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15일째. 흡수굴 투어

 

8월 12일 (목). 흡수굴 투어

  • 오늘의 일정!
    하트갈 - 무릉 - 울란바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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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넓은 겔은 혼자 쓰기에 과분했다. 밤에 자는 동안 어찌나 춥던지 이불을 뒤집어쓰고도 뒤척이며 잤다. 추우니까 일어나도 할 일이 없어 8시까지 잤다. 짐을 챙기는데 8시 반에 슈리와 친구가 왔다. 추워하니 불을 지펴 준다. 나에게 한국도 장작을 많이 때는지 묻는다. 기름이나 가스를 쓴다고 했더니 잘 이해를 못하는 눈치이다. 이곳은 10월부터 얼기 시작하여 추워지고 5월에야 풀이 돋는단다. 한국의 사계를 설명하니 살기 좋은 곳이라고 무척 신기해한다. 어제는 바로 가서 잠이 들어 카드도 못 읽었다고 한다. 영어를 잘 못하는 애라 카드에 썼던 문장을 설명해 주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9시가 넘어서 10시 부터 일해야 하는 슈리가 떠났다. 앞길까지 배웅해 주고 들어와 빵, 라즈베리 넣은 요구르트, 쨈을 먹었다. 앉아서 얘기도 나누고 어제 썼던 엽서를 두 모녀에게 주었다. 길르츠측에게 전할 것도 맡겼다. 이곳에서의 비용을 계산했는데 53,000원이 나왔다(투어비 45,000, 숙비 2일 4,000, 식사 아침2, 저녁 1번 4,000). 아침 10시에 정확히 찝이 왔다. 올 때의 그 아저씨다. 마지막으로 친절한 두 모녀와 사진 찍고 헤어졌다. 우체국도 들르고(우체국 일도 해주나 보다) 몇 군데서 사람을 더 태워 8명이 된 후 출발했다. 이번에는 다행히 앞자리에 앉아 불편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마지막이 될 이곳의 풍경을 열심히 구경했으나 어제 밤에 잠을 못자서 졸음이 왔다. 거의 2시간 반의 대부분을 졸면서 때로는 창에 머리를 부딪치다 깨기도 한다. 오늘은 이른 아침이어서 인지 젊은이들이 많다.

무릉에 도착할 즈음 열심히 박물관에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아는지 모르는지. 우체국에 도착해서 영어 하는 아저씨를 모시고 나온다. 박물관은 오늘 공사라고 한다. 덕분에 우체국에서 로다에게 집으로 갈 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전화를 했다. 투멘에게는 늦게 도착하니 공항에 나오지 말고 내일 만나자고 했다. 직원 아가씨가 적어 준 주소를 기사에게 보여주니 알았다고 한다.

버스 정류장도 들렀다가 조금 헤메면서 30분 후에 로다의 집에 도착했다. 로다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기사에게 차비를 내고(8,000), 집에 들어가서 빵, 버터, 라즈베리잼, 생 라즈베리, 커피를 먹었다. 어머니께서 반갑게 맞으신다. TV에서는 러시아 방송으로 스포츠 중계가 나온다. 올림픽 축구 우리나라와 그리스 경기는 비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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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로다가 부엌에서 요리를 만드느라 분주해서 부엌에서 얘기를 했다. 음식은 감자, 당근, 소고기, 양파 등을 썰어 기름에 볶는 것이다. 로다는 적극적인 소녀 같은 여자이다. 공부도 열심이고(벌써 번역 일도 해보았단다) 개인사도 솔직히 다 털어놓는다. 요리는 빵과 함께 먹는 것인데  짜서 많이 먹을 수 없는데도 잔뜩 퍼주었고, 덜어 달라해도 덜어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옛날 어른들이 손님에게 하던 그대로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반 밖에 못 먹었다. 이 사람들은 주식이 빵, 유제품, 국수이고 밥 먹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간 수술은 5년 전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때 다친 것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아파져서 병원에 가니 수술하라고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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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엽서 쓴 것도 주고 나머지 안 쓴 엽서도 다 주면서 설명을 해 주었다. 그나마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영어 실력이 가장 나은 로다는 선녀와 나무꾼 얘기를 잘 이해한다. 자기도 기념 엽서를 주며 주소를 적는다. 내가 계속 이메일 주소를 적으라고 했더니 뭔지 잘 모른다. 이곳은 컴퓨터 사용이 거의 없는 지역인 것이다. 나에게 편지를 쓰라고 한다. 아! 옛날 방식대로 펜팔을 해야하다니! 갑자기 갑갑해진다... 그렇게 해야지 어쩌겠나!

정다운 로다는 나에게 자기가 만든 라즈베리잼과 생 라즈베리를 병에 담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것이지만 이 곳은 요즘이 제철이란다. 생 열매는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난다. 하얗게 설탕을 뿌려서 꼭 잠갔다.

로다의 남편은 은행 지점장인데 술 먹고 때릴 때도 있고 다른 여자와 어울리기도 해서 정이 다 떨어졌다고 한다. 이래서 집에 돌아가면서도 시큰둥했던 것이다.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사람은 울란바타르의 남자 친구란다. 조심스럽게 이혼에 대해 물으니 언니가 이혼 후 사회적 냉대에 많이 시달려 몸까지 아파진 것을 보았기 때문에 자기는 엄마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안 하겠다고 한다. 특히 엄마는 다른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착하고 잘하는 남편을 굳게 믿기 때문에 딸이 맞는 것도 모르신다.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와 너무 비슷하다.

