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14일째. 흡수굴 투어

 

8월 11일 (수). 흡수굴 투어

  • 오늘의 일정!
    장하이 - 하트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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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에 일어났다. 식구들 중 내가 가장 늦잠을 잔 듯하다. 11시간이나 잔 것이다. 모두 이미 이불을 치우고 식사 중이다. 길르츠측이 차를 주어 내 빵을 꺼내 먹을까 하는데 어제 구운 빵과 버터와 우유를 준다. 내 쨈을 꺼내 모두에게 발라 주어 다 썼다. 한참 걸어서 물가로 나가 세수를 하는데 강바트르가 말을 몰고 나타나서 가자고 한다. 갈 길이 머니까 서두는 것이다. 말 타고 집으로 와서 길르츠측이 젖 짜는 모습, 아이들도 찍었다.

아저씨가 아침 드신 후 10시 30분에 떠났다. 가면서 생각하니 아무 것도 주지 못한 길르츠측이 마음에 걸린다. 3일 째 말을 타서 이제 좀 익숙해지고 만만하다. 초반부터 한참을 달리는데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되돌아오는 길은 거의 물가 쪽이었다. 오늘은 날이 무척 맑고 쨍해서 아름다운 물빛을 계속 보며 간다. 파란색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빛깔이 다 나온다. 어제는 산을 헤메더니 오늘은 물이다. 올 때와는 날씨도 다르지만 거꾸로 가면서 보는 풍경들이라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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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을 보며 가다가 불현듯 반드시 수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예쁜 물가에 도착했다. 12시 반이라 아저씨에게는 몸짓으로 점심을 먹으며 산밑 풀밭에서 한숨 자라는 시늉을 하고 나는 수영한다는 몸짓을 했다. 덜덜떠는 몸짓으로 반응하신다. 괜찮다고 하고 쨈과 버터 바른 빵을 드리니 말을 매어두고 가셨다. 옷을 갈아입고 몸에 몇 번 물을 바른 후 들어갔다. 이곳은 아래쪽으로 약간 꺼져서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물은 차갑지만 상쾌한 수준이다. 물론 해가 쨍해도 아직은 물에 들어가기 추운 시간이다. 옷을 여섯 개 씩 껴입는 주제에 수영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우습지만 안 들어가 보면 내내 후회할 듯했다. 안쪽으로 갈수록 은근히 바닥의 돌이 미끄럽다.  30분 정도 물에 있었는데 이런 호수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워 정말 나가기가 싫었다. 푸른 하늘, 맑고 시린 물, 예쁜 호수의 풍경과 주변의 야생화들, 모든 것이 환상적이다.

그러나 아저씨가 기다리겠기에 과감히 나와서 옷을 갈아입었다. 무지하게 춥고 피부가 막 당기면서 갈라진다. 쌀쌀한 가을에 수영을 하는 셈이니 피부가 견디겠나. 몸이 덜덜 떨린다. 그래도 기분이 참 좋다. 이런 날씨에 수영하는 이상한 사람은 나 뿐 일 것이다. 햇볕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몸을 녹이는데 아저씨가 오셔서 점심을 먹고 출발. 내 몫의 빵이 있는데도 남겨 오셨다. 사실 이제 버터 바른 빵은 느끼해서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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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햇살과_구름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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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어제보다 더 피곤해 보인다. 약간 걷다가 다시 타다가 하며 길을 간다. 시간이 많으니 잡념이 든다. 우리나라에 가면 한국인 선생으로 누구를 알아보나 생각한다. 남편과 내가 휴직하고 와버려? 사촌을 보내? 대학에 알아 봐? 하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와 숲에서 경치 구경을 해야지 뭐하는 거냐 싶어 다시 지금의 이 순간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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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언덕을 넘어 올 때는 날도 꽤 더워져서 옷이 두꺼운 아저씨가 더 힘들어 보인다. 언덕을 넘어서는 온몸이 출렁대도록 마구 달려서 4시 넘어 드디어 썬웨이에 도착. 기나긴 말 여행이 끝났다. 아줌마가 너무 반갑다. 요긴했던 부츠를 대충 씻어서 돌려주었다. 남편은 연주하러 가서 내일 온단다. 저녁에 버섯요리는 아줌마가 대신 해주기로 했다. 젖은 수영복은 햇볕에 말렸다.

아저씨께 돈을 드려야 하냐고 하니까 내일 한꺼번에 내라고 한다. 내 짐을 지고 나를 끌고 다니느라 고생했던 아저씨는 가셨다. 착하고 좋은 분이다. 배는 어디서 타냐고 하니까 하트갈 가서 타라고 하셨다. 아줌마에게 배 시간을 물으니 그냥 가보라고 한다. 차와 빵을 먹고 나서 길을 물어가며 30분을 걸어 부두로 갔다.

