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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인도 여행 일기


2014.1.1(수)인천 - 뭄바이

엄마집에서 밤새 놀고 6시에 짐을 챙겨 해안이와 나섰다. 옷을 얇게 입었지만 다행히 기온이 낮지 않다. 해안은 광주로 향하고 우린 81번 타고 계양역에서 공항으로 간다. 해맞이 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밤새 놀고도 정신이 맑은 편이다. 7시 10분에 도착하여 대한항공 앞. 줄이 길어 시간이 걸린다. 화장실에서 옷을 가볍게 입는다.
비행기가 9시에 출발하여 간단한 아침 식사를 준다. 거의 간식급이다. 

둘 다 주로 잠을 자다가 남편은 영화, 나는 잠깐 게임을 했다. 5시간 40분 걸려 방콕 도착, 기온은 27도, 덥다. 수안나폼 새 공항은 먹고 쇼핑하는 곳이 많다. 1시간 반 기다려 뭄바이행 jet airways. 델리에 갔던 12년 전보다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 유럽 사람들 같은 느낌이다. 시간 때문일까 지역 탓일까.. 많이 현대적이다. 간식으로 퍽퍽한 콩을 준다. 꿀땅콩류에 비해 건강식이다. 식사는 생선, 닭, 채식 중 선택이다. 역시 인도 항공사답게 양이 많고 고급이다. 담담한 음식과 플레인 커드, 초코 무스, 생 야채를 준다. 먹고 바로 잠만 잔다. 5시간 후 뭄바이에 도착했다. 빨리 걸어서 입국 도장받고 짐 찾는 곳에서 기다린다. 인도에 왔나 싶을 정도로 평이한 풍경이다. 이럴 때 사고가 한번 터져야 정신이 버쩍 들거라면서 둘이 웃는다. 짐 나오는 곳에 비행기 번호가 안뜬다. 우리가 너무 빨리 온거라며 기다리다가 직원에게 물으니 반대 편에서 나온단다. 출구가 2개 였다. 빠르게 반대 편으로 달려 갔다. 우리 짐이 나온다. 사고를 쳐야 정신이 맑아진다. 토머스 쿡이라는 환전소에서 50 유로를 환전했다. 10달러를 환전해도 수수료는 무조건 270이란다. 너무 한다. 게다가 여기서 준 1,000 루피 구지폐 한장은 가게에서 받지 않아 마음 고생을 하게 된다.

나와서 오토 릭샤 타는 곳을 찾아 헤멘다. 어떤 애가 직원이라며 자꾸 택시타는 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고 기다리란다. 자기가 아는 애를 부르려나 보다. 인도여성에게 물으니 택시는 안에서 바우쳐를 끊으란다. 남편이 방향을 잡아 걷고 젊은 청년 들에게서 오토 릭샤 타는 곳을 알아 냈다.  청년들이 100 미만 일거라 해서 100에 흥정하여 안데리역에 왔다. 

Thumbnail of 14-01-01.19-39-12.jpg [처음 타 본 뭄바이전철]

7시에 중앙역 가는 표 10짜리 이등석을 끊었다. 역시 물어서 복잡한 노선 중에 열차를 찾아 금방 탔다.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한가한 1등석은 가격이 8배이다. 급행이라 빠르다. 로컬 중앙역에 잘못 내렸다가 다시 타고 중앙역. 그런데 남편이 전철역의 이름이 옛날과 달라져서 우리가 알고 있던 중앙역은 현재 치트라파티 시바지역(빅토리아역)이라는 걸 알아 냈다. 원래 가려던 숙소는 포기한다. 

택시로 타지마할 호텔에 내려 다른 숙소를 찾기로 했다. 타지마할 호텔은 세노 갓파의 그림에서 본 대로 웅장한 고층 궁전같다. 걸어서 구세군GH를 지나며 삐끼 남자가 숙소 소개한다며 붙었다. prosser's의 방은 1,000에 3인실, 낡은 방이다. 그래도 욕실이 붙어 있어 흥정을 좀 할까 하는데 애가 다른 데 가보자고 한다. 한참 걸어 delight, sea shore에 갔다. 모두 창 없는 작은 토굴형 방이다. 결국 prosser's에 다시 왔으나 방이 나갔다. 삐끼와 헤어져 구세군에 방을 잡았다. 850에 아침 제공, 일찍 오면 점심도 준다. 화장실이 따로 있지만  우리 전용이었다. 

짐만 놓고 나가서 남편이 유심카드를 사려고 물어 봤다. 1,000 이상을 불러 예상과 달라 포기. 돌아 다녀 보다가 파파야를 사고 이란 레바논 음식점에 갔다. 닭커리, 양커리 등이 맛이 아주 좋다. 버터빵과 밥이 나온다. 구지폐 1,000을 받지 않는다. 공항에 가서 바꾸어 쓰라고 하니 막막하다. 인도에 오면 꼭 낡은 지폐를 안 받으려 해서 고생을 시킨다. 위조지폐를 식별할 수 없다면서 안 받는다.10시가 넘어서야 숙소에 들어와 샤워하고 파파야를 먹었다. 바로 잔다.

 

환전 50유로 - 1유로 81, 수수료 270 제외(3810)
오토릭샤 100, 전철비 20, 택시 40, 저녁 600, 숙비 850, 물 20, 파파야 80


2014.1.2(목) 뭄바이 - 빤짐(빠나지)

Thumbnail of 14-01-02.07-41-40.jpg [구세군 숙소에서 아침을]

Thumbnail of 14-01-02.09-17-03.jpg [배경은 타즈마할 호텔]

아침 7시에 일어나 짐을 정리한다. 7시 반에 식사. 달걀, 빵 3장, 마가린, 잼, 차와 바나나를 준다. 맛 좋은 차는 맘껏 마실 수 있다. 낡은 건물이지만 직원이 많고 정갈하게 관리한다. 짐을 맡기고 숙소를 나서서 바닷가로 간다. 서양인들의 관문이었던 상징적 건물인 인디아 게이트와 타지마할 호텔을 본다. 코끼리섬에 가려고 북적이는 현지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아침이라 시원하고 날씨가 좋다. 한가한 도시의 바닷가 풍경이다. 걸어서 웨일즈 왕자 박물관.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오늘은 남편이 뭄바이 도보여행 코스를 걷자고 한다. 

