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남편이 달과 별을 보자고 깨운다. 무척 추워서 일어난 김에 나무나 가져다 불을 피우기로 했다. 달도 밝지만 플레이아데스가 보인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이슬에 젖은 나무와 박스를 가져다 놓고 우리 박스도 찢어 겨우 불을 붙였다. 금방 타버리기 때문에 30분 간격으로 넣고 따듯하게 잘 잤다.
7시에 화장실에 같이 다녀온 후 또 두 묶음의 장작을 가져와 땠다. 물을 끓여 차도 왕창 만들어 두었다. 추위에 떨던 어제와는 다른 신세다. 독일 애도 덕분에 따뜻하게 잤다고 고마워한다. 누룽지를 먹고 남편은 컵라면에 밥을 말아 먹었다. 마지막 날 아침. 모든 것이 아쉽다. 실내가 더워서 반팔을 입고 있다. 차를 세 개나 넣어 끓였다가 식혔다. 가지고 다닐 거다.
어제 아침에 본 낙타가 숙소 앞까지 걸어 왔다. 앞발이 묶이고도 잘 걸어온다. 풀을 와삭거리면서 맛나게 먹는다. 목덜미를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있다. 아침은 흑빵과 잼뿐이다. 부실하다. 덕분에 어제 얻어온 버터가 인기가 많다. 숙소에서 밥과 민들레, 고추장을 먹었다. 갑자기 UB로 데려다 줄 차가 왔다고 해서 우리는 오후 3시에 나가는 거라고 알려줬다. 사장한테 전화해 보더니 알았다고 한다. 웨하스와 차, 초콜렛을 담고 세 번째 뒷산에 오른다.
오늘은 쉬는 것이 목적이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경치를 구경하면서 오른다. 숲속은 서늘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평화롭다. 오늘은 날씨도 좋다. 언덕을 넘어 분지에 내려가 나무그늘에서 쉬었다. 꼭대기에서 아래로 어제 만났던 숲이 보인다. 이런 모양이었구먼. 어제 밤에는 그리도 어두워 보였던 숲이 밝은 낮에 보니 나무도 다 죽어 버린 초라한 모습이다. 울창했다가 겨울에 냉해를 입었는지 참 안쓰럽다.
가을로 변해가는 숲은 가끔 붉은 잎들이 보인다. 벌판에는 연보라색 구절초가 만발한다. 사람도 없고 참 좋다. 숲은 볼 것이 없어서 더 나아가지 않고 숙소로 넘어갈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본다. 정상 쪽의 골짜기를 향해 올랐다. 길은 없고 풀들이 키만큼 자라있다. 여기에 이렇게 울창한 곳이 있다니... 우리나라 같다. 붉은 열매를 단 나무와 인삼열매처럼 보이는 식물도 있다. 남편이 혹 인삼 아니냐고 했지만 그건 아니다. 숲에 앉아 과자도 먹고 쉬었다. 무척 가파른 지형도 있고 분지의 형태들도 있다. 다시 길이 있는 곳으로 찾아 넘어 간다. 이쪽의 숲은 제법 촉촉하다. 또 붉은 열매가 보여 살피러 갔다. 남편이 야생딸기를 따왔다. 주변이 온통 딸기다. 새끼손톱만큼 작은 것이 하얗게 보이는데도 달고 향기가 좋다. 숲이 어두워 빨갛게 익지 못한다. 짙은 향기가 놀라울 뿐이다. 따먹고 있는데 외국인 남자 애가 나타났다. 딸기를 나눠 주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왔단다. 언덕을 넘어서니 바로 우리가 처음 선생님들과 왔던 그 길이었다. 숙소 주변의 트레일 파악이 끝났다. 어제와 더불어 즐거운 날이다. 날씨도 좋다. 오지 느낌이 든다. 언덕에서 바람을 맞으며 전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1시 반에 내려 왔다. 바로 이른 점심을 준다. 나머지 반찬과 단무지, 고추장을 넣어 잘 먹었다. 주인은 자기 차로 바로 떠나잔다. 말을 타다 떨어져서 병원에 간다는 한국여자 애와 그 집 식구 둘을 더 태우고 3시 40분에 UB에 도착했다. 반갑게도 바타가 응접실에 앉아 있다. 흡수굴에 갔다고 생각했는데 고비에 6일간 다녀왔단다. 7시 반에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만나 북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복드한 궁전에 갈까 하니 시간이 이미 늦어 버렸다. 주변 상점 구경에 나선다. 전에 남편의 옷을 사갔던 캐시미어점을 구경하고 공정무역 가게에서 해안이 줄 장갑과 가방을 샀다. 백화점 슈퍼에서 호쇼르를 사 먹었다. 처음 먹던 때와 맛이 다르다. 초콜릿 가격도 분석해 보고 자두, 치즈, 술과 먹거리를 샀다. 생맥주도 따로 판다.
숙소에 물건을 풀어 두고 수흐바타르 광장. 7시 반까지 10분 간 사람구경을 하며 바타를 기다렸다. 정시에 만나 약간 헤매다 북한 식당을 찾았다. 음식을 설명해 주고 좀 고민하다가 돼지 김치볶음, 오리철판구이, 물냉면, 평양냉면을 주문했다. 두 가지 냉면은 맛이 비슷하다. 국물은 밍밍하고 면은 메밀성분이 많다. 짐짐한 맛이다. 특이하고 입맛에 맞는다. 바타는 오리고기가 좋다고 한다. 오리, 돼지, 메밀, 꿩은 몽골에서 귀한 식재료이다. 반찬을 공짜로 주는 것이 신기한 듯. 다음에 친구랑 오겠단다. 친구에게는 우리가 설명해 준 단고기를 시켜주겠다고. 다 먹으면 개라고 알려 준단다. ^^ 몽골 사람에게 개는 소중한 친구 이상이다.
북한 얘기도 나누고 간단히 한글 공부를 시작한다. 머리가 좋아 20여 분 만에 다 배웠다. 남편이 도와줬다. 몽골의 발음과 같은 게 많아 매우 신기해한다. 이메일을 적어 주고 계속 연락하기로 했다. 숙소까지 같이 와서 다음에 한국에 꼭 오라고 한번 안아주고 헤어졌다. 우리와의 여행이 좋았다고. 내일 카라코롬 투어를 끝으로 바타는 앞으로 가이드 일을 하지 않고 외국으로 공부하러 나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 생활을 3년이나 했다. 같이 여행 갔을 때 맛있는 거라고 씨박톤 쥬스를 추천해 주었는데 우리가 맛이 이상하다고 했었다. 오늘 맛있는 제품으로 씨박톤 쥬스와 초콜릿을 선물로 사왔다. 마음 씀씀이가 소박하고 곱다. 얼굴이 하얗고 우리나라 사람 같이 생긴 바타. 똑똑하고 착하니까 앞으로 어딜 가든지 잘 할 것이다. 숙소에서 사온 와인과 치즈, 자두를 먹었다. 남편은 내일도 북한 식당에서 냉면을 먹겠다고 한다.
* 지출 : 환전 450$, 흡수굴 640$, 테를지 230$ (1인 115$) = 870$, UB 숙박비 48$, 슈퍼, 북한식당 추가비용 10$ 등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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