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컴퓨터 사용하기 좋은 유럽

이번 여행엔 처음으로 노트북 컴퓨터를 준비했다. 무거운 것이 딱 질색인 우리였지만 유럽은 워낙 여행객들이 노트북을 많이 들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기에 한번 시도 해 본 거다.  노트북에 구글 어스도 설치하고, 싸게 국제전화를 하기 위해 skype도 설치하고 각종 여행정보도 넣어 두고, eBooK도 몇 권 넣었다. 나름대로 꽤 준비를 했다.

떠나는 날, 워낙 급하게 한국을 떠나온지라 미처 휴대전화를 정지시키지 못했는데 중간 경유지인 홍콩 공항에서 시간이 한시간여 남았다. 평소 같으면 쇼핑 센터 이리저리 둘러보느라 시간을 보내겠지만, 홍콩공항엔 무선인터넷 시설이 되어 있어서 노트북이 유용하게 쓰였다. 인터넷이 접속되길래 내 KTF사이트에 들어갔지만 마침 사이트 점검중이라나. 하는 수 없이 어머니댁에 남아 있는 해안이에게 스카이프로 전화해서 어찌어찌 하라고 일러 주었다. 내친 김에 경아씨는 아버지께도 메일을 보냈고. 무선인터넷이 이리도 편리한 것인지를 여행 와서 실감한 부분이다.

피렌체 가는 유로스타 1등석에는 노트북이나 핸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220V단자가 좌석마다 붙어 있다. 물론 한국보다 약간 얇은 단자이기 때문에 여행용 유니버셜 컨버터는 꼭 필요하지만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일기를 정리하고 충전까지 할 수 있는건 놀랍다. 우리나라 KTX 는 고작 노트북 좌석이라 해서 특정 좌석 밖엔 없는데, 이탈리아를 지나 프랑스로 넘어오니 로컬 열차인데도 1등석에는 220V 단자가 있어서 노트북을 충전시키는 데 유용했다. 단, 스페인은 아직 그까지는 안되어 있어 최신식 열차인 AVE를 제외하고서는 열차 좌석에 전원 단자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이 경우에도 화장실엔 220V 단자가 있으니 충전을 할 수 있긴 하다. 이건 우리나라랑 비슷하다!)

호텔에서도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한 호텔이 제법 있기 때문에 호텔 검색 사이트에서 호텔을 알아볼 때 무선인터넷이 되는지 먼저 체크해 봐야 했다. 우리의 이번 여행 중엔 한 절반 정도의 호텔에서 인터넷을 사용하 수 있어서 다음 여행지의 호텔 예약이나 한국으로의 스카이프 전화를 하는데 무척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예전에 여행을 갈 땐 일단 연락두절 상태를 만들고 외국에서도 적절한 전화카드를 구입하지 못해서 거의 연락을 안하다시피 했었는데. 특히 스카이프 전화는 참 유용하다. 한국에서 계정을 만들어 두고 한 5천원 정도 넣어 둔 뒤 헤드셋 정도만 챙겨 가면 유럽 어디서나 인터넷 카페라면 스카이프 정도는 깔려 있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 비용 정도로 여러군데 전화를 걸 수 있어 좋다.

백패커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호스텔 같은 곳에서는 대부분 무선인터넷까지 가능했고 호텔의 경우엔 때에 따라 객실에서까지 무료로 되는 곳과 객실에서는 유료지만 홀에서는 무료인 곳, 무선 인터넷 AP는 있지만 사용은 유료인 곳 등등(이게, 적어도 한시간에 무려 3유로다!)으로 다양했다. 호텔에 wi-fi 표시가 있다고 무조건 되는 건 아니란 사실. 그리고 듣기로는 유럽이라면 카페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데가 많다 했는데, 우리의 여행지가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인 관계로 일반 카페에서 무선인터넷을 하는 건 거의 어려웠다.

그런데 컴퓨터를 여행지로 가져가고 인터넷까지 된다면 일어나는 큰 단점이 있다.

여행 중 너무나 정보를 많이 검색하느라 정보 포화상태가 되어 뭐가뭔지 모르게 된다는 점. 먼저 다녀온 이의 정보라도 처음 가는 이에게는 사실 감이 안잡히는 정보인데, 한 번 읽고 나면  필요할 것 같아서 저장해 두길 여러 번 하면서 시간은 많이 썼지만 막상 해당 여행지에서는 저장해 놓은 줄을 몰라서 못 쓴 내용이 부지기수다. 도착하기 전날 열어보면 되쟎냐고 생각하겠지만 컴퓨터를 가져간 죄로 그날 그날의 가계부, 여행일기(우리는 2인분), 사진정리 등등을 하고 나면 피곤해서 곯아떨어지기 일쑤니, 내가 여행을 왔는지 일하러 왔는지 애매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특히 뚜벅이 여행이라 하루종일 걷다보면 몸이 엄청 피곤한데, 컴퓨터를 가져왔으니 정리를 안할 수도 없고 해서 쉬지를 못한다. 만약 아무것도 없으면 다 포기하고 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