먼저 뭄바이의 상징 플로라상이 있는 공원을 보고, 근처에서 유심칩을 350에 사서 끼웠다. 숙소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여권, 비자 복사물이 필요하다. 4시간 후 개통된다. 은행에서 환전을 하려고 하니 그런 업무는 하지 않는단다. 토머스 쿡이 환전소란다.  그냥 만 루피를 뽑았다. 

Thumbnail of 14-01-02.09-57-00.jpg [뭄바이 도보여행 - 오리엔탈빌딩]

Thumbnail of 14-01-02.10-32-04.jpg [뭄바이 도보여행 - 성 토마스 대성당]

성당에 들어가 잠시 쉰다. 많은 서양 세력이 드나 든 지역이라 35%가 가톨릭 신자. 인도는 힌두교라는 편견이 깨진다. 사리를 입고 조용히 기도하는 사람들 모습도 자연스럽다. 오늘 오후 출발할 패션 거리에는 싼 옷들이 많았다. 도심 중앙의 넓은 운동장엔 크리켓하는 아이들이 많다. 

큰 극장을 지나 바닷가에 갔다. 엄청 뜨겁고 벼력만 있을 뿐 별 볼거리가 없다. 돌아오는 길에 안쪽 골목길 식당에서 점심으로 생선 탈리와 생선구이를 먹었다. 병어와 작은 생선을 튀겨 준다. 걸어서 돌아오다 운동장 부근 노점에서 수저와 포크를 샀다. 개당 10이니까 싼데 쓰던거다. 우리가 산 수저는 캐세이 퍼시픽 항공사 것이었다. 

Thumbnail of 14-01-02.13-19-44.jpg [뭄바이 도보여행 - CST역]

빅토리아역은 옛 영화에 나올 법한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역이다. 전화 개통 시간이 되었는데 연결하니 인도말이 나와버린다. 다시 유심 산 곳에 와서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연결했다. 잘 되는지 엄마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의외로 빨리 떨어져서 100을 더 충전했다. 

건너편 커피집에서 딸기 스무디를 마시며 냉방 기운 세례를 받으며 쉰다. 훨씬 낫다. 숙소로 걸어와 짐을 찾고 살짝 화장실 이용하는 것처럼 들어가서 둘 다  간이 샤워를 했다. 이도 닦고 공짜 물도 리필한다. 유용한 숙소였다. 택시타고 패션거리에 간다. 사모사 등을 약간 사고 차에 탔다.

Thumbnail of 14-01-02.16-41-43.JPG [침대차 배낭놓기]

오후 5시에 야간 침대버스를 타고 출발한다. 발 밑과 선반에 신과 짐을 다 둔다. 누워서 뭄바이 시내를 구경하다니 편하고 신기하다. 2층 더블 칸이라 경치도 좋고 창을 열면 시원하다. 8시에 저녁을 먹으러 휴게소에 들렀다.  2인분 같은 볶음밥과 스프같은 라면탕을 먹고 이를 닦는다. 나는 안쪽이라 편히 잤는데 남편은 밤새 창도 자꾸 열리고 지나가는 차의 불빛 때문에 잠을 설쳤단다. 춥기도 해서 북인도의 밤차가 떠오르기 까지 했단다.

 

은행 인출 10,000, 버스비(1,200, 사전 결재), 유심과 충전  350+100, 점심 350, 짐 맡김 100, 딸기 스무디 150, 과일 20, 택시 40, 사모사 30, 수저 40, 저녁과 물, 간식 200,  총 1305(버스 포함 2505)


2014.1.3(금) 빤짐(북부 고아, 올드 고아)

Thumbnail of 14-01-03.07-21-03.jpg [빤짐의 새벽. 갈 곳이 없네]

아침 7시에 빤짐에 도착했다. 뭄바이에 비해 조용하고 한적하다. 걸어서 헤메며 여러 숙소를 전전했으나 방이 없다! 성수기에 온 댓가가 크다. 아저씨 한 분이 같아 찾아 주신다. 작은 구시가에 전통 가옥들이라 수요에 따르기가 역부족이다. 아저씨가 남편을 오토바이에 태워 다른 숙소를 찾으러 간 사이 Somia 라는 곳에서 방을 얻었다. 고풍스런 낡은 옛 집에 화장실도 있다. 마음에 든다. keeping money 1,000이 있다. 구지폐를 주었다. 아싸! 요렇게 쓰다니. 

Thumbnail of 14-01-03.08-53-46.jpg [제일 맛있는 도사집의 버터 도사]

짐을 두고 바닷가에 갔다. 온통 카지노가 선점했고 그나마 바다도 물색이 별로이고 쓰레기가 마구 버려져 있다. 아침으로 식당에서 버터 라바 맛살라 도사, 이들리, 커피, 치즈 샌드위치를 시켰다. 특히 치즈와 도사 맛이 끝내준다. 그렇게 버터향 가득한 도사라니...  바삭하고 고소하다. 속에 든 감자커리도 좋다. 맛있게 먹고 오토바이 대여점에 갔다. 하루 500. 서류가 필요하대서 숙소에 왔다가 일하는 애에게 오토바이 대여료를 물었다. 6시까지 300에 친구의 것을 빌려 주겠단다. 이미 흥정하고 왔다니까, 'No problem!' 이란다. 오토바이가 왔지만 우릴 찾아 온 대여점 아저씨에게 애가 밀렸다. 둘이 말을 주고 받다가 결국 아저씨 오토바이로 낙점된다.

Thumbnail of 14-01-03.11-44-37.jpg [바이크 일주-바가 해변]

기름 200 넣고 북쪽 고아 해변으로 출발한다. 복잡한 빤짐을 떠나 햇볕 따가운 길을 달린다. 일단 달리면 시원하다. 남편 덕분에 뒤에서 편히 않아 자연과 사람들을 볼 수 있으니 고맙다. 한참 달려 바가 비치에 간다. 안타깝게도 해변은 서양 노인들로 가득하다. 별 특색없는 작은 곳이다. 좋게 보자면 나름 에메랄드빛 물과 고운 모래 정도.너무 덥다. 구경할 것도 없어서 바에서 고아맥주인 킹피셔를 두 병 시켰다. 겨우 50씩이다. 

