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고비사막 여행 때 얼굴이 붓고 아픈 적이 있었다. 라오스에서도 방비엥으로 갈 때 높은 곳을 넘어가는지 정신 못 차리게 머리가 무겁고 아팠다. 높은 곳을 가는 여행은 아예 포기해야 할 듯.
아침에는 약간 안 좋을 정도로 훨씬 나아졌다. 시리얼, 빵과 우유를 먹고 짐을 챙겨 무릉 시장에 간다. 모습이 예전과는 달라 로다와 갔던 곳인가 싶다. 블루베리잼을 파는 모습은 여전하다. 실내에서 야채들과 오물 훈제, 소시지, 마유주 등을 샀다. 유명 관광지가 있어서인지 가격이 센 편이다. 기사님이 타이어를 알아보고 온다고 해서 어린 잣송이를 하나 씩 들고 현지인처럼 그늘에 주저앉아 까먹으며 기다린다. 맛이 좋다. 우유 비슷한 맛이 나고 고소하다. 남편은 잃어버린 선을 사 왔다.
다시 출발. 척박하고 울퉁불퉁한 거친 길을 달린다. 예전에 무릉에서 들어갔을 때 이렇게 심했던가 싶다. 길이 어제 만큼 험해서 모두 힘들어 하다가 뻗어 자버린다. 잠시 침엽수림 숲에 내렸다. 거침없이 눕거나 앉아서 쉰다. 주변에 아름다운 초원을 파헤치는 광산 개발이나 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모습이다. 초원은 파괴되면 표토가 얇아 금방 척박해진다. 3시간 반 만에 국립공원 입구를 통과한다. 전에는 현지인인줄 알고 돈을 안 받았었지. 특이하게도 나올 때 넣어 오라고 쓰레기봉투를 준다.
오고 싶었던 하트갈에 드디어 왔다. 식당에서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아주 작은 민들레를 뜯었다. 추위에 볼품없게 자란 거라도 귀하게 뜯어 먹어야 한다. 스페인에 이어 민들레 뜯기 2탄이다. 점심은 거대한 튀김 보츠를 주었다. 큰 것에 비해 안에 고기가 적다. 나름 맛있지만 느끼하다. 5개를 봉지에 챙겼다.
전에 왔던 곳과는 반대 방향의 호숫가 끄트머리에 위치한 숙소에 왔다. 오후 4시에 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그나마 여름이라 해가 길어서 다행이다. 젊은 여주인은 언덕에 오르는 산책을 가거나 배를 빌려 타고 샤먼을 만나고 레인디어를 보고 오란다. 내일은 말 타고 장하이에 갈 거라서 오늘 배를 타기로 한다.
한 대에 20만 하는 걸 깎아 18만으로 흥정한다. 1인당 3만 이다. 차로 항구에 데려다 주신다. 전에 산책하여 걸어왔던 그 곳이다. 보트에 바타와 함께 7명이 탔다. 맑은 물을 가로 질러 열심히 달린다. 바람을 가르고 달려 춥다. 호수는 깊고 넓다. 호수 중간 지점 길게 튀어나온 부분의 육지에 내려 준다. 위로 올라가 오보가 있는 곳에 간다. 벼랑 아래로 대파 같은 것이 자라고 있어 손이 닿는 곳에서 몇 개 땄다. 이곳에서만 대파 모양을 보았다. 여기서는 희귀한 야생화 종류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향기나 모습은 영판 대파다. 혹독한 자연 속에서 색도 눈에 확 띄는 것이 꿋꿋하고 고귀하며 아름다워 보인다. 매우 귀한 파를 발견한 셈. 나중에 두고두고 라면에 넣어 귀하게 먹었다. 질감은 끓여도 뻣뻣하다. 맛은 별로.
