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역시 유럽. 무료 박물관 투어

 

터키 박물관은 너무 비싸다. 그리스는 더! 비싸다

터키 이스탄불은 물가에 비해 박물관 입장료가 비싼 편이었다.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이 리라로 따지면 3리라에 불과한데 이스탄불은 대부분 10리라다. 우린 세명이라서(어린이 한명이 포함되어 있지만) 톱카프 궁전, 아야 소피아, 지하궁전을 나란히 관광했던 날은 박물관 입장료만 90리라(63000원)가 나왔다. 하루 생활 예산에 맞먹는 비용. 게다가 어린이 할인도 없어서 몇 번 어린이 할인 있냐고 묻다가 지쳐서 포기해 버렸다. 돈이 많이 들지만 어쩌랴. 이 먼데까지 여행와서 박물관 입장료가 비싸서 안 봤다고 하면 웃기는 일 아닌가. 예전에 인도 아그라에서 타지마할 입장료가 무려 1인당 750루피라 (25000원) 포기하려 했다가 역시나 같은 이유로 들어갔던 것도 기억난다.

그래도 요금 시스템은 그리스가 낫다?

12시쯤 그리스 테살로니키에 도착한 날. 나름대로 이름있는 테살로니키 박물관에서 살며시 물어봤다. "어린이 할인 있나요?" 몇 살이냐고 묻길래 12세라 하니 덜컥 Free Entrance 라고 적힌 티켓을 들이민다. 아예 공짜용 입장 티켓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화장실 바닥까지 대리석으로 만든 멋진 박물관 시설에다 유물들의 가치도 엄청나서 우리는 대만족. 시스템은 역시 유럽쪽이 좀 다른 것 같다.

가이드북엔 아테네 여러 유적지의 입장료가 일요일엔 무료라 한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크레타로 떠나가 하루 전이 일요일.  우린 모든 유적지 투어를 일요일날로 미루고 시가지와 주변 펠로폰네소스 관광을 먼저 잡았다. 정말 그럴까... 하고 조금은 의아해 하면서도.

토요일이라 별 생각 안하고 간 미케네 유적지와 코린트 유적지가 무료인 것은 의외였다. 매표소 가서 표를 달라 하니까 오늘은 무료라면서 Free Entrance 티켓 세장을 떡 준다. 이부분은 잘 모르겠는데 최대 명절 전날이라서 무료인지 토요일이 휴일이라 역시 무료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코린트에서도 역시나 무료입장권 세장.

버라이어티 무료 박물관 뚜벅이투어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박물관이 일요일엔 3시에 문을 닫으므로 이참에 아테네의 박물관이란 박물관은 모조리 다녀보자 하는 심뽀(!)로 일찍 나선 것. 남쪽부터 훑어 나가자 하고 들어간 비잔틴 박물관. 개관 시간이 안되어 잠깐 밖에서 기다리다 8시30분 개관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무료. 게다가 플래시를 제외한 사진 촬영도 가능해서 멋진 이콘들과 모자이크, 비잔틴 시대 유물 사진 자료를 많이 구할 수 있었다. 성인들의 모습을 그린 이콘들을 보니  그 자체로 매우 성스러워서 아마 조금의 신앙심만 있다면 이런 이콘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겠구나고 경아씨와 이야기했다. 오죽했으면 불교적 무신론자인 나까지 감동을 먹을 정도니까. 별관에선 그리스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년 문화답사 전문연수를 받은 후 부터는 그림을 보는 일이 즐거워졌기에 찬찬히 감상하며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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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간 곳은 벤야키 뮤지엄. 각종 소품들이 많은 박물관이라지만 입장료가 9유로다. Private?이냐고 물으니 그렇댄다. 사설 박물관이로군. 흥미로운 곳이긴 하지만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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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박물관의 복식들

조금 먼 거리지만 신타그마 광장에서 스타디오(STADIOU)거리를 따라 들른 곳은 내셔널 역사박물관. 무료. 다양한 복식과 장신구, 무기들이 볼꺼리였고 특히 복장은 일본 판타지만화에서 나올 법한 독특한 것이었지만 비싼 돈 내고 보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다.

