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아루샤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
8월 18일 아루샤에서 다르로 게바라 :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겨 떠난다. 다행히 빨래나 신발이 대충 말랐다. 버스에 오르니 사람이 별로 없다. 버스 밖에서는 사람 한 명이라도 나타나면 호객 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팔을 잡아 다니거나 짐을 빼앗는 것은 다반사이고 시비가 붙어 싸움이 나기도 한다. 과잉 경쟁이 벌어져 마치 작은 먹이 하나에 달라붙는 개미들 같다. 저 정도이니 우리가 외국인 이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렇게 함부로 끌어 댔던 것이다. 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행동이 지나쳐서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차는 7시가 되어도 자꾸 손님을 끌어 오려고만 하지 떠날 줄을 모른다. 웬 사람들이 탔다가 다시 안 떠나니까 내려버리기도 하고 들락날락 정신이 없다. 겨우 버스가 떠났는데 이번에는 문제가 있는지 경찰서 앞에 조사를 받느라고 서있었다. 여자 경찰이 탔었는데 뭔가 걸렸나보다. 출발한 후에도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들르면서 손님들을 끌어 모아 태우느라고 8:30이 되어서야 겨우 간다. 이래서 가격이 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나키 : 기다리면서 보는 아루샤는 무척 친숙하다 마치예전에 내가 여기서 살았던듯, 사람들의 아침 발걸음과 풍경이 가슴저리게 친숙하다. 게바라 : 모시까지 오는데 두 시간 이상 걸리더니 또 40분 정도를 시동도 켜 놓은 채 기다린다. 다시 출발해서도 온 동네를 다 이 잡듯이 돌며 태우고 떠나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오늘 중으로 다르에 갈 수나 있나 싶을 정도. 좁은 앞쪽에 차장이 총 네명이나 있다. 내가 앉은 앞자리는 이상하게 발을 제대로 놓을 자리도 없이 좁은데다 들락날락 하는 사람 덕분에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어 한 쪽으로 오그리고 있어야 했다. 짜증난다.
모시 밖으로 벗어나니 버스가 달리기 시작한다.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한쪽은 높은 산이요 반대쪽은 넓고 광활한 벌판, 살기 좋은 비옥한 땅, 사이잘삼이 가득한 밭. 이러한 광경을 보더니 남편은 땅을 왕창 사서 여기서 살면 좋겠다고 한다. 탄자니아는 사람이 살기에 풍요롭고 괜찮은 곳이다. 앞자리여서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뒷자리보다 훨씬 전망이 좋다. 내 자리가 불편하다고 하니 남편이 자리를 바꿔주었다. 더 이상 서지 않고 버스가 달린다. 잠이 온다. 아나키 : 그 느리던 차가 모시를 지나고 나서는 쌩쌩 달린다. 도착해서 계산해 보니까 모시부터 다르까지 600km를 겨우 8시간만에 온거다. 그 동안 휴게소 한번 쉰 것 하고, 기름넣으러 한 번 쉰 것 외엔 시간을 지체한 일이 없었다 해도 600km에 8시간이면 기록적인 것. 우리나라 서울-부산간이 450km인데 고속도로를 쌩쌩달려서 5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곳의 도로는 우리나라 2차선 국도수준인데도 말이다. 탄자니아 북동부는 비옥한 붉은 색 라테라이트 토양이다. 왼쪽은 산맥이 달리고 오른쪽은 지평선이 보이는 마사이마라 평원. 사이잘삼 옥수수등이 엄청재배되고 있다. 기온도 적절하고 땅도 비옥하니 이런곳에 사는 사람들은 결코 가난할리가 없을거다. 더 많은 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기를 쓰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버스는 지역에 따라 추운날씨부터 쨍쨍한 햇빛과 소나기를 다 맞으면서 온다. 도착한 다르는 건기인데도 조금씩 비가 뿌리다 밤엔 아예 퍼붓는다. 흔치 않은일이라 한다. 우붕고버스터미널에 가까워지자 체증이 심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 길이 다르로 연결되는 중심국도이다 보니 그럴까? 