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이 페이지는 단순한 여행 앨범이랍니다. *^.^*

 

[여행을 시작하며]

이번 여행은 아버지를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일년 중 여름은 아버지와 함께 짧은 패키지를, 겨울은 경아씨랑 해안이랑 같이 배낭여행으로 한다는 마음을 세워 두었었지요. 일본으로 가는 길은 뱃길을 이용했습니다. 가는 데만 하루. 하지만 배 여행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일단 편하지요... 침대에 누워서 가니까요.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 비행기보다 훨씬 나은 점이며 배 타고 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됩니다.

우리들은 여행박사의 5박6일짜리 스케쥴을 44만원에 다녀왔습니다. 가이드 팁은 강제된 것이 아니었지만 정말 소량(1일당 5000원 정도로요) 주었구요, 하지만 가이드는 매우 열심히 이끌어 주었답니다.

일본은 생각보다 이국적이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무척 똑 같군요. 거리모습부터 사람들 사는 모습까지도.

[음식]

일본 남부에 패키지로 가면 매우 부실한 식사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예로부터 남부지방이 척박하여(온천 위주지요) 찬거리가 없는 것에 기인합니다. 김치, 단무지, 간장 한 종지에 미소된장, 밥, 작은 반찬 한두가지의 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중부는 예로부터 수도가 있던 곳이라 음식은 푸짐한 편이었습니다. 매끼 배부를 정도로 먹었구요, 일본의 요새 트렌드인 뷔페식 고기구이 식당에서는 정말 배터지게 고기를 구워 먹었답니다.

[물가]

비싼 줄 알고 있지만 버블 경제의 붕괴로 불황이 심합니다. 결국 백엔샵(우리나라 천원점이죠?) 이 성행하고 있으며 각종 물가 또한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두배 정도 비쌀까요? 엔 가치가 10배인 것을 비교하면 크게 비싸게 느낄 정도가 아닙니다. 한국에서의 세일 헌터인 우리들도 물건에 따라 쇼핑 할 만 한 것이 있더군요.

그리고 백화점의 슈퍼마켓은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일본 제품의 가격보다는 훨씬 싸구요, 음식의 질도 매우 좋은 편입니다.

[교통]

우리가 가본 구석구석 도시고속도로가 있었는데, 통행료가 장난이 아닙니다. 짧은 구간(10km정도)의 통행료가 1000엔입니다. 우리나라의 10배입니다. 우리가 탄 버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톨게이트를 들렀으니 일본 현지인들의 입장으로는 너무나 많은 지출을 하게 되는 거겠지요. 일본도 경차에 대한 혜택이 있는지 몰라도 차는 대부분 경차였습니다. 우리에게 시사점이 있더군요.

[문화]

부럽습니다. 그들은 본토를 외국인이 침략한 적이 없으며 식민지의 아픈 경험도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목조 건물이 건재하고 있으며 전통 문화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본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만화 시마부장 에 보면 축제를 위해 애쓰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는데, 전통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무척 부럽습니다. 게다가 신사에가서 정말 정성껏 소원을 비는 젊은이들을 보면 옛 전통이 아직도 여실하게 살아있구나..라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나쁜 넘들! 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지만, 현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는 솔직히 부럽습니다. 우리는 비록 많은 침략을 받았고 식민지도 겪었지만 바로 우리 스스로 전통을 저 버린 것이 아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오사카성과 동대사는 인상적이었는데요,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본 봉건시대의 유적에 많은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일본의 불교는 너무 많이 변질되었다는 느낌입니다. 불교가 아니라 지방 정권 세력의 안위를 빌기 위한 사적 소유로 변했다는 느낌이 들며 우리나라와 같이 불교사원에서 신사에서처럼 소원을 비는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멋지고 거대한 절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지방 무사정권 세력이 세운 것으로 불교의 원 뜻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외]

우리가 묵은 호텔은 나고야 주니치 드래곤즈 홈구장 바로 옆이었지요. 오기 전날 주니치 홈 경기가 있었나 봅니다. 호텔에서 와! 하는 함성 소리가 들렸고 조금 있다 슈퍼마켓에 가 보니 쥬니치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쇼핑을 나온 것이 보였습니다. 똑 같더군요. 인상이나, 거리나, 문화적으로나 이렇게 특성이 같은 두 민족이 왜이리 역사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에 서야 했던가... 가슴 아픕니다. 지배자의 논리에 갖혀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의 위치에 서야만 했던 일본 민중들이 불쌍합니다.

제가, 우리나라에 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나라의 잘못을 참회 하듯이, 일본에서도 지배자의 잘못으로 인해 가해자의 위치에 서야만 했던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참회를 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지배자와 지배자의 논리에 맞춰 춤추는 자들이 만든 업보입니다. 이것이 언제 해소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