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2일째. 울란바타르, 가쵸르트

 

7월 30일 (금). 울란바타르

  • 오늘의 일정!
    숙소 - 시장 - 박물관 - 간단사원 - 자이승 기념관 - 가쵸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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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에 일어났다, 밖이 매우 쌀쌀하다. 창 밖으로는 허름하게 보이는 양철 담들, 약간 녹슨 집들의 모습이 마치 거꾸로 거슬러 시간여행을 온 느낌이다. 5,60년대의 우리나라가 이랬을까 싶다. 8시 반까지 있다가 9시에 짐을 다 싸두고 산책을 했다. 도시 동쪽의 한적한 마을이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모습, 초원이 불쑥 솟은 듯한 특이한 민둥산은 산 위쪽에 만 나무가 자라서 몽골사람 옛날 머리 같다. 춥지만 해는 쨍하고 북구의 여름 분위기이다. 작은 가게에는 딱딱한 빵과 한국의 컵 라면 등을 파는데 보지도 못한 이상한 상표들이다. 다시 숙소를 지나 반대편으로 가서 버스 정류장과 다른 가게들을 구경하고 10시쯤 돌아왔다.

호텔 여직원은 이상한 영어로 몽골식 아침을 먹겠느냐고 상냥하게 묻는다. 빵과 스프 등이 나온단다. 먹고 싶었지만 친구가 곧 올 거라서 못 먹는다고 했다. 커피를 한잔 가져다 준다. 투멘이 10시 15분에 와서 다시 시내로 갔다. 환전도 같이 해주고 UB에 갔다. 주인이 어젯밤에도 방이 있었단다. 직원의 착오였다고. 바로 10분전에 테를지 팀이 떠났고 이 팀이 모레 고비에 간단다. 다른 팀이 꾸려질 때까지는 테를지에 가기도 어렵다. ?스굴이나 고비는 각각 7일 씩 걸린단다. ?스굴은 시간이 없어 비행기를 타고 다녀와야 할까 싶다.
일단 침대를 하나 잡았다. 25달러나 하는 테를지 여행 가격을 본 투멘은 비싸다면서 오늘 저녁 자기랑 가자고 한다. 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당장 테를지에 갈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뿐이다. 반갑고도 고마웠다. UB사장도 투멘과 전에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어 서로 아는 사이다.

방에 짐을 두고 이곳에서 받은 지도와 책자를 들고 혼자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2000TG). 이곳에서 선생님 부부를 만나 UB 명함을 준다는 것이 실수로 투멘의 명함을 주어 버렸다(나중에 다시 받았다). 이 박물관은 거대한 공룡 화석으로 유명한 곳인데 사진 찍는 비용이 비싸서 안 찍었다. 전반적으로 허름하다. 국립박물관도 허름하기는 마찬가지이다(2000TG). 한때는 대국이었던 이 나라가 왜 이 정도의 시설 밖에 갖추지 못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한마디로 별로 볼 것이 없다. 칭기즈한에 대한 것도 별로 없다. 그 유물들이 다 사라져 버렸는지 파괴되었는지 모르겠다. 사회주의를 거치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 싶다. 칭기즈한은 한때는 제국주의자 취급을 받다가 요사이 민족주의자, 몽골 자존심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기념품점에는 양 관절뼈로 점치는 재밌는 도구가 있었고 겔 모양의 작은 집, 열쇠고리 등이 있다. 전통신발 모양의 열쇠고리 두 개를 샀다(1개 700TG). 입구에서 금정중 애들을 만났다. 서로 놀랐다. 선교회를 통해 왔다는데 작년 우리 반 녀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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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서 터키 레스토랑을 찾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시내는 한적한 편이다. 인구가 전체 240만 밖에 되지 않고 많은 수가 이곳에 산다는데도 이렇다. 길가에서 수박 한쪽과 자두 1개를 사먹었다(100원 씩). 식당을 영 찾지 못해 중국식당에서 물어 보니 갑자기 조선족 아저씨를 데려 온다. 몇 달 전 일거리를 찾으려고 이곳에 오셨단다. 그 식당은 없다고 하길래 몽골 전통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했다. 일부러 나를 데려다 주시는데 내가 지나쳐 온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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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벅시글거린다. 글씨가 온통 몽골 말에다 영어도 못하니 무조건 몽골음식을 찾았다. 세 가지를 중 그냥 하나를 찍었다. 양고기를 맑게 끓여 놓은 국과 튀긴 빵 한쪽이 나왔다(1000TG). 국이 짜기는 하나 제법 구수하고 소고기 국만큼 맛있다. 게다가 빵도 훌륭하다. 다른 사람들은 만두도 그득 쌓아 놓고 먹고 야채, 고기와 밥이 들어 있는 음식도 시켜 먹는다. 다시 나와서 걷다가 큰 수퍼에 들어갔다. 무료 시음하는 홍차를 마셨다.
다시 간단 사원으로 가는 길. 하늘은 높고 맑지만 차에서 품어내는 매연은 영 괴롭다. 신기하게도 멀리 언덕에는 오보가 보인다(아마도 타지마할 오보). 주변은 이국적인 겔 풍경의 집들이 나무 담장 속에 있다. 이곳이 정말 수도일까 싶은 풍경이다. 허름한 집과 가게들은 50년대 분위기이다. 땡볕 속에 걸어 도착한 간단 사원은 상상 속의 웅장한 사원이 아니라 낡고 평범한 모습이었다. 만추차를 돌리는 것이나 스님들의 분위기는 라마교인데 별로 종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사회주의 시절에 탄압을 받아 사원이 거의 사라졌고 그나마 제대로 남았다는 것이 이 정도이다. 간단 사원도 사실 기본적인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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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존의 부처는 너무도 거대하여 20m 이상 되어 보였다. 밑에서 보면 어둡고 높아서 위가 안 보인다. 손이 4개이고 인도 풍의 분위기가 나는 부처이다(입장료 1000). 다시 금정중 애들을 만나 같이 사진을 찍었다.
오보가 있는 언덕에 올라가려고 길을 찾았으나 너무 멀어서 포기했다. 길가에는 말머리가 뒹굴면서 썩어간다. 컨테이너 시장 가는 길에 커다란 통에 든 마유주를 파는 행상을 보았다. 조금만 먹어보자는 시늉을 하니까 국자에 약간 퍼준다. 맛이 무척 시고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냉장 시스템이 없으니 더욱 시어진 듯하다. 장을 정화시켜주는 작용을 하는 요구르트 같은 술이다.

