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잔지바르 - 다르 - 타자라 열차

 

2007. 7.30 (화) 잔지바르 - 다르 - 타자라 기차

아침 여덟시 전에 옥상에 올라가 식사. 알뜰히 서로 안 먹는 것을 대신 먹어 주며 다 챙겨 먹었다. 우리에게 남기는 법이란 없다. 여행의 철칙은 잘 먹어 주는 거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기고 빵에 잼과 치즈를 발라서 점심을 쌀 동안 남편과 해안은 배표를 사 왔다. 해안이 표는 어린이 가격으로 25$를 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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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비를 지불하고 나와서 항구. 일찍 온 탓에 꽤 기다리다가 탔다. 아래층에 자리를 잡으니 좌석이 넓고도 좋다. 물로 우리는 2등석 표를 샀지만 아무도 문제 삼지 않으므로 시원한 일등석에 자리를 잡았다. 오늘은 바람이 심해서 파도가 꽤 높다. 나와 해안은 좀 힘들었다. 마음을 잘 다잡고 평온하게 만들어 숨을 명상호흡으로 쉬며 긴장을 풀어야 했다. 아무리 높은 파도도 세 번 넘고 나면 좀 잔잔해 진다. 삶의 이치도 이렇지 않을까. 견딜 만 한 고통만 주는 거다. 절로 잠이 든다.

거의 두 시간 걸려 다르에 도착했다. 항구에 가까워지니 파도가 잦아들었다. TTCL에 가서 전화카드를 사고 엄마, 아버지, 사기까에게 전화 했다. 그 곳 직원인 아저씨에게 여쭈니 친절하게 대형마트 쇼프라이트 위치를 가르쳐 주셔서 택시로 갔다. 쇼프라이트의 물건 가격은 놀랄 만큼 비싸다. 허걱스럽다. 우리나라 이상이다. 빵 등 간단한 것만 사고 바나나가 싸서 좀 샀다.

다시 택시로 타자라 역에 갔다. 사기까와 베키가 기다린다. 에블린은 나중에 로이와 택시로 왔는데 짐이 엄청 많다. 그런데 아니 글쎄... 우리 짐을 찾았단다! 하루 후에 공항에서 연락이 왔다고. 에블린한테 도둑맞은 것 같다고 했을 때 에블린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짐을 잃었다면 공항에서 대규모 도둑질은 힘들 거라며 짐이 안 온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기다려 보라더니 정말이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요하에서 짐 한 개가 덜 온 것이었다. 아프리카란(이후에도 아프리카적인 경험은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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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6인실에 들었다. 앉아서 이야기하고 논다. 기차는 점점 산지로 올라가면서 시원해진다. 어둠 속에서 코끼리 울음소리도 들리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로이는 몇몇 동물들이 보인다는데 우리는 못 찾겠다. 어둡고 흔들리니 일기나 쓰고 자야겠다. 저녁은 베키가 식당 칸에서 아프리카 아줌마들에게 얻어온 칠리소스(베키는 넉살좋고 붙임성 있는 아줌마다. 칠리소스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는 나를 데리고 씩씩하게 식당 칸으로 가서 잔뜩  얻어왔다), 망고잼(맛있다!), 빵 등이다. 바나나도 약간 먹고 다들 이빨을 닦고 잘꺼다. 밤에는 국립공원을 지나간다. 칠흑 같은 밤이다.

2007. 8. 1 (수)  기차 - 툰두마도착

새벽 다섯시. 밤새 에블린이 아파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넘어질 때 놀란 허리 통증에 말라리아까지 겹쳐서 참 괴로워하고 있다. 고열에 온갖 통증에다 열도 높다. 해안이와 나는 6인실 맨 윗 칸을 차지하였고 해안이 아래에 베키와 에블린, 내 밑은 미국인 여성 둘이 있다. 열차는 35m 정도의 다르에서 출발하여 1600m 이상으로 올라간다. 밤새 열차가 선로를 바꾸는 듯 심하게 쿵쿵거려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고지를 올라가는 기차가 다시 뒤로 밀렸다 앞으로 끌려가는 소리가 부딪히며 쿵쿵 나는 것 이었다. 열차 여행이 약간 짜증스러울 정도로 온 몸이 흔들리고 특히 허리에 충격이 크다. 그러니 에블린은 얼마나 아프고 신경이 곤두설까 싶다.

