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후지르 마을 |
후지르 마을 뭔가 써 놓고 보면 일본스러운 마을 호칭이지만 실상은 강한 ㅎ 발음을 해야 하니 ㅋ후쥐르가 맞는 발음이다. 마을은 왜 이리 넓은지 도로가 벌판이다. 사실 도로도 아니고 도로 역할을 하는 공터랄까. 그 위로 차가 다니니 도로지 아니면 그냥 벌판이다. 왜 이렇게 사이를 멀리 띄우고 집을 지었는지 아리송하다. 누구에게 물어 보려고 해도 영어가 안되니 여의치 않다. 이곳에서는 조급하다, 멀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된다. 가까운 해변이라고 하는 것이 걸어서 20분이 넘게 걸리고 워낙 맑아 시야가 좋으니 바로 눈앞에 보이는 불칸 바위까지 가는데 20분이다. 별로 크게 보이지 않는 언덕이나 바위도 막상 가 보면 무지하게 크다. 넓은 언덕에 사람이 점처럼 붙어서 올라가는 형국이다. 덕분에 사진은 많이 찍어 왔지만 그 웅장함은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인 것이 아쉬웠다. 마을 대로인 바이칼스카야 끝에는 큰 상점 하라쇼가 있다. 이곳은 항상 외국인들로 바글거리며 밤 새워 장사를 하는 듯 밤새 쿵짝거린다. 우리 숙소는 하라쇼 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시끄러울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워낙 마을이 커서 바로 옆에 붙어 있다는 것이 200m정도 떨어져 있는 것이니 별달리 크게 들리지 않았다. 하라쇼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살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물이고 맥주고 도통 써늘하지가 않다는 점이었는데, 계속 외국인이 들락거리니 그럴만도 하다. 여기 사람들은 물을 사먹지 않는 것 같은데 외국인들은 생수를 사 먹는다. 그래서 우리가 찾아낸 것이 바이칼스카야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온 곳에 있는 가스뜨로놈이었다. 가스뜨로놈은 러시아어로 식료품점이란 뜻인데 조금 옛날 말인 듯 사람들은 마가진이란 말을 더욱 많이 썼다. 이르쿠츠크나 하바롭스크에서도 가스뜨로놈이라는 간판은 본 적이 없다. 이곳이 좋은 점은 거의 매일 얼린 생수를 살 수 있다는 점인데 대부분 현지인들이 오는 상점이다 보니 생수는 항상 우리 몫이다. 또한 물보다 싼 값의 음료 빙고는 (1.5리터에 12루블) 갖가지 맛으로 구비되어 있고 맛은 거의 우리나라 2프로 같아서 자주 먹게 되었다. 이곳이 더 한적하고 값도 싸서 매일 이용하는 곳이 되었다. 신기한 것은 이런 곳까지 진출한 도시락면, 농심사발면인데 이런 사발면 제품들은 갔던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사흘 정도 지나니 이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대로인 바이칼 스카야를 따라 내려가면 우리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차했던 카페 쁘리보이가 보인다. 쁘리보이 맞은 편은 초등학교 건물이다. 쁘리보이 맞은 편 길로 쭉 가면 니키타의 집이 나오는구나. 쁘리보이 옆 가판대는 낮엔 옷을 파는 상인이 옷을 진열해 놓고 판다. 대로를 좀 더 내려가니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으로 들어가니 배 몇 척이 방파제에 정박해 있는데 호수가 너무 맑고 깨끗하니 배가 마치 잔잔한 수영장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항구에 형성된 백사장에서도 몇 명이 물놀이를 한다. 조금 멀리 폐선이 바다 위에 그냥 방치되고 있었다. 바이칼에서는 자꾸 바다란 표현을 쓰게 된다. 하도 넓은 데다 갈매기가 날고 바다내음까지 나니 바다라고 하고 해변이라고 하는데 결정적인 차이는 해변의 돌을 들추어도 조개나 소라고둥 등 잘잘한 바다생물이 없어서 다시 호수라는 것을 실감한다. 아무래도 호숫가는 바닷가에 비해 풍성한 맛이 조금 덜한다는 느낌이다. 