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루샤 도착 / 사파리예약하기

 

2007. 8. 12(일) 음베야 - 아루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정류장에 갔다. 차 내부가 많이 낡아 보인다. 맨 뒷 자리에 앉게 된 남편은 바로 앞자리의 해안이, 나와는 따로 앉게 되었다. 어두우니 일단 잠을 잔다. 해안이도 자다가 책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미쿠미 국립공원을 지날 때는 얼룩말과 임팔라, 코끼리를 보았다(코끼리는 본 기억은 없는데 찍은 사진을 보니 뒷 배경에 코끼리가 많다). 중간에 가면서 잡다한 과자 등을 사 먹었다. 신기하게 정말로 휴게소에 안 들른다. 검문은 자주 받는다. 그때 뛰어 나가 볼일을 봐야 한다. 해안이와 나는 수풀 속에서 볼일을 보려고 뛰어나갔다가 다행히도 남의 집 시골 화장실을 발견하여 안전하게 볼일을 보았다. 이 차는 우리가 예상했던 짧은 길로 가지 않고 황당하게도 돌아서 거의 다르까지 간다. 가장 좋은 길로 가기 위해서인지 무척이나 돌아간다 (이게 고속도로였다).

점심시간에 들른 휴게실도 겨우 10분 쉰다고 한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가면서 휴게소에 들르는 시간은 왜 이리 박한지 모르겠다. 밥을 시켜 거의 쑤셔 넣듯 먹어야 했다. 결국 다 못 먹는 참담한 사태가 발생. 아무리 맛이 없어도 우리에게는 남기는 음식이란 결코 없는데 말이다. 입에 빵빵하게 쑤셔 넣고 뛰어야 했다.

사람들은 간단한 튀김 종류를 사다가 먹는다. 모로고로라는 곳에 hood회사가 있어 그 본거지에 들러서 정비도 하고 간다. 중간에 쉬는 곳에서 1,000에 오렌지처럼 보이는 과일 커다란 한망을 샀다. 싼값에 감탄하면서. 사람들도 너도 나도 사는 거다. 당연히 산지니까 싸다고 생각해 흐뭇한 기분이었다.

(엄청난 실수였다. 맛이 쓴 레몬 같다. 정말 최악! 에블린은 과일에는 bitter란 말을 안 쓴다 하고 스티브는 쓴맛이 있다고 논쟁을 벌이더니 진짜 완벽한 sour and BITTER다!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먹느라 무지 고생했다. 이놈 안 먹히는 바람에 과일 주제에 비싼 사파리 투어까지 온전히 하게 된다. 과일 킬러인 나도 차마 손대고 싶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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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샤 가는 길

14시간 걸린다더니 결국 17시간이나 걸려 아루샤에 밤 11시 넘어서 도착하였다. 너무나 황당하다. 모든 곳이 다 문을 닫아 황량하고 비싼 호텔들은 75$씩 한다. 게스트 하우스가 하나도 안보이고 론리에 나오는 7.11호텔도 문을 닫았다. 길거리에서 달걀 감자 칩과 구운 쇠고기를 사고 계속 돌아다닌다. 아루샤에서는 밤에 나가지 말라 했는데 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몇 알아 본 숙소가 너무 비싸서 무조건 택시로 시내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무슬림으로 보이는 아저씨와(우리는 여행지에서 무슬림 모자를 쓴 분이면 일단, 신뢰한다. 무슬림의 계율 상, 그들은 어려운 사람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 성실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500에 흥정하고 10,000이나 15,000정도의 숙소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클락 타워로 가자며 흥정을 했는데 그 부근의 숙소는 너무 비싸다면서 불과 200M정도 앞에 있는 킬리만자로G.H에 데려다 준다. 자고 있는 종업원을 깨워 10,000에 들어왔다. 좀 황당하게 가까웠으나 결국 숙소에 왔으니 택시비 2,500을 주었다. 길에서 사온 것을 먹고 오다가 산 오렌지를 깠다. 맛이 쓴 자몽이다. 오렌지가 아닌가 보다. 개수도 엄청 많은데... 앞으로 어떻게 하나 싶다. 씻고 자야겠다. 화장실이 없는 숙소지만 깔끔하고 괜찮은 편이다. 모기가 보여서 향을 피웠다.

 

2007. 8. 13(월) 아루샤

아침 8시 반에 기상. 어제 차에서 하루 종일 진을 빼고 고생한 탓에 모두 늦잠이다. 이 숙소를 나가느냐 마느냐 하다가 10시 check out 전에 나가서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화장실이 있는 곳이 12,000정도이다. 좀 더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Miami hotel은 큰 침대가 있고 15,000 인데 이곳으로 정했다. 사파리를 다녀오려면 샤워도 하고 다녀와서도 잘 쉬고 옷도 빨아야 하니 좋은 숙소가 낫겠다. 아침은 없다. 숙소에서 짐을 챙기는 동안 남편은 나가서 돈을 환전해 왔다. 1268로 쳤는데 나중에 돌아다녀 보니 더 낫게 주는 곳이 많아 아까웠다.

