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스탄불

2007년 1월 3일(수) 이스탄불 둘러보기

7시 45분에 아침 먹으러 옥상의 식당에 갔다. 깜짝 놀랄 만큼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다. 블루 모스크와 지중해가 한 눈에 다 들어오고 아름다운 지붕, 구름덩이 들이 꿈 속 같은 풍경이었다. 다만 밖에 나가 사진 한번 찍으려면 모진 바람을 감수해야 했다. 갈매기들이 바르르 떨면서도 버티고 정지 비행하는 모습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장면 모두 아주 멋있었다. 아침은 뷔페식으로 푸짐하게 차려진다. 짠 맛이 나는 머리 땋은 모양의 치즈는 고기 질감이 난다. 콜콜한 맛, 평범한 맛의 치즈와 각종 올리브, 달걀, 시리얼 까지 성찬이었다. 잘 먹은 후 달걀을 챙기고 방에 와서 짐을 다 쌌다.

9시에 숙소를 나서는데 비가 제법 온다. 다행히도 직원이 큰 우산을 한 개 빌려줘서 셋이 꼭 붙어 길을 나섰다. 양쪽 사람은 비를 좀 맞지만 그래도 우선 아야 소피아 성당에 갔다. 내부는 대단히 크고 웅장하며 무엇보다 아름다운 모자이크들이 감동적이다. 예수의 얼굴은 엄숙하면서도 평화로워 보였다. 여전히 비가 퍼붓는 가운데 톱카프 궁전에 갔다. 하렘은 어찌나 줄이 긴지 줄어들 기미도 없어 포기하고 궁전만 보았다. 옛날의 영화를 말해주는 듯 화려한 보석들과 그릇, 장신구 등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정말 돈이 많았던지 쓰이는 보석들이 너무 많으니 유리처럼 느껴졌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맡기고 다행히 비가 그쳐 우산은 돌려주었다. 지하궁전은 다른 곳과 입장료가 같아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그저 물을 모아 둔 공간 일 뿐이다. 물론 크고 정교한 기둥들이 볼 만하고 아름다운 메두사의 머리가 기둥 밑돌로 쓰여 보기에 가련했다. 물속에 물고기를 기른다. 예전에는 물도 퍼서 쓰고 낚시질도 했다고 한다. 점심은 레스토랑에서 필라우, 가지 양고기 요리, 닭, 고기볶음 등 이것저것 주문해 맛있게 먹었다. 나는 속이 좀 불편해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빵 에크메크 만 먹었다.

나와서 트램, 튀넬 트램, 중심부를 지나는 아주 고전적인 옛날식 트램을 순서대로 다 타보고(3종 셋트) 탁심 광장에 도착했다. 웬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사람과 상점을 구경한다. 우선 주변 공원과 광장을 본 뒤 중심부를 따라 걸어 내려왔다. 홍합밥과 튀김, 쵸콜렛도 사 먹어 보고 해안이에게 좀 비싸지만 쵸코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쭉 늘어난다는 그 아이스크림은 여름에나 나오는가 보다. 아이스크림은 모두 돈두르마라고 부른다.

부두에서 배를 타고 콰드쾨이. 가는 동안 물과 풍경 구경이 좋다. 배 옆면에 앉아 상쾌하고 기분 좋게 갔다. 콰드쾨이는 편안하고 보다 정감 있는 곳이다. 빵집에서 피데와 아이란, 양고기 빵을 사먹고 수퍼에서 장 본 뒤 다시 배로 돌아와 숙소에 짐 찾으러 갔다. 기차 역 앞에서 에크메크를 사고 기차로 들어왔다.