Thumbnail of 14-01-03.13-49-34.jpg [바이크 일주-바가토르해변]

마시고 다시 달린다. 책에서 추천한 바가토르의 음식점 차이나 타운을 찾아갔다. 새우 볶음밥, 볶음면, 닭 칠리, 라시를 주문했다. 음식에 들어 간 새우전은 딱딱했고 조미료 맛이 빤찌하다. 볶음면은 너무 짜서 교환했다. 새요리사가 해서 그렇다고 한다. 음식이 생각보다 그저 그렇다. 바가토르 해변은 다행히 현지인들이 많다. 해변을 가게가 점령하지도 않았다. 주로 거주지 부근의 해변에 현지인들이 많다더니 이 곳이 그렇다. 약간의 바위와 가무스름한 빛이 도는 모래. 남편은 대천 같다고 한다. 뭐 슬쩍 볼 만한 정도의 그럭저럭한 수준의 해변이다.

더워서 빨리 돌아가기로 하고 달린다. 남편은 더위로 멘붕 상태다. 도로는 복잡하고 어디서 뭐가 튀어 나올지 모른다. 중앙선도 없이 교행하는 차들 사이에서 정신이 혼미할 수 밖에 없다. 복잡한 지역의 대형 수퍼에서 딸기, 망고 음료, 커피 등을 샀다. 아주 단 음료 였지만 점심도 문제가 있었던지 목이 계속 말라서 금방 마셨다. 주변 풍경은 맹글로브 숲도 있고 특히 잔잔한 바다가 보기 좋다. 올드 고아까지 내쳐 달렸으나 이미 더위에 지쳐서 성당 하나만 보았다. 크고 멋져도 성당이 그렇지 싶고 눈에 안들어 온다. 건너편의 것은 햇볕 속을 걷기 싫어서 포기한다. 햇살을 가로 지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쳤다. 이 지역은 현재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아니다.

Thumbnail of 14-01-03.15-57-22.jpg [올드고아의 전경]

빤짐에 돌아와서 파울로 버스에 갔다. 표가 다 나가고 에어컨 버스 2,500짜리가 내일 모레 저녁만 있단다. 이 곳은 넌 에어컨버스도 1,800이나 한다. 게다가 새벽 2시 도착이라니 뭘 하자는 건지. 무니시팔 시장에 가서 수박과 포도를 사고 오토바이를 반납했다. 숙소에 와서 잘 안되는 전화 문제를 애에게 남편이 물었다. 에어텔에 가 보라고 알려 준다. 열심히 물어 물어 에어텔이 있는 곳을 찾아 문제를 해결했다. 함피가는 다른 방법을 직원에게 물었다. 터미널에 기차표 끊는 곳이 있다고 알려 준다. 버스로 터미널에 와서 어렵게 기차표 끊는 곳에 왔으나 열차는 매진. 앞으로 열차는 아예 포기다. 근데 남편이 개통된 폰으로 함피가는 공영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아 냈다. 내일 모레 밤 표가 4장 남았는데 신한카드의 마지막 결재가 영 안된다. 여행사 할아버지는 파울로 말고 800짜리 다른 버스도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우선 아침 8시 반에 스탠드에 가서  공영을 끊어 보고 안되면 800짜리 끊으러 오라고 한다. 합리적인 분이다. 피씨방에서 다시 시도한 결재도 안되어 오늘은 포기했다. 내일 아침에 시도하기로 하고 생선 전문 식당에서 탄두리(좀 짜다!) 치킨과 치킨 커리, 밥을 시켜 먹었다. 텅빈 식당이었는데 손님들이 점점 많아진다. 다들 주로 생선 요리를 먹는다. 숙소에 와서 씻고 단 수박을 먹었다. 더위 먹고 지친 날이다. 그렇게 애 써도 표도 안 끊어지고.... 완전히 뻗어 잔다.

 

아침 170,  오토바이 300, 주유 200, 맥주 120, 점심 470, 과일 130, 수퍼 240, 기차 상담 10, 버스 15, 피시방 10, 저녁 330, 물 20, 복사 20, 숙비+복사 860  총 2995


2014.1.4(토) 빤짐 - 함피

 

Thumbnail of 14-01-04.07-15-06.jpg [소미아 GH]

아침 6시 기상. 수박과 파파야를 먹고 짐 정리를 한다. 어제 남편은 자다가 개미에게 많이 물렸다. 그래도 꽤 쾌적하고 유용한 숙소이다. 빨랫줄을 가져 와서 빨래도 잘 말랐다. 짐 챙기고 청년애게 데포짓을 찾았다. 기쁘게도 낡은 돈이 아닌 500 짜리 2장을 준다. 얼마나 신나던지! 어떤 돈을 줄지 기대했었다! 뭄바이를 벗어나면 낡은 돈도 문제가 없는 건지... 이 청년은 자신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로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에어텔을 알려 주어 공영버스까지 찾아내게  되었다. 그리고 돈도 바꿔 주고 오토바이도 결국 싸게 빌리게 해 준 셈이다. 

Thumbnail of 14-01-04.07-50-02.jpg [아침, 매표소에서 기다림]

지름길을 발견하여 쉽게 버스 스탠드에 왔다. 7시 40분에 도착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매표소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8시다, 8시 반이다 말이 많더니만 9시에 열었다. 기차표 사는 곳도 줄이 길다. 내리 서서 기다렸다. 순위를 뺏기면 표가 없을까봐. 어제 확인한 자리는 인터넷 상에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오늘 저녁 표 2장이 위, 아래로 나란히 나온거다. 누군가 취소한건지 대박이다. 겨우 1,118에 샀다! 

파울로 버스를 끊지 않고 버텨서 4,000을 번 셈이다. 게다가 호스펫이 아닌 함피까지 간다! 신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고생한 보람이 있다.  빵과 사모사를 사고 차 한잔도 한 뒤 마드가온으로 간다. 맨 끝자리는 양쪽에 2인석이고 가운데가 비었다. 35분 만에 도착한다. 누군가의 기부로 시원한 물을 공짜로 제공하는 곳이 있다. 마시고 빈 병을 채웠다. 

베나울리행 버스는 천천히 도시를 다 돌고 나간다. 20여분 가서 내린다. 해변을 향해 걷다가 아이스크림 2개, 버터 맛과 무화과 맛을 먹었다. 길은 넓고 배낭까지 다 짊어져서 덥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야자수 길을 땡볕 속에서 걸어 11시에 해변에 왔다. 바와 레스토랑 몇 곳이 있다. 넓고 규모가 있는 해변이 펼쳐진다. 