바로 부근에 있는 아테네 시립 박물관. 이곳은 유료다. (쵤영 불가)어린이의 경우에도 무료가 아니라 할인이다. 어른3유로/어린이 2유로. 시립 박물관은 해당 도시의 변천을 잘 볼 수 있고 아기자기한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입장했다. 이곳엔 주로 아테네 시의 옛 모습을 담은 선묘세밀화가 많고 19세기 아테네 생활 모습을 꾸며 놓은 방들이 많아 아기자기하다.  아테네 시는 기원 전 폴리스 시절 이후로는 19세기 독립한 그리스의 수도가 되기 전까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넓직한 시골 마을 한 가운데 불쑥아크로폴리스가 솟아 있고 파르테논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경외감이 느껴지는 광경인가. 촬영할 수 없어 사진으로 못남긴게 아쉽다

꼭대기 층에서는 현대미술화가 단독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샤갈 풍의 몽환적인 문위기가 이색적인 화가다. 몇 몇 그림은 내 시선을 자꾸끄는 그림도 있었는데 관람하고 나오니 무척 비싸보이는 두툼한 화집을 그냥 주는 게 아닌가. 종이 질이 매우 좋아 오려서 액자에 담으면 소품으로 역할을 충분히 할 만한 멋진 화집인데? 왜 주었을까? 외국인이라서? 이것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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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계속 걸어 오모니아 광장을 지나 고고학 박물관. 무료다. 역시 촬영 가능.일단 무척 넓고 정말 멋진 석상들과 기원전 10세기 시절의 동상들. 과연 이런 동상을 그 옛날에 만들었단 말인가. 감탄에 또 감탄할 따름이다. 특히 아름다운 석상은 유명한 아프로디테상. 석상이지만 완벽한 라인과 아름다운 자태를 보니 자신이 조각한 석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이 이해가 될 정도다. 아름답다! 인상적인 석상은 대지의 정령 판과 아프로디테의 사랑놀음.판은 큰 뿔을 가지고 말발굽을 가지고 있어 무시무시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장난을 좋아하고 대지의 작물이 잘 자라게 도와주는 친절한 도우미다. 아프로디테는 제우스가 억지로 결혼시킨 못생긴 남편 헤파이스토스를 두고서도 여러 신들과 바람을 피웠던 전형적인 작업녀. 판에게는 남성적인 강인함과 유머를 느꼈을까? 아프로디테가 판을 은근히 유혹하고 그 옆에는 아들 에로스도 판의 뿔을 잡고 노는 장면이 무척 정감있다.

정열적으로 다니다 보니 어느새 오후. 구디스(Goody's)에서 정말 맛없는(!) 식사를 한 뒤 아크로폴리스로 가기 위해 트롤리 버스를 탔다. 메트로 아크로폴리역에서 내려서 차분히 올라가는데  제법 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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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폴리스는 일요일이라 사람들로 북적댄다. 입장료는 없지만 짐을 맡기고 올라가래서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무료) 우리로서는 고마울 따름. 니케 신전을 지나 웅장한 파르테논이 맑은 하늘 아래 놓여 있는 광경은 그 자체로 엽서그림이다. 날씨도 우리를 보살펴주는 듯 하여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아크로 폴리스에서는 아테네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온통 흰색의 건물들. "백색 그리스"라는 수식어가 문득 생각난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나와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는 거대한 바위 위에 올라가니 그곳에서 보는 아고라와 헤파이스토스 신전이 또한 일품이다. 모나스트라키 광장을 내려다 보니 사람들이 무척 많이 몰려 있는 부분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모나스트라키의 벼룩시장.

모나스트라키로 바로 내려오는 샛길이 바위 옆에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아고라인데, 이렇게 보면 아크로폴리 역까지 가지 않고도 모나스트라키 광장 쪽에서 올라 올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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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찾아 보시면 테미스토 클레스 이름 잘 못 쓴 도편이 있답니다.

아고라 박물관에서 페르시아를 맞아 싸워 아테네를 구했던 영웅 테미스토클레스의 이름이 새겨진 도편을 실제로 보니 당시의 사람들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 도편은 일종의 투표도구인데 탁월한 정치가가 지도자가 되었을 때 혹시나 권력을 집중시켜 제왕이 될 까봐 이곳에 이름이 많이 새겨진 사람은 일정 시기 동안 아테네에서 추방시키는 아테네만의 독특한 민주정치의 흔적이다.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왕에 의해 점령당할 위기에 놓인 아테네를 탁월한 전략으로 구해 낸 그리스의 이순신과 같은 구국의 영웅이건만  그는 전후 이 도편제를 통해 아테네에서 추방당하게 되니 당사자로서는 심히 억울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민주정치를 지키려고 했던 아테네 사람들의 고민도 같이 읽혀진다.

도편의 문자가 그대로 읽어지는 이유는 고대 아테네의 문자를 지금까지 그리스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실로 놀랍다. 그토론 오랜 과거의 유물이지만 현재의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정도라니. 일부 도편은 테미스토클레스의 이름 철자를 잘 못 쓴 것도 있어 이색적이다.

아고라를 산책한 뒤 4시경이라 점점 파해지는 벼룩시장을 둘러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오늘 무료 입장으로 절약된 금액은 약 100유로. 엄청난 돈이다. 이런 일요일 무료 정책 때문에 패키지 여행사에서 온 여행객들이 특히 많았는데 여행사 측으로는 경비 절감에 탁월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