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푸르로 아침일찍 일어나
뉴델리역으로 나갔다. 자욱한 안개. 매캐한 매연. 앞으로
이 매연을 얼마나 더 맡아야 할까...자이푸르행 열차는
7시. 역에 들러 잠깐 서성거리니까 옆에 있는 사람이
참견하더니 몇 번 플랫폼인지 알려준다. 물을 것도 없다.
외국인들이 아마도 열차역에서 비슷한 포즈로 있는 듯.
플랫폼으로 나가니 20분전인데 열차가 기다리고 있다.
열차는 약 10분 늦게 출발했다. 차안은
우리나라 무궁화호보다 약간 넓으며 좌석배열은 무궁화호와
같다. 다른 것이라고는 비행기처럼 식탁판이 있다는 것.
출발하기 전 차장이 신문을 들고 다니는데 그냥 주는 신문이다.
조금 있으니 차장이 큰 바구니에 차 주전자와 찻잔을 담고
지나간다. 차를 달라고 하니까 포트 채로 주는데?
물론 한 포트에 두 잔 정도의 물밖엔 없었지만. 개인별
포트였다. 물을 달라고 하니 미네랄 워터를 갖다 준다.
서비스가 캡이다.
조금 있으니 아침식사를 준다. 치즈
크로켓과 잼 샌드위치. 이거 원 비행긴데.. 자세히 보니
아까 차장은 차장이 아니라 캐터링 매니저(급식담당자)이다.
이런 사람이 객차마다 한명씩 있다. 밥먹고 조금 있으니
이번엔 음료수도 준다. 이런 열차 처음 본다. 처음엔
모든 열차가 이런 줄 알았지만, 여행을 하다보니 이 열차만
그랬다. 알고보니 자이푸르행 이 열차는 인도의 초특급
사타브디 익스프레스였다. 다른 차보다 2배 이상 비싼 이유가
있었구나...
자욱한 안개 밥을 먹고 한참
눈을 붙였는데 시간이 10시다. 아직 창밖은 자욱한 안개.
도착시간이 대강 11시였던 것을 기억해내고 주변사람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냐고. 하지만 온 곳은 겨우 중간지점인
알와(Alwar). 왜 이렇게 늦냐고 캐터링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안개 때문에 연착을 하고 있단다. (running lately
라고 한다) 혹시나 해서 신문을 보니 "북인도 전역을
강타한 안개" 라는 제목기사에 모든 교통수단들이
연착이 되고 각 역의 철도 컴퓨터가 예약-연착-환불로 마비상태라고
한다...
라자스탄의 대기 11시쯤 되니
갑자기 바깥이 청명해진다. 사막의 나라 라자스탄으로 들어오자마자
안개가 없다. 신기할세... 라자스탄의 시골풍경이 차창너머로
펼쳐진다. 창문이 작아 우리는 객차 사이의 틈을 통해 밖을
보고 있었는데, 차장이 아예 출입문을 열어 준다. 바깥
보라고. 우리나라 같으면 위험하다고 열은 문도 닫겠지만,
여기서는 그냥 열어 준다. 문을 열고 라자스탄의 풍경에
한껏 취했다. 한가로운 시골. 청명한 대기. 구름이 거의
없이 따가운 햇살. 경아씨와 나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바깥만 보고 있었다. 조금 있노라니 다른 외국인들도
온다. 한 네명 정도가 한참동안이나 바깥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기만 했다. 아름다운 라자스탄.
자이푸르 도착 열차는 결국
1시 30분에야 자이푸르역에 도착했다. 자이푸르 역에서
생각해 보니 이곳이 왠지 좋다. 그래서 다음날 출발 차표를
취소해 버렸다. 버스도 있다는데 뭐. 지도를 보면서
유명하다는 주 정부직영의 Swagatam 호텔에 가 보니 마침
방이 있었다. 하지만 400Rs 에 방이 조금 지저분하길래
그냥 나와 구도시 성곽쪽으로 차분히 길을 걸어갔다. 한참
가다 로타리를 지나니 또한 주정부 직영의 Teej 호텔이
보인다. 그곳은 어머나 850Rs. 또 나와 걷다 보니 골목길
안쪽으로 Shivam Guest House 라는 곳의 간판이 있길래
길을 따라들어갔다. 인도같지 않은 한적하고 넓은 길. 릭샤도
없고 길 양 옆으로는 다 큰 집들 뿐이다. 이곳이 자이푸르의
부자동네인가 보다. 조금 가다가 Shivam GuestHouse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그냥 가정집. 뒷 마당으로 들어가니
게스트 하우스 방들이 있는데, 방은 조금 더럽지만,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떨어져 있고 무지하게 넓다. 원래 전세를 주던
집을 방으로 개조한 듯. 2층에는 전세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250루피에 이틀을 예약하고 집을 풀었다.
