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골여름여행 - 16일째. 울란바타르에서 인천으로

 

8월 13일 (목). 울란바타르 여행

  • 오늘의 일정!
    울란바타르 -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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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일어났다. 모두 외국인들인데 어제 일기 쓰며 들으니 흡수굴 말 투어에서 낙마했던 이야기를 재미나게 한다. 다들 늦잠을 자기 때문에 조용히 짐을 싸두고 8시 반에 나왔다. 마지막 날이니 아침 먹는 것은 포기하고 싸돌아 다닐 참이다.

우선 광장의 수흐바타르 동상을 찍고 '쵸이징 라마 박물관'을 찾아갔으나 10시부터 개관이다. 그걸 알면서도 산책 겸 한번 가봤다. 수원에서 중학교를 다녔다는 몽골 여자 애와 엄마가 나타나 도와주겠다고 해서 '달라이 에르 시장'을 물어 걸어갔다. 러시아제 먹거리가 많다니까 이미 그들의 제품을 신뢰하는 나에게 딱 알맞은 곳이다. 걸어서 10분 거리로 중간에 친절한 캐나다인 노부부가 길을 자상하게 알려줬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문은 10시에 연다고 한다. 투멘에게 전화하니 바쁘지만 2시에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한다.

택시(1km 250원)를 타고 '복드한 겨울 궁전', 9시 30분에 도착했다(차비 850, 입장료 2,500원). 길에서 어떤 사람이 9시에 시작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다행히 문을 열었다(책에는 10시). 복드한 왕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기 전의 마지막 왕이다. 몽골은 문화적으로 볼 것이 없고 박물관도 초라하다고 느꼈었는데 겨울궁전을 보니 마음이 달라진다. 여름궁전은 러시아가 온 후 파괴되었지만 이곳은 남아있고 유물도 훌륭하다. 왕과 왕비가 쓰던 겔(호피 천과 장식, 가구가 조금 호화로울 뿐 똑같다. 왕조차도 겔이 있다!), 가마, 옷, 침대,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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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비용은 10달러라 입장료만 냈다. 1층의 가마와 겔은 못 찍었지만 이른 아침이라 직원들이 모두 분주해서 직원이 없는 2층은 실컷 찍었다.  사람이 나 밖에 없다. 직원이 한번 올라왔는데 그때는 구경만 했다. 일찍 온 보람이 있다. 궁의 곳곳은 불교 관련 소도구와 탱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궁의 지붕에 잡초가 자라고 있고 전반적으로 스러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쇠락해가는 모습도 물론 좋다. 그러나 문화재를 별로 돌보지 않는 태도는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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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점에는 사고 싶었던 펠트 실내화 하나가 멋진 것이 있었다. 왕이 신었을 법한 예쁜 수와 토끼털 장식이 아름다운 신이다. 보통 10달러인데 토끼털 두른 것은 12달러란다. 비싸서 망설이다 10달러에 흥정을 하니 팔겠다고 한다. 여행하며 4,000원 6,000원짜리도 보았다. 결국 고품격의 12,000원짜리를 사게 되었다. 겨울에 발이 찬 남편이 신으면 따듯할 것이다.

밖에 나온 시각이 10시 반. 이른 아침이라 차가 없다. 문지기 아저씨가 길까지 같이 나와 손을 드니 지나가던 자가용이 섰다. 아저씨는 나를 태워 주고 돌아가셨다. 운전자는 아줌마인데 한국말을 한다. 서울에서 2년 간 양말공장에서 일했던 분이다. 착한 사장을 만나 돈 많이 벌었다면서 한국이 좋다고 한다. 여기서는 일자리가 없어 한국에 가고 싶지만 가기가 아주 어렵단다.

중심가에 내려서 다시 달라이 에르 시장에 갔다. 길가에서 사과와 자두를 사먹었는데 맛이 좋다. 특히 사과가 크고 달다. 시장 안은 치즈, 소시지 등의 제품이 많았다. 금지 품목이라 소시지는 사갈 수가 없어서 우선 어렵게 마유주(1,500) 한 병을 구하고, 아룰 (1,000), 러시아 캐비어(5,000), 중국 호두(2,000), 러시아 훈제치즈(1,700), 스프레드 치즈(1,800)를 샀다. 곰팡이 치즈도 사고 싶지만 냄새가 많이 나니까 포기했다. 사과 3개를 더 사고 천도를 하나 먹으며 열심히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12시에 방을 빼줘야 하는데 12시 10분이 되었다. 배가 고팠는데 아직 부엌에 아침 식사가 남아있어 빵을 몇 개 먹었다. 차를 마실 시간은 없다. 별채에 있었기 때문에 옆의 UB로 가서 키를 반납했다.

짐을 맡긴 후 사과를 먹으며 한가한 뒷길로 걸어 백화점에 갔다. 나름대로 패스트푸드점이라는 1층 식당에서 햄버거 스테이크를 시켰다. 이들의 패스트푸드가 궁금했다. 모양은 좀 낯설지만 무지 큰 햄버거도 먹고 있고, 커다란 덩어리의 비프 롤도 먹는다. 1,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밥, 야채가 있어서 스테이크는 먹을 만했다.