다시 바이칼스캬야를 따라 되돌아 오니 길 양쪽에 상당히 많은 마가진(상점)들이 보인다. 그리고 군데군데 방 있어요 라고 써 놓은 간판들도 보인다. 처음엔 도통 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역시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항구에서 왼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자그마한 교회(러시아 정교회)가 있다. 한참 공사중인 교회인데 아담하고 예쁘다. 이 교회 신부님을 불칸 바위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했었는데 검은 옷에 머리를 기르고 수염을 길게 길러 무척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떠나기 전날 다시 길거리에서 만난 신부님은 다음 날 교회구경을 시켜 주겠다고 하셨으나 우리 출발 일정 때문에 사양했었다. 교회를 지나 언덕을 차분히 걸어가면 바이칼의 작은 바다(말로예 모레)가 보인다. 알혼섬과 건너면 프리모르스키 산맥 사이 비교적 좁은 바다(폭 18km정도)를작은바다(말로예 모레)라고 부르며 알혼섬 동쪽에서 거너편 부리야트 공화국 까지의 넓은 부분(폭 40여km)을 큰 바다 (발쇼예 모레)라 부른다. 발쇼예란 러시아 말로 크다, 대단하다 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는 볼쇼이 발레단의 볼쇼이가 러시아 발음으로 발쇼예다. 작은 바다를 바라보며 좀 더 걸어가면 언덕이 끝나고 앞쪽으로는 니키타의 집이 보이며 왼쪽으로는 불칸곶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지점에서 후지르 마을을 보면 대략 마을이 조망되는데 정말 넓고도 크다. 알혼섬의 독초 독초라기 보담은 강하게 스스로를 방어하는 풀이다. 가까이 스치기만 해도 몇 방의 침을 쏴 댄다. 처음엔 해안이가 길을 걷다가 모기에 물린 것 같다고 발을 보여주는데 꼭 모기물린 것 처럼 붓는다. 그냥 모기이겠거니 하고 지나쳤었다. 두 번째는 불칸 바위쪽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경아씨가 바위 많은 쪽으로 올라가자며 먼저 발을 내딛다가 비명을 지른다. 뭔가에 쏘였다고. 그 말을 듣고 나도 다가가다가 저릿 하는데 무릎 부위에 10여방을 쏘였다. 꼭 벌침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유리조각 같기도 한데 어떤 녀석이 쏘았는지 알 길이 없다. 아까 아프다던 해안이는 바이칼 물에 들어갔다 나오자 금새 나았다고 해서 경아씨랑 나도 내려와 물을 발랐다. 오후에 숙소에 돌아와 풀을 관찰하던 경아씨는 그놈을 발견했다. 가지와 잎 뒤편에 날카로운 바늘침이 좌르르 꽂혀 이는 무서운 놈. 마침 안나아줌마가 오시길래 물어 보았더니 몸짓으로 아야 하는 시늉을 한다. 아, 그놈이었구나.. 처음엔 벌레 물린 줄 알고 약을 발랐건만 이제는 별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살벌하게 부어오르다가도 얼마 안 있어 괜찮아진다. 우리는 이놈을 바이칼 지킴이라고 이름붙였다. 아름다운 밤하늘 이곳은 백야 현상 때문에 12시가 되어도 하늘은 어둡지만 저 멀리 산에 완전히 지지 않은 어둠이 깔린다. 별은 기대한 것 처럼 잘 보이지 않았고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 정도만 빛나고 이었는데 새벽 1시에 접어들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환상적인 하늘이 펼쳐진다. 머리 위로 짙은 은하수가 펼쳐지고 익숙한 별자리 조차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하늘에 모래알처럼 별이 깔렸다.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어정쩡한 우리는 여름의 대삼각형(백조자리의 데네브, 견우, 직녀성)을 찾아 놓고서도 다른 별자리를 찾지 못했다. 천문 관측에는 최적의 장소가 이곳 알혼섬이 아닐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