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홈 :: 2013 발칸/동유럽
1.9 (수) 우루무치 - 이스탄불 게바라 :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고 남편을 깨웠다. 빨래가 뽀송하게 말랐다. 남편은 더워서 이불도 안 덮고 잔다. 몹시 건조하고 더운 방이다. 6시10분에 아침을 준다더니 20분에 먹으러 오란다. 베이징의 다양하지만 성의 없던 조식과 이곳의 식사는 많이 다르다. 콩나물, 미역줄기, 감자채, 오이. 어제 기내식에서 본 담백한 야채 반찬과 비슷하다. 중국식 맨빵, 쌀죽, 조죽, 달걀도 있다. 요리사 아저씨가 잘 먹는지 내내 지켜본다. 따뜻한 중국 가정식을 먹는 느낌이다. 물론 조미료가 쓰였을 것이지만 성의가 있는 식사다. 음식의 기운이 다르다. 차분히 맛나게 먹었다. 쌀 끓인 것이 특히 숭늉처럼 구수하고 좋다. 7시에 버스로 역에 도착. 복잡한 3번의 검역대를 통과하여 들어왔다. 우린 또 도메스틱에 서 있다가 물어 보고 들어오는 실수를. 출국 확인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겨우 9시에 맞춰 출발. 피곤해서 우선 잔다. 기내식은 역시 깔끔한 무슬림식. 기름기도 소스도 없는 저염식으로 맹맹한 맛이다. 이 음식이 참 좋다. 원재료의 맛으로 먹는다. 자다가 책 읽다 반복한다. '낭만의 길, 야만의 길 -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이종헌)'을 읽고 있다. 발칸에서 반복되고 있는 학살에 대한 이야기이다. 너무 슬프고 어이없어 눈물이 난다. 인간의 모습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하는 책이다. 인종 민족간 갈등을 핑계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의 평범성' 문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아나키 : 남방항공의 기내식 저가항공으로 장거리 여행은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음료수부터 기내식까지 완벽하게 나왔다. 서울~북경간 한시간 반짜리 여정에서도 제대로 된 기내식이 나와 놀랐다. 예전 몽골갈 때의 달라비아 항공이나 에어 차이나는 정말 맛없는 싸구려 샌드위치 하나 나와서 안 나오느니만 못하다며 툴툴거렸었는데. 남방항공의 기내식은 대채로 싱겁고 정갈하다. 북경~우루무치 구간, 우루무치~이스탄불구간애서는 무슬림식이 나왔고 이스탄불 도착전 간식으로 나온 샌드위치까지 맛있다. 음료수 주고, 밥 주고, 다시 곧바로 음료수주고... 먹는 서비스가 대단한 항공사다. 공항은 눈으로 덮여 있고 활주로만 눈이 치워진 상태다. 이래서 엊저녁 비행기가 결항되었구나. 공항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 보려 했지만 별달리 잡히는 신호가 없어 포기했다. 출국장에는 특이하게 면세점 간판을 단 쇼핑센터가 있고 출국장 건너편 메트로 승차건물 지하에도 대형 수퍼마켓이 있다. 출국직전 물건 사 가기에 좋겠다. 교통카드인 이스탄불카드는 티켓구입기옆에 놓인 자판기에서 살 수 있었다. 하나의 카드로 여러명이 쓸 수도 있다. 소피아 열차를 예약할 시르케지역 가려면 제이턴부루느에 내려 트램1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터미널 (오토갈)역은 환승없이 갈 수 있다.교통카드를 산 건 환승할 때 편리할 것으로 기대해서였는데 환승이 적용되는지 안되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카드 찍고 입장하지만 나올 때는 그냥 나와 다른 열차로 환승할 때 또 입구에 카드를 대고 찍는다. 두명이 사용한다면 처음 찍고 한명 들어가고 또 찍고 한명이 들어가는 식으로 쓴다. 환승이득 기대는 아마 안해야 할 듯. 