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홈 :: 2013 발칸/동유럽

1.8(화) 베이징 1일 관광.

게바라 : 아침에 샤워하며 머리도 감는다. 물이 잘 씻기지도 않고 미끈한 것이 온천수 비슷하다. 린스 없이도 머리가 부드럽다. 7시에 식당에 간다. 뷔페식으로 진수성찬이다. 죽만 3가지에 다양한 야채볶음, 샐러드들이 있다. 맛은 별로다. 둘 다 조금 먹었다. 옥수수, 고구마는 우리나라와 맛이 비슷하다.

짐 챙겨 내려와 보관한 돈(디포짓 머니)을 받고 미니버스. 코스타리카 애 엘리야스와 헤어졌다. 고향 가는 길이다. 암스테르담까지 가서 다시 스페인 경유 비행기를 탄단다. 싼 게 없어서 250만원 짜리 항공권을 구입했단다. 비싸기는. 30달러 환전하려고 한다. 그런데 수수료가 돈 만원.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지. ATM에서 200위안(3만원)을 뽑았다.

아나키 : 아침은 뷔페. 화려하지만 사실 실속은 없어서 과식을 막아주는 곳(^^). 호텔에서 공항가는 셔틀은 거의 한시간마다 있고 미리 몇 시차를 탈 건지 리셉션에 말해두면 된다. 우리가 나온 시간은 8시. 셔틀은 먼저 터미널3 (국내선)을 거쳐 터미널2 남방항공취항 터미널 에 내려준다. 터미널2와 1은 붙어 있고 터미널3은 꽤 멀리있다.

환전을 하려는데 100달러 당 호텔보다 거의 10원이나 차이난다. 호텔 환율이 훨씬 좋았다. 호텔 611원,공항 602원. 우리가 30달러를 들이 밀자 환전사무원이 한글로 된 안내문을 보여주는데 그 내용인즉, 환전수수료는 오천달러까지 일괄 60위안이나 뗀다. 헉 소리 나오겠네.

게바라 : 고속열차로 시내에 간다(25위안). 30Km 떨어진 시내가 단 20분. 2원 추가로 끊으면 일반지하철 2호선인 자금성 순환선으로 연결된다. 3정거장 더 가서 1호선으로 갈아 타 4정거장. 천안문 서쪽에 내렸다. 몹시 바람 불고 추워 사람들은 모두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쓴다. 벌판 바람 대단하다. 겨우 영하 4도 정도의 기온에 추위가 이 정도라니. 기모 레깅스와 수면양말을 안 신었더라면 걷기 힘들었을 거다. 잔뜩 뒤집어써서 둘 다 산적 같다. 달걀 모양의 국립극장을 구경하고 천안문 광장. 지하도나 전철 곳곳에는 검색대가 있어 번거롭다. 지은 죄가 큰 나라가 철통 검색을 하는 법. 미국과 중국이 그렇다. 분리 독립을 원하는 지역이 많아 그럴 것이다.

아나키 :

국립극장

거대한 계란모양의 건물. 외형은 무척 멋지지만 내부는 그냥 국립극장. 공연을 보는 게 아니라면 로비만 들어갔다올 뿐. 건물을 빙 둘러 인공호수가 얼어 있다. 북문은 지하철 1호선 천안문서역과 연결. 10시30분. 너무 춥다. 경아씨 왈

"딸랑 바지하나 입고 다니다간 얼어죽기 십상이겠다."

그랬다. 기모타이즈를 입고 청바지 위에 입은 경아씨는 수면양말까지 신고 다녀서 겨우 추위를 막았고 난 한복 솜 핫바지와 오리털파카 덕에 추위를 덜 느끼며 다녔다.

국가박물관

짐이 있는경우 짐 검사 철저하다. 길이 40cm이상되는 짐은 꼭 맡겨야 하고 하루 1000장의 무료티켓이 선착순으로 나온다. (여권필요) 티켓 받은 후에도 입구에서 다시 짐 검색과 더불어 샅샅이 몸 검색도한다. 점퍼를 열고 장갑 모자를 벗게 하는 등. 철저하다. 왜?

