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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2 흡수골 투어 8일. 울란바타르로  [Photo's Here]

 

아침 6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남편을 깨웠다. 6시 반에 빵과 마요네즈에 버무린 블루베리가 나왔다. 새콤한 과일에 새콤한 마요네즈는 부조화다. 별로였다. 심샘은 어제도 점심을 못 먹겠다고 해서 야채 볶음면을 따로 만들어 주었다. 딸기 통조림 국물에 남은 블루베리를 넣었다. 어제 밤에는 자꾸 작은 개가 게르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추워서 그랬는지 사람이 그리워 그랬는지 모르겠다.

7시 20분에 출발. 열심히 달린다. 풍경을 보다 꾸벅거리며 존다. 11시에 동네의 작은 식당에 갔다. 계속 ㅤ볶음면만 먹었는데 국물면이 있다고 한다. 일종의 양갈비탕에 칼국수가 들어 있는 것과 같다. 갈비가 6대 정도 있다. 많이 질기지만 건강한 놈들이다. 어디서 이런 고급 음식을 먹어 볼 수 있겠나. 맛있게 먹었다. 심샘은 밖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다시 길을 떠난다.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양과 염소 떼가 쌀알이나 검은 쌀벌레처럼 보인다. 고물고물 움직인다. 아름답게 펼쳐져있는 광활한 유채꽃밭에 이른다. 기름을 짜기 위해 생산 한단다. 보통 사용하는 기름은 해바라기유라고 한다.

금광이 개발된다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경찰과 경찰차를 보았다. 4명이 차 3개를 가지고 있다. 우리를 멈추게 하더니 운전자의 면허를 가져 오란다. 그러더니만 우리 전체의 여권을 보자고 한다. 러시아 경찰에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돈을 뜯길 뻔한 기억이 다시 되살아난다. 시큰둥한 표정들이 더 기분 나빴다. 금광 부근이라 불법외국인을 찾으려고 하는 거란다. 삐딱하고 심드렁해 보이는 태도였는데 표정만 그런 거였던가 보다. 의외로 먹고 있던 아룰(몽골의 말린 치즈)도 권한다. 맛있어서 더 먹었다. 여권은 꼼꼼하게 살핀 후 되돌려 주었다.

내리 달려서 가려고 하는데 금광 때문에 길이 막혔다. 되돌아가서 다른 길로 달린다. 정식 길이 아니다 보니 무척 울퉁불퉁하다. 책을 보다가 자버렸다. 심지어 지프는 거대한 언덕을 넘었다. 우리의 기사님은 차 한번 망가뜨리지 않고 수시로 체크하고 손을 본다. 의자에 기대지도 않고 바르게 앉아 앞만 보고 달린다. 전문가의 손길로 차를 만지는 모습에 남편은 감탄과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 이 분은 사회주의 시절 푸르공 엔지니어였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해 가면서 기사가 되었다고. 완전한 전문가다. 멋진 기사님과 가이드를 붙여준 UB 주인에게 감사!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다.

산을 하나 넘고야 드디어 포장도로가 보인다. 모두들 “와!”하고 기쁨의 탄성을 지른다. 얼마나 울렁 불렁한 길이었던가! 그래도 2시간 반을 내리 달려 9시가 넘어 도착했다. 정말 주인이 말했던 대로 꼬박 25시간이 걸렸다. 이틀에 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바로 샤워를 하고 소시지 볶음을 하는 동안 샘들이 국을 끓였다. 주인은 고맙게도 좋은 방을 남겨 두었다. 거의 독채로 사용할 수 있는 6인실을 주었다. 게다가 갓김치도 먹으라고 준다. 오이까지 차려 풍성한 식탁을 만들었다. 소시지는 약간 시큼해 졌지만 잘 볶아 먹었다. 홍콩부부가 와인, 보드카와 콜라 등을 사왔다. 방에서 파티를 벌인다. 남은 오물 2마리를 발랐다. 먼지를 잔뜩 먹은 빨래는 대충 빨아 널었다. 비비안의 빨간 배낭을 우리도 살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수다가 시작된다. 빈센트는 홍콩으로 오란다. 자기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개고기 얘기부터 남북문제까지 다양한 주제가 등장한다. 이 부부는 내일 저녁 베이징으로 갔다가 비행기로 단둥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열차를 탄다. 비용은 1인당 200만원이다. 심샘이 빈센트가 보고 싶을 거라고 한다. 8박 9일 동안 정이 많이 들었다. 누군가와 온전히 이만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인연인지... 늦게까지 떠들면서 술을 다 비우고 씻은 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