표 파는 아가씨는 영어를 약간 하는데 50명이 되어야 배가 떠난단다. 자기 소개를 하겠다고 한다. 이름은 슈리, 울란바타르에서 Tourism Management를 전공하는 학생으로 7, 8 월 동안 실습 중이다. 배 한번 타보겠다고 1시간 반을 기다리는 동안  이 아가씨가 울면서 하소연하는 얘기를 들었다. 상사가 자기를 밉게 보아 계속 괴롭히고 드디어 내일은 나오지 말라는데 집에 가버리고 싶다는 요지이다. 졸지에 눈물을 닦아주다 달래다 상담자가 되었다. 4학년이고 이번 실습도 점수를 받아야 하니 꼭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그 사이 영국팀 짚차가 나타나 슈리와 나는 운전자와의 통역을 도와주러 갔다. 장하이 까지 가기로 한 운전자가 갑자기 이 곳에서 안 간다고 버티고 있었다. 요지인즉 울란바타르에서 4명이 3일간 360달러를 주고 짚을 계약했는데 뻔히 지도 보면서 같이 확인한 장하이에 못 간다고 버티는 상황이다. 운전자는 하트갈까지 간다고 했다니 서로 말이 다르다. 영국 사람들이 억울해서 난리다. 차라리 가격도 비슷한 비행기 편도가 나았겠다. 참 불쌍하다. 옥신각신 하더니 어디론가 떠났다.

0811.슈리와_선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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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1.보트위_두명의_조리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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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큰배는 사람이 없어 못 가고(편도 5,000) 보트를 타기로 했다.  슈리가 주선하여 25,000원을 15,000원에 탈 수 있었다. 조리그라는 똑같은 이름의 남자애들이 운전하러 탔는데 한 명은 울란바타르에서 온 아르바이트 농대생이었다. 1시간 넘게 탄다. 생각보다 보트가 느리고 해가 서편으로 많이 기울어서 인지 물 속은 잘 보이지 않았다. 좀 밋밋하게 30분을 갔다가 되돌아온다. 다만 그 호수와 주변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물가로 갈수록 깊이 들여다보여 아름답다. 서녘으로 기우는 북구의 여름, 맑고 투명한 대기 속에 작은 날벌레들이 날아다니는 풍경이 그 아름다움을 더했다. 이런 장면을 잊을 수 있을까 싶다. 부두에 가까이 와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태워 달래서 태웠는데 나에게 담배를 권한다. 거절하니 사탕 1개를 주었다. 고마웠던가 보다. 이곳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돕는 것이 기본이다. 슈리에게 저녁 때 놀러오라고 하고 다시 30분을 걸어 돌아왔다. 마지막을 정리하는 멋진 보트 타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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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니 숙소의 르하그바 아줌마가 벌써 30분전에 국수와 버섯소스 얹은 빵을 만들어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국수는 2그릇이나 먹었고 매콤한 소스의 빵도 맛이 있다. 느끼한 유제품에 질린 나에게 잘 맞는 음식이다. 딸 짜이야에게 공주 그림을 그려 주니 좋아라 하며 자기도 똑같이 베낀다. 이름도 붙여 주었다. 짜이야가 가족 앨범과 러시아 잡지에 난 이곳 숙소에 대한 기사도 보여 주었다. 천성이 밝고 귀엽다.

친절한 이 꼬마는 혼자 쓰는 겔을 또 찜질방을 만들어 놓았다. 내가 좋은 가보다. 겔에서 일기를 쓰다가 르하그바와 짜이야를 불러 가장 맘에 드는 엽서를 고르라고 했다. 우리 나라의 옛날 이야기를 담은 박재동 화백의 그림이다. 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해줬더니(엄마가 애에게 통역해주고) 그걸 고른다. 엄마 것도 짜이야가 고른다. 다른 엽서 얘기도 듣다가 슈리와 친구가 도착하는 바람이 돌아갔다. 슈리에게도 엽서 설명을 해주고 고르라고 했다. 슈리는 신기하게도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골랐다. 노국공주가 몽골 여자라니까 놀란다. 이 대학생들은  고려가 부마국이었던 사실을 모른다. 역사를 잘 모르는 듯하다. 슈리가 힘을 내서 실습을 마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엽서를 써 주었다. 슈리도 나에게 엽서를 써주었다.

늦어져서 두 사람이 돌아가고 나는 나머지 5장의 엽서를 쓰기 시작한다.(르하그바, 짜이야, 길르츠측, 로다, 투멘). 이곳에서 나에게 잘해준 여섯 명의 여자들이다. 르하그바는 벌써 내일 아침 무릉으로 떠날 ?까지 다 예약해 놓았다. 길르츠측에게는 강바트르 아저씨에게 전해달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몽골의 아름다움을 덜 느꼈을 것이다. 역시 자연 환경이 아니라 사람을 느끼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다.
1시 15분인데 더 불을 지폈다. 어제 11시간을 잤더니 오는 많은 일을 하고도 잠이 안 온다. 아마 실제로는 여행의 마지막 밤인 셈이라 더 그럴 것이다. 겔 밖으로 나서니 어둡지만 하늘의 별이 초원에서보다 더 환하게 쏟아진다. 잊지 못할 아름다운 하늘이다. 안으로 들어와 일부러 초를 끄고 작은 겔 천장을 통해 별을 보았다. 부분적으로는 더 선명하고 많게 보인다. 내일은 10시에 출발인데 이른 아침에 슈리가 또 한번 오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