게바라 : 계속 정신없이 자다가 휴게소에 들러서 깼다. 점심은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소고기 구운 것을 사다가 버스에서 먹고 빵도 먹었다. 가다가 비가 쏟아진다. 곧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로 변하였다. 덕분에 멋진 장관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부실해서 창틈을 통해 안쪽으로 물이 들이친다. 발밑에 두었던 가방 하나가 젖었다. 아침 6시 30에 숙소에서 나와서 오후 6시에 다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날씨가 약간 더우나 이곳도 비가 온 후라 낫다. 택시로 시내에 들어갈까 하다가 택시비를 15,000이나 부른다. 13,000까지 깎아 준다는데 그래도 비싸서 버스를 타기로 하였다. 그런데 옆쪽으로 호텔 하나가 보여서 시내로 들어가지 말고 그 호텔로 가 보기로 했다. 빙 돌아서 열심히 걸어가 보았지만 만원이다. 어떤 청년이 안쪽에 호텔이 있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더 안쪽의 호텔도 역시 만원이다. 다시 시내로 갈까 하다가 건너편에 GH가 보인다. 한번 물어보자며 갔는데 깨끗해 보이는 외관이 괜찮을 듯싶다. 방을 좀 보여 달라니까 방은 다른 곳에 있다면서 남자 직원이 우리를 데리고 하염없이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고 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동네가 고즈넉하고 조용해서 그냥 따라갔다. 비가 온 후라 땅이 질척하다.
걸어서 간 곳은 Jim's Inn. 화장실도 없을 줄 알았더니 10,000에 화장실 샤워시설이 다 있다. 2인실은 두 사람 밖에 들 수가 없다고 하길래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더 큰 침대가 있는 방을 보여준다. 1일 12,500에 들었다. 싸고 침구가 깨끗해서 마음에 들어 이틀을 여기에 있기로 했다. 안내한 청년은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아버지가 한국에서 3년 동안 신학 공부를 하고 왔다며 우리를 반겼다. 재빨리 샤워를 하고 모기향을 피워둔 후 이 숙소의 청년 앨리어스를 따라서 저녁 먹을 곳을 찾아갔다. 자기가 직접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어두운 골목을 한참 빠져나가느라 랜턴이 필요했다. 이곳은 외국인이 전혀 없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신기해한다. 말도 시키고 처녀들도 ‘음중구’라며 수군거린다. 인도인 식당은 현지인 가격이다. 쇠고기 800, 치킨밥, 생선밥은 1,500이다. 차도 100밖에 안한다. 생강즙이 들어있어 향기롭고 무척이나 좋았다. 오면서 술과 물을 사서 들어왔다. 주변이 시골 같고 우리나라 가을의 풀벌레 소리가 들리며 많은 나무들이 있다. 공기도 상큼해서 다르가 아닌 한적한 마을에 놀러온 듯하다. 복잡한 다르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값싸고도 깨끗하고 시골 같은 곳에 들어오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모기향을 많이 피워서 지금 사람 잡을 지경이다. 말라리아에는 절대 걸리면 안된다. 창에 커튼을 걷으니 유리는 없고 망만 씌어져 있어 약간 시원한 공기가 들어온다. 내일은 시내구경도 하고 필요한 것도 살 것이다. 아나키 : 프런트를 맡고 있는 앨리어스의 아버지는 96년부터99년까지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지금은 목사님으로 탕가에 계신다한다. 한국인에 대한 참좋은 인상을가지고 있는 친구라서 참 잘왔다 싶다. 길가에서 우릴 도와주었던 청년들이 아니라면 아마 이런 좋은 숙소에 못들었으리라. 다르에서는 말라리아 모기를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모기향을 꺼냈지만 스탠드가 없다. 앨리어스에게 있나 알아보니까 탄자니아에서는 이렇게 한다며 환타병 끝에 거는 모습을 보여주네?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