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투쿠유의 KAPAROGWE 폭포

 

2007. 8. 7 (화) 투쿠유 : 카파로그웨 폭포 - 키와라강 줄기

어젯밤에는 12시쯤 이상한 일이 있었다. 화장실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보글보글거리며 나서 꼭 도깨비의 장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어나서 가보니 변기 안과 물통의 물이 거의 끓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물을 내려도 또 끓는 물이 차 버린다. 뜨거운 기운이 팍팍 올라온다. 남편을 깨워서 바깥의 온수 스위치를 껐다. 남편이 변기에 앉아 보더니 거의 찜질 좌욕 수준이란다. 결국 직원을 부르러 갔다. 여직원이 오더니 뜨거운 물의 밸브를 잠그고 갔다. 물통 안의 플라스틱 대가 휘어버려 밤새 계속 물이 졸졸졸 흘러 깊은 잠을 못  잤다.

모두 일곱 시에 아래층 식당에서 만났다. 식사를 기다리는데 너무 안 나와서 세 남자는 여행사에 정보를 얻으러 나갔다. 식사 준비가 어찌나 느린지 밍밍한 당근주스만 나오고 하 세월을 기다린다. 우킹가와 비교가 많이 된다. 결국 오래 기다려 나온 아침은 스패니쉬 오믈렛 크기가 우킹가의 절반 밖에 안 된다. 마르고 푸석한 빵에 잼도 말라붙은 고추장 같고 아줌마가 가져온 고구마도 퍼석해서 온통 dry다. 오직 우유만 따듯해서 먹을 만 했고 정말 으악인 아침식사였다. 양도 적고 맛도 없어 남자들은 어제 식당에 가서 먹으라고 했다. 그 식당이 훨씬 나을 듯했다. 식사 후 그곳에 가보니 두 사람은 짜이와 빵 등을 간소하게 먹고 있고 남편은 카스테라 같은 빵, 사모사, 달걀을 먹었단다. 별로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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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다리기

모두 여행사에 가서 차 농장 등 주변 지역의 정보를 얻고 파는 물건도 구경했다. 직원을 만나지 못해서 밖에서 앉아 한참 기다렸다. 결국 그냥 우리끼리 정류장으로 향했다. 스티브가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흥정하다가 다시 달라달라를 타기로 결정하여 이동했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없어 다시 두 대를 30,000에 흥정하여 택시를 탔다. 일찍 시작된 하루였으나 벌써 11시가 넘은 시각. 드디어 폭포를 향해 출발했다. 뭔가 체계적으로 착착 움직이지를 못하고 고무줄처럼 시간이 늘어지는데 우리도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맞추는 수밖에. 스티브는 성격 탓인지 아니면 여행을 별로 안 해 봐서인지 발 빠르게 정보를 찾고 움직이지 못한다. 혹시 이것이 아프리카인의 기질일까?

어쨌든 택시는 포장도로를 달리다 샛길로 빠져 비포장도로에 접어들었다. 차밭과 바나나 농장이 펼쳐져 있다. 야생화가 노랑, 보라색으로 활짝 피어서 볼만하고 차밭에서는 아줌마들이 일일이 손으로 찻잎을 딴다. 차가 몹시 덜컹거리니 우리 식구는 꾸벅꾸벅 졸았다. 드디어 바나나가 많은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걸어서 오솔길을 내려 간다. 동네 아이들이 역시 졸졸 따라 붙더니 해안이에게 손까지 잡자고 내밀어서 좀 귀찮아진 해안이는 먼저 앞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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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parogwe 폭포 안에서

개울의 통나무 다리를 건너 더 걸어 내려가면 폭포의 윗부분이다. 폭포의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크다. 이곳은 특이한 지형의 장소이다. 우리 앞으로 마치 샤워하는 물이 떨어지듯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풍경이 꽤 장관인 데다가 시원하고 전망이 좋다. 물 색깔은 약간 흙빛이 섞여 누런 편이다. 베키 아줌마가 점심을 준비하신다. 빵에 아보카도, 토마토를 끼워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셨다. 아보카도의 크림 맛이 제법 빵과 어울리는데 소금을 조금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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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리에서

