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1일째. 몽골로

 

7월 29일 (목). 몽골로

  • 오늘의 일정!
    공항 - 울란바타르 - 숙소

아침 6시에 일어났다. 며칠 간 집을 정리해왔지만 한번 더 마지막 정리를 한다. 물통에 먹는 물도 담아 놓고 베란다 화분도 다시 본다. 밥 먹고 7시 40분경 잠깐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 보니 8시 20분이 되어버렸다. 8시에는 일어났어야 했는데... 모두 깨워 준비를 하고 8시 45분에 나왔다. 류선생은 산본에서 내리고 아쉬워하는 딸 해안이와 범계역에서 헤어졌다.

막 도착한 버스를 탔는데 과천고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을 만났다. 혼자 북유럽에 가신단다. 여러 가지 얘기를 계속 하시니까 혼자하는 여행 같지 않다. 10시에 공항에 도착하여 표를 받고 일찍 들어갔다. 11시 반까지 게이트에 가면 되는데 구경할 것도 별로 없다. 남편과는 항상 담배 가게에 갔기 때문에 그곳을 먼저 기웃거리게 된다.

11시 40분에 기내에 들어왔다. 12시 5분 출발인데 시간이 훨씬 넘어도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잠시 후 기술적인 문제가 있으니 짐을 두고 다 내리라고 한다. 밖에서 기다린지 2시간이 지나니 만 원짜리 점심 쿠폰을 준다. 마지막 한국음식이려니 하면서 백제 갈비에 가서 고추, 양배추까지 꼼꼼히 챙겨가며 천천히 먹었다. 화장품 코너에서 화장품도 발라보고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와 책을 보았다. 비행기 브레이크를 고치기 위해 울란바타르에서 나카타로 떠나는 비행기가 부품을 싣고 3시에 떠났단다. 6시에 도착하면 7시경 떠날 예정이란다. 몇 사람은 따지고 난리를 쳤지만 결국 보상은 없을 거라 한다. 공항이 추워서 잠시 기내에 들어가 긴 팔 옷을 꺼내왔다. 누워서 손수건 덮고 잠깐 잤는데 추워서 깼다. 엎드려서 몽골책을 이 잡듯 다시 본다. 쐐하게 추워지며 콧물이 나는 것이 감기 기운이 든다. 초반에 감기가 들면 중국여행처럼 고생을 하게 되는데 걱정스럽다. 온갖 불만을 토하는 사람들 속에서 바깥 비행기 구경을 하였다. 5시 반에 미아트 몽골 항공기가 도착하여 부품을 내려놓고 1시간 후 떠났다. 초반 감기기운을 잡으려고 고춧가루 넣은 따듯한 국수 한 그릇을 약처럼 먹고 6시 45분에 돌아왔다. 모두들 브레이크 패드 바꾸는 것을 열심히 지켜보고 있다.

고치는 과정이 순조로와 우리는 무사히 7시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7시 반에 비행기가 출발했다. 옆자리에는 화려한 차림과 향수냄새가 나는 몽골아줌마가 앉았다. 47세의 투멘은 사업가인데 알아듣기 힘든 영어이지만 그럭 저럭 대화가 된다. 10형제 중 여덟째이며 4자녀의 엄마로 몇 년 전 남편은 돌아가셨다. 남편과 아들 사진도 보여주었는데 남편은 인상이 참 좋다. 회사 사장인 이 아줌마는 세련되고 돈이 많아 보이는 분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거래한다. 한국에는 거의 한 달에 한번씩 온단다. 울산, 수원에도 오는데 한국이 참 좋다고 한다. 아이들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갔다 왔다. 18살에 고교 졸업 후 러시아 학원에서 17살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고비 사막 쪽 열차 엔지니어를 했었다.

사업가로 22년째. 보여주는 여권에는 각 나라의 도장이 많이 찍혀있다. 일이 바빠 애들은 알아서 컸고 자상한 남편이 많이 도와 주었다. 몽골 남자들은 한국남자 보다 여자들을 잘 도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능한 사람들이 많단다. 자기가 나의 첫 번째 몽골친구냐고 하면서 정 있게 대해 주어서 서로 전화번호도 주고받고 나중에 한국에 오면 초대하기로 했다. 베지테리언이라더니 한국음식은 된장찌게, 삼겹살 모두 좋단다. 야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인가 보다. 식사로 비프 누들과 치킨 밥이 나왔는데 고추장까지 싹싹 다 비우며 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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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반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를 하며 몽골은 한국과 여러 가지로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와 비슷한 속성들이 많이 있다. 공항에 내리면 숙소까지 태워 준단다. 푸르공GH에서 픽업해준다는 부산선생님들을 따라갈까 홍고르GH에 간다는 다른 팀을 따라갈까 고민하다가 아줌마 차를 타기로 했다. 아줌마의 짐을 찾으려고 같이 기다리다가 11시 30분이 되었다. 조카가 자가용을 가지고 나왔다.

비가 내리는 19도 정도의 추운 가을 날씨, 긴 옷을 입었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두운 거리를 30분 가량 달려서 시내에 도착했다. 지도에 나오는 대로 광장 옆 몽골은행과 미아트 사이의 골목을 다 뒤졌으나 UB GH는 안 보인다. 결국 투멘이 전화로 위치를 파악했다. 빈 침대가 없단다. 이번에는 홍고르GH로 걸었는데  자기네는 GH가 아니라 아파트 렌트라고 횡설수설한다. 결국 아무데나 싼 호텔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첫 호텔은 어둡고 몹시 낡아 다시 건너편으로 갔다. 10달러 라는데 아까보다 낫다. 이것도 감지 덕지다. 3만원 이상 5,6만원을 써도 오늘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투멘이 같이 방에 가서 봐주었다. 내일 10시에 시간이 나니까 자기가 데리러 와서 UB까지 태워다 준단다. 아침에 일찍 나갈 생각이었는데 성의가 고마워 거절할 수가 없었다. 벌써 1시가 되었는데 이렇게 나를 돕는 것도 이분의 운명이려니 생각하기로 했다. 늦은 시간까지 얼마나 친절한가. 미안하면서도 참 고마웠다.

투멘이 돌아가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목욕탕은 무지 찬물만 나와서 대충 씻고 일기를 썼다. 작은 방이지만 괜찮은 편이다. 울란바타르에 온 느낌은 그저 자연스럽다. 내 집처럼 편할 수는 없지만 어느 나라 어디에 가 있건 느낌은 비슷하다. 여기가 정말 이름도 멋진 '붉은 영웅' 수흐바타르를 뜻하는 울란바타르란 말인가. 투멘은 이곳에 뭘 볼 것이 있어 왔느냐고 했다. 내일 아침은 산책으로 시작하자. 이곳은 '서울거리'와 가까운 어딘가 이다. 방은 냉방장치가 된 듯 춥고 스산해서 긴 팔 옷을 입고 자야한다. 오늘 비행기 기내식 후식으로 쵸코 파이가 나온 것이 특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