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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토) 소피아에서 스코피에(마케도니아)로

게바라 : 아침 5시경에 잠이 깬다. 어제 사고친 걸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 책을 보고 뒤척이다 7시 경에 일어났다. 머리 감고 짐을 대충 챙기는 동안 남편이 사샤에게 얘길 한다. 나도 얼른 나가서 사정 설명을 했더니 괜찮단다. 정말 다행이다. 사샤는 어제 우리가 식당 못 찾게 된 것을 미안해한다. 아침 식사는 8시 반이라 안 먹고 일찍 출발. 트램 탈 동전이 없어 사샤와 어제 만난 미숙, 선영씨에게 물어도 잔돈이 없다. 인사하고 길을 나선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 바닥도 질다. 휴일이라 가게는 다 문을 닫았다. 조그만 구멍가게 아저씨에게 트램 타게 지폐 2를 동전으로 바꿔 달랬더니 흔쾌히 해주신다. 아직 개시도 못했을 터인데 좀 미안하다. 더 걷다가 트램을 타고 역에 왔다. 어제 표 끊은 '맛푸'에 들러 짐을 맡겼다. 아직 출발 1시간 전이다. 아줌마에게 짐값은 없냐고 해도 별 반응이 없다. 없나 보다 싶어서 짐만 두고 '빌라'에 갔다. 잔돈 안 남게 열심히 계산을 해가며 딱 맞춰 빵과 치즈 등을 샀다. 다 쓰고 가게 되어 기분이 좋다.

여유 있게 30분 전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내다 남편이 다른 짐에 붙은 딱지를 발견했다. 아줌마에 물으니 짐 값을 내야 태그를 준단다. 이 아줌마, 짐 값이라는 영어는 모르고 '배기지 택'이라는 말만 안다. 돈 한 푼 없는데 어쩌냐고 묻는다. 환전을 해오란다. 터키에 이어 막판 반전 2탄이다. 시간이 없으니 가지고 타면 안되냐고 했다. 약간 신경질적으로 그럼 기사에게 부탁해 보란다. 남편이 재빨리 산 물건 중 2.3짜리 치즈와 영수증을 들고 빌라로 뛰어갔다. 10분이 지나도 안 온다. 아슬아슬하게 출발 5분 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돈을 들고 왔다. 매장 담당자까지 부르는 등 환불 절차가 쉽지 않았단다.

짐값 2레바를 내고 택을 붙여 짐칸에 넣은 후 버스에 오른다. 남편은 정신이 나간 얼굴이다. 가다듬고 앉아 치즈빵을 먹는다. 좀 짜지만 먹을 만하다. 눈이 내려 산천에 눈꽃이 피었다. 버스는 느리게 움직인다. 불가리아 국경에서 대충 형식적인 짐 검사와 출국 도장을 찍었다. 차에서 반장 역할 하는 언니가 가져온 여권을 나눠 준다. 마케도니아에서도 입국도장 찍고 언니가 나눠 줬다.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 반 정도 된다. 반대편 불가리아 입국은 차 행렬이 200미터는 된다. 언제 다 통과할까 싶다. 마치 영동에서 영서로 넘어가 듯 언덕을 내려간다.

소피아가 550미터의 고지다. 눈도 차츰 사라지고 봄날처럼 밭이 푸릇하다. 겨우 국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집 짓는 방식과 모습이 다르다. 집들이 꽤 번듯하다. 한때 유고가 잘 나가는 사회주의 국가였으니 잘 살았을 것이다. 햇살도 좋고 들판의 푸른색에 마음이 환해진다.

아나키 :

소피아에서 스코피에 가는 길

맛푸사의 버스는 딱 우리 90년대 고속버스같다. 버스는 큰데 좌석은 비교적 좁다. 다섯 시간 정도 가는 거니 큰 문제는 없겠지. 하지만 가는 동안 잠을 자기엔 무척 불편했다. 45인승 버스에 탄 사람은 15명정도. 자리가 널널하다.  겨울이라서 예약하는 건 전혀 필요 없겠다.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은 짐 값을 받는다는 거다. 짐표는 0.5유로 정도인데 출발에 임박해 동전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급히 수퍼로 가서 샀던 치즈 하나를 사정 사정 환불하여 지불했다. 이거, 미리 준비 않으면 낭패다.

두시간 반쯤 달려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국경에 도착했다. 먼저 불가리아 출국 절차로 모두 내려 짐 검사를 간단히 하고 다시 탄 뒤 조금가다 섰다. 불가리아 국경경찰이 들어와 여권을 걷어갔다가 20여분 뒤에 도장 찍어 돌려줬다.

