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여행 - 무수리

무수리 / 찬디가르 / 칼카

 

무수리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 개발된 해발 1500m 에 있는 북인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것 자체도 관광인데, 다 허물어져갈 것 같은 인도 TATA 자동차 시내버스는 산길을 주저없이 힘있게 달린다. (차비 15루피) 한참을 덜컹거리며 올라가다 고원도시 무수리의 라이브러리 버스스탠드에 도착했다.

무수리에서는 북쪽으로 멀리 눈덮인 히말라야를 볼 수 있다. 일년내내 눈에 덮인 히말라야의 거봉들은 종교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데, 말로만 듣던 히말라야를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었다.
마수리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여러 명의 호텔 호객꾼이 달라붙어 방을 보여주며 호객을 한다. 그 중 선량해 보이는 사람 하나를 따라 한참 걸어가니 예쁜 호텔 하나에 도착했다. 방도 깨끗하고 가격도 적당했지만, 산의 뒤편이라 아무래도 볕이 안들고 추울 것 같아서 사양했다.
또다른 호텔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호텔이었다. 이곳은 거의 빌라처럼 되어 있는 호텔로, 방, 욕실, 거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낡았지만 호화스러운 곳이었고 가격도 1000루피 정도로 비싼 곳이었지만, 겨울은 비수기라 400루피로 대폭 할인해 주었다.

무수리엔 티벳사람들의 거주지가 있다. 티벳 사람들은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먹는 식성도 비슷하여 인도음식에 서서히 질려가는 우리들로서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무수리 시가지를 거닐다 한국으로 전화를 했는데 통화품질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시내전화를 거는 듯. 바로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정말..인도의 통신인프라는 알아주어야 해.

티벳인 거주지의 식당엔 티벳음식인 툭파(라면과 비슷)와 모모(만두와 비슷) 가 있다. 게다가 소를 신성시하고 돼지를 먹지 않는 힌두들과 달리 티벳 식당에서는 소, 돼지, 양들이 버젓이 올라가 있다. 인도 여행에 지칠 때는 티벳 식당에가서 툭파를 시켜 먹어 보자. 시원한 국물맛이 쌓인 피로를 풀어 준다.

무수리에서 이틀을 지낸 후 아침. 택시를 이용해 데라둔으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인사를 하고 알게된 티벳 청년.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 주고 데라둔에서의 티벳 사원도 구경시켜 주었다. 그는 다람샬라로 가는 길이라고 했고, 우리 또한 심라를 거쳐 다람샬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와 같이 데라둔 커미널에서 찬디가르행 버스를 탔다. 버스는 한참동안 달린다. 일종의 완행버스 같은 것이었는데, 가는 도시마다 터미널에 내려 잠깐 쉰다. 인도 여행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도 지루하지가 않은데 가는 도시마다 잠깐잠깐 쉬어가기도 하고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보는 외국인인 우리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친절히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찬디가르라고 추정되는 도시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마치 시내버스처럼 이곳저곳에 선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터미널 비슷한 곳에 서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한다.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간다고 싶은 곳에 정차하자 우리와 함께 오던 티벳 청년이 차장에게 이것저것 묻더니 이 버스는 버스터미널로는 가지 않고 바로 도시를 통과한다고 해서 황급히 짐을 꾸리고 내렸다. 티벳 청년에게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대신 내가 쓰던 파카펜을 기념선물로 준 뒤 작별했다.

찬디가르

어둑할 즈음에 내린 찬디가르의 인상은 여타 인도의 도시와는 달랐다. 이상하리만치 깨끗한 거리, 가로수가 늘어서 있고 도로도 넓으며 오토바이와 릭샤 대신 자동차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다. 거리를 따라 걷다가 말쑥한 할아버지께 나마스떼 하며 버스터미널을 무척 친절하게, 걸어가도 얼마 안될 거라고. 어디어디로 가라고 말씀해 주신다.

길가에 있는 유명 전자제품의 간판,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 거리를 걷자니 새로 만들어진 계획도시의 느낌이 확 느껴진다. 다차원적 국가 인도의 미래 모습 역시 이렇게 고만고만한 유럽 도시풍으로 바뀌겠구나...

버스터미널은 우리나라의 고속 버스 터미널과 비슷한 구조였다. 처음으로 보는 신식 터미널 구조.  플랫폼이 있고 버스의 목적지를 걸어 놓은 판이 보이고, 버스 또한 지금까지 보던 버스와 너무나 다르다. 심라로 가는 토이트레인은 칼카라는 소도시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칼카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야 한다. 칼카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멋진 터번을 두른 시크교도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분 말씀이 나중에 꼭 카슈미르주에 있는 암릿챠르를 꼭 가 보란다. 암릿챠르는 시크 교도의 본산인데 그곳의 명소 골든 템플에서는 무료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 안 것인데 이곳 골든 템플은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이 모이는 순례자 숙소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지만 숙소는 깨끗하지는 않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여행의 맛이니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칼카

8시 정도가 되어서야 버스는 칼카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칼카 역까지는 매우 가까운데도 릭샤꾼들이 타라고 권한다. 괜찮다는 손짓을 몇 번이나 하며 칼카 역에서 다음날 아침 출발하는 열차표를 구했다.

이곳 칼카에는 유난히 시크교도들이 운영하는 집들이 많다. 시크 교도들은 상업에 능통하고 크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으며 영어를 잘해 믿을 만하다. 이날 밤엔 어느 시크교도가 운영하는 숙소에 짐을 풀고, 혹시나 몰라 다음날 아침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한다고 일러두니 아침에 깨워 주겠다고 한다.

칼카는 아주 작은 가촌이다. 길을 따라 건물들이 늘어서 있으며 음식점도 많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많은 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고 거리를 둘러보는데는 1시간 정도밖에 안걸렸다. 식사를 하려고 들어간 곳에서 음식을 주문하니 너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다소 비싸다. 이게 웬일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 사람들은 음식을 시킬 때 꼭 HALF 라는 말을 덧붙인다. 아, 반을 시켜도 되는 것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