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다운타운호스텔

5. 다운타운 호스텔

다운타운 호스텔

열차가 이르쿠츠크 파스 역에 도착한 것은 6시경이었다. 서머타임 때문에 한국과 시간대가 같아졌지만 이곳의 느낌은 마치 한국의 3시 정도를 연상케 하는 화창한 날씨다. 큰 앙가라 강 건너 이르쿠츠크 호텔이 보이고 제법 아름다운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하바롭스크에서 메일로 이르쿠츠크 다운타운 호스텔 쪽으로 우리가 도착할 시간을 알려주었기 때문에 플랫폼에는 PARK 이라고 쓰인 종이를 든 청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잘 풀릴 거라는 느낌이 든다.  청년에게 부탁하여 가는 열차표를 구해보려 했지만 예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인지 자리가 없다는 것인지 애매한 결과다. 그 청년도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유창하게 하지는 못해 우리는 그 청년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원래 다운타운 호스텔은 역에서 가까운 스테판 라찐 거리에 있는데 우리가 가는 곳은 스테판 라진 거리에서 가까운 마라타 거리의 끝부분에 있는 곳이다, 청년의 말로는 새로 다른 집을 하나 더 차린 모양이다. 건물 뒤를 돌아서 허름한 아파트 정문 옆 창문에 호스텔 도어벨 이라고 영어로 씌여 있고 그 벨을 누르니 주인이 나온다. 이래서는 예약 안하면 찾아올 수도 없겠다 싶다.

하바롭스크나 이르쿠츠크나 호텔은 건물 바깥에 표시가 되어 있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전혀 간판이 없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주인 이름은 리다였는데 영어를 무척 잘하고 싹싹하게 보이는 아가씨다. 율리아랑 리다랑 번갈아 가면서 집을 관리한다고 하며, 우리를 데리고 온 청년 안드레이는 손님 픽업이라든가 세탁물 수거 등 잔일을 한다. 다들 젊은 청년들인데 영어를 잘 하니 상당한 벌이가 되는 것 같았다.

다운타운 호스텔은 도미토리 형식이지만 침대 하나에 500루블로 상당히 비싸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언제는 우리 방에 간이침대를 놓아 손님을 받을 정도니 러시아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여행업으로 상당히 돈을 잘 벌겠지 싶다. 가까이 있는 아레나 호텔의 더블룸이 600루블인 것을 보면 허름한 아파트에 침대 몇 개 놓고도 이렇게 비싼 값을 받아도 영어권 국가의 배낭객들이 하는 수 없이 이곳으로 오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우리 역시 비싸지만 영어로 안내가 잘 되며 여행 정보도 풍부하니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

리다에게 거주지 등록 서비스 (1인당 300루블)를 부탁하여 8월 16일까지 등록을 마쳤다. 게다가 열차표 이야기를 하니 전화를 걸어보더니 6인 좌석(플라쯔카르타)은 1728루블이라고 한다. 올때는 1인당 16만원 정도를 주고 온 건데 의외로 싼 값(6만5천원 정도)에 열차표를 끊을 수 있다니 행운이다. 올 때 안 일이지만 외국인들은 표를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우리 표는 이르쿠츠크에서 탈 사람이 너무 많아 새로이 편성된 임시 객차의 차표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지정된 열차이외의 열차는 잘 안 줄뿐더러 자리가 차면 그냥 없다고 해 버린다. 하지만 다운타운 호스텔에서는 어려움 없이 지정된 날짜의 열차표를 떠억 끊어 오니 이래저래 비싸지만 이곳을 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대리예매 수수료는 1인당 200루블이지만 해안이 것은 그냥 끊어 주겠다고 하여 400루블을 지불했다. 러시아에서는 표를 예매하면 창구에서도 예매 수수료를 받으므로 다운타운 호스텔 입장으로는 그리 많지 않은 수수료를 받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주방 식기가 다 준비되어 있어 요리를 해 먹을 줄 아는 외국인들은 여러 가지로 잘도 볶아 먹는다. 우리 역시 슈퍼에서 냉동삘멘(만두)을 사다가 끓여 먹어 보았는데 안에 만두소가 순전히 고기로만 되어 있고 조금 느끼하여 우리 입맛에 딱 맞지는 않았다.

거주지 등록의 실상

우리가 러시아 여행에서 가장 신경쓰인 부분이 이것이다. 세상에 관광객이 거주지등록을 해야 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 예전 공산주의 시대의 영향이지만 그렇게 폐쇄적이라는 미얀마에서도 거주지등록이란 건 없었는데 러시아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게다가 수시로 관광객을 노리는 경찰들이 여권확인을 하고 거주지 등록이 안되어 있으면 그걸 빌미로 돈을 뜯는다 하니 걱정될 만도 한 일이었다.  
거주지 등록 또한 직접 관청에 가거나 호텔급에서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관공서에 직접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으며 호텔에서도 그곳에 묵지 않고 거주지 등록을 해 주는 호텔은 많지 않다고 하니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이다.

리다에게 거주지 등록을 부탁하면서 여권을 맡겼는데 괜찮겠냐고 하니 의외로 아무 문제 없다고 이야기 한다. 들은 바와 무척 다르다.

그리고 여권 없이 돌아다니려 하니 걱정이 되어서 복사할 수 있는 곳을 물어 여러 곳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첫날엔 마땅히 복사할 곳을 찾지도 못했다. 첫날 복사할 곳을 찾아 헤매다가 거리를 대강 파악하긴 했지만 결국 복사는 다음 날 율리아에게 물어 이르쿠츠크 호텔(옛 인투리스트 호텔) 2층 사무실에서 어려움 없이 해결했다.

또한 우리가 바이칼로 갈 날이 내일인데 오늘 기차표를 끊는데 여권이 필요하다기에 여권을 두고 가야 하나... 고민했더니 아예 율리아가 호스텔에 여권 채로 맡겨 놓으라 한다. 우리는 복사본만 가져가고 여권은 호스텔에 있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며 혹시 무슨 문제가 있거든 이곳 호스텔에 있다고 하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호스텔에 여권을 맡기고 기차표를 부탁한 뒤 먼저 표값을 지불한 뒤, 우리는 복사본만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호스텔에서 준 시내지도에 호스텔의 전화번호가 씌여 있었기 때문에 우린 그 지도를 바이칼 알혼섬에서 나올 때까지 소중히 보관했다.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빡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첫날 하바롭스크 도착했을 때 여행사 팀장님이 거주지 등록에 대해 매우 어렵고 비싸다고 하셔서 걱정이 많았는데 실상 일은 일사천리로 풀렸다. 책에서 너무 겁을 주었었나? 아니면 러시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거주지 등록은 명확하게 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8월 17일이었다. 하바롭스크 돌아오는 열차 안 벨로고르스크역에서 아침잠을 깨워 가면서 여권과 거주지 등록을 꼼꼼히 챙기던 경찰 녀석들이 있었다. 이녀석들은 온갖 것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초대장인 호텔 바우처 발행지는 뻬쩨르부르그인데 왜 거기 거주등록이 없느냐고 트집잡기도 하고 거주지 등록이 8월 16일까지밖에 안되어 있다고 뭐라 하기도 하고(16일날 열차를 타고 지금이 17일이니 문제가 있다 하는데 그럼 가는 열차 안인데 어쩌란 말이야!!)  우리 여권을 들고서는 조금 문제가 있으니 경찰서로 가자고 하기도 했는데 내가 여권을 뺏아들고 경아씨가 완강하게 문제가 없다고 버티니까 조금 있다 그냥 가기는 했지만 만약 뭔가 확실한 빌미가 있었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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