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12일째. 흡수굴 투어

 

8월 9일 (월). 흡수굴 투어

  • 오늘의 일정!
    하트갈 - 장하이

밤새 계속 비가 내렸다. 겔에서는 비가 오면 잠이 잘 온다. 사락 사락 내리는 빗소리에 침구도 깨끗하고 포근해서 푹 잤다. 새벽에는 공기가 꽤 쌀쌀했다. 화장실 다녀오고도 춥고 할 일이 없어 또 잔다. 8시가 넘어서야 불을 피워주어 훈훈해졌다. 바닥에서 자고 있는 애도 있다.

호수에 한번 가보자고 길을 나섰다. 사실 다른 GH라도 찾아가 합류할 투어팀이 있는 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나 호수는 멀고 GH도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상점에 들러 과자, 요구르트, 식빵, 잼, 사과를 샀다(3,300). 비상식량이다. 어제처럼 굶을 수는 없으니까. 돌아와서 차 좀 마시자고 하니까 갓 만든 버터, 요구르트, 꽃 잼, 빵, 수태차를 준다. 북부여서 그런지 버터도 깔끔하고 아줌마가 만든 잼의 맛도 환상적이다. 자꾸 버섯에 관심을 가지니까 나중에 남편에게 버섯요리를 만들어달라고 하겠단다.

결국 아저씨의 친구인 가이드와 3일 동안 말 투어를 가기로 했다. 사실 남자 가이드와 나 혼자 가야하는 여행이라 좀 걱정스러웠다. 안전하냐, 착한 사람이냐 하면서 묻는 나의 말뜻을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아줌마는 아주 순박한 얼굴로 착하다고 대답한다. 순진한 시골 사람들을 내가 괜히 의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 부부에게 다 맡기기로 했다. 영어는 못하지만 며칠 전 폴란드 애들이 같이 투어를 갔다 왔는데 참 좋은 사람이라고 했단다. 기다리면서 흡수굴 호수의 지도를 보았는데 정말 크다. 그 중 1/20 정도를 3일간 가게 된다. 미국여자 두 명이 50kg 배낭을 지고 10일간 호수의 절반을 걸어간 뒤 ?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아줌마가 해준다. UB에서는 이보다 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이스라엘 남자애 2명이 말을 사서(한마리에 100달러) 흡수굴까지 한 달간 여행한다고 떠났단다. 말 타는 것이 얼마나 힘든데, 또 영어도 안 통하는 곳에서 표지판도 없는 길을 어찌 찾아 갈 것인지 참 돈키호테 같은 이야기이다.

한참 후에 작고 마른 아저씨가 나타났다. 가급적 싼 숙소에서 자게 해달라고 아줌마에게 부탁했더니 5달러 정도 할거라고 한다. 같은 곳에서 2밤을 자기로 했다. 하루에 말을 타고 40km를 간다니 앞이 캄캄하다. 45분 타도 괴로웠는데 날마다 타야 한다. 가이드 비용은 하루에 10,000이고 말은 5,000이다.

배낭까지 다 짊어지고 아줌마의 부츠를 빌려 신은 뒤 10시 반에 출발했다. 내가 초보라서 아저씨가 내 말 끈을 잡고 가기로 했다. 비는 오지, 배낭은 무겁지, 게다가 처음부터 적응 안되게 달리기 시작하니 배낭이 위 아래로 들썩거려서 그 무게에 더욱 고통스럽다. 으윽! 이런 최악의 상태가 말 투어였다니... 언덕을 오르다가 이번에는 넘어서 달린다. 뭔가 허전하여 뒤를 돌아보니 심한 요동에 배낭지퍼가 열려 버렸다. 물건이 다 쏟아질 뻔했다. 내가 영 어수룩해 보였는지 아저씨가 배낭을 대신 맨다.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져서 이때부터는 살 만 했다. 아줌마의 부츠도 약간 작긴 하지만 말을 탈 때는 요긴한 것이었다. 발에 끼는 고리(등자)가 무척 딱딱해서 샌들이라면 발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발이 어정쩡하게 끼워져서 불편하다. 가끔씩 달릴 때마다 어찌나 덜컹거리며 흔들리는지 엉덩이가 달아날 것처럼 아팠다.

0809.장하이가는_내_말.jpg
0809.장하이가는_내_말.jpg
0809.가이드_강바트르_아저씨.jpg
0809.가이드_강바트르_아저씨.jpg
0809.산길1.jpg
0809.산길1.jpg

1시간 정도 가다가 말을 타고 오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영어가 되는 몽골사람이다. 아저씨가 이미 내 말을 끌고 있기 때문에 말 끈을 꽉 잡으면  속도가 느려지며, 고리에는 발을 살짝 끼워야 떨어질 때 안전하다고 말해준다. 그대로 하니까 자세가 훨씬 편하다.

