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 이스탄불

2007년 1월 1일(월) 비행기를 타고

드디어 집을 정리하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벌써 방학이 되어 떠나다니... 어떻게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인천 공항의 싱가폴 항공은 사람이 꽤 붐비는 편이어서 한참 걸려서야 자리를 배정 받았다. 싸온 김밥을 먹으며 기다리다가 부모님께 전화 드리고 4시 20분에 비행기는 떠났다. 한 자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쉽게 바꾸었다. 게임과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니터가 붙어 있어서 해안이는 금방 거기에 빠졌다. 기내식으로 김치와 생선, 밥이 나온다.

6시간 이상 걸려서 싱가폴에 도착했다. 밤이 되어서 씻고 잠깐 있다가 다시 비행기. 적도라 어찌나 후텁지근한지 내복을 다 벗고 오리털 파카도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적도에서 오리털 파카라니. 마치 북극에 가는 사람들 같다. 예상치 못했는데 이 비행기는 두바이를 경유한다고 한다. 밤이어서 바깥을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사막에 기적을 일군 신화를 생각하면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던 곳이라 여기에 온 것이 신기했다. 다국적 인간들도 볼 만하지만 무엇보다 수퍼가 무척 싸다. 사람들은 집 앞 수퍼처럼 바리바리 커다란 봉지를 들고 다닌다. 마요네즈에서 샴푸까지 별 걸 다 파는 곳이었다. 집에 돌아갈 때 나도 사야지.

화장실도 들르고 구경도 했다. 정말 ‘세계 속의 강남’을 느꼈다.

신기하게도 오늘 아침 TV에서 ‘발전하는 두바이’를 보았다. 집값이 두 배로 뛰고 있고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계속 호황이 유지되며 사막을 일구어 가는 모습이다. 바로 저녁에 내가 이곳에 오게 될 줄을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정말 얼결에 온 곳이다. 비행기에서 1시간가량 내렸다가 다시 그 비행기에 타는 것은 아예 경유로 치지도 않아 전혀 알지 못했다.

2007년 1월 2일(화) 이스탄불에 도착

몸도 풀고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비행기로 5시간 30분가량 걸려서 7시 5분 동트는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Info에서 악빌을 여러 명이 써도 되는지, 또 기차 이용에 대해 물어본 후 환전. 메트로에 가서 만능 교통수단 악빌을 샀다. 충전하는 방법을 물어 보아도 영어가 안 통해 대충 사고 일단 탔다. 악빌은 너무나 편리하고 귀엽게 생긴 작은 스푼형의 물건이다. 돈을 더 주고 충전하여 쓴다. 일단 역으로 가서 그리스 테살로니키 가는 침대차를 끊었다(해안이는 반 값, 침대 2개-한 칸에 침대가 둘 뿐이라 같이 지내려고 2장 만 끊었다).

걸어서 인터넷으로 예약해 두었던 숙소에 도착했다. 아침 8시라 12시에 오라고 하니 짐을 맡겨 두고 그랜드 바자르에 구경 갔다. 설 연휴여서 연 곳은 노점뿐이다. 이곳 날씨는 은근히 스멀거리며 추워지므로 오리털 파카는 필수. 처음으로 먹는 식사는 1리라짜리 양고기, 닭고기 케밥이다. 양이 적어 다시 얇은 터키 피자 라흐마준, 치즈빵, 쵸코빵과 차를 사먹었다. 치즈빵의 맛이 강렬하다. 내가 좋아하는 맛이다. 걸어서 블루 모스크에 갔다. 바깥에서 보는 모습도 6개의 첨탑이 달려 웅장하고 시원하지만 실내의 거대한 공간에 다채롭고 아름다운 돔형 지붕과 벽은 참으로 멋져서 편안하게 앉아 구경했다. 마치 절간처럼 마음이 고요해진다.

12시에 예약된 숙소에 와보니 방이 없다며 택시를 태워 다른 숙소에 보냈다. SABA호텔이라는 곳인데 다른 곳으로 돌려진 것도 기분 나쁜데 해안이 몫의 돈으로 20달러를 더 내란다. 예약 할 때는 11세 어린이가 아무 무리 없이 더블로 예약이 되었는데 터키에서는 한 명 단위로 계산된다는 이야기. 이전 숙소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다는 말을 해도 결국 안 된다고 하니 우리는 몹시 기분 나빠하며 이전 숙소에 전화했다. 우리의 상황을 잘 못 알아듣는 듯해서 결국 가서 따지기로 했다. 짐을 다 지고 걸어서 돌아와 매니저와 직접 이야기. 매니저는 아이까지 공짜로 예약되는 시스템의 문제와 먼저 온 손님부터 방을 배정하는 상황 때문에 예약을 하고도 방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좀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기분 나빠하는 우리를 달래며 커피와 차를 대접한다. 결국 매니저가 SABA매니저와 전화해서 다시 가기로 했다. 걸어서 SABA에 오니 전 숙소 매니저가 해안이 몫의 돈을 지불하기로 해결 보았단다. 기분이 영 찜찜하지만 어쨌든 숙소에 들어와 짐을 풀고 오전에 쓴 비용을 계산했다.

다시 트램 타고 이집션 바자르. 역시 시장은 휴업 중이다. 바깥 부분만 열렸는데 작고 번잡했다. 애완  동물과 식물류를 판다.

트램 타고 종점에 내려 아시아 지구의 위스크다르에 가는 배를 탔다. 바다는 무척 맑고 깨끗하다. 노래에서처럼 진기하고 신기한 곳은 아니고 좀 복잡하다. 도심 중앙부 보다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시장은 풍성하면서도 값이 쌌다. 수퍼에서 물건을 사고 배로 에미뇨뉴로 돌아왔다. 갈라타 다리 앞에 가서 그 유명한 고등어 케밥 2개를 시켜서 먹었다. 고등어라 느끼하고 비릴 것 같지만 양파와 토마토를 넣고 레몬즙을 듬뿍 뿌려 먹으면 신기하게도 깔끔한 맛이 꽤 좋다. 싱싱한 것을 금방 구워주는 것이 맛의 비결이다.

갈라타 다리 밑은 레스토랑으로 호객행위가 심해 트램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 수퍼는 공산품이 활발하게 생산되는 편이 아니라서 별로 살 것이 없어 석류와 오렌지를 샀다. 숙소에서 과일 먹고 일찍 자기로 했다. 비행기도 오래 타고 숙소 문제까지 겹쳐 많이 피곤하고 약간 어지럽다. 배처럼 비행기도 그런 증세가 생기나 보다. 바닥이 계속 흔들리는 것 같다. 오늘은 6시 15분에 하루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