Thumbnail of 14-01-04.11-36-14.jpg [베나울림 해변 가는 길]

ice cube라는 곳에 자리 잡고, 짐 맡기고 샤워할 곳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자기 집에서 먹으면 비치 파라솔 의자와 모든 시설을 무료로 쓴다고 한다. 우리 짐을 지고 온 것이 얼마나 행운이던가. 맥주와 생선 커리(2인분 분량), 파파드와 파콜라를 안주로 시켰다. 모두 아주 맛있다. 

Thumbnail of 14-01-04.12-58-11.jpg [베나울림 해변에서]

Thumbnail of 14-01-04.12-18-00.jpg [베나울림 해변의 아이스큐브 바에서]

짐 맡기고 중요한 것을 담은 가방만 따로 챙겨두고 수영복을 입었다. 교대로 파라솔 의자에서 가방을 지키고 바다에 간다. 물은 적당히 따뜻하고 깨끗하다. 해변의 모래도 참 곱다. 파도가 높아 오히려 파도타고 놀기에 재미있다. 가끔 센 파도에 당하기도 한다. 수영하기는 쉽지 않다. 바닷물는 염분이 적어 식염수보다 살짝 짠 정도? 나와서 말려도 보송하다. 참 개운한 바다다. 이곳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람도 있지만 아래위 붙은 수영복을 입은 사람도 좀 있었다. 의외로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온다. 남편은 1시간 정도 잠을 잤다. 아저씨가 계속 지켜봐 주고 잡상인도 별로 없어 편하고 한적하다. 정말 평화로운 곳이었다.  잠을 자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나이들면 이곳의 노인들처럼 한번 더 오고 싶다. 

Thumbnail of 14-01-04.15-34-52.jpg [아이스큐브의 해물국수 (!!!)]

3시가 넘어 교대로 샤워하고 수영복을 빨아 말렸다. 해물 볶음국수와 맥주를 시켰다. 큰 새우, 오징어, 싱싱한 생선살이 아낌없이 잔뜩 들어 있고 2인분 분량이나 된다. 새우도 부드럽고 맛있다. 4시에 짐을 찾고 수영복 챙겨 돌아간다. 많이 먹고 맛도 좋았다. 최고의 집이다. 독일 빵집에서 빵을 사고 버스로 마드가온에 왔다. 긴 줄을 서서 표 끊고 빤짐에 간다. 퇴근 시간인 탓인지 길이 좀 막힌다. 

5시에 도착하여 우체국 쪽으로 걷는다. 시원한 맥주파는 가게를 발견하여 3개를 샀다. 캔을 마시다 비하르라는 채식식당에서 우터판(쌀전)과 도사를 먹었다. 사람많은 식당인데 어제 아침 식당보다 맛이 덜하다. 스탠드에 와서 한참 기다려 8시 넘어서야 버스가 떠났다. 

Thumbnail of 14-01-04.19-40-10.jpg [함피가는 공영 침대차]

사설버스보다 더 좋다. 시트도 있고 시설 면에서도 낫다. 2층은 누우면 나무와 별만 보인다. 남편이1층은 창이 약간 높아서 더 덥단다. 중앙선 쪽이 아니라서 전번 버스보다 더 조용하고 좋다. 땀을 많이 흘렸는데 출발하니 곧 시원해진다. 창이 절반이 열리니까 찬 공기가 확 들어 온다. 자다가 휴게실. 내리라는 얘기도 없다. 완전 시골 휴게소라 화장실은 더럽다. 이만 닦고 푹 잤다. 시트와 덮는 이불도 있어 잠이 잘 온다. 탑승 손님은 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버스 1,120, 물 20, 차비 110, 해변 식당 820, 아이스크림 80,  빵 170, 맥주 120, 음료 60, 아침 55,    총 2715


2014.1.5(일) 함피

아침 6시에 도착하여 보니 완전 어둡고 작은 시골이다. 먼저 내려서 돌아 다녔지만 방이 없다! 역시 오토 릭샤 아저씨가 나타나 도와 주었다. 그래도 숙소는 또 우리가 찾았다. 난디GH. 가정집에 방 몇 개가 붙어있다. 

모기장이 있는 작은 방에 주인네와 샤워실, 화장실을 함께 쓰지만 깔끔해 보인다. 방을 찾아내어 정말 다행이다. 8시까지 잤다. 8시10분에  숙소 체크 인하고 표 부터 끊으러 갔다. 뱅갈로르행은 내일 밤  겨우 3개 남아 있다. 정식으로 파는 데가 없어 동네의 GH 아저씨가 200이나 얹어 받았지만 끊어서 다행이다. 1300이다. 

Thumbnail of 14-01-05.08-55-50.jpg [간이 아침 정식]

아침 노점 가게에서 푸리, 이들리와 고추튀김, 차를 먹었다. 겨우 80이라니...  아침을 주문한 사이에 남편은 앞집의 오토바이를 빌렸다. 주변 지역의 사원을 돈다. 사원 주변의 아이에게 지도를 5에 사서 들고 구경하러 다녔다. 눈이 튀어 나올 것 같은 해태상 같은 석상부터 본다. 

Thumbnail of 14-01-05.09-27-05.jpg [나라심하(비슈누의 4th환생)]

Thumbnail of 14-01-05.09-51-58.jpg [PRASANNA VIRUPAKSHA Temple]

날이 뜨겁지만 그늘은 시원하다. 주변은 온통 바나나, 사탕수수 재배지이다. 궁전이나 도시의 규모는 대단했다. 강한 화강암을 나무처럼 잘라 거대한 규모의 도시를 만들었으니 부의 규모가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거대 공중 목욕장, 지하 궁전, 수로와 저수조 등이 대단하다. 목이 말라 코코넛을 3개나 먹었다. 크다고 물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과육이 튼실하다. 고소하고 먹을 만하다.  

