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선물 포장하고 싸 주기

 

2007. 8. 3 (금) 툰두마 : 친척 선물 포장 및 나눠주기

어제는 피곤했던지 9시 반에 잤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좀 쉬고 아침 식사. 로이, 남편, 사기까는 식당 안에서 먹고 여자들은 바깥 자리에서 차, 음식을 먹기로 했다. 빵, 잼, 바나나, 오렌지, 아보카도를 먹으며 차를 주문하니 우유, 따듯한 물, 차와 커피를 다 갖다 준다. 따듯한 햇살 아래 평화롭게 먹은 후(식당 안의 로이는 우리를 부러워했다) 돈을 내려니까 차는 무료란다. 너무나 고맙다. 어제 산 바나나도 맛있게 먹었다. 오전에는 짐을 모두 챙겨 옆 동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잘 잤는데 복도 반대편의 사기까네는 밤새 바에서 노는 사람들의 음악소리에 잠을 설쳤단다. 이동한 곳은 바로 수영장이 보이는 햇살 좋고 전망 좋은 곳이다.

오전 중에는 다시 나머지 친척과 친구들, 동네 사람들의 선물을 쌌다. 여전히 꼼꼼하고 길게 해야 하는 작업들로 아주 느리게 진행되었다. 점심은 마마가 또 밥 먹으러 오라고 해서 그 집으로 갔다. 이번에는 짐이 많아서 호텔의 차를 이용하여 모두 싣고 갔다. 동네 위쪽의 옛날 학교 건물 안에 짐을 풀어 두고 마마 집으로 내려가서 밥이 되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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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 아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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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이들과

모든 동네의 아이들이 또 구경을 왔다. 어제 먼저 선물을 받은 아니파는 예쁜 새 슬리퍼를 자랑하듯 끌고 다닌다. 아이들과 놀기도 하고 안아주었다. 밥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만드는 걸구경하다 드디어 식사가 준비되었다. 오늘은 오렌지, 바나나, 닭 커리, 시금치, 요구르트가 나왔다. 이곳은 닭이 비싸다. 역시 아주 맛이 좋다. 닭이 열심히 돌아다닌 토종이어서 질긴 소고기처럼 강력하다. 그러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맛이랄까. 씹기 힘들지만 맛은 아주 좋다. 오늘도 다들 많이 먹었다.

다시 학교 건물에 와서 분류된 선물을 동네를 돌며 나눠 줄 차례다. 음중구(백인)가 돌아다니니 모든 동네 아이들이 따라 붙어 먼지를 일으키며 쫓아다닌다. 완전 떼 부대이다. 먼지가 많은 길에서 아이들이 정신없이 뛰니 우리도 좀 넋이 나간다.

길은 더러운 물이 흐르기도 하고 쓰레기가 많다. 왜 주변을 치우지 않고 이렇게 두는가 싶다. 모두 집 안까지 직접 들어가서 선물을 전해주므로 절로 집 구경을 하게 된다. 대부분 스티브네 보다 훨씬 허름하고 쓰레기가 집에도 방치되어 있으며 먼지가 많다. 이곳은 물이 귀해서 허드렛물 한 동이가 150, 먹는 물은 물장수에게서 500에 산다. 이런 현실인데도 철길 건너편 호텔에는 대형 수영장이 있으니 무슨 불공평한 일인가. 한 지역에서도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나니 말이다.

위쪽을 한번 돌고 마마 집 아래쪽을 다시 돈다. 먼 곳까지 돌고 나니 벌써 해가 저물어 온다. 보통 어린 애들은 외국인을 보고 신기해하는 정도 이지만 어떤 녀석은 놀라서 무서워 울다가 도망치기도 한다. 다가와서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바람에 누나에게 혼나는 녀석도 있다. 와서 해안이 다리를 만지는 놈도 있었다. 동네의 어느 아저씨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말만 남발하지 하나도 바뀌는 것이 없어서 물 하나도 제대로 먹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계속 나누어 주고 동네를 돌고. 사람들은 선물을 받고 아주 좋아 한다.

마마에게 다시 가서 인사를 하고 호텔 차로 숙소에 돌아오는 길. 군고구마를 샀다. 숙소에서 샤워 후 잠비아 국경에 가서 먹을 것을 사러 나가는데 에블린이 몹시 아파져서 다시 병원에 간단다. 바나나와 고구마를 싸서 보냈다. 어두워지기 전에 국경을 넘어 잠비아에 가서 바나나와 빵을 사왔다. 남편은 술을 찾다가 포기하고 숙소의 가게에서 곤야기와 맥주를 샀다. 빵과 과일로 저녁을 먹는다.

아이들의 험한 옷과 맨발, 남루한 생활을 보면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래도 아프리카의 내전 중인 다른 나라에 비하면 영양상태가 좋고 돼지나 닭을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은 복 받은 삶이 아닐까. 상대적인 비교가 필요하다. 다닐 수 있는 작은 학교가 있고 가까운 곳에 우물이 있다면 사막의 척박함이나 오지의 팍팍한 삶에 비해 얼마나 다행인가. 결국 자기 삶에 만족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유리가 많이 부서진 땅에서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 다니지만 단련이 되었는지 다행히 별로 다치지 않는다. 돼지들조차도 살집이 올라 통통하고 상태가 좋다. 이곳은 국경의 들썩거림으로 탄자니아의 다른 곳보다 형편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고도 약간 멍한 하루였다. 그 엄청난 수의 아이들이 뛰어 다니던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