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니아사 호숫가의 마테마 비치에서

 

8월 9일 마테마 비치로 (말라위호수 Lake Ny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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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 호텔 앞의 아침 풍경. 춥다!

아침엔 ATM에서 돈 뽑는데 약간 고생했다. 화면에 나온 바로는 amount of 5000sh 이라길래 30만을 뽑아야 하니 60장을 선택했건만 안된다. 몇 번 하다가 안되니까 경비원 아저씨가 들어 와서 말하길 삼십만을 입력하면 된다고 하네.. 그럼  amount of 5000sh 이란 문구는 뭐야!

투쿠유 랜드마크 호텔에는 투쿠유에서 할 수 있는 각종 투어 프로그램이 안내되어 있었다. 대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차 농장 방문프로그램이었고, 어제와 그제 갔었던 신의 다리와 폭포도 그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니아사 호수 (말라위 호수라고도 한다) 주변에서 쉬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너무 멀기에 (남쪽으로 90km) 일단 마음에서 빼 놓았던 데다가 투쿠유가 워낙에 추워서 물에서 노닥거린단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거다.

그런데, 아침에 길에서 만났던 덴마크 청년 캐스포의 말. (이 청년은 이곳 투쿠유에 정착해서 캠프사이트를 운영한다)

"니아사 호수는 해발고도와 같아서 더울거예요."

맞다! 여긴 적도지!! 투쿠유가 추워서 아무 생각 안났었는데, 잊고 있었던 걸 일깨운다.  

"그래, 니아사 호수에 가는거야! 그리고 늘어져 보는 거야!"

로이와 베키는 일찍부터 니아사 호수 행을 준비했다. 투쿠유에서 스티브의 아버지를 만나는 일과 차 농장에 꼭 들르고 싶어했던 두분은 일단, 우리와 헤어진 뒤에 일정을 전개하기로 하고 니아사 호수까지 같이 동행하자고 하셨다. 이마네 키친에서 에그찹 사고, 장터에서 사모사 15개를 사서 배낭에 넣은 후 모두들 달라달라를 타고 출발했다. 가는 동안 앞으로 우리끼리 다녀야 하므로 해안이랑 스와힐리어 숫자 세는 걸 연습하다, 자다 하니까 금새 어느마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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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라 버스터미널. 다르에스살람에서 바로 오는 편도 있다

알고보니 케일라라는 마을인데 시장이 북적대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 같다. 스티브가 마테마비치까지 갈 차편을 알아보는데, 얼마 후 소형 픽업 하나가 나타나서 그걸로 간다 한다. 픽업 짐칸에 앉아야 한다고. 두시간이 걸린다는 말도 덧붙인다.

베키는 선뜻 엄두가 안나는 모양인데 나도 마찬가지. 다른 차편이 있나 물으니 정기편은 두시에 있다 하니 아직 세시간여가 남은 상황. 어쩔 수 없이 타기로 하고 짐 싣고 출발하다 보니 차장(차장도 짐칸에 탄다)이 마테마! 마테마! 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탈 자리가 없는 데도 계속 부른다. 사람들이 하나 둘 타기 시작하니 없던 자리가 계속 나는 게 신기하다. 하지만 거의 짐짝 신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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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은 두시간이 걸렸다. 포장도로를 10여분 가다가 비포장 길로 접어드는데 넓직한 풍경이 시원스러웠다. 그러다 풍경이 점차로 울창해지고 거대한 종려나무와 바나나, 코코나무들이 즐비하다. 이곳은 쌀도 난다고 하는데 쌀이 난다는 건 땅이 기름지며 비가 많이 온다는 증거이니 살기좋다는 말이렸다. 1시간 반쯤 지나 타운에 도착했다. 이 타운의 이름이 이핀다 Ipinda. 시장에는 물건이 많고 북적대는 곳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가 찍지 말라 한다. 뭐 그래? 자기 찍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론리에서 읽으니 이곳은 촬영금지구역이래나! 내가 잘못했다...)

이핀다 타운을 지나니 길은 점점 더 좁아지는데 풍경은 점차 낙원스러워진다. 거대한 야자수와 바나나나무가 길 양쪽을 지키고 있고 간간이 보이는 오두막 집 마당에선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말그대로 목가적인 풍경 그 자체. 스티브는 이곳이 너무 좋고, 돈이 있으면 땅을 사서 이것저것 심어보고 살고 싶다고 한다.