0809.침엽수들.jpg
0809.침엽수들.jpg
0809.언덕_오르기.jpg
0809.언덕_오르기.jpg
0809.그림같은_흡수굴호수.jpg
0809.그림같은_흡수굴호수.jpg

호수와 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수는 생각보다 훨씬 커서 바다 같다. 물이 기가 막히게 맑고 깨끗하며 여러 가지 예쁜 빛깔이 나타난다. 바이칼과 쌍둥이라더니(흡수굴의 물이 바로 위쪽의 바이칼로 모두 간다) 그곳에 갈 필요가 없겠다 싶을 정도이다. 겨울에는 호수가 얼어 바이칼처럼 차가 다닌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겨울의 흡수굴 호수를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하 40도의 흡수굴을 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북구의 전형적인 날씨, 침엽수림(타이가)이 계속 펼쳐진다. 말 투어가 의외로 괜찮다는 생각이 점점 든다. 좁은 산길도 굽이굽이 오르고 작은 오솔길도 간다. 길이 푹푹 빠지는 이곳은 사람이 걷기에는 아주 고약한 길이다. 짚 여행보다는 훨씬 자연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가고 싶은 곳 어디나 갈 수 있는 멋진 여행이다. 그저 말 위에서 고즈넉이 구경만 하면 된다. 습하고 깊은 숲 속의 오솔길을 가다가 프랑스 팀도 만나고 Sunway GH 주인이 7명의 이스라엘 팀을 몰고 오는 것도 만났다. 그 숙소에서 온다고 하니까 반가워한다. 사람이 너무 드물어서 만나면 일단 인사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게 된다. 주로 이탈리아, 이스라엘 애들이 많다.

0809.흡수굴_물매화.jpg
0809.흡수굴_물매화.jpg
0809.물가의_야생화.jpg
0809.물가의_야생화.jpg
0809.흡수굴_산구절초1.jpg
0809.흡수굴_산구절초1.jpg
0809.흡수굴_산구절초.jpg
0809.흡수굴_산구절초.jpg
0809.흡수굴호수5.jpg
0809.흡수굴호수5.jpg
0809.가이드_아저씨.jpg
0809.가이드_아저씨.jpg

원시적인 자연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호수 가에서 쉬면서 아저씨와 빵에 잼을 발라먹고 호수의 물을 떠 마셨다. 주변의 예쁜 꽃들도 찍었다. 아저씨는 45세로 애들이 셋이고 이름은 '강바트르'이다. 하루종일 두 번 쉬고 계속 갔다. 호수를 끼고 산을 오르내리며 오솔길을 가는 코스가 대부분이다. 타다 보니 자꾸 적응이 되어 가끔 달려도 괜찮다. 그러나 내려서 쉴 때에는 잠시 다리가 안 움직이고 바보같이 걷게 된다. 말 위에서 사진을 찍으니 이상하게 나온 것이 많을 거다.

5시간 말을 타고 4시에 'Blue Pearl' 투어리스트 캠프에 도착했다. 깔끔한 외관이 값이 비쌀 것 같더니만 겔이 식사포함 15달러, 숙소만 10달러란다. 그런데 빈 겔이 없어 30달러가 넘는 호텔뿐이라고 한다. 5달러라 하더니 아줌마가 잘 몰랐나보다. 비싸서 다른 곳으로 가거나 주변 마을 사람의 겔에서 자고싶다고 했다(모두 이 숙소의 남자애가 통역).

결국 캠프 옆 마을에 사는 직원 여자의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하루 5,000), 음식은 못 주니까 식사는 캠프에서 하라고 한다. 음식을 주문해 놓고 가라고 해서 30분 후 오기로 하고 몽골식 국수를 시켰다. 나무숲 속의 아담한 가정집 겔이다. 아줌마가 따라와서 빵과 버터, 요구르트를 한 사발이나 주었다. 이 정도가 식사인데 식사가 안 된다고? 이건 음식 취급을 안 하나보다. 점심을 시켜놨는데도 주었으니 먹게된다. 이런 숙소가 더 재미있다. 몽골 사람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까. 내가 바라던 대로 잘 되었다. 아기자기한 살림집을 구경한다. 두 개의 침대 중 하나를 내가 쓰기로 했다.

이미 배가 부르지만(요구르트 한 사발의 양이 많다. 설탕을 섞어 먹는데 맛이 있다) 습지를 걸어 내려가 주문한 음식을 먹으러 간다. 식당에는 나 혼자뿐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갇혀서 직원이 꺼내 주었다. 문이 이상하다. 주문한 음식은 30분이 지나서야 겨우 나왔는데 국수와 고기, 감자, 당근 섞은 것을 접시에 산더미처럼 준다! 금방 먹고 또 먹는 건데 음식이 맛도 없다. 남기지 못하는 성격인 지라 오랜 시간 걸려 억지로 다 먹었다(1,800). 짧은 모양의 국수가 덜 익은 듯 퍽퍽하고 이상하다. 게다가 깔끔한 음식이면 좋을 텐데 서양식 인스턴트 소스로 간을 맞추게 만들었다. 인공적인 맛이 나는 그 소스냄새가 싫다. 차를 주는 것이 그나마 좋았다. 가이드 아저씨가 비어있는 겔의 열쇠를 주고 갔다.

