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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15 테를지 투어 3일. 거북바위까지 찾아가 볼까?  [Photo's Here]

 

아침 6시에 일어나 화장실에 간다. 모두를 깨웠다.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심샘은 더 쉬겠다고 하여 셋이 어제 갔던 산에 오른다.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어제 비가 내린 탓에 풀잎에 물이 많아 스치면서 바지가 금방 젖는다. 최샘이 자작나무가 죽으면 돋아나는 버섯이 먹는 종류일 것 같다고 한다. 무지하게 딱딱한데... 어제보다 빨리 정상에 올랐다. 앉아서 쉴 곳이 없으니 그냥 가게 된다. 언덕 너머 분지의 바위에 좀 누워 보았다. 젖은 바위가 차다. 일어나 앞에 보이는 큰 바위의 정상 부분에 가보았다. 메아리가 크게 울린다. 공연장처럼 신기한 장소이다. 내려와 집으로 간다.

9시에 빵을 먹었다. 마가린과 체리 잼이 나왔다. 오랜만에 잘 먹었다. 다시 게르에서 맛있는 밥에 민들레, 소고기 캔을 먹는다. 한숨 돌리고 오늘은 트레킹을 할까 고민한다. 남편은 하루라도 빨리 가서 카약킹을 해 보자고 한다. 예약을 해보려고 주인아저씨에게 갔다. 통화가 잘 안되어 불가능 하단다. 그래서 그냥 이곳에 머물기로 한다. 거북바위까지 같이 걸어 보기로 한다.

10시 15분에 출발하여 주인 숙소 뒤의 샛길 언덕을 넘는다. 길이 내려다보이는 오른쪽으로 계속 간다. 철로 엮은 남의 펜스를 막 열고 넘어 가로지른다. 오른쪽에 여름 캠프로 보이는 빈집들이 가득한 곳으로 또 넘어들어 갔다. 모두 텅 비어 있다. 그런데 더 이상 길이 없는 거다. 잘 생각해보니 바로 앞에 보이는 길은 주도로가 아니었다. 주도로는 포장이 잘 된 길이다. 다시 나와서 오른쪽의 언덕을 오른다. 바위 위에서 잠시 쉬고 큰 언덕을 꼴깍 넘었다. 그제야 멀리 거북바위가 보인다.

이로부터 걸어서 한 시간 만에 도착했다. 주변에는 기념품 파는 곳도 있고 바위 가까이에 레스토랑과 슈퍼가 있다. 도착하면 길가에 파는 호쇼르라도 사먹으려고 했는데 이제 여름의 끝자락 비수기에 접어들어서 인지 팔지 않는다. 맥주와 과자를 사서 정자 위로 올라가 먹었다. 지나가는 빈차를 잡아타 볼까 했으나 쉽지 않다. 우리도 다리가 아프다. 1시 5분에 출발. 이번에는 미련하게 언덕을 넘지는 않는다. 낮은 지대로만 간다. 우리 숙소에서 보이는 전파탑을 기점으로 삼아 걸어갔다. 여기를 넘으니 잠시 어디가 숙소인지 혼돈이 된다. 넘어질 것 같은 초코스프레드 모양이 우리 숙소의 뒷 바위이다. 그냥 직선으로 쭉 걸으면 문제가 없었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헤매고 오래 걸어 왔던 거다. 2시 반에 도착했다.

일본 여자 애 토모미와 처음에 UB에서 만났던 아르메니아 남녀, 나이든 일본인 아저씨 밖에 없고 모두 빠져 나갔다. 점심으로 볶음국수를 먹고 남은 밥은 덜어낸 후 누룽지 비슷하게 끓여 먹었다. 맛있다. 샘들의 버너는 우리에게 남기고 가고 나중에 우리 집으로 찾으러 오라 했다. 누룽지만 먹어도 살 것 같다. 남은 블루베리를 넣어 둔 병조림은 이제 술 비슷하게 변한다. 먹을 만하다. UB에서 데리러 올 차를 기다리며 모두 쉰다.

두 샘은 4시가 거의 다 되어 떠났다. 다시 만나기로 하고... 예쁜 토모미와 최샘이 잘되기를 바랐는데... 억척스럽고 씩씩한 처녀다. 게르에 누워 책도 읽고 쉬다가 다시 간단한 산책을 나간다. 두 샘이 없으니 한가하면서도 허전하다. 자작나무와 침엽수가 있는 작은 언덕을 넘어 처음 도착했던 게르에 간다. 계속 넘어가서 재밌는 모양의 거대 바위에 간다. 그 그늘에서 쉬고 꼭대기에도 간다. 그 너머의 아래로 내려가 우리가 말 타고 지나가며 옆으로 보았던 큰 바위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흘러내릴 듯 큰 바위덩이 앞에서 저녁노을을 보려는데 춥다.

돌아오는 길에 언덕 위에서 숙소를 내려다본다. 어제 토모미와 함께 다닌 영국여자애가 우리 게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인다. 새로운 사람들이 도착한 모양인데 우르르 몰고 내려오는 폼이 또 나무하러 가자고 하는 거다. 우릴 보더니 같이 오라고 한다. 남편이 죽은 나무에 도끼질을 해본다. 여럿이 많이 모아왔다. 작은 모닥불을 피워 모여 앉아 바라보았다. 따뜻하다. 둥근 만월이 떠오른다.

갑자기 늑대가 뒤쪽에서 그르릉거린다. 낮고 음산한 소리이다. 다시 소리가 나자 개들이 겔 뒤편의 작은 굴로 쫓아갔다. 남편이 랜턴으로 비추자 굴 안쪽에서 네 개의 눈이 보인다. 눈 간격이 좁은 걸로 봐서 큰 덩치는 아니다. 오래 전부터 이들의 집이었던 굴 앞에 사람들이 가까이 와서 살게 된 것이 아닐까.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작은 들쥐 같을 걸 먹지 않을까. 개들과는 가끔 으르릉대며 서로 견제하는 사이인 듯. 다른 외국인들은 무척 두려워한다. 밤 10시에 들어와서 씻고 잤다. 초를 켜 줘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오늘은 광복절이다. 주인아저씨가 준 미니태극기를 남편이 숙소 앞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