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파묵칼레

2007.1.21(일) 안탈랴 - 파묵칼레

아침 8시에 밥 먹으러 가니 벌써 한국인들이 다 나와서 자리가 없다. 한 영국인과 같이 먹었다. 공장에서 1년 일한 후 3년씩 세계 여행을 한단다. 신유목민이라고 할까. 유럽은 싫고 물가가 싸고  볼 것 많은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는 삶이 좋단다. 빵과 과일, 치즈를 많이 먹고 9시 다 되어 숙소에 와서 짐 다 챙긴 후 바닷가에 갔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여 사진 찍기에 좋았다. 안탈랴는 산과 바다, 풍부한 농산물이 어우러진 천혜의 장소이다. 수질도 맑다. 숙소에 와서 돈 내고 마지막으로 숙소 기둥 아래 깔려있는 코린트 윗부분 기둥을 살짝 찍었다. 터키에서는 유적지 돌이 이렇게 사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너무 유적이 많은 탓에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고 단속도 별로 없나 보다. 투어 할 때 점심 식사하던 식당 마당에도 로마시대 파이프가 있었다.

파묵칼레 버스 사무실까지 걸어갔다. 하드리안 gate와 주변에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사람이 없는 거리를 걸으니 쾌적하다. 10시에 표를 사고 짐 맡긴 후 주변을 30분 정도 돌아다닌다. 차에서 먹을 치즈빵과 넛트류를 샀다. 세르비스 버스는 10시 45분에 왔다. 파묵칼레 버스는 켄트와는 달리 타는 사람로 가득했다. 처음부터 물, 크래커, 케? 커피, 콜라 등 계속 해서 서비스를 준다. 직원이 세 명이나 탔다. 서비스 주는 청년이 착한 인상에 참 따듯하다. 많은 사람을 서빙하면서도 우리에게 자주 말을 걸어주고 가족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푸겟 에어의 다정함이 생각났다. 해안이는 따로 앉았는데 옆자리의 잘 생긴 청년이 해안이에게 말도 걸고 다정하게 잘 대해 주었다.

3시간 후 데니즐리. 이름은 앙증맞지만 무지 큰 도시이다. 운 좋게 바로 미니버스를 탔고 20여분 만에 파묵칼레에 도착했다. 마을이 너무 작아 금방 숙소를 찾았다. Aspawa 팬션에 처음 갔는데 1인 25로 75 달란다. 결국 아침식사를 포함해서 45에 흥정되었다. 애플티를 주며 저녁도 1인 15에 먹으란다. 너무 비싸다니까 3인 25에 먹으라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3시 반에 걸어서 목화성 입구. 해안이는 무료이고 어른은 5밖에 안 받는다. 처음으로 어린이라고 안 받으니 감격이다. 파묵칼레 걸어가는 길은 신기하고 감동 그 자체. 하얀색이 석회질로 뒤덮인 기이한 지형에서 미지근한 물이 살살 흐르는 미끄럽지 않은 지형을 걷는 다. 기분이 정말 환상적이다.

30분정도 올라가니 거대한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눈앞에 보인다. 온천도 있고 박물관도 있지만 안가기로 하였다. 아래쪽 뿐 아니라 산 멀리까지 지진으로 파묻힌 흔적들이 약간씩 보인다. 산 위의 원형극장은 무척 거대하여 사람을 압도했다. 퍽 장관이다. 중간 아래로는 못 내려가게 되어 있다. 내려와서 온천 안에 들어 가보니 유적지 길 위의 기둥들이 무너진 곳이 바로 온천이다. 유적지의 기둥들이 무너져서 물속에 들어있다. 진귀한 풍경이다. 물은 미지근하나 들어갈 만하다. 어른은 18리라, 어린이는 7이다. 수영복이 없어 못 들어간다.

다시 해가 진 후 밑으로 걸어 내려오는데 하늘의 색이 비쳐서 하얀 벽이 점점 노르스름해졌다. 해가 지면 바닥도 더욱 차다. 가끔 흐르는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그면서 가야 한다. 7시 저녁 식사까지는 좀 배가 고팠다. 식사는 우선 대형 스프 3그릇, 샐러드, 토마토 고기볶음밥이다. 해안과 류T는 정말 맛있게 먹고 만족스러워 했다. 고추장을 가져갔지만 별 필요가 없었다. 저녁때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옥상에 가서 많은 별들을 구경했다. 가게에 가서 오렌지, 토마토, 사과 등을 사왔다. 사과가 작지만 무척 맛이 있다. 방은 중앙난방 뿐 아니라 개인난방까지 되는 숙소다. 무척 따듯하고 물도 잘 나와서 모두 목욕과 빨래를 하고 잘 잤다.

2007.1.22(월) 파묵칼레

아침 7시 기상. 8시 20분에 밥 먹으러 갔다. 우선 커피나 차를 마시고 쨈 2개, 버터, 꿀과 오이, 토마토, 삶은 달걀, 빵을 준다. 천천히 푸짐하게 먹고 잼은 챙겼다. 잼이 맛있다. 오늘은 10시 좀 넘어 카라하유트 온천 가는 버스를 탔다. 가까운 곳인데도 꽤 큰 호텔과 마을이 보인다. 철 성분의 온천이라 석회석 표면이 붉게 변했다. 물은 파묵칼레 보다 훨씬 뜨끈하다. 큰 hotel에 들어가 물어보니 요금은 15리라. 그러나 온천에는 수영복을 빌려주는 곳이 없다. 수영복을 사려면 돈이 꽤 들기 때문에 포기했다. 주변 가게에서 파는 수영복은 싸지도 않지만 질이 너무 나쁘다.

