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중국여행 - 여행을 시작하며

여행을 시작하며

근 일년 만에 게으름을 떨치고 일어나 분연히 중국여행기를 쓰려 한다. 나처럼 게으른 아날로그 인간이 홈페이지를 갖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주제넘은 일인 듯하다. 책을 붙잡는 것이 언제나 편안한 일상이지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영 열심히 되지를 않는다.

어쨌거나 분기탱천, 시작은 반이다. 내가 썼던 그 때의 일기를 바탕으로 글을 쓰려 한다. 이 여행은 백두산 들꽃을 보고 싶어한 미옥 언니, 나, 엄마, 아홉살 딸 해안이까지 4명이 했다. 영어가 안 통할 것이라는 불안함,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고  책을 봐도 부족한 정보, 러시아를 거쳐 낯선 중국으로 들어간다는 막막함, 처음으로 남편 없이 배낭여행 초짜인 다른 두 사람을 이끌어야 한다는(해안이는 베테랑이니까 제외) 심리적 부담 등이 물론 있었다.

그러나 원체 사람이 좀 무식하고 무대뽀인 나는 덤덤하게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지, 말 안통하면 한자, 그것도 아니면 손짓, 발짓으로라도 해보자." 라고 생각했다. 뻔뻔해야 뭔가를 겁 없이 저지르는 것이다.

어쨌든 여행준비는 속초에서 떠나는 동춘페리를 예약(1인 326.400원-4인실, 어린이 50%)하고 중국비자, 러시아 통과비자(총 7만원)를 미리 받는 것이 시작이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작업인 내가 여행할 지역에 대한 공부는 꾸준히 계속되었다. 고구려에 대한 자료, 책들을 읽고 필요하면 열심히 복사도 했다. 여행준비는 여행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잘 준비하면 그 정보가 곧바로 돈이 되고 편리함도 된다. 또한 나에게는 힘이 되는 정보가 있다는 든든함까지... 정보만이 살길이다. 그러나 준비가 좀 덜되면 어떠랴. 그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 우발적인 일들도 좌충우돌 여행의 재미이다.

중국은 고작 시아버지와 북경 패키지 여행 밖에 다녀 온 적이 없는 내가 서해 뱃길 보다 가격도 비싼 동해 길을 택한 이유는 이렇다. 우선 서해보다는 동해가 주는 시원한 느낌, 북한 땅을 접하며 국경선을 동쪽부터 쭉 훑어보겠다는 생각과 예전에는 갈 수도 없었던 코쟁이의 나라 러시아가 우리 바로 위에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 일인지... 우리나라는 고립된 섬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도 이웃한 외국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동쪽으로 접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여행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였던 백두산을 빨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는 길에 북한 쪽을 눈으로 계속 보아가며 여행할 수도 있다. 서해 뱃길은 앞으로도 중국 갈 때 우리가 많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해 길은 아무래도 앞으로 쉽게 선택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단하게 북한을 통과해 중국으로 쏙 들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틀 동안 가야하는 번잡함 없이 말이다. 사실 백두산은 다른 나라를 거칠 필요없이 북한에서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제 한때는 우리의 땅이었던 광활한 만주벌판, 동북 3성 고구려 땅으로 우리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