컨테이너 시장은 각종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규모는 별로 크지 않고 물건 별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고기를 파는 곳은 그 향이 허걱할 정도로 특이했다. 생고기 냄새가 더운 열기와 합쳐져 숨쉬기 어려웠다. 기념품 가게에서 작은 겔 모형을 샀다(1000). 걸으면서 길에서 파는 하드도 사먹고(200) 구경도 하며 백화점에 도착했다. 수퍼 밖에 볼 것이 없다. 화장품 가게는 온통 한국 제품이고 옷이나 가전 제품은 옛날 물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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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가 넘어서 다리도 꽤 아프고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투멘이 추천했던 캐시미어 가게에 들렀다. 염소 털로 만든 캐시미어 제품은 너무나 부드럽고 질도 괜찮지만 보통 5만원 이상하는 고가이다. 외국인이 가장 많은 곳이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니 투멘과 테를지에 갈거라 투숙할 필요가 없어 오늘 안 자겠다고 했더니 일단 체크인을 하면 2달러란다. 다른 침대도 비어있고 침대에 짐을 올려놨을 뿐인데 규정이 그러하다니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5시 반쯤 밖으로 나가 투멘에게  전화했더니 계속 회의 중이란다. 6시에 다시 통화하여 40분 후에 만나기로 했다. 거실에서 주인과 장기체류 중인 전라도 아가씨, 오늘 밤 떠나는 한국인 남자와 앉아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외국인들 오가는 것도 보고 자원봉사 왔다는 미국애가 2년 동안 생활한 사진들도 보았다.

한국인 주인은 10년 이상 이곳에서 살며 몽골인 아내와 꽤 돈을 벌었다고 한다. 무척 부지런하고 바쁜 사람이다. 눈치가 빨라 사람을 가려서 받고 실속있게 행동한다('쿨'한 특성 때문에 도움도 많이 되었다). 자기 나름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말하는데 몽골사람에 대해 꽤 부정적으로 말한다. 오기 전에 읽었던 책들과는 반대의 이야기들이다. 좀 뻔뻔하고 경우가 없으며 남 탓을 많이 한다는 내용이다(초원에서 늑대가 말을 습격하면 주인은 대장 말을 야단친다/ 세관원은 돈을 착복해 노골적인 부를 과시하며 벤츠를 몬다/ 새벽 3,4 시에도 수저나 돈 등을 빌리러 오는데 미안해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정확한 점수를 주면 욕을 먹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다/ 나도 보았지만 위층 애들이 뭔가를 뿌리고 놀아서 널어놓은 빨래를 다 망쳤다. 그래도 가서 뭐라고 하면 주인은 애들 노는 걸 가지고 왜 그러냐는 투로 말한단다/  한국사람들이 사업하러 와서 사기를 많이 당한다/ 소매치기나 나쁜 사람이 많아 밤거리는 특히 위험하다). 이런 쪽으로만 사람을 본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몽골에 와서 돈을 많이 벌고 있고 오래 산 사람인데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8시가 되어서야 투멘이 나타났다. 내일이 철도의 날로 매우 바쁜데 나를 위해 무리해서 시간을 냈다. UB 주인은 투멘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며 내가 운 좋게도 좋은 몽골인을 만났다고 한다. 23살짜리 딸, 운전하는 조카와 함께 왔다.

