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툰두마에서 - 선물 운반하기

 

8월 3일 선물 운반하기

어제 호텔 아침식사가 조금 부실하게 나왔었기 때문에 오늘은 방에서 한명씩만 아침을 먹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식당 밖 테이블에서 준비했던 과일이며 빵이며 음식들을 먹었는데, 사실 그쪽이 더 맛있어보인다..

말레이시아 군대인가 뭔가, 어제 지나가면서 호텔 바에서 질펀하게 놀았던 까닭에 에블린네는 다들 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래서 방을 옮기게 됬는? 우리 방은 볕 잘들고 풍광 좋은 방이다. 에블린네는 처음엔 풍광 좋은 방을 받았다가 이내 그늘진 쪽으로 바꿨는데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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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묵었던 우킹가 호텔. 그리고 호텔 앞에서 만난 사람들

스티브가 어제 잊어버리고 빼놓은 친척이 있다 하여, 새로 선물을 꾸리는데, 오늘도 한 시가 넘었다.

로이 방에 옷가지랑 필기구랑 장난감이랑 잔뜩 쌓아두고 산타클로스놀이. ^^ 스티브가 보낼 친척 이름부르면 몸집이 얼마나 되는지, 아이들은 몇인지, 아이들 나이는 얼마나 되는지, 남자인지 여잔지, 전기는 들어오는지 등등. 한 무더기로 쌓인 옷이랑 학용품이랑 사이를 헤치며 선물 꾸러미를 만든다.  다 싼 꾸러미를 바리바리 들고 자루에 넣어서 마을로 가는데 짐이 많아서인지 호텔에서 차를 내 준다. 이 호텔은 나중에도 필요할 때마다 차를 내 주었는데 정말 서비스가 끝내주는 것 같다.  

짐은 일단 스티브가 영어를 배웠다는 간이학교의 교실에 풀어 놓고 마마댁에 점심식사를 하러 들었다. 마마댁에 가서 음식 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넘쳐나는 아이들. 뭐 구경거리났다고..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아마 밥 준비하다 저녁 시간이 될듯해. 저렇게나 천천히 숯불 위에서 음식을 준비하시니, 맛이 없을 수 있겠나? 그동안 스티브는 그 와중에 선물 줄 집 순서 리스트 작성에 바쁘다.

식사는 밥에다 시금치, 치킨커리, 요구르트, 오렌지 등인데 치킨커리는 정말 맛있는 우리나라의 닭볶음탕과 꼭 같다. 토종닭이라는데, 이 닭 참 묘하다. 표면이 상당히 질겨서 살을 뜯어내기도 버거웠는데, 일단 살을 뜯어내고 나면 질기지 않다. 퍽퍽한 부분도 없고. 이빨이 잘 안들어갈 정도로 살이 탱탱한데 막상 베어물고 나면 진짜 고기맛이 이거구나 싶다. 열심히 뛰어다녔던 놈들이라 음식에 생명력이 그대로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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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가 영어 공부했던 교실이랩니다.

식사 후, 짐을 맡겼던 학교(라고 해봤자 교실이지만..) 에서 짐을 쫘악 풀어놨다. 순서대로 정렬하기!

몇 개 들고 이집 저집 온갖 설명을 다 들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 인사, 이야기, 이야기... 한집 한집 선물을 주며 진행한다. 각자 선물보따리를 서너 개씩 들고 다니며 뒷따라오는 수십명의 아그들을 데리며 동네를 다니는 폼이, 뭔 정치인 선심방문같다.^^ 군데 군데 마을에서 느끼는 어려운 점 등을 이야기하고 나는 비디오를 찍고 하는 모습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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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툰두마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서는 나쁜 환경이라 할 수 없으나, 나보고 살아보라고 하면 막막할 것 같은 60년대 우리나라의 농촌모습 그대로다.

먹을 물도 물장사한테 사야 하고 (20리터 = 500실링) 허드렛물 조차 비가 안오는 건기에는 150실링을 주고 사야 한다니.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는 삶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어찌해 볼 수 없는 가난한상태. 아마 다른 극단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정도는 아니기에, 조금만 기반이 닦여지면 훨씬 나아지겠기에, 나도 이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게바라는 나의 이런 생각을 반박한다.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이런 거야. 이 상태에서 별 불만 없이 살아 왔고, 이게 그사람들의 삶의 방식인데, 이방인이 들어와 더 좋은 생활 장면만 자꾸 보여주면 불만이 생기기 시작해. 일단, 불만을 가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삶이 갑자기 불행해지는 건 시간문제야."

나도 이런 생각엔 동의한다. 훨씬 더 깨끗하고 물을 펑펑쓰는 우리 나라가 꼭 이곳보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곳보다 행복을 못느끼는 나라에서 와 놓고 잘 사는 사람들에게 헛된 상상과 기대를 불어 넣어 스스로의 삶에 대해 불행하다고 느끼게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happy As It IS. 게바라 말이 옳다.

선물을 나누어주러 돌아다니면서, 사실 아이들하고 부대끼는 건 재밌었는데, 그넘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내는 흙먼지에는 확 질려부렀다. 배불리 점심먹고, 디저트로 흙먼지를 너무 많이 먹은 탓에 신물이 올라왔다. 더불어 피곤하기도 하고..

대강 끝내고 나서 마마께 인사드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역시나 내가 비디오 기사 역할을 했는데, 이곳은 에블린이나 스티브나 자주 오기엔 힘든 곳 아닌가. (아마도 평생 몇번이나 올까..) 보기 힘든 얼굴들, 보기 힘든 풍경들을 담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

숙소에 돌아 오니, 아침엔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보이던 에블린이 거의 반죽음이다. 로이와 베키가 황급히 병원에 데리고 간다고 가기는 했는데, 제대로 된 병원이 있을라나 걱정이다. 로이와 베키가 떠난 뒤에 호텔 직원인 애뉴얼에게 상황을 물으니 음베야에는 독일에서 기계를 들여 온 좋은 병원이 있고, 스위스에서 공부한 의사가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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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뉴얼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빌려다 준 멀티콘센트. 친절하기도 하지..

오늘도 역시 빵은 잠비아에서. 저녁에 경아가 사온 군고구마를 먹는다... 만,

뻑뻑하여 고구마를 끊은 지 어언 이십년.. 그동안 고구마, 밤 등 퍽퍽한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조금만 먹어보라며 작은 꼬투리 껍질을 벗겨 한입 베어문 순간 " 아삭! ". 입안에 감도는 짙은 밤향기.. 군밤향기..! 깔끔하게 씹히면서도 짙은 향을 내는 이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군고구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그 느낌, 그 원형. 바로 이거야!

이 고구마, 특이하다. 겉부분은 전형적인 한국의 밤고구마. 속대로 가면 단맛은 적으나, 마치 밤을 기가막히게 익혀놓은듯한....

새벽에 로이만 돌아왔다.  에블린은 좀 안정되었고 베키는 병원에 두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