이윽고 호수에 가까이 다가갔는지 공기가 시원해지고 저 멀리 웅장한 산이 드러난다. 리빙스턴 산이다. 산이 드러나고도 20여분을 더 갔는데 뜬금없이 세컨더리 스쿨이 보이면서 말쑥하게 교복을 입은 상당히 많은 수의 아이들이 수줍게 우리를 보고 인사하는 데 신기했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한참 더 들어온 오지인데 어이해 이렇게 시설 좋은 학교가? 투쿠유에서도 신의 다리 가는 길, 사람이 거의 안 사는 오지에 뜬금없이 있는 학교를 봤었는데 건물이 아름답고 잔디운동장이 펼쳐져 있는 멋진 학교여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일은 돌아와서 모로고로(다르에살람 근교 도시)에 사는 교민이 쓴 글을 보고 이해됬? 교육열에 불타는 탄자니아 국민들은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도시의 북적댐이 없는 오지, 깨끗한 곳에 학교를 세우며 그 편이 아이들에게도 온갖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나? 이거 의미있는 판단이다.)

마테마비치앞엔 조그만 장터가 있고 마테마 병원이 있다. 요양하기로는 참 좋은 곳에 있는 병원이군. 우리의 숙소 레이크 쇼어 리조트는 이곳에서도 1km를 걸어 들어가야 한단다. 짐을 지고 풍광을 즐기며 걸어 들어가 보니, 와!!! 진짜 리조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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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 맞닿은 단층과 이층 방갈로가 있고 해변에는 나즈막한 종려나무가 아름다운 곳. 이거..비싼 거 아니야? 하며 내심 생각했는데, 가격도 환상이다. 욕실없는 방은 1만원, 욕실 있고 해변에 면한 단층 방갈로는 2만원, 2층 방갈로는 3만원이래내! 아니, 이렇게 쌀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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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바라본 니아사 호수는 숫제 대양이다. 왼쪽 저 건너에 리빙스턴산이 높은 위용을 떨치듯 서 있고, 끝이 보이지 않는 물에 높은 파도가 연이어 치는 풍경은 마치 천국의 풍경을 옮겨놓은 듯 환상적이다. 우리가 꿈꾸던 바로 그런 열대의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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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붙어 있는 개구리들... / 스티브가 가져온 코코아 열매 (흰 부분은 달다!)

게다가 마테마 비치리조트엔 우리밖에 없다. 물에 잠깐 발을 담가 보니 물은 따뜻한데 해변의 경사가 심하고 심한 파도가 연이어 쳐서 들어가기가 무시무시해 진다. 경아씨는 그래도 준비한 수영복이 아까워서 용기내서 들어가 보는데, 어라? 아무리 들어가도 물이 허리밖에 안오네!  다들 잠깐 들어가 파도넘기 놀이 재미만빵이다~~ 파도가 워낙에 높이 쳐서 수영은 엄두를 못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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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노는데 많이 춥다. 오히려 물속이 더 따뜻하다. 그래도 웃통을 벗으니 금새 따뜻해지네! 시원하게 불어 주는 바람 때문에 몸도 금방 마른다. 옆방 스티브가 빨래거리를 잔뜩 가지고 나와 수도가에서 빨래 하는 모습. 하는 짓이 예쁜 사위다. 우리도 덩달아 빨래해서 나무가지에 널어놓으니 두어시간만에 다 마른다.

오후엔 시장까지 걸어가서 팜유 한봉지와 숯, 구이용 바나나, 감자 등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난 역시나 술고래라 맥주를 찾아 보는데, 시장 안쪽 끝 부분에 맥주를 파는 가게가 두 셋 보인다. 맥주는 천원이지만 병 보증금이 500원 정도 있다. 병 갖다 주면 돌려 준다. 그리고 계란, 이곳에서도 대량사육되는 계란용 닭이 있는지 그런 계란은 200원이고 토종닭 계란은 300원이다. 토종닭 계란이 당연히 맛이 훨씬 좋다. (이건 편견이 아님, 토종닭 계란은 알 자체는 작지만 노른자가 크고 샛노란 색인 데 반해 대량 사육용 계란은 상대적으로 크고 노른자가 상상외로 흰색이다. 맛도 거의 밋밋한데, 난 우스개 삼아 이 계란에는 노른자는 없고, 흰자와 굳은자만 있다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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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서 간단하게 먹은 우리들의 점심식사. 이것을 찍은 이유는 바로...
바나나와 고추장의 환상적인 궁합을 말하고 싶어서. 의외로 맛있다

숙소 안엔 고풍스런 호롱불이 있었는데, 7시부터 전기를 공급해서 10시면 모든 전기를 끈다고. 충전 할 것은 빨리빨리 충전해 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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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숙소에서

불이 다 꺼지고 호롱불만 밝힌 운치있는밤. 바깥은 절대 어둠인데 안타깝게도 구름이 많은 듯 별은 안보였다. 새벽녘엔 세찬 비가 내리친다. 우르릉 쿵쾅 하는데, 파도소리도 아까보다 커서 무시무시하다. 해변은 50여m 바깥이지만 마치 당장이라도 건물을 삼킬 것 같이 가까이 들려 오는 파도 소리. 점점 커지는 파도소리에 공포가 배가 되는데!

