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중국여행 - 심양,장충,하얼빈

심양,장춘,하얼빈 / 2003년 8월 15일 (금)

6시 30분에 일어나 짐을 싼 후 7시 45분에 심양역에 도착했다. 신기하게 입구부터 공항처럼 짐 검색을 한다. 엄마 짐이 없어져서 누가 들고 갔다고 난리가 났다. 언니가 위로 뛰어 올라 가보고 했는데 결국 짐 검색대 안에 끼어 있던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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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같이 복잡한 역 내부를 돌고 돌다가 겨우 시간 맞춰 기차를 탔다. 자리는 떨어져 있었으나 양해를 구하고 4인이 모여 앉았다. 창 밖의 풍경은 끝없는 옥수수 밭뿐이다. 지루해서  졸음 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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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언니와-엄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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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홍어맛_곯은_달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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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반만에 장춘에 도착했다. 나오다가 엄마가 조선족 할머니를 발견했다(엄마는 조선족을 찾아내는데는 늘 놀라운 솜씨를 발휘한다). 결국 할머니의 동생인 할아버지께 부탁드려 하얼빈 가는 표를 끊었다. 이 분은 꽤 부자처럼 보였는데 줄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가 표를 끊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노인을 공경하는 풍토인지 워낙 있어 보이셔서 모두들 가만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덕분에 겨우 40여분을 기다려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개찰구가 열리자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모다 뛰기 시작해서 우리도 무조건 죽어라 뛰었다. 과연 중국은 사람 수로 승부한다. 어떻게 이리도 사람이 많은지. 자리도 없는 입석표(진짜 중국 서민이 타는 차) 였는데 그 와중에도 해안이와 엄마는 마주보는 6인석에 앉게 되었다. 같이 가는 4명은 한족 총각들인데 착하고 순박해 보이는 얼굴의 노동자들이었다. 17살이라는 남자애가 슬그머니 자리 밑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누워 잤다. 우리에게 자리를 비워 주려고 했던 듯하다. 덕분에 언니와 교대로 앉게 되었다. 웃통 벗고 있던 옆자리의 총각과는 어리버리한 한자로 몇 가지 대화를 했는데 치치하얼빈까지 간단다. 총각은 해안이를 몹시 귀여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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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북경_치치하얼빈_열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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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한참 자고 나오자 이번에는 이 총각이 슬그머니 일어나 문 쪽에 가서 서더니 우리에게 계속 앉으라고 한다. 자리에 앉아 도시락도 사먹고 바깥의 끝없이 펼쳐진 벌판도 바라보며 편하고 기분 좋게 여행했다. 엄마는 고마워서 애에게 하드를 사주었다. 한족 서민들은 마음이 참 순수하다.

0815.하얼빈_역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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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역에 내려 기차 플랫폼을 사진으로 남겼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역사적인 장소이다. 하얼빈이 어떤 곳인지 꼭 와보고 싶었다. 겨울에 빙등제 할 때가 성수기이지만 그 추위에 이곳에 올 생각은 없다. 바깥으로 나와 매표소로 가서 등발 좋은 한족 아저씨에게 무조건 연길까지 침대차를 끊어 달라고 졸랐다. 정색을 하고 한참 거절하더니 결국 부인을 시켜 끊어주었다. 우리의 말을 잘못 이해했던지 엄마만 좋은 침대차로(연와, 157원) 끊고 우리는 일반 침대차를 끊어 줬다(경와, 93원). 나와서 역 앞의 천축빈관이라는 고층 빌딩, 별2개 짜리 호텔을 잡았는데 지금까지 여행 중 가장 좋은 숙소이다(3인실-240원). 매우 깨끗하고 고풍스럽다.

저녁 식사는 주변의 조선족 식당에서 했다. 하얼빈 역에서 산 지도를 보고 '아동공원'이라는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길도 넓고 깨끗한 북구의 도시이지만 매연이 보통이 아니다. 잠깐 만 걸어도 피곤하다. 오래 전부터 국제적인 도시였기 때문에 고풍스런 건물과 새로운 건물들이 으리으리하다.

0815.빙등제_상징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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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아동공원의_노인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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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당아욱.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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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다알리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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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공원은 애들 놀이시설이 있는 전형적인 시민공원이다(7원). 복잡한 도심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는 곳이어서 배드민턴도 치고 악기 연주, 칼춤, 포크 댄스 등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도 같은 주민이 된 듯 했고 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해안이는 플레이 월드에 들어가고 엄마는 한족 아줌마와 배드민턴을 쳤다. 언니와 나는 주변을 거닐며 구경을 했다. 바닥에 콘크리트가 쳐진 작은 내는 물이 없었는데 위쪽에 물을 가두어 배를 뛰우고 있었다. 건너편에는 높은 정사각형의 빌딩 같은 아파트가 여러 채 서 있었는데(매우 큰 평수의 아파트로 우리와 다르게 4면을 향하고 있다) 부자들이 사는 아파트 같았다. 이곳 사람들이 공원에 많이 오는 것 같다.

걸어서 오다가 하얼빈 맥주(2)와 음료를 사고 숙소로 왔다. 이 맥주는 깔끔하고 맛이 있어 나중에 류선생을 사다 줬다. 우리 방은 고층이어서 하얼빈역이 잘 내려다보인다. 서울역의 세배 쯤 되는 규모가 아주 큰 역이다. 바로 이곳에서 중국 사람에게도 이로운 일을 안중근 의사가 했건만 그런 일을 했다는 팻말하나도 없으니 얼마나 안타운지.

오늘은 광복절이다. 한때는 우리 땅이었던 요녕성의 성도 심양, 길림성의 성도 장춘을 거쳐 흑룡강성의 성도 하얼빈에 이르렀다. 예전에는 만주 벌판이었지만 이제 온통 끝없는 옥수수밭이다. 어쩌다 이렇게 날짜도 광복절로 딱 맞았는지. 일정이 짧아 포기하려고 했었던 하얼빈에 결국 오게 되었다. 내가 꼭 와 보고 싶었던 곳이어서 기쁘고 뿌듯하다. 이국적인 이름과는 달리 역시 또 다른 큰 도시일 뿐이지만 우리에게는 의미가 깊다. 결국 안중근의 소원대로 일본으로부터 나라를 되찾았지만 우리는 분단이 되었고 남쪽은 미국에 사대하는 나라가 되었다. 3성을 가로질러 이곳에 도착하여 하얼빈 역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