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잠비아 고아 학교에서

 

2007. 8. 5 (일) 툰두마 - 잠비아 고아 학교에서 선물주기

8시에 레스토랑에 모여 아침 식사. 에블린까지 모두 모였다. 오렌지, 덜 익은 망고(시다!), 파인애플, 바나나까지 푸짐하다. 오늘도 우유와 차를 실컷 마셨다.

아침 10시 까지 교회에 차를 타고 갔다. 에블린은 독한 약의 부작용으로 또 아파서 쉰다. 교회는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컸고 사람이 꽉 찼다. 연설 후 줄줄이 나가서 돈을 내는데 잔돈이 별로 없어 많이 내지는 못했다. 합창하는 사람들의 춤과 노래는 듣기가 좋았다. 다만 돈을 걷고도 몇 번이나 헌금을 부추기며 새 교회 짓는 돈을 모으는 모습은 놀라웠다. 사람들이 계속 돈 내러 나가고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은 마치 경매하는 곳 같다.

로이네와 우리는 기분이 나빠졌다. 스티브가 우리를 소개하는 바람에 졸지에 앞으로 나가기도 해서 민망했다. 돈을 걷는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의 돈 만 아는 일부 교회들처럼 보였다. 예배가 끝난 후 교회 밖. 아니나 다를까 로이와 베키는 단호히 반복해가며 노골적으로 돈을 걷는 행위는 잘못되었다고 스티브에게 말한다. 2차 예배가 다시 시작된다. 스티브는 모두 기다렸다가 물건을 나눠 주자고 한다. 2차가 있을 줄은 몰랐다. 말도 알아듣지 못하겠고 지루하기도 한데다 기분도 별로다. 게다가 날씨도 유난히 춥다. 로이와 우리는 걸어서 돌아가기로 하고 베키만 남았다. 오는 길에 노트를 더 사고 걸어서 숙소로 왔다. 중간에 모세를 만나 같이 왔다. 오늘은 먼지도 많이 일고 바람이 세다. 쌀쌀한데다가 눈에 흙이 자꾸 들어가서 움직이기 쉽지 않다.

점심은 숙소에서 각자 먹기로 했다. 맨밥을 주문했는데 영 오지 않는다. 포기하고 한숨 잤는데도 안 온다. 결국 로이가 같이 점심을 먹자고 왔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소고기는 안 된다 하고 메뉴에도 없는 염소고기가 된단다. goat biting과 goat stew를 시켰다. 가격이 3,000이라더니 실제는 3,500이었다. 각 요리를 1개 씩 시켰는데 뜬금없이 스튜가 2개 주문되었다며 3개를 가져다준다. 그냥 먹기로 했다.

아프리카는 몇 번씩 반복해서 시켜야 한다고 에블린이 말했었다. 이렇게 황당한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염소고기는 소고기 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이 좋아서 남편은 반해 버렸다. 해안이와 나도 맛있게 잘 먹었다. 특히 우리가 가져 간 고추장 맛과 잘 어울려 밥 비벼 먹었는데 로이도 고추장을 먹었다. 가장 매운 맛의 태양초 고추장이다. 거의 식사 끝 무렵에 스티브와 베키가 와서 남은 음식을 먹었다. 아줌마는 무척 지치신 듯. 나눠 주는 것이 질서가 없어서 아이들 틈에서 몹시 힘드셨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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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짐을 잔뜩 들고 모세까지 합세하여 고아원으로 모두 함께 출발. 걸어서 도착하니 아이들이 모여서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다. 교회에서 힘들었던 베키는 이곳에 오기 전에 우리가 어떻게 질서정연하게 나누어 줘야하는지 작전까지 짰었다. 남편의 제안으로 모두 자리에 앉게 한 후 한 명씩 들어오게 하여 교실 한 곳에서 일차 배분을 한 후 다른 교실로 이동하게 하여 얼굴에 그림을 그려 주고 풍선을 주기로 결정 했었다. 모두 동의했다. 실제 상황은  아이들이 질서 있게 앉아있고 선생님들이 통제해 주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대표 여자아이가 나와 고아들도 당당하고 씩씩하다는 시를 낭송한다. 밝고 구김살이 없는 얼굴들이다.