백화점 수퍼에서는 우유, 각 나라의 맥주, 정말 싼 외국 담배 2종류를 샀다(9,900원, 4,500원 - 나중에 남편이 질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다시 캐시미어 점에 가서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이기에 과감하게 질이 좋은 낙타 울과 염소(야마) 캐시미어 스웨터를 샀다(합쳐서 10만원 정도? 곗돈도 탔고 혼자 온 여행이라 고생하는 남편에게 미안해서 평상시답지 않게 무리했다!). 비싸지만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 생각된다. 직원이 투그릭을 달러로 바꿔 계산하는 과정에서 비싸게 매겨 좀 옥신각신 했다. 외국인을 봉으로 생각한다. 사실 몽골 사람의 월급과 비교하면 굉장히 비싼 것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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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수퍼에서 쵸코 스프레드를 사고 2시에 돌아왔다. 산 것들을 다시 정리하여 꾸리고 투멘을 기다렸으나 2시 45분에도 안 온다. 전화를 하니 바빠서 올 수가 없다고 한다. 15일에 한국에 오니 그때 만나기로 했다.

밖에 나와 시티 택시를 잡는데 차가 없어서 진땀이 난다. 벌써 3시이다. 출발은 5시. 미아트 몽골의 느긋함을 알기에 걱정은 덜 되지만 그래도 다급한 처지. 일반 택시는 공항이라는 말도 못 알아듣는다. 결국 총알 자가용 택시가 와서 섰다. 여러 번 '에어포트'라고 해도 모른다. '비 솔롱고스 훙, 솔롱고스 슈웅'하며 몇 번을 비행기가 뜨는 흉내를 냈더니 옆에 서 있던 눈치 빠른 아저씨가 '아에로포르트'라고 기사에게 알려준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냐고 물으니 계기판을 가리킨다. 거리대로 받겠다는 것. 역시 총알이라 30분 거리를 추월해가며 20분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2시 20분이다. 만 투그릭을 주니 큰돈이라면서 잔돈이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공항 안에서 바꾸어 주었다. 보통 5,000인데 4,000을 받는다. 양심적인 사람이다.

공항이용료(12,500)를 내고 나머지 돈 3,500 투그릭을 달러로 환전하는데 이 여자가 2달러만 준다. 2달러는 2,400 투그릭이다. 오느라고 혼을 뺐던 나는 알아서 주려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돈을 받았다. 표를 내고 들어와 정신차리고 가만히 생각하니 그 여자가 1,100 투그릭이나 남겨 먹은 것이다. 음료수나 다른 것을 사 먹을 수 있는 돈인데 마지막에 어수룩하게 되어버렸다.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내게 1,100을 돌려주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으로 들어와 면세점을 구경한다. 질이 떨어지고 물건도 비싸다(캐시미어도 질과 가격이 다 별로다). 역시 백화점보다 비싼 칭기즈 보드카를 두 병 샀다(백화점 7,500원 면세점 8,400원). UB 주인은 그래도 면세점이 쌀 거라고 했었다. 앉아서 총 여행 경비를 계산하니 60만원 정도 들었다.

정확한 출발 시간에 비행기는 떠났다. 거의 한국인들인데 UB에서 만났던 여자애도 있다. 배낭여행자들 모두 이곳이 참 좋았고 친절했다고 한다. 다른 두 여자는 흡수굴에 비행기로 다녀왔는데 하트갈 왕복 200달러, 숙소는 2일간 먹는 것 포함 5만 투그릭 이었단다. 나름대로 즐거운 기억들을 만들었나보다. 비행기에 늦게 타서 짐 놓을 곳이 많지 않았다.

울란바타르를 떠날 때에는 마음이 좀 이상했다. 나에게 친절했던 모든 몽골 여자들이 다 떠올랐다. 키가 훌쩍 크고 착한 로다는 친구나 동생 같다. 앞으로의 일이 좀 걱정된다. 편하고 자상한 이모같은 투멘, 고요하고 우아한 르하르바와 그 남편, 귀여운 딸 짜이야, 수줍고 친절한 길르츠측, 어리고 천진난만해서 세상물정 모르는 슈리, 우리나라 할머니처럼 따듯한 로다의 엄마 등등. 이 사람들 덕분에 긴장 없이 편안한 여행을 했다.

자연환경은 다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비슷하게 생겼다. 얼굴이 어찌나 비슷한지 딱 보면 우리나라의 누구 닮았다고 바로 떠오를 정도이다. 사고방식, 화폐 가치 차이, 시차가 없다(썸머 타임 중이지만). 또한 몽골은 터키와 더불어 한국을 좋아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한국은 솔롱고스, 무지개는 솔롱고 이다).

인천공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밤인데도 28도. 10년만의 무더위라고 하더니 태국 같은 열대지방의 열기가 훅 닿는다. 흡수굴에서는 추워서 옷을 잔뜩 껴입고 다리가 텄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