시르케지 역에서 소피아 가는 야간열차를 한명당 67씩에 샀다. 2등석(6인 1실) 46리라, 침대배정비 21리라다. 10시에 출발한다하여 역 구내 코인락커에 짐을 맡겼다. "엄청 비싸네. 작은 박스가 6리라" 게바라 : 이스탄불에 10시에 도착한다. 버스로 소피아에 바로 가자는 나와 이스탄불을 보고 저녁 기차로 가자는 남편의 의견이 갈린다. 피곤해서 또 버스까지 타기는 힘들고 숙비도 아낄 겸 좀 쉬었다 떠나자는 남편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 50유로 환전 후 전철, 트램으로 기차역. 이스탄불은 좀 더 번화해졌다. 소피아 가는 기차표를 카드로 지불 하려고 하는데 카드가 두개 다 읽히지 않는단다. 100유로를 더 환전하여 2인 135리라(1인 4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짐 보관 락커는 6이나 한다. 넣고 홀가분하게 걷는다. 옆의 여행 안내소에서 '1453 파노라마' 팸플릿을 보고 톱카피까지 트램을 탄다. 입장료가 10이다. 터키어로만 설명이 된 판넬들이 걸려 있다. TV 화면에 동로마 점령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도의 전시실. 돈도 아깝고 좀 실망스럽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니 거대한 360도 천구형에 파노라마 그림을 넣어 조명을 밝혀 놓은 곳이 있다. 시간여행을 통해 당시의 전쟁 현장에 던져진 듯 생생한 느낌이다. 동그랗게 돌면서 구경하는 거다. 멀리 배가 들어오고 있다. 성벽을 오르는 병사가 떨어지고 활에 맞는다. 벌써 올라 깃발을 꽂고 동로마의 휘장을 떼는 병사도 있다.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된 오스만 튀르크 병사들이 전열을 정비해 공격한다. 유목민족인 말꼬리 머리에 호피무늬 옷 병사부터 흰모자를 쓴 사람들 까지. 황제와 측근들의 지휘 모습도 볼 수 있다. 하늘의 구름, 빛이 비치는 모습까지 현실과 똑 같고 생생하다. 눈을 떼기가 힘들 정도로 실감나고 감탄을 하게 되는 곳이다. 오랜 시간 구경하다 바깥 성벽을 구경하러 나온다. 그때의 잔해가 넓은 땅에 그대로 남아있다. 1500년 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듯 아직도 단단하고 멋진 동로마의 성벽이다. 눈이 많아 오르기가 미끄럽다. 공원 아래로 도로를 만들어 차는 밑으로 다닌다. 성벽 위의 길은 건너 마을로 이어진다. 중학생 애들 셋이 나와 놀다가 서툰 영어로 '강남스타일'을 안다고 한다. '프싸이'라고 발음을 한다. 버스를 타고 에미뇨뉴에 내렸다. 고등어 케밥집은 예전의 느낌이 아니다. 정신없이 호객을 하는 전통복의 청년들, 노천에 잘 차려진 식당들은 여러 개로 늘었다. 케밥 맛은 여전히 좋다. 건너편 향신료 시장은 전보다 더 북적댄다. 단것, 기념품, 치즈 등 다양하다. 하몽 비슷한 것을 먹어 본다. 짜고 젓갈 맛이 난다. 호객 행위가 많다. 남편은 6년 전 왔던 지난번 여행에서 내가 라흐마준을 많이 먹었단다. 얇은 피자다. 기억이 안 난다. 하나 사 본다. 양 냄새가 확 나는 것이 별로다. 걸어서 술탄 아흐멧에 간다. 예전과는 달리 들어가는 시간을 하루 세 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도 시간이다. 밖에서 낭랑한 아잔 소리만 들었다. 우리나라의 창처럼 구성지다. 다행히 날이 많이 풀려서 밤이 되어도 견딜 만하다. 그래도 오래 다닌 탓에 몸이 좀 얼었다.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하다. 남편이 인터넷이 되는 스타벅스에 가잔다. 우리나라에서도 안가는데 여기에 와서 그런 곳에 가다니 좀 그렇다. 실내에 사람은 꽉 차고 일어날 기미가 없다. 밖의 의자는 춥다. 걸어 내려와 진열장의 쌀 푸딩이 맛나 보이는 곳에 들어간다. 