6시가 되어 아무도 없는 넓은 물가로 산책을 갔다. 맨발로 들어가 보았는데 견딜 만 하다. 무엇보다 물이 깨끗하고 날씨도 좋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첫날이니 내일 오후에 수영을 해야겠다. 누워 있다가 산 위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초원이 불쑥 솟은 듯한 산이다. 잔디 수준의 풀이 돋아 있어 오르기도 쉽다. 산 위에는 나무 오보가 있고 숲 속의 공터도 편안하다. 잠깐 앉아 쉬다가 옆쪽의 더 높은 산에 오른다. 야크, 소들도 보고 꼭대기에 누워 하늘도 찍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쉬는 기분이 참 느긋하고 좋다.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래로 내려와 숲을 지나 집으로 왔다.

0809.구름과_호수.jpg
0809.구름과_호수.jpg
0809.구름과_호수1.jpg
0809.구름과_호수1.jpg
0809.맑은_물.jpg
0809.맑은_물.jpg
0809.자주쓴풀.jpg
0809.자주쓴풀.jpg
0809.블루펄_투어리스트_캠프.jpg
0809.블루펄_투어리스트_캠프.jpg
0809.발이_비치는_맑은_물.jpg
0809.발이_비치는_맑은_물.jpg
0809.구름과_숲.jpg
0809.구름과_숲.jpg
0809.호수.jpg
0809.호수.jpg
0809.맑은_물1.jpg
0809.맑은_물1.jpg
0809.내가찍은_나.jpg
0809.내가찍은_나.jpg
0809.나무_오보.jpg
0809.나무_오보.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호수.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호수.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호수1.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호수1.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호수2.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호수2.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숲.jpg
0809.산위에서_내려다본_숲.jpg
0809.산위의_야크.jpg
0809.산위의_야크.jpg
0809.호수위의_구름.jpg
0809.호수위의_구름.jpg
0809.누워서_구름찍기1.jpg
0809.누워서_구름찍기1.jpg
0809.캠프와_호수.jpg
0809.캠프와_호수.jpg
0809.타이가_숲.jpg
0809.타이가_숲.jpg
0809.물매화.jpg
0809.물매화.jpg

돌아오는 길에 여주인을 만나 쉽게 열고 들어왔는데 열쇠가 이상하게 생겼다. 요구르트 가지러 왔다고 또 한 그릇을 퍼주고 갔다. 밖에 나와 이 집 애 사진도 찍고 옆집 아줌마가 자기 꼬마를 찍어 달래서 찍어줬다. 몹시 좋아하며 집으로 들어오란다. 동네 사람과 꼬마들 7,8 명이 모여들었다. 어렵게 얘기를 하다가 영어를 전공하는 친척 여자애가 들어와서(나를 많이 도와 주게된 길르츠측) 좀 말이 되었다. 수태차 2잔과 버터 바른 빵을 먹었다. 아줌마가 자기가 만든 물건을 보여주며 사겠느냐 하길래 다 샀다고 했다. 물가에 가서 세수를 하고 돌아와 문을 열려는데 영 안되어서 이웃집 아줌마가 도와줬다. 썰렁하고 어둡다. 영어 하는 여자애가 나타나서 언니 집이라며 불을 피워줬다.

0809.숙소의_버터.jpg
0809.숙소의_버터.jpg
0809.숙소의_주방.jpg
0809.숙소의_주방.jpg
0809.숙소의_장식대.jpg
0809.숙소의_장식대.jpg
0809.숙소의_요구르트만들기.jpg
0809.숙소의_요구르트만들기.jpg
0809.숙소의_내침대.jpg
0809.숙소의_내침대.jpg
0809.숙소의_난로.jpg
0809.숙소의_난로.jpg
0809.이웃집_아기.jpg
0809.이웃집_아기.jpg
0809.아노카와_홍고르.jpg
0809.아노카와_홍고르.jpg

 

초가 없어서 10시 반인데 어스름 속에서 요구르트를 먹으며 일기를 쓴다. 너무 배가 부르다. 저녁이 되니 쌀쌀해져서 계속 나무를 더 넣어 불을 지피고 있다. 가정집을 독채로 쓰는 기분도 괜찮다. 얻어먹는 것이 사먹는 음식보다 훨씬 맛있다. 몰아서 먹게 되는 상황이 좀 그렇지만. 이곳은 북쪽이라 그런지 퀴퀴한 냄새도 덜 나고 맛이 깔끔하다. 영어 하는 애가 잠자리를 만들어 주고는 부츠신고 델 입고 젖 짜러 간다.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보이니 자야겠다. 느즈막히 이 집의 식구들이 들어와서 바닥에 자리를 펴고 잔다. 할아버지, 아들들 등을 포함해 나까지 거의 8명이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