다시 차 타고 줄 서서 마케도니아 입국장.  우리 앞에 네 대 정도의 승용차가 보였다. 차 트렁크 열고 짐 검사를 충분히 한 뒤 여권을 보고 입국심사를 한다.  한참 기다려 우리 버스 차례가 와 국경경찰이 버스에 올랐다. 눈매가 온화하고도 매서운 여경찰. 마치 신전의 여사제같은 분위기다. 여권을 걷어가서 얼마간 기다렸지만 짐 검사는 안한다. 우리 버스의 기사가 무척 서글서글 유들유들하여 절차를 많이 간략하게 만들어주는 듯 하다.  

모든 절차가 끝난 게 한 시간정도 걸렸다. 이게 빨리 끝난 경우다. 반대편, 마케도니아에서 불가리아로 들어가는 차량행렬은 200m이상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줄이 거의 없었는데도 한 시간 정도니 마케도니아에서 불가리아로 넘어오려면 상상초월시간이 걸릴텐데.

마케도니아로 넘어온다. 소피아가 고지대라서 그런지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중이다. 눈 덮인 불가리아와 초록이 보이는 마케도니아.  산을 넘으니 날도 개어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듯 차 안이 햇볕으로 포근하다. 마케도니아 지형의 느낌은 높지만 구릉이 형성된 산지. 터키 그리스 여행 때 테살로니키 주변의 풍광이 이랬는데. 건축물들은 불가리아보다는 조금 안정된 것 같다. 시가지 분위기는 뭔지 모르게 친근하여 우리나라 시골 마을을 보는 것 같다.

고가도로에 설치된 스코피에 역의 1층은 국제 버스터미널이다. 샨티 호스텔은 터미널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다. 호스텔 근처부터 표지판이 설치된 데다 골목에 들어서니 만나는 이마다 샨티호스텔 찾느냐고 물어봐 줘서 무척 쉽게 찾았다.

주말이라선지 독립된 방은 없고 도미토리 침대 두 개를 인당 8유로(480den)에 구했다. 샤워와 욕실이 공동이지만 엄청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고 주방은 오븐,전자렌지,토스터 등 조리기구는 물론 조리용 기름까지 준비되어 있다.  차,커피는 맘대로 타먹을 수 있고. 특히 고마운 건, 숙소 스탭이 시내지도와 오늘 하루동안 볼 수있는 포인트를 딱딱 짚어 준 것. 스코피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무작정 온 건데 지도와 설명을 들으니 오늘 하루 반나절의 일정이 딱 마련되는 느낌이다.

스코피에

호스텔에서 준 지도 한장 달랑 들고 나왔다. 강을 따라 걷는 길이 한가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책을 파는 이동 부스들. 모두 헌책들이겠지만 책을 파는 부스가 중심가 곳곳에 꽤 많다. 이 곳 사람들의 생활 속에 그만큼 책이 가까운가? 강 따라 5분쯤 가면 중앙광장이다. 알렉산더의 거대한 동상을 가운데 두고 마케도니아의 위인들 동상이 광장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곳은 아직 공사중이다.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는 마케도니아와 칠레의 핸드볼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이십여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응원하고 있었고 몇몇은 응원용 머플러도 하고 관전중이다. 우리 핸드볼은 세계 정상급의 기량이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은데 반해 이곳에선 광장에서 중계하기도 하고 맥주홀 몇곳에서 사람들이 함께 보기도 하니, 거의 우리나라에서의 국대 축구경기만큼의 관심을 받나 보다.

중앙광장 건너편에서는 정부기관으로 보이는 웅장한 건물이 한창 공사중이다. 근대왕정시대의 건축물처럼 두껍고 높은 도리아식 기둥을 갖춘 거대건축물들이다. 세금 엄청 들겠는걸. 중앙광장에서 강을 건너는 다리 이름이 돌다리(스톤브릿지)다. 400년대에 처음건축되어 계속 개보수를 거쳐 마지막으로 보수한 것이 몇년 전이다. 그 오랜 다리를 지금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니. 게다가 전차가 지나가도 될 정도로 튼튼한 다리다.

호스텔에서 일러준 관광포인트는 몇 군데 정도라서 하루에 돌기에 충분했다. 중앙광장을 시작으로 옛 철도역을 개조한 박물관, 박물관 가는 길에 있는 마더테레사 기념관, 스톤브릿지, 올드바자르 정도.

마더 테레사 기념관(입장료 무료)은 주말휴관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박물관(입장료 무료)은 관람객이 하나도 없는 데다 약간 위험해보이는 청년이 계속 따라다니며 돈을 구걸하는 바람에 서둘러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광장 곳곳에는 재미있는 동상들이 마치 시민들처럼 자리하고 있다. 단조로운 풍경의 소피아 거리와는 달리 재치와 여유가 엿보여서 좋다. 박물관 앞의 노점에서 목걸이를 두 개 샀다. 일종의 점토와 같은 소재로 만들었고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소용돌이 디자인이 특이해서 구입했다. 두 개에 250den. 원화로는 대략 6천원정도다.