한국에서 올 때 많은 책에선,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별도의
자물쇠를 채우라고 했지만, 하우스에서 준 자물쇠 위에
또 채우려니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방 안의 골방에 짐을 넣고 한국에서 가져온 자전거용 자물쇠를
채웠다. 길거리에 나오니 한적하고 좋다. 길을 지나는
오토릭샤가 있길래 버스스탠드까지 가자고 했다. (1.5km밖에
안된다) 릭샤왈라는 20루피를 달라고 했지만, 내가 5루피에
버텼다. 싱글싱글 웃으며 5루피를 고집하다 흥정이 안되어
그냥 간다고 하고 헤어지니 곧 뒤따라 온다. 타라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역시 5루피는 좀 쌌다. 대략 1Km 에 10루피
정도가 관광객 가격이 아닐까나. (어차피 관광객이니까.
너무 짜게 하는 게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버스스탠드에서 버스 스탠드는
무척 낡았다. 자이푸르면 라자스탄의 주도인데 버스스탠드는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 정류장보다 작다. 어쩌겠는가. 거기서
아그라 가는 버스를 물으니 해당 티켓박스를 알려 준다.
아그라 가는 버스는 한시간에 한 대 정도로 잦았다. 에어컨
버스는 없었지만 디럭스 버스가 있다고 한다. 디럭스버스를
예약하고 (1명당 123루피) 컨펌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계원이 바빠서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릭샤 왈라가 버스가 잦으니 컨펌이 필요없다고 한다.
믿어야지. 그 릭샤 왈라 따라서 나오다가 식당에 간다고
하고 헤어졌다.
식당 버스 스탠드 옆에 있는
제법 고급 식당에 들어갔다. 탈리를 시켰는데 75루피란다.
음..비싸군. 나오는 탈리는 무척 정갈하다. 요구르트와
스위트까지 완전한 정식 탈리다. 하지만 양은 조금 적은
듯.
하와 마할(바람의 궁전) 밥을
먹고 나와 바람의 궁전까지 10루피에 릭샤를 탔다. 아무래도
싸이클 릭샤가 한가하고 좋을 것 같아 탔는데 역시나 시내관광에는
싸이클 릭샤가 좋은 것 같다. 지나는 풍경 속의 사람들.
인도인들의 생활을 그나마 가까이 보는 건 사이클 릭샤다.
오토릭샤는 빠르긴 하지만 덮개가 쳐져 있어 목적지에만
갈 뿐이다. 하지만 한참을 가서 목적지에 도착하니
아무래도 10루피에는 안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먼 거리여서 15루피 정도를 줄까 했는데 20루피를
달랜다. 얼굴 좀 빤히 보다가 그냥 줬다. 그냥 안줘도 물론
되지만, 너무 힘들어 보여 그냥 줬다. 맘 편한게 최고다.
구시가지의 아름다움 하와
마할을 나와서 시티 팰리스 쪽으로 갔다. 구 시가지라 거리도
멀지 않고 시장 구경도 할 겸 해서 그냥 걷기로 했다.
거리 양쪽으로 좌판을 펴고 가죽제품들과
금속 공예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 예쁜 가죽 슬리퍼(...라고
하면 이상하다. 여러 장식이 달린 아름다운 신발이니까)가
200루피랜다. 나중에 한 켤레 사오긴 했다. 너무 예뻐서.
구시가지의 길가는 동물들 천국이다.
소, 양, 돼지, 염소, 낙타, 개 등등... 동물들과 인간이
함께 사는 곳. 동물들 때문에 길이 막혀도 천하태평이니
이곳이 천국 아닌가.
♣ 자이푸르 시티 팰리스 와 시립 박물관 궁전이라기 보다는 박물관인데 휴관이라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그 주변 동물들의 노님은... 거의 야외 동물원이라고
할 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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