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캄보디아여행 - 여행을 시작하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 역시 우연히 결정된 것이다. 원래 인도를 한번 더 가려고 했는데 인도 대사관 정책이 1년 이내에 비자를 취득한 사람에겐 비자를 잘 내 주지 않는다고 해서 작년에 인도를 갔다 온 우리로서는 인도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결정된 곳이 지구상에 남아있는 세곳의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중의 하나.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에 가려 하다 보니 근처에 있는 캄보디아 앙코르왓에 안 가 볼 수 없어 앙코르왓과 프놈펜도 일정에 넣었다. 어치피 호치민 공항에 내리느니 6만원 더주고 앙코르왓이 있는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 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베트남은 인도와 사뭇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쌀농사와 젓갈 문화권인데다가 우리와 같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문화가 있다. 게다가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대국 중국, 미국, 프랑스와 싸워서 이긴 역사를 가진 나라 아닌가. 또한 한국으로서도 타의에 의해 남의 나라를 침략할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상처를 가지고 있는 당사국 아닌가.

결과적으로 베트남 역시 자본주의에 물들어 가는 중국의 길을 따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주의 모습이라면 하노이 호치민 묘역에서의 황당한 검문검색에 줄서서 들어가야 하는 묘역 등등.. 북한도 이렇겠구나 싶다. 묘역 밖의 자본주의화된 거리풍경과 삼엄한 경비안에서 박제가 된 고 호치민 주석. 사회주의국가의 자존심은 보이지 않고 호치민 주석의 우상화에 자본주의 물결이라. 언발란스다.

하지만 이번 베트남 여행의 테마는 '쉼' 으로 정했다. 무엇을 알고 찾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닌, 그저 그나라에 가서 투어리스트로서 사람들을 피상적으로나마 보고 이야기하고 먹고 자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역시 이번 여행에서도 경아씨가 비행기 표 예약 등 사전 준비를 다 했고, 나는 아무 준비도 없이 따라가기만 했다. 어차피 테마가 쉼 이었기에.

하지만 여행 중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최소한 그나라 역사와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알고 가야 뭘 봐도 이해할 수 있고 사람들하고 조금이라도 친밀한 관계를 맺을 것이 아닌가. 그 한 부분이 후회가 된다. 심지어는 환율 조차도 모르고 간 여행이었기에.

여행하시는 분들은 최소한도 그나라의 역사와 간략한 일상 회화 정도는 알고 가시기 바란다. 환율이야 금방 알 게 되었지만 여행내내 벙어리처럼 다니다가 숫자 읽는 법을 배워 여행 말미에 그나마 말이 통했던 게 정말 기뻤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여행에서도 새삼 느낀 것이 안전의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도 그랬지만, 차에 매달려 타고가기, 기차 출입구에 매달리기, 보트 지붕에 올라타고 여행하기, 차와 자전거,오토바이의 홍수 속을 헤엄치며 길 건너기...등등.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여행 가본 나라에서는 사고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간단한 접촉사고인데, 사고 당사자들도 모두들 그러려니 하고 툭툭털고 그냥 간다.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부딪힌 사고다운 사고 하나를 보았는데, 팍! 하는 소리는 제법 컸고, 사람들도 신경질적으로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몇 마디를 나누더니 서로 어깨를 툭툭 치며 그냥 헤어진다.

우리 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 우리나라는 너무나 안전에 대해 많은 것을 나라가 개입한다. 일일이 벌금도 물리고. 사람들을 어린아이로 본다는 생각도 든다. 그냥 두면 알아서 조심할 것인데, 그리고 그렇게 서로 조심하면 사고도 안나는 것인데, 청소년 보호법을 필두로 그렇게 많은 안전규정을 강제하는 우리나라가 각종사고율 톱 랭커라는 게 어째 관련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