로비에는 중국역사와 공산당을 대표하는 인물상이 놓였다. 거대한 건축물과 엄청난 공간에 주눅들지 않는 힘있는 조각상들. 예술적이라기보다는 계몽적인 작품들.  죽림칠현 상 앞에서 힘들어 잠시 쉬었다.

들어간 곳은 고대중국관. 청,명,원,송,수당,한을지나 하,은,주,신석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유물유적을 관람했다. 청,명관에서는 우리나라의 사실적인 화풍이 이곳에서 근원함을 느꼈고,  박물관은 무료고 사진 찍는 게 자유롭다. 많이 알리라는 이야기겠지. 그러나 각종 공정의 결과물을 집대성한 곳이려니...하니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민족주의 주입의 장이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거대자본주의의 마수가 아직 뻗치지 못한 곳이란 점에서는 이곳 중국에게 기대하는 점이 있기도 하다.

게바라 : 광장 옆에 만들어진 국가박물관에 갔다. 입장료가 비싸면 안 볼 참이다. 짐 맡기는 곳에서 우리 가방 두개는 기준치인 40Cm 정도여서 가지고 가도 된단다. 입장료를 내는 줄이 길다. 무조건 선다. 유심히 보니 입장이 대단히 빠르다. 대충 한자 안내문을 훑어본다. 천 어쩌고 하는데 "얼씨구나!" 천명까지는 무료입장이라 현지인은 신분증, 외국인은 여권만 보여 주면 표를 준다. 9시 부터 입장인데 11시. 우리는 680번대로 통과했다. 운이 좋다. 안에 들어설 때도 공항 보다 정밀한 철통 검색을 한다. 넓은 홀의 의자에 노부부가 앉아 간식을 드신다. 우리도 얼른 옆에 앉는다. 먹을 분위기의 장소는 아니지만 기회가 있을 때 먹어야 한다. 싸온 샌드위치의 오이가 새큼해졌어도 그냥 먹고 달걀도 사부작거리며 까먹는다. 중국할머니는 우리에게 뭐라고 막 얘기를 하신다. 어느 나라를 가나 할매들은 이러신다. 차 마시고 싶다면 한잔 주실 기세다.

홀의 입상들을 보고 전시실로 간다. 어쩌다 역주행을 하게 되어 청나라의 유물부터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관람한다. 다양한 전시물을 보는데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짧은 시간에 중국의 역사적 유물들, 심지어 병마용 갱 인형까지 챙겨 보고 사진도 맘대로 찍는다. 뭔가 중국의 것을 널리 알리려는 삿된 의도가 엿보이는 곳이다. 국립도 아니고 국가박물관이라니. 규모와 내용으로 사람을 압도하려 한다. 어쨌든 짭짤한 코스다. 어쩌다 중국은 우릴 공짜로 먹이고 재우고 구경까지 시켜주는 대박 나라가 되었다. 당삼채 등 다양한 자료를 수업에 쓸 수 있겠다. 북방 유목민족의 유물들, 영판 고구려 벽화와 유사한 위진남북조 시대의 것들 까지. 남편은 외국인들에게는 대중국 이미지 선전을, 자국민에게 애국주의를 조장하려는 의도가 있단다. 분열하려는 소수민족들을 하나로 끌어안고 주변국들에게도 이것이 다 중국의 것이라는 의도를 담은 곳이라는 느낌이란다. 상고시대로 갈수록 유물들이 정교해진다. 청동기 그릇의 규모가 크다. 한나라 유물은 북방풍이 유독 많다. 동북공정과 연관된 듯 은근히 고구려 벽화를 닮은 고구려 이전 시대의 유물들 같은 것. 베이징 정신의 첫 번째 강조 문구도 애국이다. 박물관 증후군이 있는 남편은 여행 초반이라 그런지 허리가 아프단다. 느리게 걷는 박물관은 유독 힘들어 한다. 구석기 유물까지 다 보고 나와 앉았다. 남은 달걀을 먹고 기념품점. 중국풍 그림을 넣은 마우스나 핸드폰 케이스가 인상적이다.

