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툰두마에서 - 마마스티브댁 방문

 

8월 2일 호텔에서

아나키 : 어제부터 만나는 호텔직원들의 눈에서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눈 마주치면 웃고 후잠보 하고, 내가 뭔지 못 알아들으니 시잠보라고 하는거라며 웃고가르쳐 주기도 하고 누구를 만나든 밝다. 호텔직원으로서의 친절함이라기보다는 아주드문 외국인에 대한 반가움이다

오늘 하루 종일 만나는 이들마다 신기한듯 쳐다보기도 하고 대개는 먼저 인사를 걸어오고 우리도 즐겁게 인사하는 모습이 어디 푸근한시골마을에 온 느낌이 든다. 호텔은 툰두마역에서 언덕을 올라온 위치에 있는데, 전망이 좋고 조용한 곳이다.

길가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개 우릴 보고는 음중구Mzungu 라고 소리친다. 유럽인이란 말인데, 소리의 느낌이 좀 거시기하지만 비하하는 건 아니고 다름을 그리 표시하는 거다. 우리를 보나 캐나다인 로이를 보나 음중구다.  자기네들보다는 희니까 다 흰둥이가 된다. 국경마을엔 외국인이 도통 오지를 않으니 신기한가 보다.

게바라 : 아침 6시 넘어 일어나 화장실 갔다 와서 실내 운동했다. 호텔 밖으로 나가 언덕위까지 올라가 툰두마를 조망해 본다. 햇살이 찬란하고 쨍한 초가을 날씨다. 밝고 따스하다. 내려와서 수영장 아래쪽 조금 내려간 곳에서 푸시업도 하고 몸을 풀었다. 호텔 직원이 보고 있었던지 수영하고 싶냐고 농담을 한다. 이 추위에 수영이라니...

8시에 먹은 아침은 한 명분만 제공된다 해서 나머지 사람은 1인당 3,000 씩 내고 계란요리를시켜 먹었다. 주로 야채가 들어간 스패니쉬 오믈렛과 빵, 우유를 섞은 차를 먹는다.

아나키 : 오전엔 로이네 방에서 우리와 로이, 에블린네가 싸온 물건들을 스티브네 마을 사람들과 친척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 짐을 꾸리다가 시간이 다 갔다. 로이씨는 장난감, 치솔, 가위, 티셔츠등등을 바리바리 싸 왔는데 그 양이 너무 엄청나서 입이 딱 벌어졌다. 저걸 어째 다들고 왔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 역시 티셔츠140여벌과 학용품을 바리바리 싸 갔지만 로이 아저씨네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물건들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까 고민하다가, 일단 마을사람들과 친척들 줄 거랑, 고아원으로 보낼 것 그리고 교회 주일학교로 보낼 것들로 대강 나누기로 했다.

스티브네는 대부분의 아프리카인이 그럿듯 대가족이다. 친척들이 모여 사는데다 아이들을 많이 낳으니 그 수가 엄청나게 된다. 사기까는 친척 한가족 한가족마다 아이들 수와 몸사이즈를 생각해 내고 우리는 모두 둘러서서 해당사이즈에 맞는 옷을 골라내느라 분주했다. 한 20여집 분량을 나눴나 보다.

게바라 : 오전에는 아픈 에블린을 제외한 로이네 식구들과 방에 모여 양쪽 집안이 가져 온 물건을 다 풀어헤쳐 분류했다. 옷은 사이즈 별로 나누어 놓고 펜, 학용품, 자 등을 다 집어넣기 좋게 두었다. 사기까는 마을의 친척과 이웃들을 다 기억해내고 그 집 아이들의 수, 성별, 몸 크기까지 생각해 내야 하는 고난이도의 일에 돌입했다.

우리의 일은 분류된 옷과 우리가 가져 간 헤드랜턴과 토치 등을 가방이나 베키네가 만들어 온 천 가방에 담는 작업이다.
일일이 기억해 내며 아침부터 점심시간을 넘겨 가면서 계속 같은 일만 했다. 인내와 근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나름 재미있고 보람도 있다. 우리가 사온 옷, 랜턴 들은 거의 다 쓰였다. 사기까 머리에 쥐가 났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을 더 기억해 보라고 했다. 못 받은 사람은 섭섭할 테니까.