새 숙소로 옮겨서 짐을 두고 남편이 길에서 명함을 받은 Lasi tour를 찾아갔다. 숙소 바로 위쪽에 있다. 처음에는 메냐라 호수, 세렝게티,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도는 4일 캠핑 tour가 1,770 달러였다. 깎아서 1704가 되었다(1인 하루 142달러). 설명도 잘해 주고 호감이 가는 곳이다.

베키가 기차에서 만난 미국인 여성들로부터 알아낸 곳도 찾아가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shoprite에 내렸다. 주변을 살피다 2층의 투어 사무실을 발견했다. 좋은 Lodge에서 자고도 150달러라기에 믿기지 않았는데 정확하지 않다며 30분 후에 다시 들르란다. 베키가 알려 준 Rhino Safari Tour는 문이 닫혀 있다.

시간을 보내려고 Shoprite에 들어가 장을 봤다. 역시 너무 비싸다. 가격 대비 싼 것 만 골라서 사고 특히 날짜가 임박한 특가 상품들 위주로 피넛 버터(1,000), 쵸코 땅콩(4개 500)을 저렴하게 샀다. 우유, 술, 땅콩, 빵, 잼, 소시지 등을 사고 나와 다시 여행사로 갔다. 역시 잘못된 정보였다. Lodge에서 묶는 투어는 1인당 930달러로 총 2,790이나 한다. 캠핑 투어는 2,000이 넘는다.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다. Rhino Safari Tour가 여전히 문이 닫혀 있는 것이 투어를 떠났나 싶다. 1인당 150이라고 들었으니 총 1,800이 될 것이다. 처음 사무실이 낫다.

다시 열심히 걸어서 되돌아 왔다. 남편이 어린이 요금이 있냐고 하니, 있다면서 서류를 보여 준다. 당장 국립공원 입장료가 50달러에서 10달러가 된다(어린이 하루 110, 16세까지 해당). 캠핑장 이용료도 싸다. 일단 해안이 때문에 전체 비용이 좀 떨어졌다. 우리는 가벼운 배낭이나 매고 다니며 싼 숙소나 찾는 저렴한 여행자 인데 마지막으로 얼마까지 깎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처음에 66달러 깎아줬는데 두 번째 할인에 들어간 셈이다. 담당자 폴이 나에게 직업이 뭐냐고 묻는다. 교사라니까 은행에서 일하는 사람인 줄 알았단다. 그런 사람들이 나처럼 꼼꼼하게 또 깎는단다. 요금이 처음 1,770에서 1,704로 1차 깎고 어린이 요금 적용으로 1,576이 되었다가 최종 1,560이 되었다. 더 깎기도 뭐하고 하기로 결정했다.

투어에 대해 궁금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음식, 가는 곳의 특징이나 캠프장 등에 대한 것이다. 캠핑 투어가 로지에서 자는 것과 무엇이 다르며 당신네 여행사가 다른 여행사에 비해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뭐냐고 물었다. 우선 로지 투어 보다 캠핑을 하면 아침에 식사 전부터 한번 나가서 이른 아침에 돌아다니는 주변 동물들을 가까이 볼 수 있단다. 다녀와서 아침을 먹는 거다. 그리고 잠자리에 대해선, 좋은 호텔이야 당신 나라도 많은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그곳에 묶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한다. 또 자기네 투어는 기름을 충분히 제공하므로 많이 돌아다니며 고객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긴단다(이런 말들은 다 맞았다. 음식도 좋고 만족스러웠다).

세렝게티는 건기에 동물들이 케냐의 마사이마라로 이동해버리지 않았는가하는 질문에 강 주변에는 동물이 아직도 많고 케냐로 가는 것은 일부 동물이란다(와일드 비스트). 론리에서 세렝게티의 동물들이 케냐로 이동해서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안 가려고 했었다. 설명을 듣고 가기로 최종 결정 했다. 플라멩고가 많은 호수까지 합쳐서 5일 가는 투어도 있는데 우리 일정 상 다르에서 하루 정도는 보내야 하므로 포기.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해 준다. 예약금을 내고 나왔다. 내일 숙소로 8시 반에 폴이 오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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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푸드 코트

점심 먹을 곳을 찾다가 터미널 부근에서 일종의 food court를 찾았다. 고기를 많이 굽고 있고 한쪽에서 밥과 커리, 과일도 담아 판다. 무척 맛이 있어 보이고 사람도 많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  소소기와 닭을 굽는 집의 오빠가 특별히 해안에게 관심이 낳다. 예쁘단다. 비프 1kg, 콩밥, 과일, 감자튀김을 시켜서 특히 고기를 실컷 먹었다. 맛이 좋지만 힘줄 같은 질긴 부위도 구워서 완전 고무줄 씹는 기분이다. 어쨌든 맛있게 먹었다. 밤에 와서 닭 1마리 사먹기로 했다.