다섯 시가 넘으니 아래에서 영어로 두런두런 말라리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들린다. 에블린이 과일을 찾는데 어머니께서 없다고 한다. 해안이 가방에 오렌지 세 개가 있기 때문에 내려가서 까 줬다. 열이 높아 목이 마른지 두 개를 먹는다. 몸이 뜨겁다. 같이 화장실도 가고 안아주고 허리도 만져 주었다. 에블린이 슬쩍 잠이 들려고 할 때까지 같이 있었다. 잠시 열차가 멈추었는데 밖은 고요하고 두꺼비 소리가 요란하다. 수시로 열차가 멈추어 오래 서 있다. 다시 올라와서 자는데 역시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커서 끊임없이 선로를 바꾸는 꿈을 꾸니 거의 악몽 수준이다.

날이 훤해져서 깼다. 밖은 꽤 고지대에 와 있는데 여전히 올라가고 있다. 사기까가 에블린을 돌본다. 여전히 열이 높다. 아침으로 소시지, 빵, 에블린 엄마가 해온 밥과 소스를 먹고 바나나도 먹었다. 배가 부르다. 바깥은 늦가을 정도의 날씨로 쌀쌀하고 춥다. 짐들이 하도 많아 우리 가방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옷을 빌려 입었다. 사람이 사는 마을, 작은 농장들도 보이고 소나무, 대나무, 약간 마른 초지까지. 동부지역은 꽤 우리나라 같다. 작은 산국도 보인다. 남편은 이곳이 아프리카인가 싶단다. 사기까는 아침밥도 마다하고 마누라 옆에서 졸고 있다. 한 숨 자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다 소시지며 간식도 먹는다. 에블린 식구들이 자길래 우리는 식당 칸에 가서 맥주, 감자 칩, 음료를 사먹었다. 소파가 편하다. 남편은 어제 산 곤야기라는 술을 또 샀다. 네 시에 음베야를 지났는데도 언제 도착할런지 너무나 느리게 한참을 간다. 바오밥 나무가 많이 보이고 어린이들이 초원의 풍경처럼 소와 염소를 몰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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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베야에서 툰두마로 가는 길

정말 지루하게 느리게 가는 열차는 해가 지고 밤이 어두워져서야 칠흙 같은 상태의 툰두마에 도착하였다. 엄청난 집을 창으로 다 빼내고 사기까 엄마, 마마와 이모들이 나와 있는 걸 알았다(이 분들, 검어서 잘 안 보인다. 숙소에 가서야 제대로 얼굴을 보았다).

조그마한 마마는 정말 따듯하고 다정하다. 이모들이 짐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친척 아저씨들이 손에 들고 껌껌한 길을 랜턴을 비추어가며 철로를 건너 언덕 위로 올라갔다. 잘못하면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 상태이다. 넓은 언덕 위에는 호텔이 있다. 처음엔 직원들이 스위트 룸에 짐을 넣으려고 했는데 그럴 형편이 아니니 평범한 방 세 개를 잡았다(2인실 20,000). 다정한 친척들과 마마 덕에 옛날 우리 시골 같다. 마마는 우리가 오랜 시간 기차를 타고 온 것이 못내 미안한가보다. 게다가 며느리가 저렇게 아프니 더 마음이 안 좋을 것이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식당에서 치킨삐리삐리(4000)와 장구피시를 먹었다(6,000) 사기까가 우갈리를 시켜서 좀 얻어먹었다. 숙소는 무척 깨끗하고 생각보다 훨씬 좋다. 대형 수영장도 있고 아침은 두명 공짜. 제대로 된 비즈니스 호텔이다. 내일은 사기까 마을에 간다. 걸어서 20분이란다. 에블린은 누워서 하루 정도 쉬어야 할 것 같다. 밤하늘에 별이 쏟아질 듯 많다. 잠비아는 1인당 비자 100$라는데 갔다가 또 들어오면 새로 비자를 내야 한다. 그래서 에블린네도 안 가기로 했고 우리도 사파리나 그 주변을 더 도는 것이 현명할 듯 하다. 사기까가 돈 안내고 국경을 넘어 잠비아에 가서 친구를 만나고 올 수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