한참 편하고 기분이 좋았는데 침대차 매니저가 와서 해안이 침대 값 25유로를 내라고 하는 바람에 다시 실랑이를 벌이게 되었다. 침대차는 무조건 사람 당 침대 값을 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왜 표 끊어 주는 사람은 반표로 그냥 끊어 주었냐고 해도 막무가내로 돈을 내란다. 한참 투덜거리며 얘기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돈을 냈는데 기분이 나빴다. 해안이는 아빠와 다른 칸에서 잠을 자고 나는 혼자 잔다. 속도 불편하고 피로하다. 잠자다가 그리스 국경을 넘어가는지 여권을 받으러 왔다. 짐은 한번 뒤지는 시늉만 하고 나갔고 모든 절차는 간단했다. 다만 졸린데 잠을 좀 뒤척였다.

2007년 1월 4일(목) 테살로니키

5시에 일어나 기차에서 운동도 하고 빵도 먹었다. 8시에 내린다는 기차가 하염없이 간다. 풍경 구경하다 자다 하냥 시간이 흐른다. 그리스는 온통 척박해 보이는 산야이다. 산도 길도 집도 하얗다. 지중해성 기후라 나무들도 우리와는 달라서 물기 적은 곳에서 사는 애들 같이 생겼다. 풍경도 우리의 나무 많은 산과 달라 아주 이국적이다. 무엇보다 간판의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 없어 마음이 답답하다. 이토록 어려울 거라는 상상을 못하고 읽을 준비도 안했던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어쨌든 기차에 누워서 편히 쉬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방을 두칸 쓰게 된 것이 잘 되었다. 오랜만에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며 잘 쉬었다. 해가 뜨니 산꼭대기에 눈 덮인 풍광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결국 12시에 역에 내려 우선 내일 아침 아테네 가는 7시 30분 보통 기차를 끊어 두었다. 하루 한편이고 나머지는 비싼 특급뿐이다.

묻고 걸어서 호텔 몇 곳을 살핀 뒤 Augustus H에 들었다. 호텔비 45유로. 나와서 물어가며 한참 걸어 고고학 박물관. 생각했던 것 보다 시내가 꽤 커서 좀 걸어 다녀야 한다. 박물관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어린이는 무료이다. 아름다운 금 장신구들도 많고 자유롭게 표현되는 인간의 몸과 선, 얼굴들도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정교하다. 특히 모자이크 타일이 아름답다. 대리석 상들도 좋다. 금 장신구들도 매우 훌륭하지만 술 취한 디오니소스가 부조로 만들어진 큰 병은 대단히 훌륭했고 생생한 느낌이다. 무엇보다 하나하나의 소품에도 신경을 쓴 화장실까지도 정말 예술적이다. 잘 보고 잘 쉬었다.

나와서 바닷가에 갔다가 화이트 타워 보고 시장에서 토마토. 오렌지, 석류를 사고 시장 빵도 2개 샀다. 숙소에다 다 풀어놓고 너무 배가 고파 빵, 버터 등을 마구 먹고 어느 정도 정신 차린 후 나가서 건너편의 수퍼에 갔다. 고다 치즈가 맛있고 질도 좋으며 아주 싸다. 식사할 곳을 찾아 바닷가도 가 보았으나 모두 비싸 보이고 무엇보다 글씨를 모르니 주문이 안 된다.

다시 시장 통에 와서 ‘바’ 비슷한 식당에 갔다. 다행이 영어 메뉴 있어 돼지고기 수블라키. 닭 필레. 그리스 샐러드. 치즈 샐러드를 시켰는데 괜찮은 맛이지만 다시 먹고 싶지 않은 수준. 그리스 음식은 별로이다. 특히 치즈 여러 가지를 섞은 샐러드가 짜다. 결국 못 먹고 싸왔다.

수퍼에 들러 블루치즈, 주스, 물, 햄, 맥주, 크레타 오렌지 등을 샀는데도 7밖에 안 나오니 대만족이다. 역시 우리는 슈퍼과이다. 와서 오렌지 먹어보니 진짜 향긋하고 맛이 좋다. 석류도 맛있었다. 햄도 고급. 수퍼가 최고다. 적당히 피곤하고 배부르고 숙소도 좋은 편이다. 류T는 술, 안주에 만족, 해안은 맥주, 석류, 치즈에 만족. 나는 빵, 치즈, 햄이 다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