아나키 : 2시경에나 겨우 짐들을 일차 분리하고 정리해 놓은뒤 짐을 방 한쪽에 두고 스티브의 어머님을 만나뵈러 이동했다. 언덕을 올라 잠비아 국경 세관을 지나야 마을로 가게 되는 재미있는 구조. 국경도시 툰두마는 예상를 깨고 매우 활발하다. 탄자니아 국경쪽에서 잠비아 국경 버스터미널로 상품들을 운반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분주하게 자전거로 상품을 이동시킨다. 그 중 몇 몇은 짐이 너무 무거워 경사로를 오르지 못하고 있어서 로이와 내가 자전거를 몇 대 밀어 주니 참 고마워한다. 잠깐 도와 주다가 아래서 스티브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려가니 아무 관계없는 사람들도 지나가며 아산테(감사합니다) 한다. 어른들이라고 신기하지 않겠나. 좀체로 보기 힘든 얼굴 하얀 사람들이 떼로 나타나서 돌아다니는 데다, 자전거를 밀어주기까지 하니.

국경마을 툰두마는 큰 길 하나와 언덕에 자리잡은 마을들로 이루어진 아담한 곳이지만 엄청 북적인다. 대로변엔 수많은 상점과 사람들로 마치 이곳이 대도시가 아닐까 느끼게 하며 수많은 차량들이 잠비아로 넘어가거나 탄자니아로 들어오기 위해 늘어 서 있다. 국경지역인 만큼 각종 컨테이너들이 쌓인 물류창고도 보인다.

마마스티브 댁 첫 방문

게바라 : 2시에 스티브 집으로 출발. 선물 담으며 베키의 과일바, 사탕 등을 주섬주섬 먹었으나 배가 고프다. 숙소를 나서서 걷는데 이곳이 국경 마을이라 언덕 위의 잠비아로 가는 물건들이 바리바리 자전거에 실려 올라 간다. 안쓰러울 정도로 무리한 짐을 실어 언덕으로 밀고 올라 가는 사람을 보고는 남편과 로이가 몇 번 같이 밀고 올라간다. 둘 다 착해서 그냥 보지 못한다. 길에는 바나나, 오렌지 파는 사람도 많고 군고구마도 있다. 관심을 보이니 사기까가 사줘서 나눠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 대로변은 가게도 많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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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네 집으로 가는 길

복잡한 시장통을 가로지르니 갑자기 한적한 마을. 전반적으로 먼지가 많다. 점점 작은 골목을 지나 스티브집에 도착하니 동네 아주머니 들이 많이 모여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입으로 오로로로 하는 괴성과 같은 소리를 모두가 낸다) 춤추고 껴안고 완전히 정신이 쏙 빠지게 사람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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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며 환영해 주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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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스티브와 베키, 사돈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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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아프리카의 가락에 아줌마식의 막춤처럼 엉덩이를 흔들고 리드미컬하게 온 몸으로 춤을 춘다.한참 인사하고 집안으로 들어와 식탁에 앉았다. 여러 차레 아주 길게 다시 행렬이 들어오고 식탁을 돌며 춤추고 노래하고 아프리카식 찬송가를 부르면서 껴안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반기는 모습에 너무 감동을 받아 베키와 나는 눈물이 났다. 정말 쉴 틈이 없다. 어쩌면 그렇게 정이 많은지.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와서 환영을 해주는 듯하다.

아나키 : 집으로 접근하자 우린 깜짝 놀랐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동네 아줌마들이 한바탕 환영의 춤판을 벌이는 게 아닌가? 아프리카 식의 환영 춤판에 보는 사람마다 우리를 껴안고 인사를 한다. 시골마을 출신 스티브가 수도에 가서 공부하더니 머나먼 한국에까지 유학을 간 데다 캐나다인 신부를 맞아들여서 캐나다인 식구들과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이 마을에선 크나큰 일인 거다. 나는 그 와중에서도 비디오기사의 사명(^^)을 잊으면 안되기에 열심히 영상으로 담았지만 한참 계속되는 환영 춤판에 경아씨와 베키(장모)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한다.

마마스티브네 집은 스티브가 대학다닐 때 직접 설계해서 동생 모세랑 함께 지은 거라 하는데 다른 집들에 비해서 컸다. 그 땐 왜 이리 크게만 지었냐고 핀잔 받았다는데 스티브는 그러니까 오늘같이 손님이 많이 올수 있지 않냐며 거드름을 폈다. ^^

게바라 : 밖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다 몰려 들어 구경이다. 음중구(백인, 우리도 이들에게는 백인이다)를 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두 번 다시 볼 수없는 구경거리인 것. 다시 친구, 친척, 교회 사람들이 교대로 들어와 인사를 한다. 우리 앞쪽의 마주 보이는 앉는 거실에는 나이 드신 아주머니들이 앉고 밖에서는 숯을 이용하여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드느라 한창이다. 마마에게 준비해 온 옷을 선물로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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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거실과 침실 3개 화장실이 있다. 일찍이 돈 번다고 잠비아로 어디로 떠돌며 자식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 대신 마마가 노점상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들었기 때문에 나는 마마가 어떤 분인지 참 궁금했다. 마마는 상상했던 대로 몸은 자그마하지만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다정하고 정겨운 분이다. 이 집은 어렵게 스티브와 쌍둥이 형제 모세가 장학금을 아껴가며 지은 집이다. 도시지만 우리 숙소와는 달리 이곳은 아직 전기도 안 들어오고 밥도 불을 때서 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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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리 잡으신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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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실내의 노장 아주머니들과 데려온 아기들에게 미린다, 펩시, 환타 등의 음료가 한 병씩 돌아간다. 헉! 자기들끼리만 마시고 우리는 안 주는 거다...  심지어 아기들 입에도 열심히 넣어 준다. 아기에게 청량음료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어쨌든 안줘서 섭섭했다!