8월 10일 마테마 비치 조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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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비치. 파도가 세다가 금새 수그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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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바라본 리빙스턴 산

아침엔 바람이 감쪽 같이 사라지고 파도도 얕다. 하지만 점심부턴 햇살이 뜨겁고 바람이 불며 물살이 거세진다. 보통 밤엔 비가 오나 했더니 요 10여일간 날씨가 그렇다 한다. 모래사장은 역시나 물이 잘 빠져서 어제 그렇게 비가 왔었나 싶을 정도다. 어젠 모래사장에서 살고 있는 나무가 신기했었는데 비가 자주 오니 모래사장에서도 자랄 수 있었던 거다. 수온은 높은편이어서 수영하는 데는 좋지만 점심 이후부터는 파도가 세서 수영보다는 파도를 이용한 놀이에 적합할 것 같다.

모래사장을 따라 타운쪽으로 걸어가 보면 루터란 게스트하우스가 나오며 그곳에서 카누를 빌릴 수는 있지만 카누가 부실해서 탈 만하진 않다. 에블린과 베키가 2인승을 타려고 끌고 나가다 높은 파도때문에 스티브랑 로이랑 나랑 같이 버둥대며 바다에 넣어 보려 해도 안되었기 때문. 오히려 상상을 초월하는 카누의 무게 때문에 난 촛대뼈가 까이고 멍이 시퍼렇게 들었고 옆에서 도와주던 해안이도 카누 모서리에 찍혔었다. 카누가 한번 해변에 뒤집어지니 모래가 엄청 들어 와서 꺼내기에도 난리다. 3시간 빌리는데 2500원의 싼 값이지만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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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란 게스트하우스

루터란 게스트하우스는 조금 시설이 우리 숙소보다는 못하지만 외국인 관광객들로 복닥거린다. 이곳에 묵으면 비치 이용료 1500원이 별도란 푯말이 붙어 있다.

픽업트럭이 내리는 부분에 시장이 있지만 매우 작다. 우리 리조트호텔에서는 바베큐를 할 수 있는 화덕이 있고, 주방에서 접시나 석탄조리기구를 빌릴 수도 있다. 시장에서 숯을 사다가 (한 푸대 천원. 세끼 바베큐 할 정도 된다) 바베큐를 해 먹으면 딱이겠으나, 시장에서는 고기를 팔지 않아서 감자나 바나나를 구워 먹었다.

아, 생선이 있긴 하다. 메기가 주종인데 30cm정도의 메기는 한 마리 천원이고, 숭어 같이 생긴 물고기는 한마리 3천원이다. 생선장수가 아침부터 엄청 큰 메기(60cm정도)를 가져와 흥정하는데 15000원을 달랜다. 이거, 조금 비싼데....

이곳은 단체로 놀러와서 며칠 지내기에 환상적인곳이다. 주변 독짓는 마을(Pottery village)이나 리빙스턴 산으로 하이킹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가는 길은 험하다고 호텔에서 말했다. 누구는 가다가 다리가 부러졌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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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피운 불.

어제 내린 비로 장작과 숯이 다 젖어 불 피우느라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다 로이의 아이디어로 등잔 기름을 넣어 보자 해서 겨우 성공했다. 경아씨가 냄비를 빌려 오고 거기다 감자 까고 바나나 까서 물에 담가 끓이는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 그 사이에 이것저것 줏어 먹다 배만 부르다. 한시간 넘어서 감자가 쪄지고 남은물로 계란을 삶았다.

하이킹을 포기하고 물에서 놀다가 생선파는 친구가 왔길래 삼십센티정도되는 기름진 생선(초초마라고 한다) 다섯마리를 사서 염장해 놓았다. 로이아저씨의 생선다루는 솜씨는 수준급이다. 우린 그냥 내장째로 두었다. 게바라랑 해안이가 내장을 워낙에도 좋아하니...

선선한 오후엔 책을 보다가 스스르 잠이들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일어 나니 저녁인데, 나 빼고 다들 바베큐준비 다 해 놓으셨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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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감자, 토마토, 피망등등을 얹어 놓으니 멋지고 화려한 식탁이 나오는데!

우리 몫의 세마리를 먹는데 엄청 지친다. 맛이 너무나 고소하고 특히 내장은 크림같아서 내장 좋아하는 경아씨랑 해안이에게도 고역 수준이었다고. 나 역시 굽는연기가 모조리 내쪽으로 오는 바람에 먹는둥마는둥이다. 거 생선 크기도 하지...

저녁엔 나뭇가지를 모아 캠프 파이어를 즐겼다. 날도 포근하고 분위기가 호젓하다. 돌아가면서 조용하게 노래도 부르고, 잔잔한 이야기도 나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뻑적지근하게 놀겠지만 이분들은 참으로 조용조용하다.

로이네 식구는 먼저 들어가 자고 스티브랑 기독교랑 불교 이야기 좀 하다가 스티브도 들어 가고, 10시가 되니까 전기불이 다 꺼져서 랜턴을 밝히고 우리끼리 밤 늦게까지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