로터스 마할 앞에서1인 250에 유적, 박물관, 비탈라 사원이 포함된 표를 끊는다. 경주처럼 이곳은 수학여행 온 아이들이 많다. 웬지 모르지만 이상하게도 우릴 보고 웃고, 악수하자고 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한다. 남편이 쿵푸 배우 같이 보여서 그러나... 아니면 내가 예뻐서? 허허... 신기한 일이다. 다른 외국인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 걸 보면 우리가 그냥 만만한 건가? 애들 뿐 아니라 총각들과 놀러 온 가족들까지 자기네 카메라로 같이 찍자고 끌고 간다. 뭐지? 수학여행 온 어떤 꼬마 녀석은 남편에게 자기가 먹던 사탕수수대를 주어서 까 먹었다. 심지어 어두운 지하 유적에서 만난 아이들은 컴컴한 곳에서 나를 때리고 꼬집으려고도 한다. 뭘까... 하도 인사를 해대서 대응하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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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jaraRama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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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jaraRama Temple

Thumbnail of 14-01-05.11-00-03.jpg [Mahanavami Dibba]

Thumbnail of 14-01-05.14-41-30.jpg [Stepped Tank (Pushkarani)]

유적은 벌써 많은 부분을 손대어 복원한 것이다.  그런데 화강암을 깎아서 쌓아가며 어느 천년에 복원할지... 이 사람들의 느린 일 솜씨와 들어갈 어마어마한 돈을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왕비의 목욕탕을 보고 함피 아랫 마을 까말라꾸람에서 점심을 먹는다. 탈리, 툭파, 라이스 푸딩을 먹었다. 푸딩은 우리나라 타락죽이 같은 것이 아닐지... 부드럽고 맛있다. 만드는 법을 물어보니 우유, 쌀가루, 설탕을 넣었단다. 

Thumbnail of 14-01-05.15-38-32.jpg [비딸라 사원길의 연못]

Thumbnail of 14-01-05.15-52-18.jpg [유명한 돌마차]

Thumbnail of 14-01-05.16-08-02.jpg [비딸라 사원 음악기둥들]

마지막 목적지인 비탈라 사원은 길의 끝에 있었다. 600m 가량의 길을 걷기가 더워 전기차를 기다리는 행렬이 길다. 해를 마주하고 걷자니 지친다. 가는 도중에 거대한 저수조가 있다. 물도 제법 맑아 보인다. 물바람 맞고 쉬다가 다시 사원으로 간다. 마차 바퀴 모양의 유적이 유명하다. 사원의 소리나는 기둥도 구경하고 동글동글 예쁜 형태의 눈 뛰어나온 해태(?)상과 귀여운 궁수, 무희, 신들. 모두 평화로운 얼굴의 부드러운 형상을 하고 있다. 

더워서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었다. 동네로 와서 마을 뒷편의 언덕을 넘어 사원에 갔다. 폼페이, 그리스 유적 같은 거대한 상가 길과 사원이 멋지고 장엄하다. 내일 다시 오자며 숙소에 왔다. 

함피는 앙코르 왓, 크노소스 궁전, 아테네, 미얀마의 파간을 합친 형상이다. 여기에 화강암 더미와 야자수, 강이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풍광을 만들어 낸다. 거대 탑이 있는 동네의 비루팍샤 사원에는 불을 켜 두었다. 멋지고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샤워 후 빨래를 옥상에 널었다. 네팔에서 산 파란 바지는 물이 많이 빠져 난감하다. 옥상 주변은 뒤에 강이 흐르고 야자나무가 있어 경치가 좋다. 주인집 딸 네이트라가 자기 집에서 저녁 먹으라고 해서 내일 7시에 먹기로 했다. 고추튀김 사먹으며 마을을 구경한다. 저녁은 망고트리. 남편이 이 위치가 아니라면서 진짜일까 살짝 의심스러워 했다. 옆집은 파리 날리는데 여기는 외국인들이 줄서서 기다린다. 값이 많이 비싸지도 않고 바나나잎을 깔아 깔끔하고 맛이 괜찮았다. 과일을 사서 들어와 먹고 옥상에 대충 마른 옷들을 가져와 실내에 널었다. 건조 지역이라 밤이라도 빠르게 마른다. 파란 바지에서 파란 물이 시트에 튀어 버려서 둘이 시트를 빨고 난리를 피웠다. 더워서  코코넛, 아이스크림 등을 많이 먹어 배탈이 난 것 같다. 피곤하여 바로 잔다.

 

아이스크림 70, 포도 60, 파파야, 바나나, 귤 120, 코코넛 60, 입장료 500, 숙비 500, 버스표 1,300, 아침 80, 점심 240, 저녁 280, 물 40, 고추튀김 20, 오토바이 300, 기름 200, 지도 6,     총 3,776

 

2014.1.6(월) 함피 - 뱅갈로르

6시에 일어나 일기를 친다. 일기장에 쓰다가 처음 입력한다. 나는 일찍 자는 반면에 밤에는 주로 남편이 탭을 사용하고 늦게 잔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쓴다. 2시간 넘게 3일 분을 쳤다. 8시 반에 아침 식당 노점에서 푸리정식과 고추튀김, 차를 먹었다. 맛 좋고 싸다! 아침을 다 팔면 문을 닫는 집이다. 9시 20분에 숙소에 짐을 맡기고 나선다. 사설 환전소가 수수료 없이 환전율이 좋아서 많이 했다. 돈이 두둑해 진다. 

Thumbnail of 14-01-06.10-18-03.jpg [샨티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

바루팍샤 사원에 들렀다가 강가에 갔다. 건너는 배가 있어서 타고 강 너머 마을에 간다. 큰 마을에 깨끗한 숙소도 많고 풍광이 좋다. 스탠드 쪽 보다 더 한가한 시골이고 평화롭다. 마을을 구경하고 안쪽에 있는 큰 레스토랑에 갔다. 앉는 좌석을 차지하고 민트티, 툭파,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1시간 반 동안 거의 빈둥거리며 누워 있었다. 일기도 쓰고, 충전도 하고, 명상음악 같은 평화로운 곡들도 감상한다. 진정 백수 스타일이다. 이 지역은 푹 쉬기에 좋고 숙소가 많다. 여기 레스토랑과 같이 있는 대규모의 방은 500 이란다. 하지만 강을 건너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오토바이를 싣고 건너려면 더블 가격 20 이다. 의외의 번잡함이 있다. 

