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인도여행 - 여행을 시작하며


인도를 여행하고자 하는 마음은 딱히 없었다. 그저 경아씨(집사람)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고, 나는 여행이 싫다고 하고, 이런 논쟁 끝에 내가 정한 곳이 인도였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던 곳이기도 하고, 오쇼,파파지,마하리쉬 등 세상 많은 스승들이 있던 곳이기에 그나마 마음이 끌리는 데가 그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전, 경아씨는 무지 많은 준비를 했다. 비행기표에서부터 가보고 싶은 곳들, 열차타는 법, 주의해야 할 것 등등.. 하지만 난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그저 출발하기 하루 전까지 일반적인 생활에 젖어 있었을 뿐. 인도도 사람 사는 곳이려니.. 거기에서 사는 법은 금방 찾을 수 있으려니.. 이런 생각으로 널널하게 있다가  막상 떠나기 전날에 열차 시각표 보는 법과 인도에서 쓸 수 있는 힌디어 몇 가지를 챙긴 게 전부였다.

2001년 12월에 시작한 23일간의 무대책 배낭 여행.

인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다른 서양 국가들에 비해 사람 사는 향기가 무척 짙은 나라다. 마치 자연의 일부분처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많은 힌두교인과 동물들, 선진국 못지 않게 부유한 삶과 사치를 누리는 일부의 부유층들, 자연속에 살고 있지만 종교적인 인간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식하려 하며 살아가는 무슬림과 시크교도들. 이런 사람들이 하나의 "인도"라는 집단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다. 종교적인 조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쟁을 통해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갈라졌고, 남아 있는 다차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여행책자에서 주의하라고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소매치기, 도둑, 사기, 시간이 잘 안맞는 교통수단, 각종 질병들과 안맞는 음식들. 하지만 인도 역시 우리와 같은 사회일 뿐인 것을. 일반적인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아니 우리보다 훨씬 도덕적,인간적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그곳인 것을...

어떤 나라에서 100명중 4-5명이 도둑이나 사기를 당했다고, 1000명중 한명이 죽임을 당했다고 그나라를 도둑놈과 사기꾼, 살인자의 나라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주의는 해야 하겠지만, 지나친 주의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일단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마음을 열지 못하는 데서 오해가 싹트고, 무지와 오해에서 다툼이 있는 법이다.

데몰리션 맨 이라는 영화를 보았는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정규 시민들은 욕도 못하고 착한 마음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 물론 미국 영화의 히어로 실버스타 스탤론은 그런 상황을 비인간적이라고 보고 그 사회안의 반체제 인사 - 욕도 하고 쥐고기 햄버거도 먹는다 - 를 선동하여 사회를 뒤집어 놓았지만.)
인도인이 꼭 그런 사람들이다. 캘커타나 델리 등 유명한 관광지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지방 도시의 그들은 순박하고 어린 아이 같다. 아니, 어린아이 같기를 종교(힌두)적으로 강요받는 듯 하다.
술도 안먹고, 꼬장 부리는 일도 없으며 내용이 뻔한 해피엔딩 일색의 영화에 웃고 울며, 되도록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는 그런 사람들이다. 사기를 치려고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으로는 그 속셈이 뻔히 보이는 그런 사람들.
그리고 사기를 치려다 안되면 금방 풀이 죽는 사람들.

이번 여행에서는 최대한 인도인의 입장으로 다니려고 했다. 어차피 그들의 눈에는 부자나라에서 온 거만한 여행자일 뿐이겠지만, 그런 선입견을 친절하고 이해하려는 행동으로서 잠깐만 깨 주면 오히려 마음을 쉽게 열게할 수 있는 단서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