한참을 흘끔거리며 쳐다 본 후에야 음료를 가져다주었다. 우선 개인 별로 한 병씩 돌리는 것이 이곳의 인사치레이다. 중간 중간 계속 다시 춤과 노래, 박수가 계속되다가 드디어 음식이 왔다. 우선 한 언니가 따듯한 물을 담은 주전자를 세숫대야에 받쳐 들고 와 손을 씻도록 따라 준다. 각종 음식들이 보온 그릇에 담겨 푸짐하게 들어와 한상 가득 받았다. 콩요리, 비프 커리, 구운 소고기, 얇게 잘라 찐 맛있는 고구마, 밥, 시금치 볶음 등이다. 정말 너무 너무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 입맛에 딱 맞는지.

먹고 또 먹고 모두 다 과식을 했다. 간도 잘 맞고 담백하며 감칠맛이 있다. 아프리카지만 완벽한 우리 입맛이다. 모두 맛있다고 감탄을 연발하며 먹었다. 이것이 숯불의 은근함에서 나오는 건지 손맛인지 정성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최고였다. 후식으로 오렌지까지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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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하다 말고 사진찍기, 춤추기!!

먹는 중에도 또 들어와서 노래하고 춤추며 식탁주변을 돈다. 서로 사진을 찍겠다고 들어오고. 해안이는 인기 폭발이다. 우리 가족은 졸지에 백인이 되어 황당했다. 백인 친척을 얻어 기쁘다는 춤과 노래도 한바탕 이어졌다. 아줌마들의 힘과 흥은 어느 나라나 대단하고, 우리도 못지않지만 아프리카 아줌마들이 짱이다. 인정했다. 무뚝뚝하고 표정 없는 남자들과 극대비가 된다. 마마 스티브 뿐 아니라 마을에서 고아가 생기면 서로 돌보아 주는 엄마 커뮤니티가 있단다. 도시지만 상당히 아프리카 부족적인 관습이 남아있는 여성들의 공동체였다.

밥 먹은 후 쌍둥이 형 모세가 다르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 스티브와 살짝 분위기가 다르다. 더 날렵하고 키가 크며 잘 생겼다. 선물로 챙겨 온 옷을 주었다.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렸었다니 고맙고도 미안했다고 말해 주었다. 에블린이 숙소에 혼자 있어서 베키 만 남고 모두 돌아가기로 했다. 4명의 친척과 친구 총각들이 우리를 배웅해 주기로 했다. 동네를 내려와 오렌지도 샀다(총각들이 맛있는 걸로 골라준다). 해안이는 코피가 터졌다. 신기해하며 우리만 쳐다보는 동네를 지나(아이들의 옷이 너무나 낡고 남루하여 뭐든 다 가져다 주고 싶은 심정이다) 철로를 넘어 숙소로 왔다. 청년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아나키 : 이곳 사람들은 이웃집 아줌마를 부를 때 우리들 처럼 자식의 이름을 이용한다. 철수엄마, 영이엄마 하듯이 마마 스티브(스티브 엄마), 마마 시보(시보 엄마) 이런식이다. 이런 점이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숙소로 돌아와서 바나나를 사러 가기 위해 직원에게 어디서 살수 있냐 물으니 언덕 위쪽 잠비아로 가란다.

허걱, 잠비아로?  

게바라 : 언덕 바로 위가 잠비아 나컨데 마을이다. 언니들에게 바나나 두 다발 사고 길가에서 빵도 샀다. (빵의 경우, 처음엔 4000 부르길래 왜 이리 비싸? 했더니 아나키가 혹시나.. 해서 실링? 하고 물으니 1500실링이라 한다. 잠비아돈으로 말했던 거다) 북적북적하니 신기한 곳이었다. 다시 내려와 숙소. 바나나는 꿀맛이다. 싱싱하고 잘 익은 몽키 바나나. 배부른데도 여러 개 먹었다. 저녁도 대충 먹고 잘거다.  잠시 전기도 나갔다 들어온다. 역시 툰두마다. 국경지역이라 신기한 일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