우리로서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공항에 있는 쇼핑센터에서는 우리가 여행중에 많이 보았던 물품들을 파는데, 시장 가격보다 3-5배 비싸다. 후~~

비행기가 홍콩에 들렀을 때 우리는 홍콩 세관에서 압수당한 스위스칼을 찾으려고 항공사 직원에게 물었다. 그는 물품 보관소가 있는 곳을 말해 주었는데, 그곳은 입국대를 지나야 하는 곳이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입국대를 빠져 나와 한참을 헤매고 몇 명에게 물어보다  겨우 찾아간 물품 보관소. 보관증을 보여 주며 물어보니 한참 찾다가 결국 없다고 하면서 다른 스위스칼을 꺼내 든다. 다른 사람이 또 이곳에서 압수당했나 보다. 내것과 많이 비슷했지만 조금 낡았다. 아무래도 그 칼의 주인이 더 새것인 내것을 가져간 듯. 이런... 직원에게 그 칼을 받아들고 경아씨가 기다리는 로비로 가려니 아뿔사, 탑승권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탑승권은 데스크에서 받아야 하는데 데스크엔 아직 직원들도 없고. 경아씨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할 수 없이 대한항공 직원이 데스크에 올 때까지 기다릴 밖에.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칼은 받았으되, 이 칼 또한 한국으로 가져갈 수 없는 것이다. 출국시 또 걸릴 것이 아닌가.

홍콩 공항 로비에서 기다리기를 약 40분. 이윽고 데스크에 대한항공 직원들이 나타났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칼을 인천공항까지 배송해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비행기표를 이용해 탑승권을 발급받은 다음 출입국 관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여 트랜짓 로비까지 갈 수 있었다. 로비에 가니 경아씨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고. 외국에서 휴대폰이 없어서 이렇게 불편함을 겪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