Thumbnail of 14-01-06.12-10-58.jpg [강건너에서 본 함피바자르방향]

Thumbnail of 14-01-06.13-05-46.JPG [치즈 도사]

배를 타고 다시 건너와서 강변을 따라 한적한 오솔길을 걷는다. 많은 유적들이 방치되어 있다. 망고트리 자리라 추측되는 곳에 갔다. 지금은 가정집이다. 당국과 문제가 있어 우리가 먹었던 장소로 옮겼다고 한다. 마을로 와서 어제 봐 두었던 도사집에 갔다. 선풍기가 시원하다. 치즈도사와 볶음밥. 기본 이상의 맛집이다. 맛이 과하지 않고 담담하다. 파인애플 라시가 맛있다. 

Thumbnail of 14-01-06.13-45-19.jpg [가네샤사원]

Thumbnail of 14-01-06.13-56-00.jpg [가네샤사원에서 쉬다]

넓은 바위의 가네샤 사원은 몰바람이 불어 더위를 시키기에 그만이다. 명당 자리에서 한참 쉬다 남편이 옆의 마탕가 힐에 가자고 한다. 물이 부족해서 남편 혼자 내려가서 환타와 물을 사왔다. 사유지인 아쉬람을 지나 마탕가힐에 올라간다. 자글자글 끓는 태양을 마주하고 제일 더운 2시 반에 오르다니 미련했다. 얼굴이 벌개지고 맛이 간다. 게다가 뒤쪽 길은 사람이 없어 해꼬지를 당해도 어쩔 수 없을 만한 한적한 곳이다. 

Thumbnail of 14-01-06.15-25-43.jpg [원숭이 가족이 따라온다]

계단을 한참 올라 거의 꼭대기 즈음에서 우르르 몰려 있는 원숭이떼를 만났다. 거칠지는 않지만 뭔가 줄까 기대하며 슬금슬금 다가온다.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 쉬었다. 해가 비치지 않는 쪽의 길로 어제 갔던 마을 뒷편의 아추타라야 사원으로 내려 간다. 

Thumbnail of 14-01-06.15-33-40.JPG [아츠유타라야사원 바자르길과 비딸라사원 가는 길]

Thumbnail of 14-01-06.16-27-55.jpg [마탕가힐-아츠유타라야사원]

Thumbnail of 14-01-06.16-52-34.JPG [아츠유타라야사원 바자르길에 서니]

Thumbnail of 14-01-06.17-07-27.jpg [보트놀이턴가]

사원을 지나 상가 길을 걸어 물가에 간다. 마을로 이어지는 옛 도로길을 찾았다. 강가에서 외국인들이 동그란 소쿠리형 배를 타는 것도 구경하고 슬슬 걷는다. 지나가던 경찰 아저씨와 남편이 이야기를 나눈다.10일에 큰 축제가 열릴 건데 왜 일찍 가냐고 했단다. 그래서 곳곳에 무대와 부스들을 만들고 있었던 거다. 강변 풍경은 아름답고 비현실적이었다. 예전에는 번화한 오아시스 도시에 부가 넘쳐나던 지역이었다. 

숙소에 와서 애들과 얘기 나누다가 샤워하고 옥상에서 밥을 기다린다. 샤워하며 수건 대용으로 썼던 손수건이 금방 마른다.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라 깨끗하게 관리하고 인심도 좋다. 옥상 전망이 좋아 딸 네이트라에게 작은 옥상식당을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네이트라는 집의 조리시설도 부족하지만 자기네는 음식을 해서 파는 카스트가 아니라고 한다. 낮은 신분이라 불가능한가 보다. 청결하고 부지런한 가족인데 안타깝다. 옥상에는 얼굴 검은 원숭이떼가 난리를 치며 뛰어 다닌다. 

6시 반에 부엌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한다. 검은 돌바닥이 시원하다. 이 집 꼬맹이는 옆에서 구구단 쓰는 숙제를 한다. 평범한 커리와 짜파티 2장, 토마토 커리와 밥이다. 맛은 담담하다. 처음으로 손을 이용하여 먹었다. 돈은 알아서 달라고 한다. 인사하고 나와서 버스 스탠드 옆 동네에서 짜이를 마셨다. 8시가 되어도 차가 오지 않아 좀 걱정이 되었다. 기다리면서 모기에 엄청 물렸다. 8시10분에 온다. 1층 아래 첫 자리이다. 넓고 좋다. 함피에서 출발하여 사람들이 많이 탔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 먼지가 많이 들어오고 정신없이 흔들린다. 그 틈에도 나는 잘 잤다. 남편은 문을 재대로 못 여니 덥고, 먼지 많고 심하게 흔들려서 잠을 못 잤단다. 휴게소에 들러 바나나와 스위츠를 샀다. 이 닦고 잔다.

 

환전 100불(6,000), 유로 100(8,200) - 14,200
배 40, 아침 85, 레스토랑 170, 점심 180, 물, 음료 60, 빠꼴라, 고추튀김 40, 저녁 200, 휴게소 35,    총 810

 

2014.1.7(화) 뱅갈로르

6시에 도착할 예정이던 버스가 아침 4시 반에 도착했다. 너무 이르다. 터미널이 무지 크다. 길 가에는 숙소가 그득한데 릭샤꾼들는 다 찼다며 자기가 아는 데로 데리고 가려 한다. 대부분 불이 꺼져 있고 그나마 켜진 곳도 방이 없다. 결국 한 릭샤꾼을 따라 스탠드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엘리베이터까지 있는 '사이람 레지던시', 이코노미 호텔이다. 900에 들었다. 릭샤꾼은 50을 달란다. 

오랜만에 문명의 혜택이 갖춰진 숙소에 들었다. 비누와 수건도 있고 TV와 인터넷도 된다. 이곳 숙소들은 24시간 체제라 내일 새벽 5시 10분에 나가야 한다. 잠을 자다가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8시에 일어나 책을 보았다. 오래 가지고 다니던 빵을 먹었다. 잠을 잘 못잔 남편은 9시까지 잤다. 숙소 아래의 길이 양방향 모두 차와 릭샤로 꽉 차서 막혀 있다. 이렇게 번잡한 곳의 숙소였다니... 

9시 50분에 나와 버스 스탠드를 향해 걷는다. 생활하는 도시라 아침에 사람이 많고 분주하다. 850m 고원 지대인 이곳은 인도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가을 날씨, 추석 명절 때처럼 서늘하다. 약간  추울 지경이다. 그래도 햇볕은 따갑다. 

