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샤프란볼루 |
2007.1.27(토) 사프란볼루 아침 6시. 옆의 자미에서 울리는 소리에 깨었다. 응접실의 의자가 폭이 넓어 운동하기에 좋다. 동이 터서 보니 창밖은 커다란 나무에 가려져 있어서 밖에서는 방안이 잘 안 보인다. 밤새 따듯하고 침구도 포근해서 정말 잘 잤다. 8시 45분에 아침 먹으러 가니 언니 남편 야신이 차려 준다. 주로 아침 식사를 남자들이 차려준다. 이름 모를 잼이 종류 별로 작은 종지에 담겨 나오는데 만든 것인지 묽으면서도 향이 살아있고 맛있다. 치즈도 좋았다. 천천히 잘 먹고 난 후 10시에 길을 나섰다. Info에 들렀다. 문이 잠겨 있어 기다리니 잠시 후 언니가 고리 모양의 깨빵을 들고 나타났다. 먹어보라고 권한다. 처음에는 배가 불러 머뭇거리다가 결국 2개나 받았다. 이스탄불에서 먹었던 퍽퍽한 깨빵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조금 맛보려다 갓 구운 빵이 쫄깃하니 맛이 좋아 다 먹었다. 배가 더욱 부르다. 언덕 위 시청에 가서 아래의 전망을 내려다보고 시계탑에 올랐다. 200년 넘은 탑은 많이 삐걱이는 계단을 오른다. 아저씨가 시계 작동의 원리를 알려준다. 30분이 되니 톱니가 돌다가 종이 ‘댕’하고 울린다(1.5리라). 인사하고 탑을 내려온 후 류T가 크란쾨이까지 걸어 가보자고 제안했다. 좀 헤메면서도 언덕 높은 곳에 올라가니 그곳이 크란쾨이. 돌개바람이 무척 심한 날이라 시내를 돌아다니기 힘들다. 피하려 해도 먼지를 많이 뒤집어썼다. 버스 회사 메트로와 사프란을 비교해 보니 5리라나 차이가 난다. 10시 45분 사프란 차표를 20씩에 사두었다. 우리 자리의 번호가 40대인 것이 내일이 일요일이라 벌써 다 찼나 보다. 세 명이면 15리라나 절약한 셈이다. 수퍼도 들르고 술을 산 후 다시 마을을 거쳐 돌아오려는데 돌개바람이 너무 심해서 한쪽에 피해 있었다. 조심하며 마을 아래로 접어드니 바람이 갑자기 없어져 마치 다른 날이 된 것 같았다. 이곳은 아래로 파여져 내려가는 깊은 협곡으로 물이 많이 흐르고 풍부하다. 동네에 와서 큰 레스토랑에 갔다. 사프란볼루 피데(피를 반으로 접어 큰 만두 모양이고 속에 고기와 야채가 들어 영판 만두 맛이다), 가지 도르마, 신선하게 직접 만든 아이란, 콩 스프를 맛있게 먹었다. 과일을 사서 잠시 숙소에 들렀는데 따뜻한 난방에 포근하니 모두 누워서 잠깐 잠을 잤다. 3시 넘어 일어나서 쉬겠다는 해안이는 두고 숙소 뒤편의 흐드르륵 언덕에 올랐다. 이름이 신기하다. 입장료는 1.2씩 인데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표를 준다. 사프란 티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런 깊은 계곡에 좋은 집들과 시장이 들어선 것이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자료를 보니 이곳의 발전은 실크로드 시절 문물의 중간 기착지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또 사프란의 생산지이기도 했으니 풍요롭고 돈이 많았을 것이다. 사프란은 아주 비싼 향료로 사프란 꽃으로 만든다. 지금은 넛트류, 꿀, 특산물인 단 떡, 수공예품을 팔고 있다. 유난히 현지 관광객들로 붐빈다. 커다란 대상의 집은 지금 호텔로 쓰이며 하맘에서 나는 연기, 아기자기한 집들 다 예쁘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내려와서 뒷골목을 다 둘러본 후 해안이를 불러서 나왔다. 맛있다는 식당에서 렌탈 콩스프와 양고기 쾨프테를 먹었는데 류T가 너무나 맛이 좋단다. 나는 좋아하는 에크메크 빵을 많이 먹었다. 최고의 빵이다. 호두를 까서 팔고 있는 넛트 가게에서 호두를 샀다. 정말 맛이 좋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골목은 여기저기에 나뭇잎이 무더기로 쌓인 것이 이곳도 돌개바람이 심했던가 보다. 어제 저녁 식사비를 주었는데 차까지 포함해서 17도 넘게 받는다. 차는 써비스 인줄 알았는데 좀 비싸게 받은 편이다. 묵는 숙소에서 사 먹는 것은 맛도 별로 없다. 오늘 사 먹은 다른 맛있는 음식과 비교해도 비싸다. 숙소가 좋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모두 숙소에서 씻고 일찍부터 편히 쉰다. 앙카라에서 많이 잔 후 사실 피곤하지는 않다. 5시도 안되었다. 비가 와서 바깥이 어둡다. 이런 곳에서 빗소리를 듣는 것도 운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