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5일째. 고비투어

 

8월 2일 (월). 고비사막 투어

  • 오늘의 일정!
    바가가즈른출루 - 만달고비 - 차간수바르그

아침 6시에 일어나 언덕에 올랐다. 역시 아름답다. 밤새 비가 많이 내려서 아침에도 쌀쌀하다. 다행히 아침이 되면 맞아도 무리가 없는 정도의 비가 온다. 오랜만에 푹 잤다. 라면을 끓여 밥, 재우씨가 가져온 명란젓, 김치와 먹었다. 차도 넉넉히 마셔두었다. 아저씨가 부지런히 9시에 출발하자고 하셔서 야생화들을 못 찍었다. 급히 숙소 주변 풍경만 찍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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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서 12시에 만달고비에 도착했다. 여전히 비는 오락가락하고 잠바까지 많이 끼어 입어야 할 만큼 춥다. 이 잠바가 비옷 겸 보온이 되는 실용적인 옷이다. 모자를 쓰면 어지간한 비는 버틴다. 어제 밤에 재우씨의 '론리 플래닛'과 내 책에서 부실한대로 중요한 몽골 단어와 문장들을 몇 개 수첩에 적어 두었다. 아저씨가 만달고비 호텔에서(호텔이라기에는 뭐한 장 정도의 숙소이나 둔드고비 아이막의 주도인 이곳 최고의 호텔이다) 아침을 드시는 동안 시장(자크라고 물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자흐)을 찾아 미란, 병희씨와 떠났다. 우리나라 면 규모 정도이다. 제법 큰 시장에는 각종 생고기와 여러 가지 물건들이 있다. 사진 찍고 몽골 소시지 2종류(3,000)와 과일(사과, 배, 천도 1500)을 샀다. 30분 후 다시 출발. 아저씨는 점심거리로 튀김 만두 보츠를 사 오셨는데 우리에게 하나씩 나눠주셨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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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고비를 기점으로 풍경이 서서히 사막 비슷하게 변한다. 풀이 완전히 없는 곳, 약간 있는 곳, 마른 관목이 부스스하게 나타나는 곳 등 다양하다. 또 돌이 부숴진 색깔에 따라 거무스름하게도 보이고 붉게도 보인다. 아름답고 신기한 색이다. 사방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가끔 구름 속에 들어갈 때면 잠깐 시원해졌다 다시 따가워진다. 그래도 비가 온 뒤라 시원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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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고비의_동물들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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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고비의_모습.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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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목동과_반제라흐취.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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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이 되고 사막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워진다. 낙타도 더 많이 보이고 아주 드물게 우물이 나타난다. 염소 무리가 물을 먹고 있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우물에서 물을 퍼내는 모습이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옛날 펌프 올리는 식이라 나도 해보려다가 물은 안 올라오고 엉덩방아만 찧었다. 중간에 들른 겔에는 지붕에 아룰이라는 말린 요구르트가 있었다. 마치 비누처럼 보인다. 내가 사진을 찍고 관심을 보였더니 하나씩 먹으라고 주는데 발효도 많이 되고 노린내가 심해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귀하게 만든 것을 거절할 수 없어 그냥 가지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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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겔위의_아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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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넘어서 차의 머플러가 내려앉았다. 아저씨와 조수 병희씨가 머플러를 고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점심 준비를 했다. 우물이 가까이 있어 말들이 물먹고 오줌싸는 모습을 가까이서 실컷 보았다. 서열대로 물을 마시는데 눈치없이 기웃거리는 놈은 여지없이 응징이다. 알아서 기다리거나 더 이상 주인이 물을 퍼주지 않으면 바닥에 흙, 오물과 섞인 것을 마시는 놈도 있다. 아기 말들은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다. 주인은 말을 다 먹이고 물을 마신다. 햇볕 한 점 가릴 곳도 없는 평지이지만 다행히도 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선선해서 견딜 만했다. 우물이 곁에 있으니 구경거리도 있고. 그러나 우물의 물은 쓸 수 없었다. 동물을 키우는 주인들만이 퍼 올릴 끈을 가지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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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머플러_수리중.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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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밥을 말아먹었다. 아저씨도 두 그릇이나 드셨다. 물이 귀하니 대충 휴지로 닦고 출발. 자신 있게 한참을 달리시더니 결국 길을 잃었다. 멀리 보이는 흰 점이 겔이냐고 묻기도 하시더니 아주 먼 언덕 위의 점 두 개가 사람이라고 하면서 막 달리는 거다. 우리는 도저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낙타다 말이다 논쟁을 벌였다. 그런데 한참을 달려 확인한 결과... 꾸궁! 그것은 쪼그리고 앉아있는 사람 둘이었던 것이다! 몽골 사람들의 엄청난 시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측면의 길을 저기 길이 보인다면서 가면 영락없이 길이다. 나는 라면으로 점심을 먹은 후 배가 계속 아팠는데 다행히도 둔덕이 있는 지형에 내려서 둔덕 너머로 달려가서 볼일을 보았다. 라면은 역시 조심해야 한다.

