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2003중국여행 - 서울에서 속초로
|
새벽에 일어나 엄마 집으로 가서 택시를 대절해 타고 고속터미널로 갔다. 점심에 속초에 도착하여 여객터미널로 직행. 깨끗하지만 생각보다 작고 뭔가 시골스러운 분위기이다. 사람도 별로 없다. 동춘페리가 적자라더니 뭐 이렇게 썰렁한가 싶다. 출발 1시간 전쯤 되어서야 사람들이 꽤 보이기 시작한다. 페리에 오른 뒤의 느낌은 배가 무지 낡았고 별로라는 것. 배의 윗부분은 어찌나 녹이 슬었는지 이것이 혹시 바닥이 쪼개지지 않을지 배가 제대로 갈 수 있나 싶을 지경이었다. 일본 여행을 다녀 온 직후라 두 페리가 더욱 비교가 된 듯하다. 4인실도 많이 낡았고 에어컨은 조정 불능으로 계속 찬바람이 나온다. 여행 초반에 몸의 상태가 나빠졌던 결정적 이유가 이 냉방 때문이었다. 배 갑판과 여기 저기를 구경하며 시간이 상당히 경과한 후에 배가 출발했다. 배를 끌어내고 밀어 주는 작은 배의 모습이 배행기를 후진 시켜 주는 작은 차를 연상하게 했고 신기했다(러시아 쪽에서 출발할 때도 똑같은데 재미있다). 배가 그렇게 낡았다 해도 일단 출발하고 나니 동해의 시푸르둥둥한 짙은 청색 바다와 시원하면서도 싸늘한 바람은 역시 상쾌했다. 아름답게 지는 노을과 배 앞머리에 서서 바라보는 끝없는 바다를 보며 어스름 저녁을 맞이했다. 동해에 돌고래가 나타나는 것을 직접 보고싶어 했던 미옥 언니는 이 녀석들을 한번 보기를 고대했다. 운이 좋게 작은 돌고래 세 마리가 퐁 뛰어올라 배 앞전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잠깐이지만 바램을 이루었다. 저녁 어둠 속의 갑판도 조용하고 아름답다. 바다는 잔잔하고 깊고 짙다. 저녁 식사는 정말 별것도 아닌 메뉴를 오천원 씩이나 주고 먹어야 했다. 이 배를 탈 사람은 간식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배의 상태나 써비스 모든 면이 80년대 초반 분위기다. 80년대 중반 제주도 가는 페리도 이보다 훨씬 좋았다. 좋게 말하면 참 서민적이라고 해야 할지, 어찌 보면 이런 정도 수준의 배를 운행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는 듯하여 의미있는 노선이 방치되는 느낌이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배의 선실 중 중국에 가는 패키지 여행팀은 주로 넓은 광장같은 방에서 잔다. 중국 훈춘에서 백두산 들어가는 코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구할 수 없었던 터라 좀 불안해서 백두산 패키지를 온 울산팀 가이드에게 우리 넷도 끼워달라고 섭외를 하는데 이것은 여행 중 가장 큰 실수가 된다.
어쨌든 동해의 밤도 깊어 잠을 청했다. 밤 1시 반 경, 배의 흔들림에 민감한 나는 화장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덜커덩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우리 4인실은 다른 4인실과 중간의 화장실을 같이 쓴다. 내려가 문을 닫은 후 흔들림에 잠이 오지 않아 백두산 관련 내용을 3시까지 보다가 잠이 들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