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그리스 식당에 대한 안좋은 추억

 

식당 음식에 경악하다

그리스 음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고기 구이인 수블라끼와 역시나 고기 파이 무사카 밖엔 없었다. 그 외 경아씨는 그리크 샐러드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정도가 전부였다. 게다가 여행 전 캐나다 친구 에블린이 그리스에 가면 수블라끼를 꼭 먹어 보라는 말을 했던 것 정도가 그리스 음식에 대해 생각하는 것 전부였는데... 그런 차에 그리스 여행 중 처음으로 도착한 테살로니키.

그리스 제 2의 도시이며 알렉산더 대왕의 본거지인 마케도니아의 옛 수도. 이곳을 여행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리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다. 시장 안에 있는 레스토랑이면서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길래, 이곳이면 괜찮겠지 하고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니.... 허걱.

값이 장난이 아니다.  우리가 시킨 메뉴를 보면 수블라키는 5유로, 치킨 필레(간단한 닭 스테이크)는 6유로, 그리크 샐러드 6유로, 치즈 샐러드가 3.5유로다. 모두 합해 21.5 유로가 나오는 엄청난 값이다.

하지만 맛은?... 먹을 만 하기는 했다. 그래도 다시는 시키고 싶지 않은 맛. 특히 치즈 샐러드는 뭉글뭉글하며 콜콜한 치즈에 소금을 왕창 넣은 맛으로 지나치게 짰다. 수블라끼는 구운 고기이므로 맛은 그랬다 치고 그리크 샐러드는 푸성귀에 커다란 치즈 하나를 덥썩 얹었다. 치킨 필레란 건 작은 닭가슴살 몇 조각을 구워서 내 놓은 스테이크. 다른 나라 음식의 맛에 대해 평하는 것은 단지 문화적인 이질감의 표현일 것이기에 옳지 않다고 해도 도무지 그 엄청나게 적은 분량에는 질려 버렸다.

슈퍼(!)맨이 된 우리들

치즈 샐러드의 경우 도저히 먹을 수 없어 싸달래서 나중에 빵에 찍어 먹으니 나름대로 깊은 맛이 나긴 했지만 식당에서 다시 시켜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빵과 치즈에 열광하면서 터키에서 무한정 리필되는 빵에 즐거워했던 경아씨도 같은 생각. 이후, 우리는 그리스에서 다시는 식당에 안가게 되었다. 그에 반해 슈퍼마켓에 가니 쥬스나, 햄, 맥주, 고다치즈, 캔조리 음식 등이 싸고 종류도 많길래 바리바리 사들고 슈퍼음식으로 그리스 일정을 지내게 되었던 거다.  아테네에서는 아테나 거리에 있는 중앙시장에서 맛있는 햄을 고르기도 하고 역시나 같은 거리에 있는 참피온 슈퍼(까르푸 슈퍼다) 에서 과일, 햄, 음료, 술, 캔조리음식 등등을 사서 삼시 세끼를 해결했으니 내가 지금 생각하기에도 빈티가 철철 나는 여행을 했지 않나 싶다.

그리스에서 식당의 물가는 한국의 두배 이상인 데 반해 슈퍼나 서민들을 위한 시장의 음식 물가는 우리나라의 절반에서 70% 선이다. 0.4유로 짜리 맛있는 맥주와, 1유로 짜리 고다 치즈, 1.5유로짜리 수제 소시지 500g을 먹을 수 있는데 뭐하러 10유로 이상 가는 맛없는 식사를 식당에서 한단 말인가?

아테네에서 느낀 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외식을 하고 있는 곳에서도 단일 메뉴 가격이 결코 싼 값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모나스트라키 광장 야외 식당에서도 수블라끼 한 접시가 4.5유로 정도다. 다시 한번 식당음식을 재시도 해 볼까 하고 우린 사람들 먹는 품을 흘낏거리면서 지나갔지만, 그렇게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보기에도 맛없어 보이는 수블라끼, 그리고 먹던 음식을 남기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서는 포기해 버렸다.

그리스 음식은 나쁘지 않아요!

크레타 이라클리온에 오니 시장 안에 있는 슈퍼에서 조리음식을 파는 걸 봤다. 그리스에서 조리음식을 파는 슈퍼는 이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사가는지 만들어 놓은 음식이 얼마 안되어 다 팔리는 것 같길래 거기서 피망 도르마(피망에 고기,밥을 넣고 감싸 삶은 것)를 3.5유로에 사서 공원에서 먹어 보니 이제야 살 것 같다. 4일동안 슈퍼의 캔 음식만 먹고 살다가 이제서야 조리된 음식을 먹는데 충분한 양에다 새콤하고 감칠맛 나는 것이 먹을 만 했다.

이 후, 이 슈퍼에 갈 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사서 먹게 되었다. 엄청 큰 통닭구이는 6.8유로, 고기파이인 무사카는 4유로, 미트볼도 4유로, 생선 스테이크(아마도 새치인듯 한데)는 4.5유로정도였는데 뭐든지 우리 입맛에도 맞고 맛있다. 마지막 크레타를 떠나오는 날 아침에도 크레페랑 다른 요리들을 10유로에 사서 공항 벤치에서 푸지게 먹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과 또 들른 아테네에서도 이런 슈퍼는 보지 못했고 항상 캔음식으로만 연명할 수 밖에 없었던 게 그리스 여행이라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다.

(캔 음식 가운데, 고등어를 여러 방식으로 조리한 것이 맛있었고, 고기와 밥을 새콤하게 삭인 포도잎에 싼 도르마 종류가 먹을 만 했다. 또, 까르푸 슈퍼에서만 취급하는 양배추 도르마 캔은 별미였다.)

이스탄불에 도착해 슐레이마니 자미 뒷 길의 서민식당에서 밥(필라우), 닭요리(하쉬라마)와 야채볶음 요리(에틀르 파타테스)를 시켜서는 걸신들린 것처럼 먹어 치워 버렸다. 해안이와 내가 하도 게걸스럽게 먹으니 경아씨는 좀 쉬어 가며 먹으라고 걱정스럽게 말하기도. 하지만 난, "밥아, 너무 반갑고나!" 하고 게걸스럽게 먹을 따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