다시 반대편으로 걸어가 물가에서 물수제비를 뜬다. 우리는 숲속에 들어가기도 하고 반대 편 물가를 산책했다. 물이 부딪쳐 모이면서 작은 섬과 연결되어 모래와 자갈이 쌓여 좁고 길게 형성된 지형이다. 일종의 육계도의 이어지는 부분인 셈. 죽은 나무들이 잠긴 잔잔한 물가, 바늘꽃 등 갖가지 야생화가 무더기 져서 피어있는 고요한 숲은 여름의 오후 햇살이 길게 비쳐들어 더 평화롭고 꿈속 같다. 명상을 하면 이런 곳이 떠오를까... 이상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그런 풍경이다. 어디든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바탕화면이다. 다시 배를 타고 오던 곳으로 달린다. 물은 무척 맑고 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꽤 춥다.
선착장 건너편의 순록을 보러 갔다. 처음엔 사슴만 보여서 “겨우 사슴을 보여주는 거야?” 했는데 나무 밑에 너무도 예쁜 순록들이 넷이나 있었다. 어린놈은 아주 귀엽다. 빈센트가 돈을 내서 우리도 같이 사진을 찍었다. 뿔이 꼭 손가락 펼친 것처럼 생겼고 참 아름답다. 몽골 어린이들은 등에 타기도 한다. 순록을 데리고 내려오는 이 분들은 말을 타고 꼬박 15일을 가야 하는 곳에서 산다. 여름 한 철 관광객을 위해 내려와 사진 비용 5,000TG를 받고 여기에 머물게 해 준 모양이다. 주변에 거대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고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작은 티피 천막을 쳐 놓았다.
무당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내려오면서 우리가 불평처럼 말한 것이 최샘은 영 걸렸던 모양이다. 최샘이 바타에게 이 문제에 대해 말했다. 클레임을 제기한 것처럼 되어 버려 분위기가 약간 어색해졌다. 무당은 아무 때나 내려와 있는 것이 아니고 보기가 어렵다고 한다. 오늘은 굿이 없다. 주인집 여자는 마치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을 했었고 최샘도 무당을 보고 싶어 해서 보트를 탔던 건데. 그래도 맑은 호수나 풍경을 본 것, 순록을 만난 것이 모두 아름다웠다.
기사님이 우릴 숙소에 데려다 줘서 슈퍼를 찾아 샘들과 다시 걸어 나왔다. 큰 보드카와 맥주를 사서 저녁에 먹었다. 식사는 몹시 퍽퍽한 만두가 나왔다. 점심에 남긴 튀김 보츠가 없다. 숙소에 개가 들어와 먹었다고 한다. 주인 여자의 말이 좀 의심스러웠지만 사람이 가져다 먹었을 리는 없으니까 맞겠지. 아깝다.
사 온 오물은 안주로 잘 먹었다. 비비안이 뼈를 좋아해서 씹어서 쏙쏙 빨아 먹는다. 이 부부, 참 순박하고 사람 좋다. 비비안은 처음에 약간 깐깐해 보였는데 정말 성격 좋고 털털하다. 빈센트도 정말 착하고 재밌다. 물론 제일 웃긴 사람은 말 솜씨 좋은 최샘이지만. 어찌 그리 표현력이 좋은지 번번이 속아 가면서 긴가 민가 의심하며 무척 웃는다.
홍콩의 바쁘고 어지러운 학교, 생활이야기, 아이슬란드와 이디오피아 등을 여행한 얘기 등 재밌는 잡담이 이어진다. 이 부부는 나중에 나미비아에 가고 싶단다. 우리 한국인 팀도 나중에 넷이 아이슬란드 캠핑 여행을 함께 갈까 고민하기도 한다. 비비안은 하루 12시간 정도 근무하고 방학은 14일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쉬지 못한다는 얘기는 참 의외였다. 우리나라에 사는 것이 참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다. 우리를 졸지에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학생들도 나라도 그나마 홍콩 같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여주인에게 물으니 전에 왔던 썬웨이GH는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란다. 찾아가도 예전의 사람들은 없을 거다. 수다를 떨다가 1시에 잤다.
* 지출 : 75,000TG(오물 훈제, 야채, 술, 보트 비용 6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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