Thumbnail of 14-01-07.10-39-41.jpg [뱅갈로르 마제스틱 터미널]

버스 스탠드 주변은 복잡하게 온갖 버스들이 들어 오고 사람들이 그 사이를 건넌다. 심지어 어떤 인도 아주머니와 우리가 길을 건너다 달리는 두대의 버스 사이에 끼어 서 있기도 했다. 어이 없다. 마이소르 버스표 사는 곳까지 물어물어 찾아 갔다. 파는 아주머니는 거기 가는 버스가 많은데 굳이 왜 예매를 하는지 의아해 하다가 6시반 차를 끊어 주었다. 버스 5열의 2배 가격인 4열 버스이다. 내일 17번 플랫폼에서 셔틀을 타면 버스타는 곳에 데려다 준다.

주 정부청사에 가려고 릭샤를 타려니까 미터로 안가고 100을 부른다. 결국 여러 차례 물어 시내버스를 탔다. 차가 드물게 오는지 기다렸던 많은 사람들이 뛰어서 탄다. 차에 아이를 안은 구걸하는 여자가 탔다. 아이에게 뭔 장애가 있는지 설명을 하자 우르르 돈을 낸다. 심지어 멀리서  돈을 건네 주면서 낸다. 길이 많이 막혀 겨우 두 정거장을 한참 걸려 간다. 

Thumbnail of 14-01-07.11-22-35.jpg [뱅갈로르 비다나 소우다]

주 정부 건물은 궁전처럼 멋있다. 들어갈 수는 없다. 과일을 사 먹고 법원을 지나 건너편의 거대한 공원에 갔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구운 옥수수를 사서 먹으며 쉬었다. 옥수수는 수분이 적고 맛이 별로다. 남편이 다람쥐에게 옥수수를 던져 주자 한알씩 주워 두 손으로 감싸 들고 입으로 껍질을 벗겨가며 맛있게 먹는다. 욕심없는 다람쥐는 더 주고 싶은데 나무 위로 가 버렸다. 

Thumbnail of 14-01-07.12-34-59.jpg [박물관 계단]

공원을 지나 박물관에 갔다. 겨우 4루피. 10년 전 가격 그대로다. 정말 뭐 볼게 있을까 싶게 착한 가격이다. 건물은 130년 된 것이다. 의외로 멋진 부조상, 석상들과 무굴제국 시절의 세밀화, 현대 화가의 작품 등 볼 것이 많았다. 멋진 곳이었다. 아마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면 외국인 요금을 따로 두었을 거다. 옆의 기술박물관은 30. 거의 어린이 놀이터다. 아이들이 많이 온다. 

Thumbnail of 14-01-07.13-58-30.jpg [뱅갈로르 중심가 MG 로드]

Thumbnail of 14-01-07.14-26-33.jpg [에보니 뷔페 음식]

중심인 MG로드 가는 길은 차로 가득하다. 매연이 예전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도시의 복잡함 탓인지 감기 기운인지 머리가 아프다. 13층의 에보니 레스토랑에 갔다. 인도에서 스테이크가 가장 맛있는 곳이라고 책에 소개되어 간 곳인데 뷔페 식당이 되었다. 매니저가 세금 포함 460이라고 한다. 전망이 최고이다. 좀 사는 사람들이 오는 곳인듯 하다. 각종 커리, 국수 샐러드, 푸딩, 치즈 음식, 생선과 닭 요리 등이 있다. 현지인들의 음식인데도 모든 것이 전혀 이질감 없이 우리 입맛에 맞는다. 스프를 시작으로 오늘의 특별 요리들은 만들어서 계속 갖다 준다. 모든 음식이 좋아서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아이스크림까지 아주 훌륭했다. 옆의 아줌마들이 동창회를 하는지 소란했다. 잘 사는 사람들로 보인다. 사리를 입은 여성이 거의 없다. 화장실에 갔다가 비싸게 보이는 스위스 시계가 떨어져 있어서 매니저에게 맡겼다. 머리도 띵하고 도심의 모습은 딱히 볼 것이 없어 4시에 지나가던 릭샤를 타고 숙소 주변에 왔다. 과일 사서 들어와 씻고 먹는다. 빨래도 해서 널었다. 남편은 TV보고 나는 일기를 쓴다. 일찍 잔다.

 

버스 560, 시내버스 20, 오토 릭샤 50, 과일 120, 옥수수 40, 뷔페 920, 맥주, 물 100,    총 1,800

 

2014.1.8(수) 뱅갈로르 - 마이소르

계속 1시간 간격으로 깨다가 4시 반에 일어났다. 짐을 챙겨 5시에 나간다. 걸어서 버스 스탠드에 간다. 버스표를 보여 주면 셔틀은 무료다. 마이소르 가는 차들이 하염없이 계속 떠나는데 우리는 예매를 해서 추위에 떨며 기다린다. 6시에 에어라밧 직행을 타고 편히 쉬는데 출발 직전에 직원이 우리 표를 확인하더니 이 차가 아니란다. 허겁지겁 내려 다른 직원에게 물었다. 시간이 넘었는데도 계속 6번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남편이 검색해 보았다. 종착역이 우띠이고 마이소르를 경유하는 차라고 한다. 하필 이런 혼동되는 차표를 끊어주다니... 불안하게 기다려 6시 50분이 되어서야 다른 지역에서 출발한 차가 와서 차장이 우리를 부른다. 떠난 줄 알고 많이 걱정했었다. 

좌석이 비어 뒤에 두 자리를 각자 차지하고 앉았다. 영자신문과 물을 준다. 1시간 정도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깼다. 남편이 차장아저씨에게 말했더니 다시 기사님께 얘기 한다. 10분 만 기다리라고 한다. 미리 화장실에 들러서 탈 것을 돈 내기 싫어 참다가 이 지경이 된다. 상황이 다급해서 들판에 내려줘도 다 해결할 수 있을것 만 같다. 아침에 물이 많은 과일을 먹는 것은 자제해야 할거다. 남편이 계속 손과 팔을 주물러 주었다. 

