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투쿠유 자전거 하이킹

 

2007. 8. 8 (수) 투쿠유 : 자전거 하이킹 - bridge of god ; 키와라 강 상류

아침 8시 10분에 식당에 내려가니 로이는 벌써 아침식사를 주문하고 먹고 계신다. 어제의 3배 되는 크기의 스패니쉬 오믈렛을 받고 괜찮다고 흐뭇해하신다. 근데 막상 우리 것 3개는 크기가 별로다. 당근 쥬스도 어제 보다는 낫다. 잼 코코아 등과 함께 잘 먹었다. 아침에 에블린, 베키, 스티브는 병원에 다녀올 거라서 우리끼리 먹었다.

밥 먹고 나니 세 명이 왔다. 잽싸게 아침 먹은 팀이 먼저 내려가 자전거포에서 나은 걸로 7대를 추려왔다. 그새 나는 오렌지를 샀다. 자전거 타고 식당에 가서 사모사 등 점심에 먹을 도넛을 사고 모두 출발했다. KK마을까지는 포장도로로 거의 내리막길이다. 내려가면서도 돌아올 걸 생각하니 막막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니 너무 시원하고 상쾌했다. 아침에 동네에서 만났던 덴마크 청년 카스포도 자기 캠프로 자전거 타고 가느라 길에서 만났다. 여기서 정착하여 살려고 하는 청년이다. 이렇게 좋은 곳에 마음을 붙이고 살려하다니 참 지혜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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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도로가 나오는 곳까지 5km를  달렸다. KK마을에서 키와라 밸리까지는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라 엉덩이가 아파온다. 길 가로 가다가 잘못 삐끗하면 미끄러져 넘어지게 되어 있다. 해안이는 넘어져서 다리를 쭉 까였다. 씩씩하게 잘 참는다. 잔 돌들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고 다녀야 한다. 조심해서 열심히 잘 따라갔다. 한참 내리막 길에서는 신나게 바람을 맞지만 계속 내려가고만 있어서 역시 돌아올 길이 막막하다. 우리가 내려가는 길은 천국이나 돌아올 길은 지옥일 거라고 모두 웃으며 달렸다. 길 중간에 상을 당한 집에서 장례 행사 치르는 것도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잠보!‘ 하고 인사하면 반갑게 인사가 오고 아이들도 ‘음중구(백인)’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하바리(How are you?)'라고 인사를 하면 ’은주리(good)' 나 ‘하바리’로 답하고 어린이들은 공손한 표현인 ‘시카무(어린이가 어른에게 하는 ’안녕하세요‘라는 표현)라고 말한다. ’시카무‘하면 ’마르하바(안녕)‘ 라는 대답이 온다. ’후잠보‘ 할때 ’시잠보‘ 하기도 한다. 한 할머니는 외국인이 인사했다며 비명을 지르고 좋아하셔서 어리둥절해진 나는 의미를 몰라 깜짝 놀랐다. 나중에 에블린이 설명해 주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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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구에 도착. 학생들을 만났다. 작은 길을 내려가니 멋진 ‘bridge of god’가 나온다. 폭포로 이어지는 계곡 줄기를 따라 내려가는 물. 계곡에는 정말 신기하게도 절로 다리가 되어버린 지형이 남아있어 무지하게 놀라웠다. 정말 신의 작품이다. 약간 덜어진 도로에 초라한 인간의 다리가 있다. 이곳은 주로 화산지형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주상절리의 지형이다. 위로는 풀이 덮인 오르막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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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다리 주변 풍경

무녀 같은 여자가 거침없이 절벽을 내려가 선인장인지 허브인지 비슷한 식물을 따서 올라왔다. 모양이 신기한 이 식물은 약용으로 쓰인단다. 바깥 길로 돌아가 다리 밑으로 내려가니 무척 시원하다. 자전거는 한 쪽에 잠깐 뒀다. 수영을 하기도 한다지만 약간 흙빛 물색에 날도 덥지 않고 좀 위험하다. 물속에 소용돌이가 있을 것 같다. 바로 아래가 폭포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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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다리 아래 물가

각자 싸온 점심들을 나눠 먹었다. 에블린네는 어제처럼 식빵 위에 아보카도와 토마토를 얹어먹고 우리는 삼각형의 맨 도넛빵을 잘라 아줌마네 재료를 사이에 끼우고 고추장을 발라 먹었다. 나름 부드럽고 맛이 있다. 물론 사모사도 함께 먹고 바나나, 오렌지, funny fruit도 나누어 먹었다. 아줌마네 딱딱한 과자는  우리가 마저 다 털어 먹고 과일바도 나눠 챙겼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 만든 다리를 지나 도로 입구로 나와 달린다. 뜬금없이 로이와 스티브가 오른쪽 오르막길이 아닌 왼쪽으로 내려가자 해안이가 따라 내려가 버렸다. 에블린과 베키는 왜 가는지 모르겠다며 의논 없이 내려간 것에 약간 화가 났다. 시간도 많지 않은데 내려가면 힘들어서 못 올라온다며. 맞는 말이다. 우리는 어쩔까 고민을 하다 해안이가 내려갔으니 일단 따라 가겠다고 내가 내려갔다. 남편은 안 따라 온다. 아래 모퉁이 까지 가자 해안이가 올라온다. 안 오니까 다시 왔단다. 같이 올라가는데 뒤를 보니 로이가 스티브도 따라 온다. 호기심 많은 이 두 사람은 즉흥적으로 서로 합의를 보고 아래쪽에 있는 새로운 폭포를 보러 갔단다. 나도 잠깐 보았지만 다리 밑의 평범한 폭포다. 또 다른 지형의 장소에 가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줌마는 의논도 없이 내려갔다며 아이들이라고 놀린다.