운이 좋다. '하피즈 무스타파'는 1864년에 이곳에서 시작한 오래 된 제과점이다. 전통적인 의자가 편하고 실내가 따뜻하다. 전번 여행에서도 좋아했던 쌀 푸딩(7)과 터키 커피 카흐베시 한잔(6)을 주문했다. 푸딩은 환상적인 맛을 넘어 예술이다. 약간 시큼한 커피도 좋다. 사진 찍다 먹다를 반복, 남편은 졸기까지 한다. 잘 쉬면서 사람 구경, 메뉴 구경을 한다. 전통 과자점에 온 사람들의 면면이 스타벅스 고객들과는 다르다. 아들을 데리고 와서 맛나게 푸딩과 커피를 먹는 아저씨들, 다정한 연인들(노골적인 애정 표현 없이 잔잔한 모습), 나이 지긋한 부부, 소곤소곤 수다 떠는 여인 셋, 남녀노소 모두 좀 더 우아하고 예스럽다. 단 것을 포장해 가는 사람들도 많다. 남편이 졸다 일어나 샤프란이 든 쌀 푸딩(7)을 시켰다. 노란 샤프란은 가장 비싼 향신료다. 향이 클로브 비슷해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다. 다음번엔 꼭 산딸기 푸딩을 먹고 싶다. 대장금 남편은 은은히 풍기는 옅은 향을 잘 잡아 예술적인 푸딩을 만들었단다. 일단 푸딩의 양이 많아 음미하며 먹는데 시간이 걸린다. 1시간 이상 쉬고 이빨까지 닦고 나왔다. 계속 걸어서 갈라타 다리를 건넌다. 아래 식당은 호객 행위가 심하다. 위쪽에서는 물고기를 낚는 낚시꾼들로 붐빈다. 이 추운 날에도 대단하다. 다시 다리를 건너 역 부근에서 수퍼를 찾았다. 산지라 오렌지가 싸다(1600원, 대형 5개). 술은 비싸서 포기(맥주 1캔 2,400원). 카드가 안 된다면 큰일이다. 인출을 시도해 본다. 몇 군데를 거쳐 드디어 남편 것으로 600유로를 인출했다. 문제가 없다. 터키의 기계들이 인식을 잘 못하는 것뿐이다. 기차역 앞의 '하피즈' 분점은 젤리를 먹어 보라 권하고 빵도 조각으로 시식하게 해준다. 남은 돈 13.5에 맞는 젤리 한 곽을 샀다. 9시에 기차 대기실에 앉아 몸을 녹인다. 역원이 벌써 기차가 왔다고 타란다. 그런데 로커에서 문제가 생긴다. 5시간이 지났다고 2.5를 더 내 놓으라는 표시가 뜬다. 하루는 가겠지 했는데 이렇게 황당한 일이라니. 돈이 없다. 새로 환전하려다가 '하피즈'에 가서 하소연 해보기로 한다. 남편이 사정 얘기하고 10.5 짜리로 바꾸고 3을 받아왔다. 여기서 물건을 산 게 다행이었다. 무사히 짐을 찾아 기차에 오른다. 늘 예기치 않은 사건의 연속이다. 기차에 우리 말고 사람이 없다. 잠시 후 뉴질랜드 애가 같은 객실에 왔다. 차장아저씨가 부부냐고 묻고는 그 아이를 옆실로 옮겨줬다. 아저씨는 소피아 산단다. 불가리아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한다. 터키는 괜찮다고. 불가리아 입국이 끝나면 방문을 칭칭 동여매고 자란다. 사람이 자면 걸쇠를 걸어도 빠끔 열리는 문틈으로 가스를 뿜고 연결줄 자르고 들어와 털어갈 수 있다고. 불가리아 이미지가 이게 뭔가. 이렇게 겁을 주다니... 줄이 없어서 해안이가 사준 가는 목도리로 감을 거다. 6인실을 우리 둘이 쓴다. 기차가 출발하고 난방이 켜졌다. 바로 시트 만들고 잔다. 1.10 (목) 이스탄불 - 소피아 가는 하루 종일 열차 게바라 : 5시 정도에 터키 출국도장 찍으라고 나가란다. 같은 차량 안에 범죄자 3명을 태우고 잠근 실이 있었다. 범죄자 호송차량이기도 했던 것. 물론 경찰도 있다. 아저씨 말로는 불가리아 마피아란다. 세상에... 이런 기차에 타다니... 탈출을 시도하면 우리가 인질이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이 든다. 애들은 그냥 평범해 보였다. 국경까지 우리나라로 치면 3시간 거리를 9시간 걸려 왔다. 아저씨는 내일 오후 2시 40분경 도착이란다. 버스를 타는 건데 도착 시간을 확인 안한 것도 실수다. 나가서 도장 받았다. 여기서 1시간 이상 지체하여 6시 넘어 출발. 기내에서 준 작은 빵과 작은 닭다리 하나를 나눠 먹고 잔다. 다시 깨운다. 불가리아 국경 경찰이 와서 여권을 가져갔다. 좀 불안해서 남편이 옆실의 아이에게 물으러 갔다. 