돌다리를 건너 올드바자르 구역으로 들어갔다. 건축 공사장이 가운데 있어 좁은 골목길로 연결된다. 올드 바자르에 접어드니 조금 멀리 웅장하게 솟은 칼레 요새가 보인다. 바자르 초입은 한적하고 조금은  파장분위기여서 글쎄? 했는데 막상 거리에 들어가 보니 아기자기한 올드타운의 분위기가 한껏 나는 거리다. 작은 이층집이 거리 양편으로 늘어서 있고 상점들도 작고 고즈넉하다. 거리 바닥은 돌로 포장되어 있고 차량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되어 있다.  찻집, 식당, 호텔 모두 규모가 작다. 마치 민속촌에 온 것 같지만 엄연히 사람들의 생활공간이다. 한두시간 정도 다니기 알맞을 만큼 적당히 큰 구역이다.  건물들의 이층은 대부분 캄캄하여 아마 사람이 살지는 않는 것 같다.

라씨라는 인도풍 제목의 찻집 한 군데 들러 에스프레소와 터키 커피 한잔씩 주문했다. 주인장의 친구처럼 보이는 몇몇이 보드게임을 즐겁게 하고 있고 창가의 두명은 뭔가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중이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주인장이 혼자 앉아서 핸드폰을 본다. 에스프레소의 향이 기막혀서 커피이름을 물으니 크로아티아의 프랑크 에스프레소란다. 30대로 보이는 주인, 이렇게 작은 구도시 찻집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고 이루지 못한 꿈이 보이는 듯한데, 그 마음 속 꿈을 들어보고 싶지만 말이 안 통하니 아쉬울 뿐.

나가며 가격을 물으니 80den(2천원)이란다. 이렇게 저렴할 수가.

거리를 걷다가 쌀푸딩이 전시된 과자점이 보여 들어가 푸딩 두 개를 시켰다. 50den. 역시나 엄청 저렴하다. 쌀푸딩은 달콤한 쌀죽맛이고 쌀푸딩인줄 알았던 노란색 푸딩은 달걀을 원료로 한 거였다. 쌀 푸딩은 풋풋하지만 솔직한 맛이었고 계란푸딩은 계란 느낌이 짙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을만큼 향을 잡아낸 기술이 뛰어나다.

거리 곳곳에 터키식 케밥과 쾨프테, 숯불구이 소시지를 파는 상점이 있다. 숙소에서 밥과 야채볶음을 먹고 나와서 아쉽지만 시식은 포기했다.

돌다리를 건너 다시 중앙광장. 밤이 되어 화려한 조명과 거대한 트리장식이 불을 밝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강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인구가 아주 적은가 봐. 주말인데 사람들이 있는 곳에만 있고 대부분 한적하네."

숙소 근처 대형쇼핑센터에 들러 보니, 그 생각이 틀렸다.

"스코피에 사람들이 몽땅 여기 있나 봐!"

세계 어디에나 있는 특징없는 대형쇼핑센터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아까 올드바자르 지역의 한적함과는 엄청난 대비다.  대형쇼핑센터의 등장과 구상권의 몰락 과정이 여기서는 현재 진행형.

샨티호스텔

호스텔북커즈와 마케도니아관광국 웹사이트에 안내된 이곳은 모든 면으로 여행하기에 완벽한 숙소다. 도미토리에 잠금장치 있는 개인사물함이 있고 침대마다 멀티탭을 구비해 3개 이상의 전기기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wifi도 꽤 빠르다. 침대맡에 개인조명과 커튼이 있어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도 보장된다. 주방에선 각종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인덕션 레인지부터 심지어 오븐까지 준비된 놀라운 숙소다. 조리하기 위한 식용유도 준다. 화장실과 욕실은 마치 깔끔떠는 주부의 집처럼 깨끗하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스코피에를 개관할 수 있는 관광 포인트를 짚어주고 휴대간편한 시내지도를 싹 안겨주니, 아무 준비 없이 갔지만 시내관광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호스텔 운영은 저렇게 하면 성공하겠구나' 라는 아이디어를 얻기에 충분할 정도. 다녀 본 숙소 중 최고다.