다시 시내 중심부를 향해 걸었다. 이곳은 수퍼가 자주 보인다. 반갑다. 쇼프라이트보다 저렴하다. 길 가에는 마사이족이 걸어 다니는데 타이어를 잘라 만든 샌들에 늘씬한 다리, 원색의 천 옷이 멋지다. 기념품점도 별로 살 것이 없다. 길가의 전화기로 전화를 해보려고 해도 모두 안 된다. 남편에게 자꾸 사람들이 하나씩 달라붙으려고 해서 계속 떨궈 가며 걸어야 한다.

길가에서 망고와 파인애플을 발견. 얼른 샀다. 기념품점 한곳에서 기린과 사람 얼굴 모양의 목걸이를 거의 반값에 샀다(나중에 보니 이 가격도 바가지요금, 1/5가 맞는 가격인 듯). 한글 간판으로 ‘나누리 tour'라 씌어진 곳도 있었는데 현지인들만 보인다. 길을 걸어 내려와 대형 시장에 왔다. 망고가 바글바글하다. 케냐에서 온다고 한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노점에서 산 걸 후회했다. 길에서는 1개에 800이었는데 이곳은 약간 작지만 먹을 만한 것이 500이다. 아루샤는 가게들도 많고 먹을 것이 넘쳐나며 사람들이 돈도 잘 쓴다. 풍요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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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샤 시장 부근에 있는 인도인 슈퍼. 정말 싸다

한군데 수퍼에 더 들렀다. 인도인 가게라 술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싸고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과자, 감자 칩, 웃는 소 치즈 등을 샀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도 하고 대형 망고를 먹었다. 잔지바르 망고 정도는 아니지만 먹을 만하다. 쇼프라이트에서 산 파운드 케잌?의외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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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안 매표소.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다시 나가서 스칸디나비아버스 매표소를 찾아가 보기로 한다. 길에서 한 처녀에게 물으니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 본다. 자기가 가는 방향과 같다면서 친절하게 그곳까지 데려다 줬다. 역시 달라붙는 사람보다는 여성들에게 직접 물어 보는 것이 낫다. 엠마라는 이 처자와 사진도 같이 찍었다. 스칸디나비아 버스는 대단치 않은데도 가격이 18,000, 스페셜은 24,000이나 한다. 너무 비싸다. 버스 터미널의 보통 버스를 타기로 했다. 서로 사라고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도 싼 곳에서 세 사람이 총 45,000에 표를 샀다. 5일 후 이므로 앞자리 세 개를 잡았다.

다시 통닭구이 1마리를 사러 푸드 코트에 갔다. 역시 그 총각이 해안이를 보고는 입이 귀 끝까지 벌어진다. 닭을 뜯어서 입에 넣어 주기까지 한다. 아직 12살 밖에 안됐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26살 이라는데 이 청년도 꽤 잘 생겼다. 말은 안 통하지만 서로 웃고 장난치다가 닭을 사서 나왔다. 넉살 좋은 사람이다. 바에 들러서 바나나 술을 찾았지만(앞집 수퍼 아줌마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없다고 한다(여자가 무슨 원시인 보듯 한다. 누가 요즘 그런 술을 찾느냐는 듯한 얼굴로). 수퍼에서 파인애플 와인(향긋하고 맛이 있으나 홍초 맛이다. 술이라기보다 식초), 패션 후르츠 와인(곡물 맛이 난다)과 몇 가지 술을 사고 숙소에 왔다.

일기 쓰고 돈 계산을 하는데 딱 10,000이 부족하다. 항상 정확히 세서 준 것 같은데 어디서 빠진 건지 모르겠다. 열심히 돈을 깎은 날인데 잃어버리다니 기분이 안 좋고 아깝다. 여태 큰 문제없이 있었는데 말이다. 주웠다면 누군가 좋은 일이 생긴 셈인데. 투쿠유에서도 아무리 계산해도 4,500이 없었던 날이 있었다. 빵에 피넛 버터를 발라 먹고 닭을 먹는다(구워서 좀 질기고 팍팍하다). 파인애플은 사파리에서 먹으려고 작은 조각으로 잘라 지퍼 백에 담아 두었다. 오다가 끊임없이 넓게 펼쳐진 밭은 파인애플이 아니라 사이잘삼이었다. 파인애플도 많은 곳 같다.

밥을 먹고 다시 한번 계산해 보니 돈이 없어진 게 아니라 계산이 잘못되었던 것. 내가 돈을 흘렸거나 누군가 훔쳐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어쨌거나 찾아서 다행이다. 이제 내일 떠날 짐과 맡길 짐을 나눠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