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다시 다르에스살람

 

8월 19일 다르에스살람

밤새 비가 왔다. 사그락거리는 비 소리가 자주 들렸다. 그런데 아침에 창 밖의 종려나무를 쳐다보니 바람에 한 번씩 흔들리는 소리가 영판 비 뿌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나는 밤새계속해서 비가 많이 온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은 늦게까지 자기로 했다. 혼자 일어나 화장실도 가고 바지도 빨고 땅콩버터와 망고 잼을 발라 빵도 먹었다. 결국 나도 다시 누워 한 숨 더잤다.

9시에 나왔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머리가 좀 아프다. 아침에 남편도 빵을 먹었는데 해안이는 안 먹는다. 달라달라로 시내 중심부 (posta)에 갔다. 우리가 올 때 묶었던 YMCA옆이다. 일요일이라 길이 너무 한가해서 좋다. 버스비는 겨우 일인당 250이다. 택시가 15,00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버스 가격은 대단히 싸다. 시내에서 주욱 걸어 들어가 박물관에 갔다. 셋이 10,000정도이니 비싸지는 않으나 정말 허걱스럽게 빈약하고 볼 것 없는 곳이었다.다른 나라와 비교해 거의 최악의 박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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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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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품들 앞에서  /  듀공(인어라고 알려진 생물)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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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시내에서 점심 먹을 곳을 샀다가 씨티 수퍼를 발견했다. 대부분 상당히 비싼 가격이었다. 꼭 필요한 것만 샀다. 주변의 식당을 찾았지만 없다. 오늘 아침 여기 도착했을 때 막 문을 열고 있던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아갔다. 아무리 일요일이라지만 모든 가게가 일제히 문을 닫았다. 만약 우리가 시내에 방을 잡았더라면 참담한 꼴을 당할 뻔 했다. 이렇게도 밥 먹을 곳이 없을 줄은 몰랐다. 식당은 햄버거를 비롯한 몇 가지 음식이 다. 장구피시, 피시커틀릿, 감자, 치즈버거, 닭 피자와 음료, 차를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10,000원이 넘게 나왔다.

피곤하니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남편이 북쪽의 해변이나 한 번 가 보자고 한다. 마사키Masaki 가는 달라달라를 탔다. 차 앞에 가는 방향의 이름이 적혀있어 타기 쉽다. 오늘 우리가 걸었던 시내의 길도 각종 청사가 몰려있는 곳이라 번듯 하고 거대한 가로수가 많았다. 그늘을 주어 시원해서 걷기가 좋았다. 버스가 달리는 이쪽도 잘 사는 사람들의 주택과 외국 대사관이 있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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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비치는 생각보다 매우 멋진 곳이었다. 도심 부근에 이토록 아름다운 물빛, 모래가 고운 곳이 있다니. 물도 따듯하고 여러 가지 색이다. 해변에는 파래 같은 해초와 작은 홍합이 많다. 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보라 성게가 수북하게 사방에 널려있다. 너무나 물이 맑아서 수영복을 안 가져온 것이 아쉬웠으나 물속에 걸어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물이 따듯하다. 파도도 없고 멀리 자연 방파제가 만들어져 있어 그 바깥쪽에서만 파도가 친다. 남편은 맛있는 보라성게를 잡아다가 까먹으면 좋겠다고 아깝단다. 성게 알을 까서 밥과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성게비빔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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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수영하는 아이들에게 성게를 보여주며 뒤를 까서 먹어도 되냐는 몸짓을 하니 애들이 안 된단다. 남편이 먹어도 된다는 시늉을 한다. 내가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몸짓을 했다. 애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고 한다. 맛있는 놈들이지만 보호해주고 이렇게 잘 두어야 한다. 먹지 못하는 줄 알아야 성게들이 이대로 살 것이다. 남편은 물에서 걸어 나오다가 날카로운 돌에 발을 다쳤다. 성게를 먹으려다 벌 받은 것이란다(숙소에 와서 ‘세계를 가다’를 보니 이곳에 성게는 많으나 독이 있다고 씌어있다. 아무래도 일본책의 번역판이니 성게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혹시 마구 잡아갈까봐 걱정이 되어 그렇게 쓴 것은 아닌지. 어린 시절 다년간 해운대에서 자맥질하며 커 온 남편은 정확히 보라성게와 똑 같다고 한다. 괜히 한국 사람들이 잡다가 망신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우리는 피부가 하얘서 이 사람들 눈에 잘 띄니 알게 모르게 모두가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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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와서 바에 가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맥주와 음료를 먹었다. 푸른 바다와 하얀 해변, 야자수가 예술이다. 그림 속의 풍경에 있는 듯하다. 내일이면 아쉽게도 출발인데 이런 아름다운 순간이 떠나기 전날 있다는 게 믿어지지를 않는다. 술 취한 마사이족 한 명이 와서 뭐라고 말을 시키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어찌 하여 아루샤에서 이곳까지 와서 낮술에 취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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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걸어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남편과 해안은 교회 음악 뮤비를 찍는 것을 보다가 왔다. 오랫동안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며 노래도 부르고 비디오도 찍으며 시원하게 앉아있었다. 그물을 거두는 아저씨도 보이고 카약 타는 사람, 물속을 지나가는 커다란 물뱀도 보인다. 한참 놀다가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찻길로 걸어와서 달라달라를 타고 포스타로 왔다. 다시 갈아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외곽으로 좀 나가니 시내와는 달리 사람도 많이 다니고 시장도 다 문을 열어 벅시글하다.

터미널에 내려 주변에 시장이 있나 살펴보았으나 없다. 가져갈 물건도 좀 사고 마지막으로 망고나 실컷 먹어보려고 했건만... 숙소로 오면서 어젯밤의 식당이 어디 있나 찾아보았으나 실패했다. 들어오다가 앨리어스를 만나 다시 식당의 위치를 확인하고 숙소에 와서 샤워를 했다. 그 식당에 가서 맛나게 식사를 했다. 역시 이 집의 밥은 맛이 좋다. 최고의 차도 마시고 우리 남비에 밥도 한 덩어리 담아 왔다. 계산을 하려다가 주인아저씨와 얘기를 나눴는데 음베야에서 오셨다고 한다. 툰두마가 고향이란다. 서로 말을 하다 보니 마마도 알고 있다. 세상이 정말 좁다. 숙소에 와서 사온 오렌지와 파파야를 먹었다. 내일 아침 여기로 택시가 온다니까 공항까지는 편안하게 갈 수 있다. 15,000이라고 한다. 짐을 이제부터 다 싸야 한다.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침대가 커서 오늘은 모두 옆쪽으로 누워 자기로 했다. 더 넓게 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