버스 타고 나와 다시 파묵칼레 가는 길에 무스타파R에 들렀다. 책에 음식이 맛있다고 나와 있는 곳이다. 배는 부르지만 먹고 올라가자고 들른 시간이 11시 정도이다. 어제 밤 열심히 부르는데도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은 한번 먹고 싶었다. 무스타파 아저씨는 무척 명랑하고 자부심이 많은 분이다. 닭, 양고기 볶음밥에 터키식 물김치 담근 것(양배추, 오이, 푸른 토마토 절임으로 국물도 제법 동치미 맛이 난다), 고추장 만든 것(제법 그럴싸하다)과 애플티를 준다. 16에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나는 아침을 많이 먹어 김치와 빵을 약간 먹고 맛만 보았다. 이곳은 저녁, 아침식사를 포함하여 50에 해 준단다. 음식이 맛있고 싸니 이곳에 잡았어도 좋았을 듯하다. 우리는 이미 숙비와 식사비를 다 지불했으니 이 아저씨의 음식을 더 먹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 우리의 상황을 다 이해 하시는 듯하다. 이분은 관찰력이 뛰어나서 각국의 관광객의 속성과 특징을 다 파악해 두었다. 흉내를 내는지 어찌나 우스운지 가만히 있을 새가 없다. 우리를 보고도 나는 피부가 노랗고 남편과 다르단다(남편은 홍인종). 해안이는 백인 같다고 하신다. 개그 프로를 보는 것처럼 너무나 우리를 재밌고 편하게 해주셔서 방명록에 잘 써드리고 왔다.

파묵칼레 입구 매표소에서 표를 사려고 50짜리를 내며 어제도 왔었다고 하니까 어제 표를 보자고 한다. 표를 보고는 그냥 들어가라 하시니 이게 웬 횡재인가? 어제 어린이표를 무료로 해준 것도 기뻤는데 이제 공짜? 기쁜 마음으로 신이 나서 석회암 지대를 맨발로 올라갔다. 집에 전화도 했다. 오늘은 유적지 빌립보 교회, 성벽, 극장, 아고라, 고대 극장, 대로, 문 등 다양한 곳을 오랜 시간을 두고 꼼꼼히 보았다. 덮친 흙더미 속에 묻힌 것을 일부 발굴했는데 규모가 매우 크다. 스러지는 유적도 나름대로 멋과 운치가 있다. 어떤 석관은 산에서 내려와 길 근처까지 와 있다. 오늘은 해가 뜨거울 정도로 날씨가 좋아서 덥다. 그냥 수영을 하래도 할 판이다. 해안이가 힘들다고 혼자 중간에 내려갈까도 생각 하더니만 그냥 같이 끝까지 따라다녔다.

5시 넘어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쪽에서도 물을 흘려보낸다. 물이 넘쳐 내려오는 곳은 매끄러워서 골라 밟으면 좀 쉽게 내려올 수 있다. 이 장소를 왕복 4번이나 보고 밟았으니 이제 더 원이 없다. 아래쪽 연못도 구경하고 약국과 수퍼를 들러 숙소에 왔다. 내일 아침 기차가 없다고 해서 버스로 아이든 거쳐 셀축으로 가려고 한다. 보드룸을 갈까도 생각 중이다.

오늘이 류T 생일인 것을 무스타파 아저씨 집에서 방명록 날짜 쓸 때 알았다. 잘 기억 못한 것도 미안했다. 류T가 아저씨와 기차 편에 대해 얘기할 때 부엌에 계신 주인아주머니에게 갔다. 살짝 주변에 작은 케?파는 집이 있는지 물었더니 없단다. 오늘 데니즐리에 다녀왔는데 미리 얘기하지 그랬냐고 한다. 아침에는 생일인 것을 몰랐다고 했다. 무척 안타까워하시며 아저씨를 부른다. 아저씨가 어떻게든 된다고 걱정 말라고 하신다. 이 근처에서 파냐고 하니까 그렇다고 하시는 품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해 주신다는 의지가 보인다. 케잌?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념이 될 만한 저녁을 바라는데 이 두 분이 도와주실 것 같다. 지금은 6시 30분인데 겨우 7시 까지 30분이 남았다. 1시간 30분 동안 이곳의 생일 준비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두 분의 능력을 꼭 시험해보는 것 같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 잠시 후 다시 씀 - 여러 가지로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고 저녁식사도 어제 만 못했다. 7정도 가격의 케밥과 밥을 그냥 준다. 류T가 아침에 아내가 터키식 저녁식사를 먹고 싶어 한다고 했었는데 그냥 평범한 것들 주었다. 어제는 있던 과일도 없다. 아침에 미리 돈을 달라더니 다 줘버려서 이런 사태일까? 게다가 은근히 기다려도 케잌?안 갖다 준다. 나중에 가져다 먹으라는 뜻인가 보다. 방에 돌아와 과일, 맥주 먹고 얘기를 나누었다. 8시 30분에 케잌?달라하고 5리라를 줬다. 가게에서 파는 쵸코 케잌이지?나름대로 맛은 있었다. 나가서 파묵칼레 포도주(상당히 깔끔하고 좋으며 값도 쌈)와 우유를 사다 맛있게 먹었다. 즐겁게 밸리댄스 추며 노는 중이다. 우리가 이스탄불의 지하도 시장에서 자주 보았던 배터리로 움직이는 여자 인형들을 흉내 낸다. 손과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는 거다. 나는 잘 안되는데 해안이는 참 잘한다. 생일 축하를 재밌게 했다. 내일은 셀축으로 가기로 했다. 남편이 항상 건강하고 우리와 함께 늘 즐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