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9일째. 고비투어

 

8월 6일 (금). 고비사막 투어

  • 오늘의 일정!
    바양자그 - 에르덴달라이

어제는 자리가 편해서 어느 때보다 깊이 잘 잤다. 아빠가 생생하고 편한 모습으로 나오는 꿈도 꾸었다. 7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난 듯하다. 볼일을 보며 바라보는 초원과 뜨는 해의 모습, 신선한 공기, 이곳이 최상의 아름다운 화장실이라고 느껴진다. 하염없이 앉아 있어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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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숙소_최상의_화장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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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고 9시에 모두 낙타를 탔다. 쌍봉낙타는 가운데 앉으면 되니까 자리가 편하다. 네 마리를 줄줄이 걷게 하는데 비스듬히 연결되어 발이 자꾸 앞 낙타의 옆 엉덩이에 부딪힌다. 똥과 오줌을 싼 축축한 엉덩이에 발이 닿으니 자꾸 꼬리로 탁탁 친다. 좀 지저분한 것이 묻는다. 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이 선선하다. 낙타는 느리게 움직인다. 끄덕끄덕 거리며 타고 가다가 붉은 바위 쪽에 잠시 내린 후 되돌아온다. 내릴 때는 낙타가 관절을 꺾어 앉기 때문에 갑자기 푹 꺼지는 기분이다. 높이가 180cm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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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내_낙타_위에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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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반경에 영국팀, 선생님팀과 우리가 나란히 같이 출발했다. 영국팀 기사는 25살 이라는데 총알 택시 수준으로 달린다. 그 다음 39세의 선생님팀 기사, 우리 아저씨가 끄트머리에서 열심히 쫓아간다. 지금껏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은 없었다! 중간에 들른 소도시에서 기름을 넣고 작은 상점에 들렀다. 위로 올라갈수록 다시 초원이 펼쳐진다. 역시 갈색 땅보다는 초록색 땅이 훨씬 보기도 좋고 덜 피로하다. 햇살이 쨍하다.

2시 반에 점심을 먹는다. 고추장, 김치, 보크라이스를 넣고 잔뜩 비볐다. 밥이 많아서 컵라면으로 때우는 영국팀과 선생님팀에게 좀 먹으라고 하니까 용감한 영국 애들 둘이 와서 한 수저씩 맛을 보았다. 내가 'hot & spacy'라고 해서 찬밥인데도 호호 불어 먹더니 '안 뜨겁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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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먹고 출발. 오늘은 커다란 구름이 뭉실거려 시원하다. 게다가 올라갈수록  비가 왔었는지 선선하고 물웅덩이가 많다. 가다가 뭔가 희끗희끗 한 것이 무더기로 있어서 내려보니 우박이 내린 흔적이다. 우리는 먹어보기도 했는데 거의 빙수 얼음처럼 사각사각 씹히는 것이 팥만 있다면 딱 팥빙수이다. 길이 패인 곳은 깊은 물웅덩이도 생겼다. 철없는 총알기사가 웅덩이를 피하지 않고 지나다 차가 서버렸다. 계속 시동을 걸며 마르기를 기다려 다시 같이 출발. 언덕을 넘자마자 20m 쯤 후에 또 웅덩이가 나타났는데 피하지 않고 지나다가 다시 서버렸다. 다같이 기다려야 하니 '저 인간이 한번만 더 물웅덩이를 그냥 지나면 싸이코다!'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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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사막의_우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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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양_염소엮기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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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반에 에르덴달라이 부근의 겔에 도착했다. 우리만 남겨두고 다른 팀은 떠났다. 수태차와 마유주가 나와서 나는 둘 다 잘 먹었는데 다른 사람은 못 먹는다. 겔 안에는 펠트 실내화가 전시되어 있어 남편을 하나 사주려고 물으니 7000이란다. 6000에 깎아 달라니까 한 아주머니는 끄덕이고 젊은 아줌마는 안 된다고 한다. 된다는 아줌마에게 6000을 주니까 젊은 아줌마가 획 빼앗아서 두고 가버린다. 성질은.

밖에 나가 염소와 양을 묶어서 젖 짜는 것을 구경하고 젖 끓이는 부엌 겔을 구경했다. 일찍 도착하여 할 일도 없고 모두들 누워 잔다. 말을 타려고 올랐는데 멀리서 거대한 구름덩이가 몰려오면서 천둥, 번개 치는 모습이 보인다. 한쪽은 먹구름, 반대쪽은 맑은 하늘이다. 비구름이 빠르게 몰려오며 비가 뿌려 포기하고 내일 아침 타기로 했다. 소나기가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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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깍쟁이 젊은 아줌마(뎀베, 27세)가 들어오더니 웃으며 같이 한국어 공부를 하자고 한다. 아까는 그렇게 행동하더니만 기사님께 내가 선생이라는 말을 듣고 쫓아온 것이다. 열심히 잘 따라 하길래 우리말, 영어까지 한참을 가르쳐 줬다. 최초의 몽골 제자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0806.우유_모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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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것과 시골 부엌 겔도 찍었다. 10시가 넘으니 한 무리의 외국 애들이 와서 앞쪽에 텐트를 쳤다. 미국애 부룩과 인사했는데 오늘 울란바타르에서 내려왔단다. 머리를 빡빡 깎았는데도 우아하고 예쁘다. 인도에서 머리 깎앆?때가 생각난다. 역시 여행 시작인 사람답게 생생하다. 밤에는 미란씨와 나무로 지어진 본 채에 구경갔다. 한 칸 짜리 집인데 가족들과 가시들이 모여 식사하고 술과 차를 마시며 흑백TV로 러시아 드라마를 보고 있다. 내용이 약간 유치하다. 이러니 우리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였을지 짐작이 간다. 나에게도 수태차를 준다. 가족관계, 나이도 묻고 손짓 몸짓을 하며 웃고 떠들썩해졌다. 영어를 못하니 나에게 러시아 말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이곳 사람들은 러시아 말을 잘한다. 실내에서는 신발신고 생활하다가 거기에 그대로 이불을 펴고 잔다. 뎀베는 그 틈에도 또 공부를 하자고 한다. 아까 착한 아줌마는 언니였고 이곳은 친정이다. 남편들은 도시에서 일 하는지 안 보인다. 숙소로 돌아와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