2시가 안되어 자금성 외성의 2호선을 따라 도로 위를 걷는다. 남편은 패드에 넣어 온 지도를 보며 잘 간다. 가게에서 맥주, 과일(오렌지, 배), 어포, 과자 등 80원 어치를 샀다. 배를 먹으며 걷는다. 춥지만 걸을 만하다. 2호선으로 5정거장 가서 다시 고속열차로 공항에 왔다. 연경, 하얼빈 맥주는 우리나라에서 사 먹는 것보다 순하고 맛이 좋다. 남은 돈 7.5원은 공항에서 소시지와 샌드를 샀다. 계육소시지는 퍽퍽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맛이다. 목이 메어 물과 먹어야 한다. 화면에 우루무치행 우리 비행기가 뜬다. 검색대를 지나 들어가 줄을 선다. 근데 도메스틱이란다. 밖으로 나가 직원에게 물었다. 방향을 알려 준다. 겨우 뛰어서 국제선에 도착. 바리바리 껴입어 더욱 더웠다. 화장실서 속에 껴입은 옷을 벗었다. 먹을 것도 정리하고 패드도 충전. 5시에 비행기 타라고 부른다.

신기하게 다시 버스로 국내선 방향에 서 있는 비행기로 데려 간다. 결국 국내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국내선 안내판에 우루무치가 떴던 거다. 무슬림용 기내식을 준다. 맛이 깔끔하다. 오이샐러드, 장아찌, 과일, 달지 않은 사과스낵까지 독특하다. 우루무치 가는 길은 어둡고 빛이 거의 없다. 사막인지 초지인지도 모르겠다.

아나키 : 북경 지하철 1호선은 자금성 내성문, 2호선은 외성벽을 따라 움직이는것 같다. 역 이름들이 죄다 ~문이니. 박물관을 나온 대로변은 온통 관광객 대상 기념품점이다.  2호선 前門역에서 崇文문역 까지 구간을 걷다가 편의점을 발견해 주전부리거리 등등을 샀다. 육포와 땅콩,과일등등 이스탄불까지 가며 먹을 것들. 편의점 아저씨가 추천한 3원짜리 연경맥주는 꽤 부드럽게 넘어간다.

공항에서 시내가는 급행열차(편도25원)타는 곳은 지하2층(터미널2의 경우)이다. 이 열차, 시내의 2호선 東直문역까지 연결하며시내,공항터미널3,공항터미널2를 순차적으로 다닌다. 곧, 인터내셔널공항인 터미널1,2에서 시내로 올 때는 한번에, 시내에서 공항 올 땐 터미널3,2순으로 가게 된다. 시내 지하철의 기본요금은 2원. 환승시스템은 우리나라와 같아서 편리하다. 단, 공항철도와 환승은 안된다.

베이징공항에서 무료와이파이가 가능하댔는데 인천공항처럼 자동으로는 안된다. 와이파이 등록기(공항의 ? 찍힌 인포메이션 부스주변에 있다)에 가서 여권스캔하고 5시간짜리 임시 계정을 발급받아야 한다. 그 뒤엔 브라우저 실행하고 아이디,비번 넣어 연결 완료되면 쓸 수 있다.  5시간 지나면 같은 방법으로 세번까지 계정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지에 써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출국장에 줄 섰는데 내 표를 본 직원이 여기 아니고 인터내셔널이란다. 국내선출국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네...시간도 쬐끔 늦었는데. 인터내셔널 출국장 쪽에서 대강 짐 검사받고 티켓부스에 가서 표를 보여줬다.

"피프티 게이트. 파이브 제로"

가장 끝쪽에 있는 구멍이다. 다시 뛴다. 수화물검사 받고 세관검사 받으러 들어갔는데,

'얼래? 세관검사 없이 바로 게이트로 가네?'

게이트 도착시간은 4시10분. 늦은 줄 알았더니 1시간 20분 미리 왔다 더불어 이렇게 나오니 면세점 없다. 뭐 살 곳 하나 없다. 미리 동전까지 탈탈털고 오길 잘했네.

10위안 미만 잔돈도 북경공항에서는 쓸모있다. 공항 2층 출국로비 자판기 음료수가 3~5위안. 3층 기념품점의 과자나 컵라면이 3~9위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