1시에서 4시까지 집에 있다가 시내구경을 하러 나왔다. 무척 따가운 햇살의 날씨인데도 걸어간다. 열심히 이곳저곳 소개를 해주는데 사실 도시라고 하기가 어려운 우리나라 50년대의 마을이다. 그래도 무릉은 흡수굴 아이막의 주도이다. 남편의 은행에도 들르고 강가에 가고 택시로 시장에 갔다. 단층 짜리 건물이 늘어선 곳이다. 한 곳에서 남편에게 주고 싶은 펠트 실내화를 발견했지만 크기가 서로 약간 다른 수제품이다. 아무리 대충 손으로 만들어도 양쪽이 다를 수가 있나! 값은 4,000 밖에 안하고 바닥이 진짜 가죽이지만 크기가 다른 것을 살수는 없었다. 볼 것이 많지 않은 시장이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 온 로다는 많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음식 파는 곳에서는 마유주를 사주었는데 유제품에 질린 나는 이제 그 냄새도 싫어져서 한 모금 먹고 로다를 주었다. 수태차 만들 염소젖만 사고 친구의 차로 돌아왔다.

라즈베리 차와 수태차를 마시고 로다의 앨범도 보았다. 이혼했다는 언니는 참 잘 생긴 사람인데 유명한 연극배우였다고 한다. 느슨하게 사는 남자들에 비해 몽골여자들은 참 열심히 산다. 겨울에 흡수굴 호수에서 찍은 사진도 있다. 영하 40도, 눈이 쌓이고 꽁꽁 언 모습이다. 6시에 남편이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오지 않아 전화를 하니 어디서 술을 마시고 있단다. 뒤늦게 차를 보냈다. 마당을 나서며 내가 쌓여있는 장작을 쳐다보니 우리 집도 장작이 많은지 묻는다. 슈리의 질문과 같다. 우리와 너무 많은 차이가 나니 내가 답을 해 줘도 잘 이해가 안가는 눈치이다.  

6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식당에서 기다리는 동안 남자친구 얘기를 들었는데 일부러 울란바타르 공항에 나를 마중 나오게 해두었다.  올 12월 졸업하고 나면 이 친구가 일자리도 줄 거라고 한다. 무척 착하다는 남자친구와 로다가 그 우정을 잘 간직하기를 비는 마음이다.

7시가 넘어 제 시간에 비행기가 와서 로다와 헤어지고 7시 30분에 비행기를 탔다. 표는 별 이상 없이 통과되었다. 비행기 뒤편에서 올라가 끝자리 창가에 앉았다. 뚱뚱한 스튜어디스, 옷을 느슨히 입고 이쑤시개를 문 남자 승무원, 올 때보다 더 허름한 낡은 비행기를 보니 꼭 시골 버스 같다. 뒤에서 올라온 부기장인가 싶은 남자(사실은 기장이었다!)가 갑자기 '싼바이노!'하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누구세요?' 하고 물어도 쓱 지나간다. 이 남자가 나를 아나? 로다의 친구인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신기하게도 이 사람은 내려서도 공항 버스에 앉아있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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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 비행기는 창이 무척 커서 사진 찍기도 쉬웠지만 바람이 들어온다! 저절로 냉방이 된다. 추워서 옷을 꺼내 입었다. 무릉 올 때의 비행기는 냉방이 망가졌는지 무척 더웠다. 옆자리에는 사람도 없어서 편하게 1시간 반 동안 몽골의 산하를 잘 구경했다. 사람 사는 곳이 거의 안 보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겔이 하얀 점으로 보인다. 보기에도 물이 적은 척박한  산과 들판이다.

공항에서는 별로 짐이 없어 첫 번째로 걸어 나왔는데 마중 온 사람이 없었다. 문 앞에서 쑥스럽게 묻는 로다의 남자 친구인 군인을 만났다. 표정이 별로 없는 중년의 남자인데 어색하고 수줍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를 태워다 주라는 압력이 셌던 모양이다. 좀 긴장하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러시아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러시아, 독일, 중국에서도 근무했던 장교이다. 지금은 국경 수비대(Border troops)에 있단다. 이라크전에 대해 묻길래 아주 잘못되고 부끄러운 전쟁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반대한다고 한다. 전적으로 자기 의견이고 정치적으로 국가는 입장이 다른 듯 하다. 이곳에서 별 직업의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는데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인 이 사람, 얘기를 해보니 수줍고 약간 굳어있지만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 자기 경험으로 중국 사람은 소란스럽고 독일 사람은 무뚝뚝하고 재미가 없으나 러시아 사람은 정이 많고 몽골인과 비슷하단다. 몽골은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주의 국가가 된 나라여서 중국과는 원수 사이지만 러시아는 형제로 여긴다. 러시아어에는 자신 있어 하고 러시아 방송을 즐겨 본다.

갑자기 한국여자를 공항에서 만나 태워주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얼마나 황망했을까. 나를 UB까지 태워다 주고 굳게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1개 남은 침대를 겨우 차지하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뭘 사갈까 물으니 그저 살아만 돌아오라고 한다. 마유주를 사오라는데 발효주라 어떻게 가져갈 지 걱정이다. 남편이 보고 싶다. 엄마에게도 전화했더니 반가워하신다. 투멘과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목욕하고 레몬차 한잔 마신 뒤 사진을 정리했다. 계산해 보니 흡수굴 여행은 29만원이 넘게 들었다. 비행기값 만 21만원이다. 12시가 넘어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