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 / 2003년 8월 18일 (월)
4시 15분 기상, 4시 37분에 연길에 도착했다. 역에 나와 화장실에 가고 세수도 하고 나갈 차비를 했다. 연길 역은 작은 역이다. 역앞
죽집에서 이른 아침이지만 죽을 사먹었다(1원 씩, 반찬 2원). 짐 맡기는 곳에 모두 맡기고 용정 가는 버스(15원)를 타러 걸었다. 연길은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이니 동포들이 많다. 아무나 잡고 우리말로 물으면 된다. 중국말이 들리는 경우가 적다. 주로 엄마가 물어 보는 일을 하셨다.
작은 미니 버스를 타고 용정에 도착했다.
다시 조선족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왕복 40원) 일송정이 있는 산에 올랐다. 윤동주의
시비도, '선구자' 노래비도 만든 지 얼마 안 된다. 해안이에게 기념으로 이곳에서 발간된 운동주 시집(20원)을 사 주었다. 시의 북한식 말투가
재미있다.
우리가 노래로 부르던 '푸른 솔'은 없어진 것을 얼마 전 새로 심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워낙 많이 오니까 모든 것이
빠르게 정비되고 상업적으로 변했다. 별 볼 것도 없는데 입장료가 30원이니 상당히 비싼 편이다. 아침이라 사람도 없어 정자에 올라 용정의 풍경과
굽이쳐 흐르는 해란강을 구경했다. 강은 생각보다 작지만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넓은 벌판에 펼쳐진 논과 멀리 있는 산들이 보기 좋게 어우러져
있다. 야생화도 많아 언니와 함께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택시로 용정시에 와서 시장에 들렀다. 일제시대에 어려운 삶을 꾸려 가며
독립투쟁을 했던 역사적인 곳이 용정이다. 시장에도 조선족이 많았다. 어디서나 우리말이 쉽게 통하니 돌아다니기가 편했다. 천연 송이버섯이 무척
싸지만 사갈 수가 없으니 그림의 떡이고 순대, 돼지껍질 무침, 도넛 등을 샀다.
버스를 타고 다시 연길로 향했다. 동포 아저씨를
만나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타고 연길에 도착했다. 왕청에 가면 유원지가 볼만하다 하시며 우리를 버스에 태워 주셨다(15원). 가서 '허 아바이'를
찾아 자기 얘기를 하면 알아서 잘 해줄 거라고 하신다.
배추구에 도착하여 다시 택시로 산 좋고 물 좋은 유원지에 내렸다. 말씀대로
첫 마토에서 '허 아바이'를 찾았지만 한달 전에 어디를 가셨단다. 곰살궂게 점심이나 먹으라며 조선족 할머니가 전망 좋은 정자에 자리를 펴주고 떡
벌어지게 차려왔다. 옥수수 찐 것, 달걀 삶은 것, 토마토 등도 푸짐히 내와서 인심 좋다고 감탄하며 고맙게 먹었다. 애써 주신 걸 남기기도
미안해 주섬주섬 남은 것을 싸고 값을 계산하려는데 103원을 부른다! 시키지도 않은 옥수수, 찐 달걀, 토마토 등도 다 계산하여 폭삭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우리가 먹은 주식은 고사리무침, 된장찌개, 밥 4개, 더덕구이 뿐이었다. 등쳐먹는 조선족을 그것도 여행 막판에 또 만난거다.
시키기 전에도 가격을 물었는데 싸다고 걱정말고 먹으라 하더니 이럴 수가! 시키지도 않은 것을 주면서 왜 많이 받느냐고 항의
해보았지만 상대 할머니는 고단수이다. 결국 80원 씩이나 냈다. 속이 쓰리다. 왕청 배추구 유원지 식당, 조심해야 한다. 항상 명심할 것은,
착한 조선족과 한 몫 잡으려는 조선족이 있는데 사기꾼은 아주 소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강에 내려가 보트를 타려니까 400원이나
내란다. 아래로 내려가 건너편 산에 데려다 주면 능선을 타고 오르는 코스이다. 뭐 경치를 감상하고 그런 수준인데 우리나라에 좋은 곳이 이보다는
더 많다. 한마디로 별로인 이곳에서 한국 사람을 보더니 모두 봉을 본 듯 난리다. 타지말고 돌아가기로 하고 택시를 기다렸다.
그때, 단체로 놀러와서 물가에서 점심을 드시던 조선족 할머니가 헐레벌떡 뭔가를 들고 우리 쪽으로 뛰어 오셨다. 우리가 물가에서
서성이는 것을 보았는데 밥을 먹은 것 같지는 않고 애도 있어서 걱정이 되셨단다. 음식을 싸 가지고 뛰어 오신 것이다. 자기 딸도 한국에 가서
돈을 많이 벌어 왔다며 반가워하신다. 동포인 듯 보여서 가져 왔다면서 어서 가져가라고 하신다. 점심을 먹었다는 얘기는 못하고 너무도 고마워서
반갑게 받았다. 찜찜했던 기분이 이분 덕분에 다 풀렸다. 이런 것이 본래 우리의 인심이 아닌가.
다시 연길로 돌아와 짐을 찾았다.
연길 역에는 백두산 가는 버스들도 많았다. 단체여행객들을 따라 다니며 바가지를 썼는데, 아예 이곳으로 와서 우리끼리 백두산을 가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다. 비용도 별로 안 들 것 같다.
훈춘 가는 미니버스를 탔다. 가는 길의 경치가 얼마나 좋은지 이런 곳에서 놀지 뭐
하러 왕청까지 갔을까 후회가 될 지경이었다. 산도 많고 공기도 맑다. 다시 우리나라에 온 느낌이다. 훈춘에서는 깨끗한 '회청빈관'에
들었다(170원).
나와서 시장 가는 길을 묻다가 젊은 아저씨를 만났는데 자기도 한국 가서 7년간 일을 했었다며 반가워한다. 주변
시장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었다. 내일 아침 세관까지 갈 차도 직접 소개해 준단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꼬치를 사먹는 것을 구경했다. 이곳은
'뀀섬'이라 불리는 꼬치집들이 많고 개고기 집들도 눈에 띈다. 수퍼를 두 군데 들렀고 포도주와 여러 가지 물건들을 기념으로 샀다. 저녁은
용정에서 장본 것과 조선족 할머니가 주신 것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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