나를 위해 자이승 기념관에 일부러 들렀다. 저녁을 먹고 왔다고 하면서도 야외에서 파는 양고기와 볶음밥을 사주고 같이 먹었다. 음료수도! 양고기는 맛있지만 무척 짜다. 계속 쥬스를 마셔댔다. 숨을 몰아 쉬며 언덕 위에 올랐다. 몽골과 러시아가 연합하여 2차 대전에 참전했을 때 죽은 병사들을  추모하는 곳이다. 뒤에는 오보가 있고 카닥이 걸려있다. 돌을 하나 주워서 올리며 투멘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빌었다.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울란바타르가 분지인 것을 알 수 있다. 타르 강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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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차를 타고 가다가 수퍼에 들러 저녁과 아침거리를 샀다. 사람이 무척 붐비는 곳이다. 가끔 나에게 몽골 말로 묻는 사람들이 있다. 비슷해서 착각한다. 나보고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 김치, 포도, 몽골 소시지, 호두, 아룰(요구르트 말린 것), 쥬스, 빵 등 여러 가지를 샀다. 외곽으로 나가니 겔과 언덕이 펼쳐진 평화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무척 신기하게도 10시가 넘어야 해가 지기 때문에 활동시간도 보통 10시까지이다. 여기는 북반구 위쪽이니까!

10시 반쯤 가쵸르트의 겔에 도착했다. 마지막 하나 남은 겔에 들었다. 겔 안은 3개의 침대가 있다. 50년대 식의 장미무늬 나일론 천으로 안쪽 벽을 둘렀고 가운데에 난로가 있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화장실이 어디냐고 하니까 투멘이 같이 나가자고 한다. 들판으로 가서 각자 일을 보고 걸어 들어오는데 초원의 향긋한 허브 냄새가 특이하고 좋았다(늘 맡았던 이 초원의 향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들어와서 투멘의 한국체험기와 몽골과의 문화적 차이 등을 이야기했다. 특이하게도 초밥과 회도 잘 먹는단다. 이곳은 바다가 없어 사람들이 생선을 거의 못 먹는다. 서울에 오면 주로 고급호텔에 묵고 롯데 백화점 같은 곳도 간다고 한다. 몽골은 살 것이 없단다. 상류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쓰는 것, 태도는 알뜰하다. 기내식도 남김없이 먹고 커피도 2잔이나 마셨다. 몽골인들은 식욕이 왕성하다(반면 시골 사람들은 간소하게 먹는다). 투멘은 장어, 뱀술도 먹어 봤단다. 자기는 간식 중에 호두를 좋아하는데 중국산으로 1팩에 1000원 정도 한다. 맛이 좋다(나중에 집에 올 때 나도 사왔다).

투멘은 나에게 가족처럼 잘해주고 자연스럽게 잘 챙겨 준다. 이게 무슨 인연인지. UB 주인은 끝없이 잘해줘도 고마운 줄을 모르고, 준 것 이상 받아 내는 것이 몽골 사람이라고 했다. 투멘이 왜 나를 잘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낌없이 잘해주는 모습이 꼭 언니나 이모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가진 '정'을 느낀다. 이름이 '오르츠'인 딸은 영어를 못해 대화에 끼지 않는다. 벌써 1살짜리 딸이 있고 한때는 국립극장 무용수였단다. 아기 낳고는 살이 너무 쪄서 지금은 안 한단다.

각자 사온 물로 세수를 했다. 소량의 물로도 비누질까지 해서 씻을 수 있다니. 11시 반, 투멘이 불을 켜놓고 자자 한다. 침대가 무척 낡고 다리 쪽이 꺼져서 영 불편하지만 옷을 잔뜩 껴입은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아침에는 무척 춥단다. 디스코 장이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 사람도 없는데 꽤나 시끄럽다. 침구는 지저분한 편이다. 나를 위해서 모두들 이런 겔에서 자는 것이다. 내일은 테를지를 구경한 후 자기 친척들을 만나러 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