마찬가지로 그 애도 기다리는 처지. 1시간 넘게 기다린 후 돌려주었다. 짐 검사는 없다. 기차도 느리지만 정차도 잦다. 지나가는 기차를 다 기다려 준다. 으흑.. 문을 목도리로 칭칭 동여매고 잔다. 점심까지 내리 자다가 있는 주전부리 거리를 거의 다 먹는다. 기내에서 받은 매운 콩까지 먹었다. 다이어트 기차다. 뉴질랜드 애는 소피아 전 역, 플로브디브에서 내렸다. 이제 한 정거장 남았다고 생각했다. 웬걸. 엉뚱한 곳에 기차가 선다. 너무 오래 정차해서 물으러 갔더니 엔진 이상으로 부품이 오면 고쳐 출발한다는 뜻인 듯. 오늘 중으로 소피아에 가나... 이제 남은 하피즈 젤리를 조금씩 먹는다. 젤리가 여행에서 위로를 주는 음식이 될 줄이야... 물도 아껴야 한다. 어디 나가서 우리가 빵이라도 훔쳐야 할 판이다. 몇 시간 후 출발. 넓은 평원을 지나 산지에 접어든다. 이번에는 심하게 고무 타는 냄새가 진동한다. 문을 열면 나을까 했더니만 복도는 더 심하다. 거의 가스실 수준. 코를 창가에 바짝 대고 작은 공기 유입에 기대는 처지가 된다. 정말 가지가지 한다. 가스에 중독될 판. 결국 기차가 다시 서고 점검하느라 직원들이 몰려온다. 바로 옆이라 창밖으로 다 보인다. 브레이크 라이닝이 타나보다. 시간을 지체하며 어찌 어찌 어렵게 출발하고 서기를 반복. 느리게 달려 소피아에 오후 5시가 넘어 도착했다. 무려 20시간 만에 왔다. 아나키 : 기차 고장 9일 밤 10시에 이스탄불을 출발한 열차는 에디르네를 거쳐 국경마을에 도착한 것이 새벽 5시. 생각보다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특히 여권검사 등등 출국과 입국에 각각 1시간씩 걸렸고 주행 중에도 고속 열차를 앞으로 보내주는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멈춰 서서 기다리고, 심지어 부쿠레슈티 가는 열차를 연결시켜주러 멀리 불가리아 북쪽의 스타라 자고라에도 갔다 오는 등 여행자의 시간을 잡아먹는 괴물같은 열차다. 플로브디브를 지나면서 속력을 좀 내나 싶더니 매캐한 냄새가 객실에 스며든다. 이번 아마도 브레이크 패드가 타는 냄새 같은데? 열차 브레이크 에어 소리가 피식피식 나는데 멈추지 않는 걸 보니 큰 문제는 없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내 열차는 멈춰 섰고 하릴없이 기다렸다. "내가 차장에게 알아보고 올게." 경아가 알아보니 역시나 열차고장이란다. 언제 갈 지 모르겠다네. 오늘 중으로 소피아에 들어가기는 할 지. "우리 부모 병들어~ 누우신지 삼년에~" 경아 왈, 입에서 절로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댄다. 이 노래 맨 끝부분 가사가 이렇기 때문에. '서~울로 가~는길이 왜 이리도 멀으냐~' ^^ 게바라 : 환율이 안 좋아도 소피아 역에서 50유로 환전(92.5)하고 걷는다. 남편이 알아 본 숙소에 간다. 지나온 낡은 시골 마을 풍경과 소피아는 다르다. 길도 넓고 건물들이 번듯하다. 아름다운 옛 건축물도 많아 여느 유럽 대도시와 같은 느낌이다. 러시아 분위기 같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잘 차려 입어 멋스럽다. 20여 년 전 물자난에 시달렸다던 춤 백화점이 그리 거대하다니.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 사람들은 양말 하나가 나와도 무조건 줄을 서서 샀단다. 도시 곳곳은 불가리아 제국의 면모가 보이는 규모의 건물들이 많다. 첫 번째 호스텔은 찾는데 실패. 표지가 없다. 나이팅게일 호스텔도 그 부근에서 찾다 포기하려는데 지나가던 청년이 우리 모양새를 보고 일러준다. 조그만 골목에 작은 표지가 있다. 계단을 올라도 어디가 숙소인지를 모르겠다. 이번에도 계단을 올라오던 청년이 따라 오란다. 2인실 욕실만 딸린 방을 1일 22유로에 얻었다. 주인 미카엘은 활기차다. 주변의 수퍼, 식당 등을 설명해준다. 