두 개씩 먹고 다시 출발하여 산 밑으로 내려갔다. 멀리서 보이는 폭포의 풍경과 지형도 아름답다. 에블린은 힘들다고 해서 바위에 앉아 쉬고 우리는 계속 내려간다. 다시 올라 올거라 생각하니 좀 막막하다. 예쁜 보라색, 빨강색 들꽃이나 곤충, 나비 등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산의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완전히 계곡으로 내려가니 나무로 만든 큰 다리가 옆면도 없이 매달려 있다. 잘못하면 아래 계곡으로 빠질 지경이다. 10m 아래에 물이 흐른다. 예전 식민지 때 독일이 만든 다리라는데 지금도 남아 있다. 나름 위험하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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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다리에서 본 강물 / 올라와서 포즈 취한 게바라

기사와 동네 사람은 다른 쪽으로 더 가자는데 에블린도 기다리고 있고 다시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자니 덥고 숨도 차서 겨우 이걸 보러 내려왔나 싶다. 확실히 운동이 되는 날이다. 로이, 베키와 미모사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죽은 지네를 발견하고는 지네와 개미의 우스개 소리도 해줬다. 힘드니 쉬엄쉬엄 오른다. 다들 땀을 비 오듯 흘려서 물도 많이 먹고 로이에게는 초록색 환경운동연합 손수건 하나를 주었다(이후 아줌마가 애용하는 머리 수건이 되었다). 다시 마을까지 돌아오는데 꼬마들이 여러 명 하루 종일 따라 다녔다. 아프리카 아줌마들은 비교적 깔끔하게 차려입으면서 아이들의 옷은 왜 남루한 누더기인지 모르겠다. 마을에서 푸른 바나나 튀긴 걸 하나 사먹었는데 정말 밍밍하고 맛이 없다. 작은 몽키 바나나를 팔길래 먹어 보고는 왕창 사왔다. 10개에 100실링이다. 툰두마의 1/10이라니... 점점 심해진다. 나무에 달린 바나나들은 모두 파랗고 커서 그림의 떡이고 어디선가 집에 둔 것을 가져와 판다.

택시로 돌아오는 길, 해안이와 남편은 고개를 떨구고 정신없이 잔다. 이곳은 땅이 좋고 비옥하며 시원해서 우리도 살고 싶은 곳이다. 숙소까지 택시가 데려다 줬다. 방에서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방을 바꾸라고 한다. 벌써 짐도 다 옮겨 놓았다.

베키, 에블린, 스티브, 남편과 나는 잠시 우리가 가던 식당에 들려 차나 마시려 했는데 그냥 콩밥을 시켜 두 명이 나누어 먹고 차를 마셨다. 아줌마네와 시장에 가서 땅콩가루 사는 걸 보다가 헤어져서 먹을 것 파는 곳을 발견했다. 달걀고기 튀김 하나를 맛보고 사모사를 많이 샀다. 오렌지와 술을 사고 숙소로 향했다. 동네의 모든 사람들은 우리가 의식을 하든 안하든 외국인이라고 우리만 쳐다본다. 이른 아침 7시부터 학교에 가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2부 수업을 하는지 오후 5시에도 집으로 가는 아이들이 많다. 숙소에서 모두 샤워을 하고 6시에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저녁이 되어 길을 나서니 다시 구름 속에 들어가는지 안개비가 내린다. 식당에 고추장과 오징어 젓갈을 가져갔다. 젓갈은 더 아껴 두었다가 먹으려고 했는데 비닐이 빵빵하게 부풀어서 플라스틱 뚜껑이 열려 버렸다. 온도가 높은 곳에 있다 고지에 온 탓일까. 탱탱한 모습이 되었으니 먹어야 한다. 오늘 힘들었던 탓인지 비프밥과 맨밥을 시켜 밥에 젓갈을 비벼 정신없이 먹었다. 소고기가 알찌게 살 부분만 나왔다. 가장 실하고 값이 저렴한 식사다. 젓갈 국물까지 비벼서 다 먹었다. 큰 짜이를 입가심으로 먹으니 만족스럽다. 총 1900이다.

내일 스티브네가 아버지를 뵈러 가면 우리끼리 하이킹가서 놀려고 했는데 서로 의논을 하더니만 같이 하이킹가고 다음날은 호수에 가서 하루 자고 오잔다. 아마 아줌마가 우리와의 여행이 좀 부실하다고 느꼈던가 보다. 우리의 전체 일정까지 꼽아가며 같이 가도 되겠다고 하신다. 사실 그냥 두어도 우리끼리도 잘 다니는데 걱정을 해주신다. 돌아와서 남편과 숙소의 바에서 맥주를 사고 나오는데 로이아저씨가 오신다. 숙소에서 찬물이 전혀 안 나온단다. 우리 짝 난거다. 책보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