모두 같이 오르는데 나뭇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이이들을 만났다. 6, 8, 10살 정도의 아이들이 꽤 버거운 큰 나무 짐을 진 것이 안쓰러워 로이가 1단, 남편이 1단, 신혼부부가 나란히 1단을 자전거에 올리고 올라갔다. 일정한 지점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이걸 다시 머리에 이고 산길을 오른다. 남편과 로이는 힘을 합쳐 더 들어다 주었다. 둘이 들어도 무척 무겁더란다. 아이는 이걸 머리에 이고도 균형을 잡으며 걸어간다. 처음에 도와주려 했던 것도 머리가 바들바들 흔들리는 게 안 되어서 도와준 거란다. 또 다른 짐을 가지러 가는지 큰 여자아이는 다시 아래 길로 뛰어 내려간다. 하루 종일 힘든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정이 많은 베키가 이 모습에 너무 가슴 아파한다.

덕분에 자전거 하나 달랑 끌고 올라가며 갈 길을 걱정 했던 우리의 모습이 초라해졌다. 모두 씩씩하게 오르막길을 걸으며 평지가 나오면 다시 달리다가 오르막길은 걷다 한다. 남편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장례식하고 있는 집에 잠깐 들러 악수도 하고 인사를 나눴다. 우리의 장례 풍습과 비슷하다. 모여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있다. 음식은 초라해 보인다. 흰 옥수수를 끓이는 정도의 식사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치르는 소박한 장례도 인상적이고 죽은 어머니 때문에 눈시울이 붉은 딸의 모습도 우리와 같다. 우리가 인사를 하러 와서 고마웠던지 음식을 먹고 가라고 한다. 갈 길이 구만리이니 먹을 수가 없었다.

다시 출발. 겨우 KK 마을까지 왔다. 어찌나 힘이 들던지... 다들 엉덩이가 아프다고 난리다. 물도 사먹고 드디어 포장도로에 들어서서 정말 기뻤다. 어찌 올까 싶었던 길을 그래도 이만큼 왔다. 로이는 자전거로 먼저 가겠다고 길을 떠났고 뒤이어 망설이던 남편과 해안도 출발해 버렸다. 베키 아줌마는 절대로 못 간다면서 꼭 트럭을 잡아타고 가겠다고 하신다. 스티브, 에블린과 함께 트럭을 잡으려고 시도를 했으나 모두 야채 같은 것들을 그득 싣고 달리고 있다. 다행히 모래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우리의 손짓에 세워주었다. 스티브는 우리 자전거 4대를 모두 모래 위에 번쩍 던져 올렸다. 힘이 넘치는 수퍼맨이다. 우리는 덤프트럭에 다 올라탔고 여자들은 좌석 뒤의 아저씨가 잠자는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한참 달리니 남편과 해안이가 보인다. 세워서 다시 태우고 출발. 로이 아저씨는 꽤 멀리까지 갔다. 마지막으로 아저씨를 태우니 좌석이 꽉 찬다. 잠자는 공간에 해안이까지 들어왔다. 복작거리지만 즐거운 추억이 되는 순간이다. 세워주고 우리를 다 태워 준 아저씨가 너무 고마웠다. 돌아갈 길이 구만리였는데 말이다. 트럭을 타고 가자고 우긴 베키 아줌마도 고맙다. 덕분에 편하게 왔다. 거의 우리 마을 아래까지는 왔다. 모두 자전거를 내리고 아줌마가 고맙다고 10,000실링을 드리니 좋아하신다. 천사 아저씨다. 다시 약간의 언덕을 오르다가 내리막을 달렸다. 내려서 자전거를 질질 끌고 걸으니 아이고... 드디어 우리 마을이다. 저전거는 다 돌려주고 남편과 사모사를 사러 갔다. 숙소로 오는 언덕을 걸어 오르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숙소에 와서 우선 샤워를 한다. 잠시 누워 있는데 남편과 해안은 사모사가 너무 맛있다며 또 사러 갔다. 온 몸이 쑤시고 내 다리가 남의 다리 같다. 잘 타지도 못하는 자전거를 사고 없이 뒤처지지 않게 무사히 타고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

6시 반에 모두 식당에 갔다. 우리는 비프밥과 콩밥, 생선밥, 차를 시켰다. 물론 고추장에 비벼 맛있게 먹었다. 길에서 구운 카사바를 샀는데 고구마 모양의 감자라고 할까 맛이 달지도 않으면서 감자와는 느낌이 다른 것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일은 일찍부터 서둘러서 니아사(말라위) 호수의 마테마 비치로 간다. 키에라 지역에 있는 이곳은 거의 60km 거리를 가야 하는데(이곳 차의 속도로 볼 때 이 정도의 거리라도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말라위 국경에 있는 무지하게 큰 호수이다(아프리카에서 3번째 - 사실 가장 큰 빅토리아 호수, 두 번째인 탕가니카도 다 탄자니아에 있다. 킬리만자로, 세렝게티, 잔지바르, 시원한 고원지대 등 유명하고 좋은 건 다 이 나라에 있나 보다). 니아사 호수에는 높은 리빙스톤산도 있다. 수영, 스노클링, 카누도 탈 수 있고 주말에는 마테마 타운에서 단지 파는 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고도가 낮아 춥지도 않다니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