게바라 : 스코피에로 올 때 1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2시 반에 스코피에 도착. 총 6시간이 걸렸다. 도심 외곽의 새로운 시가지 느낌. 좀 삭막하다. 내일 갈 코소보의 프리슈티나 까지의 버스 시간과 가격(1인 340)을 확인한다. 아침에 9시 부터 시간 대 별로 있다는 것도 알았다. 50유로를 디나르로 환전했다. 잠시 앉아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방향과 위치를 잡아 왔다. 숙소는 다행히 가까운 곳에 있다. 샨티 GH. 주택가 안의 한적한 곳에 분위기도 좋다. 숙비는 1인 8유로. 언니가 지도에 표시해 가며 주요 볼거리를 빠르게 설명한다. 싸온 점심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도미토리에 짐을 두고 홀가분하게 출발. 강가를 따라 걷는다. 모양새가 러시아의 한적한 외곽 도시에 떨어진 것 같다. 불가리아와 이렇게 다르다니 신기하다. 넓고 한적하다. 도시 규모 대비, 인구가 적다. 강가에는 헌책을 파는 노점들과 겨울이라 열지 않은 상점들이 있다. 보통 스코피에는 오흐리드를 가기 위해 지나가는 도시 정도이다. 우리는 그냥 사람 사는 모습이 궁금할 뿐이다. 유고 연방이었던 나라 중 학살을 피한 드문 나라가 마케도니아이다. 이들은 '마세도니아'라고 부른다. 한때 알렉산더의 나라였던 이 사람들. 이슬람 신자가 많아 세르비아가 이들을 포기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웃 코소보는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말이다.

중심지에는 거대한 알렉산더의 동상이 서고 있다. 스톤브릿지 너머도 웅장한 도리아식 거대 기둥의 건물들을 속속 짓고 있다. 마더 테레사의 집은 무료라고 했는데 휴일에는 열지 않는다. 중심가의 카페 지구를 따라 걷다 장신구를 만들어 파는 예술가 아저씨에게 목걸이를 두개 샀다. 이상한 아이가 계속 따라 붙더니 박물관 안까지 들어 왔다. 남편이 정중히 가달라고 요구해도 옆에 서있다. 5를 달란다. 보는 걸 포기하고 밖으로 나가 길을 건넌다. 따라 오기에 방향을 바꿔 거꾸로 걸었다. 그제야 포기하고 간다. 모로코에서는 따라 붙던 아이가 팁을 요구해 가라고 했다가 돌을 맞을 뻔 했다. 이렇게 멍하게 생긴 애들 무섭다.

스톤브릿지 건너 올드 바자르에 갔다. 한산하다. 바닥은 옛날 돌들이 깔려 있다. 모로코 비슷한 느낌. 작은 옛 건물의 가게들, 차도 없는 조용한 거리, 쇠락해 가고 있다. 신시가지와 다르게 참 좋다. 고요함, 적적함에 피로도 풀리고 마음이 느긋해진다. 가게에서 물을 산다. 기웃거리며 걷다가 '라시'라는 작은 찻집에 들어갔다. 아저씨들이 담소 나누며 게임도 하고 있다. 에스프레소와 터키 커피를 주문한다. 간단하고 소박한 실내. 무심히 자신의 일들을 하는 사람들. 참 편하다. 에스프레소의 맛이 기막히게 좋아서 주인에게 물었다. 크로아티아에서 생산하는 '프랑코'라는 제품이란다. 가면 꼭 사야겠다. 이 아저씨 겨우 80(1800원 정도)을 받는다.

길을 따라 곳곳을 살피다 단것 파는 동네 제과점에 들어간다. 동네 사람이 먹고 있다. 일반 푸딩과 쌀 푸딩을 시켰다. 맛이 담담하고 좋다. 두개에 50(1200원). 정말 가격들이 너무 착하다. 남편 얼굴이 환해진다. 잘 먹고 구경도 잘하고 되돌아온다. 동네 근처 대형 쇼핑몰에 갔다. 포르투갈의 '콜롬보' 같은 곳이다. 도시 사람들이 다 여기 모여 있다. 아이들 데리고 와서 바글거리며 돌아다닌다. 물건 매장과 수퍼에 사람들이 많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 사람들은 지나침이 없다. 불가리아나 터키처럼 남편을 눈 크게 뜨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자연스레 슬쩍 보고 만다. 왜 호기심이 없겠는가. 머리 모양이며 비녀로 꽂은 막대기는 뭔지 얼마나 궁금할까. 상대를 배려하는 듯한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조차 유난스레 보지 않는다. 여기 어린이들 참 귀엽다. 수퍼에서 물건을 골라도 돈이 얼마 나오질 않는다. 푸드 코트에서 써볼까 해도 정크 푸드는 먹고 싶지 않다. 미얀마 이후 이렇게 돈 쓰려고 고민을 해 본 적이 없다. 결국 수퍼에 두 번이나 들어가고도 해결이 안 되어 남은 돈은 그냥 내일 재환전 하려고 한다. 숙소에 와서 조리된 음식 양배추 도르마와 생선전을 먹었다. 조미료 없는 맛이다. 후식도 챙겨 먹고 샤워. 음식 조리는 밤늦게 하거나 내일 할 거다. 이 숙소의 모든 것이 좋고 편하다. 홀은 카페 분위기에다 화장실과 샤워 부스 등이 깨끗하다. 아래가 아직도 시끄러우니 음식은 내일하고 자야겠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일기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