길을 묻고 다시 출발. 자신 있게 굵은 바퀴자국이 많은 대로로 접어들었다. 드디어 멀리 겔 여러 채가 보인다. 잔돌을 죽 늘어놓아 담 표시를 해놔서 아무데나 들어갔던 아저씨가 다시 나와 주차장 표시된 곳에 차를 세우셨다(재밌는 광경! 이 넓은 벌에 무슨 담이며 주차장 표시?). UB 주인이 오늘 싼 곳에서 잔다고 했건만 이곳은 6000원 짜리 투어리스트 캠프이다. 3000원이 아니냐고 물으니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겔을 가리킨다. 5000원까지는 깎았지만 보다 싼 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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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캠프의_주차장표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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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낙타_만지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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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귀여운_낙타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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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채 겔이 모두 가정집인 곳에 도착했다. 10명이 넘는 식구다. 우리를 위해 한곳으로 모든 식구가 모이고 한 채를 비워주었다. 예정에 없던 가정집에서 자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사람들의 재미있는 일상 속에 들어가게 되어 더 아기자기하고 좋다. 주변의 말과 낙타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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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에 장판을 깔아 주어 좀 깔끔해졌다. 침대보다는 바닥에서 자는 것이 더 편하다. 아래쪽을 열어서 환기도 잘되고 시원했지만 커다란 아룰 덩어리가 양 노린내를 풍긴다. 집집마다 향이나 맛이 다른데 요구르트 치즈이지만 우리나라 메주나 청국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계속 있으니 향에 익숙해져서 괜찮아 진다. 겔의 안에는 비키니장, 미니 부엌, 난로가 있고 자바라 벽에는 온갖 물건들이 꽂히거나 걸려서 수납되어 있다. 수납하기에는 최고의 공간이 겔이다. 천장의 살에도 무엇인가를 걸거나 말릴 수 있다.

병희씨가 테를지 숙소에서 주웠다는 썬글라스를 기사아저씨께 드렸다. 꽤 좋은 것이라 아주 기분이 좋아지셔서 밤에도 끼고 계신다. 잘 어울린다. 역시 물건을 갖게 될 임자는 정해져 있다. 어수룩한 몽골 말로 가족을 물으니 자식이 다섯이란다. 오늘은 같이 겔에서 주무시겠다 하신다. 이 집 애들에게는 쵸코바를 나눠주고 우리는 과일을 먹었다.

낙타는 여기서 원 없이 실컷 보았다. 낙타 젖 짜는 모습, 아기 낙타가 젖 먹는 모습, 먼 산을 응시하는 낙타 구경, 잘 따르는 놈은 만져보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푸른 하늘의 구름도 아름답다. 미란씨가 쌀 씻은 물을 버리려고 해서 내가 세수를 했다. 오늘은 햇볕을 많이 쏘이지도 않았는데 팔이 가렵다. 저녁은 사온 소시지, 깻잎, 김, 김치와 밥을 먹었다. 역시 밥이 좋다.

0802.숙소문_밖의_정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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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숙소벽_밖의_정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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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숙소겔의_내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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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어가니 가축들을 몰고 집에 돌아온다. 염소, 양을 동그랗게 몰아 놓고 줄로 목을 굴비 엮듯 교차시키며 엮어간다. 그 모습이 안쓰럽고도 희한한 풍경이 되었다. 황당해서 웃음만 나온다. 목이 졸리니까 모두 옴짝달싹 못한다. 한 사람은 젖퉁이에 아기 염소의 똥만 바르고 다니고 다른 사람은 순서대로 젖을 짠다. 아마 아기의 향으로 젖이 돌도록 한 뒤 짜는 것 같다. 여자들만 일을 하고 남자 주인은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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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2.양과_염소_돌아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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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넘어 어스름해지니 모두 겔 밖으로 나와 담소를 나눈다. 잘 안 되는 몽골말로 식구들의 나이와 이름을 물어 보고 같이 깔깔대며 웃었다. 아줌마는 33세인데 1살부터 15세까지 자식이 7명, 아저씨 40, 할아버지와 시동생, 시누이가 산다. 정말 순박한 사람들이다. 나는 늘 '비 솔롱거스 훙'이나 '비 박쉬 훙'(한국사람이고 선생이라는 뜻)이라 하고 나이를 말한다. 이곳은 강렬한 햇볕과 건조한 기후에 얼굴 관리를 안 하니 모두들 나이가 많아 보인다. 나이 많은데도 덜 늙어 보이는 내가 신기할 것이다.

밤에는 별이 떠오른다. 사방이 평평한 곳이어서 우주관에 들어 있는 듯 하늘이 동그랗게 다 보인다. 맑기는 얼마나 맑은지 별이 쏟아진다. 은하수가 구름 낀 듯 보인다. 이번에는 달이 둥그렇게 떠오르는 모습을 본다. 거의 보름달 수준이어서 달이 높아질수록 사방은 더욱 밝아지고 별의 색이 엷어진다. 어제도 맥주를 한 캔 먹었건만 오늘도 또 먹는다. 실내에는 랜턴을 켜두었다.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몇 개 구경하다가 11시 30분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