추천해 준 전통식당에 가려다가 빌라 수퍼에 갔다. 치즈 페스츄리와 브리치즈만 사고 나와서 걸으며 먹는다. 크림치즈 같은 브리치즈가 최상의 맛이다. 빵도 맛있다. 주변을 더 구경하려고 하다가 남편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돌아온다. 사람들이 보통 모양을 내는 게 아니다. 모피 입은 여자도 많다. 수퍼에서 와인, 맥주, 연어와 야채 등을 사서(20) 숙소에 왔다. 샤워 먼저하고 버터에 연어 굽고 라면 스프로 간해 야채를 볶았다. 파프리카가 달다. 남편이 맛있게 먹는다. 연어가 싱싱하다. 와인과 오렌지도 잘 먹었다. 둘 다 좀 어지러운 상태이다. 가스 중독인지 흔들리는 기차를 오래 탄 탓인지 모르겠다. 나는 일찍 잤다. 3시에 일어나 화장실 가고 일기를 쓰고 있다. 남편도 일어나 나와 거실에 같이 앉아 있다. 지금은 7시다. 생일인 해안에게 전화하고 문자 보냈다. 오늘은 아침 먹고 릴라 수도원에 가려고 한다. 여행 5일 째에 이제 예정된 첫 일정의 시작이라니... 아나키 : 소피아역, 소피아의 첫인상 소피아역으로 진입하는 풍경이 황량하다. 부서진 열차와 건물을 보수하지 않고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지만 역에서 무료 wifi가 잡힌다. 와! 역에는 빌라라는 중형수퍼마켓도 있다. 출국할 때 군것질거리 사기에 좋겠다. 역 바로 옆 건물은 사설버스 스탠드와 센트럴 버스 스테이션이다. 국내외 버스회사가 밀집해 있어 사방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심지어 흑해 연안의 바르사부터 유럽 북쪽의 함부르크까지. 역에서 나와 대로를 따라 걸었다. 어두운 대로 주변 사방에 카지노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첫인상. 대로를 따라 300여m를 걸어 내려오자 번화가가 시작되었다. 숙소로 정한 나이팅게일 호스텔까진 아직 거리가 좀 있다. 대로 따라 몇 백 미터를 더 가니 과거에 유명했다는 춤 (TZUM) 백화점이 왼쪽으로 보인다. 백화점 건물은 절대군주시절의 화려하고 거대한 건축물형식. 백화점이 자리한 거리 역시 같은 풍의 너른 도로다. 나이팅게일 호스텔 지도 상 호스텔이 있다는 지점에 갔지만 전혀 보이지 않아 근처를 서성대니, "두유 룩킹포 호스텔?" 한 청년이 묻는다. "예스 위어 루킹 포 나이팅게일 호스텔" 청년이 알려준 건 주차장처럼 건물 사이에 있는 공간. 거기에 조그맣게 호스텔의 간판이 있다. 문 열고 들어가니 201호 우편함에 나이팅게일 호스텔이라 적혀 있는데 2층엔 아무표시가 없다. 이곳은 아마 러시아나 몽골처럼 건물 한켠을 빌려 호스텔을 운영하는 모양. 어쩔까 다시 망설이는데 또 다른 청년이 계단을 올라가더니 나이팅게일 호스텔 갈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같이 올라 가잰다. 두 층 더 올라가니 나이팅게일 호스텔 간판이 보인다. 이 청년은 호스텔 위층집 청년. 문 열고 들어가니 주인 미카엘이 반기며 악수를 청한다. "위 디든 메익 레저베이션 이즈 잇 오케이?" "노 프라블럼. 유 원 프라이빗 룸?" 욕실 딸린 더블 룸이 45레바, 욕실 안딸린 트윈 룸은 40레바다. 1유로가 대강 2레바니까 욕실 딸린 방 값은 3만원정도. 괜찮다. 주방도 쓸 수 있고 화장실도 매우 깨끗하고 좋다. 호스텔 근처 중형 수퍼마켓 빌라에서 마늘, 버섯, 파프리카 등등을 사서 야채볶음을 만들었더니 꽤나 맛있다. 두 번째 날엔 양념 삼겹과 쌀을 사다가 삼겹 볶음을 만들고 밥을 해 차려 놓으니 우리나라 부럽잖다. 1년 넘게 여행중이던 한국 분들, 선영씨와 미숙씨도 함께 맛나게 먹었다. 주방을 쓴다는 것만으로도 호스텔의 장점은 엄청난 거다. 지난 남유럽 여행 때 처음으로 전기 조리기를 준비해 간이 요리를 만들어 먹었었는데 이번 여행은 제대로 요리 해 먹으며 다닐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