여자 아이들부터 한 줄로 교실에 들여보내면 물건이 담긴 예쁜 천 가방을 받는다. 몸에 맞는 티셔츠를 골라 주면 자기 가방에 담고 다음 코너에서 액세서리와 장난감을 받은 후 다음 교실로 간다. 해안이와 내가 얼굴에 야자나무, 꽃, 나비, 고양이 얼굴 등을 그려 주면 남편이 풍선을 주고 자리를 떠나게 한다(해안이의 그림 솜씨는 나보다 훨씬 낫다). 해안이는 줄곧 많은 코피가 흘러 난감한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그림을 잘 그렸다. 아이들은 페이스 페인팅 방에 들어오면 일단 우리를 보고 바싹 언 얼굴을 한다. 얼굴이 굳어서 옆만 보고 앉아 있다. 어떤 녀석은 어찌나 긴장을 했던지 나를 보고 갑자기 혀를 쏘옥 내미는 거다. 혀에다 그리라고? 나를 의사 선생님으로 잠시 혼동한 듯 하다. 큰 애들 중에는 과감하게 악수를 청하고 영어로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다. 피부는 짙은 쵸콜렛 빛이고 참 곱다. 그래서 겨우 몇 가지 색 만 사용할 수 있었다. 어두운 색은 그려도 안 드러난다. 오로지 밝은 노랑, 초록, 흰색, 약간의 빨강 정도 만 쓸 수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하지 않게 일이 끝났다. 남편은 풍선을 두 개씩 나눠 주면서도 사진, 비디오를 찍어야 하므로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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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정말로 예쁘다. 표정도 구김살이 없이 밝고 말도 예쁘고 귀엽게 하며 태도도 곱다. 해안이와 나이가 같은 12살 남자아이는 악수까지 청했던 신사인데 해안이가 12살이라고 하니 고개를 단호하게 흔들며 절대 아니란다. 15살 이란다. 내가 엄마인데도 완전히 무시다.

큰 애들은 그림 그리는 것이 쑥스러운지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다 끝난 후 교실의 애들을 보니 모두 얼굴에 그림이 그려져서 무척 귀엽다. 긴장이 풀려서 재미있어 한다. 3시가 훨씬 넘었는데 이제야 아이들은 점심시간이다. 아무것도 없이 옥수수밥 하나를 먹지만 무척 맛있게 먹는다. 영양 상태는 좋아 보인다. 남편도 애가 줘서 한 수저 먹어 봤는데 맛이 좋단다(나도 먹어볼 걸...). 나중에 긴장이 풀리면서 손도 잡고 웃으며 잘 따라 주었다. 남편은 이렇게 순수한 아이들을 이곳에서 가르쳐 보고 싶단다. 학교를 나서도 아이들은 함께 따라오고 웃고 풍선을 불며 장난을 친다. 무척 귀엽고 친근한 애들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굳이 집에 가자고 해서 잠깐 구경 갔다. 다시 샘 죠 아저씨 집에 들렀다. 목이 마르던 차에 기대했던 대로 또 음료수를 대접을 받으니 좋았다. 로이 아저씨는 고아 학교의 교장선생님과 후원자들을 연결해 주기 위해 주소를 교환했다. 잠시 쉬다 나와서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쉬려는데 마마가 아프다고 해서 모세와 베키는 마마 집에 갔다. 우리 방에 에블린이 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온 후 처음으로 말을 많이 하는 상태가 되어 다행이다. 마마 집 주변의 청소와 위생문제부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등 2시간 이상 얘기를 나눴다. 자존심 상하지 않게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나름 자신의 집에 자부심이 많은데 말이다. 베키와 스티브가 저녁을 못 먹었다고 해서 다시 식당으로 갔다. 우리는 또 goat biting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내일 아침에도 또 먹자고 한다. 남편이 너무 좋아하는 음식이다. 많은 일을 한 날이다. 일기 쓰고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