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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4 테를지 투어 2일. 강 까지 말을 타고 가자  [Photo's Here]

 

아침 6시 반에 화장실에 갔다. 밤새 목까지 찬 것 같은 음식이 내려가지 않아 윗배가 무거워 잠을 설쳤다. 약도 소용이 없다. 세수하고 이를 닦은 후 소들이 노니는 산으로 출발한다. 아무도 없다. 숲으로 들어서니 풀 뜯던 말들이 살짝 눈치를 보며 초원 쪽으로 이동한다.

산은 시원하고 그늘이 져서 상쾌하다. 야생장미열매 같은 걸 따 먹으며 돌 위에서 쉬다 언덕에 오른다. 층층꽃 비슷한 것이 피어 화사하다. 등성이 너머로 이미 해가 올랐는데 이곳은 그늘이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다 오른다. 너머에 무엇이 있나 궁금했다. 신기하다. 분지처럼 둥근 지형에 구절초가 잔뜩 피어 있다. 아늑하다. 오른쪽으로는 계속 뻗은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멀리 산들이 보인다. 아득하고 고요하면서 아름다운 풍경. 아주 조용하다. 가운데 큰 침엽수가 있고 아래 바위에 그늘이 졌다. 꽃 들판을 가로질러 바위에 올라가 누웠다. 시원한 바람. 푸른 하늘, 메뚜기의 잉잉거림 만이 시끄럽다. 퍽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10분 정도 누워 있었다. 벌써 떠난 지 1시간이 넘어서 걱정할까봐 되돌아 걸어온다. 등성이를 다시 넘었다. 가파른 내리막길 아래로 저 멀리 붉은 티셔츠를 입은 남편이 숙소에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8시 15분이다. 왼쪽 숲으로 접어들었다. 노란 양귀비가 피어있다. 죽은 자작나무에는 버섯 덩어리가 하얗게 자라있다. 나무가 하얗다고 버섯까지 저런 모양이라니. 말굽이나 말똥처럼 보인다. 한번 맛을 보려 해도 크고 몹시 딱딱하다. 검은 흙이 덮인 숲길을 지나 등성이를 넘는다. 겨우 20분 만에 숙소에 도착했다.

남편과 숙소 뒤편의 바위에 올라 편편한 곳에 누웠다. 그냥 4박5일 동안 있기로 했다. 내일 아침은 오늘 산책한 곳에 같이 가보자고 한다. 아침은 빵과 잼이다. 먹는 것이 걱정스러워 잼을 많이 발라 약간만 먹었다.

주인이 10시 반에 말 타러 오란다. 4시간 타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말이 크다. 초원을 내려가 산 사이를 오른다. 심샘, 최샘의 말이 유난히 말을 안 듣는다. 아예 마음대로 간다. 언덕을 내려간다. 왼쪽 산으로 말이 달린다. 이상하게 말의 목 쪽으로 몸이 확 쏠린다. 안장의 끈이 풀렸다. 그대로 떨어졌으면 큰일 날 뻔했다. 다시 잘 메고 간다.

건초를 베어 만드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내 말이 갑자기 고개를 숙여 풀을 뜯으려는 순간, 옆으로 고꾸라지며 떨어졌다. 또 안장이 풀린 거다. 팔이 좀 안 좋고 정신이 멍하다. 주저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놀랐다. 모두 다친 곳이 없는지 뛰어온다. 어깨가 뻐근한 걸 빼고는 다행히 큰 문제가 없다. 남편의 말과 바꿔서 안장을 바짝 묶었다. 도구가 낡아 잘 풀리는 것 같다. 우리를 이끄는 17살 아이도 깜짝 놀란 눈치이다. 다시 톨강으로 출발한다. 안장이 더 좁고 불편하지만 전의 말보다 머리도 덜 흔들고 안정적으로 간다. 남편은 바꾼 말의 말 안장이 더 편하단다.

톨강은 크지 않아 딱 카약 타기에 좋아 보인다. 물이 맑아 보였는데도 돌이 미끄러워 깊이 갈 수가 없다. 물수제비를 뜨고 앉아서 논다. 앞쪽 왼편에 보이는 습지에 가 보았다. 무척 고요하고 예쁘다. 남편과 함께 매화마름처럼 보이는 식물과 노란 국화군락을 보았다. 아름다운 습지 사진도 찍는다. 40분 정도 쉬다가 아까 본 습지 쪽으로 말을 몬다. 물가를 따라 오르면 벌판이 나온다. 모두 한번 달려 본다. 잘 쉬어서 말이 잘 달린다. 언덕으로 올라도 잘 달린다. 풀 베던 사람들을 지나 언덕을 넘는다. 먼저 최샘과 내려온다. 뒤에 오던 팀은 또 안장이 풀렸다. 다시 매느라 한참 걸린다. 말에게 풀을 뜯기며 기다린다. 1시간 30분 걸려 갔던 길을 1시간 만에 돌아온다. 실제 말을 타는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우리를 데려간 아이는 어릴 때 부모가 한국으로 일하러 가서 아직도 안 돌아오고 있단다. 이름은 자흐가. 그래서 인지 이 아이는 두 샘이 물론 잘 대해주기도 했지만 좋아하며 따랐다.

2시에 점심을 먹는다. 각종 야채와 고기, 밥이 나왔다. 거의 다 나눠 주고 조금 먹었다. 숙소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다. 나무를 하러 가자고 한다. 어제 우리가 오르며 처음에 쉬던 숲에서 여러 나라의 다국적군이 나무를 줍는다. 특히 영국과 일본의 여자애는 질질 끌면서 잔뜩 모아 내려왔다. 이 사람들이 모여 샘들이 가르쳐 준 살인배구를 한다. 공놀이를 싫어하는 나는 재미나게 구경만 했다. 제기차기도 하고 논다. 초등 샘들의 지도력이란 정말 대단하다. 여러 나라 사람을 단박에 즐겁게 만들다니. 나는 화장실을 다니느라 배도 아프고 힘이 없다. 다 끝내고 라면을 먹는단다. 좀 쉬어야겠다. 모두들 먹고 나는 더 잔다.

저녁은 보통 8시에 준다. 오늘은 마카로니와 고기, 야채를 섞어 볶은 스파게티이다. 이 집 주인이 준 김치와 만들어 둔 민들레를 먹었다. 모아 온 나무로 아저씨가 일찍부터 불을 피운다. 아까운 나무를 아끼며 태우면 좋을 텐데 티피 천막처럼 높게 세워서 후루룩 타버리도록 불을 붙인다. 잘 타서 금방 찜질방이 된다. 정말 따뜻하고 좋다. 모두 사진을 찍고 난리들이다.

금방 멀리 아래쪽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드리우고 몰려온다. 이래서 아저씨가 불을 다 모아서 급히 피웠나보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금방 후두둑 떨어진다. 급하게 숙소로 다 들어갔다. 우리는 샘들과 헤어져 위쪽 게르에 자리를 잡았다. 천장 위로 엄청 퍼붓는 빗소리가 좋다. 주인 가족들은 게르를 뛰어 다니며 물이 새는 곳을 확인하고 천장 뚜껑을 덮는다. 젖은 바닥도 닦아 준다. 작은 초를 켰다. 숙소의 의자와 책상은 모두 밖에 내놓은 상태라 각자 침대에 누웠다. 빗소리를 들으며 간단히 씻고 잔다. 늦은 밤 빗속에서 울산 부근 남창의 원어민 교사라는 라이언이 남은 침대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