15분 후 기사님이 버스 스탠드의 화장실 앞에 세워 주셨다. 오직 나 때문에 직행버스가 서 준 것이다. 빤짐에서는 10루피나 받았는데 4루피다. 급히 다녀 왔다. 남편이 내 뒤로도 몇 명이 눈치보다 다녀 왔다고 한다. 돈 아까워 말고 미리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 너무 당연한 거다. 고마운 차장 아저씨에게 예정에 없던 고산도시 우띠와 문나르에 가는 버스 편을 여쭈었다. 자세히 알려 주신다. 어쩌다 우띠행 버스를 타서 이런 인연이 되다니 신기하다. 

9시 반에 마이소르에 도착했다. 우띠 가려는 사람들이 우르르 탄다. 여러 명의 삐끼 릭샤꾼들을 물리치고 걸어서 책의 숙소들을 살핀다. 1,200 - 1,800 으로 엄청 올랐다. 결국 릭샤 왈라가 소개해 준 '봄베이 티파니즈' 호텔에 들었다. 체크 인 하는 동안 릭샤 아저씨와 1일 투어 흥정을 하던 남편은 400 이나 한다고 말한다. 일단 거절했다. 드디어 휴지까지 제공되는 감격스러운 호텔 숙소에 왔다. 여권도 알아서 복사한다. 복사기가 있는 호텔이라니... 꽤 완벽하고 깔끔하며 우리 숙소는 스탠다드라서 인디언식 화장실이다. 

Thumbnail of 14-01-08.10-47-08.jpg [마이소르 재래시장]

좀 더 쉬고 싶지만 11시에 나와서 가까운 데바라자 마켓에 간다. 꽃, 과일, 채소, 향신료 등이 그득하다. 숙소 주변에 과일이 많아 다행이다. 물자가 풍부해서 넘쳐나는 느낌이다. 이곳은 책에서 인도 전역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재래 시장이라고 한다. 향신료인지 뭔지 쌓아 놓은 가루의 색들이 너무나 곱다. 

Thumbnail of 14-01-08.11-17-05.jpg [정류장]

시티 버스 스탠드의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식당에서 도사, 푸리 정식과 차를 103에 먹었다. 거대한 판에 도사 굽는 모습이 예술이다. 남편은 도사 맛이 정말 좋다며 2위에 등극 시켰다. 1위는 단연 빤짐의 버터 도사이다. 손을 이용하여 깨끗이 다 먹었다. 물론 인도 사람들이 볼 때 우리는 허걱스럽게도 양손을 이용한다. 그런데 먹고 나서 보니 편하게 수저로 먹는 인도인들도 있다! 

Thumbnail of 14-01-08.11-20-03.jpg [차문디 힐 가는 냉방버스]

시티 버스 스탠드에서 차문디 힐 가는 버스를 물었다. 세상에나! 거대한 전광판에 차문디 힐가는 버스가 줄줄이 뜬다. 마이소르는 뱅갈로르보다 한적하지만 더 현대적이다. 201번 일반버스와 냉방버스가 있는데 냉방버스를 탄다. 사람이 적어서 시원하고 한적하게 출발한다. 궁전과 동물원, 관공서 부속 건물들을 지나 언덕을 오른다. 정확히는 1,065m 높이의 산이다. 아래를 굽어 보며 감돌아 오른다. 아스라히 보이는 풍경들이 멋지다. 아득히 펼쳐진 360도 벌판에 산 하나가 우뚝 서 있다. 

꼭대기에는 상점과 사람들로 그득하다. 차문디 여신을 모신 사원의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다. 100 이나 하는데 뻔한 힌두의 신이 별로 궁금하지 않다. 사원 밖에는 새로 구입한 차의 안전 운행을 기원하는 뿌자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사두를 모시고 사람들이 와 있다. 이곳에서도 아이들이 악수도 청하고 사진도 찍자고 한다. 심지어 수학여행 데리고 온 선생님까지도.. 어떤 녀석은 한국에서 왔다니까 대뜸 '반기문!' 한다. 유식한 녀석... 싸이 정도를 얘기하지 않고 은근히 수준있다. 크게 될 놈이다. 왜 우리랑 사진을 찍고 싶냐고 물어도 별 대답이 없다. 남편은 그냥 친절해 보이는 외국인이라 그런게 아닐까 하고 말한다. 글쎄... 쳐다보지 않아도 와서 악수하자고 하는 건 뭘까? 모르겠다. 

Thumbnail of 14-01-08.12-40-00.jpg [난디]

가게에서 커피 2잔을 마시고 산을 내려간다. 가게 할머니는 300 계단 내려 가라고 한다. 정말 그 즈음에 난디상이 보인다. 시바신이 타고 다니는 암소란다. 거대한 돌을 그 자리에서 그대로 깎아 검게 색을 입혔다. 볼 만하다. 

버스를 기다려 100번을 탔다. 201번과 다른 코스를 간다. 산을 내려가서 마을을 돌아 궁전 앞에 섰다. 동선이 딱 맞는다. 마이소르 궁전은 10년 전보다 10배가 올라 200이다. 그래도 보는 수 밖에. 맨발로 궁에 들어가 코스대로 돈다. 그림, 물건, 화려한 홀 등을 본다. 은이나 자개문, 상감 기법의 꽃 문양 돌 장식 등이 아름답다. 280kg 짜리 순금 옥좌도 있다. 마하라자의 삶이 어떤지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씁쓸한 것이 영국이 굴복시키고 지어 준 것이다. 

Thumbnail of 14-01-08.14-18-07.jpg [마이소르 궁전]

신발 맡긴 곳까지 한참 걸어야 한다. 뜨거운 바닥에서 똥을 밟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걸어야 한다. 새로운 문화체험이라 해야 할까. 이곳 사람들은 익숙하게 맨발로 다닌다. 다행히 오래 걸었어도 발은 별로 더럽지 않았다. 

릭샤로 관광청에 갔다. 주변 도시 투어는 운영할 수 없다고 한다. 10명이 정원인데 우리 밖에 없다. 내일 우리가 알아서 움직여야 한다. 자간 모한 박물관은 120이나 받아서 갔다가 들어가지 않았다. 

책에서 추천하는 식당 상하이에 갔다. 사천식 닭 볶음밥과 닭 촙수이를 시켰다.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다. 파삭하게 튀긴 면에 소스를 부어 먹는다. 제법 훌륭하다. 조미료 맛도 별로 안나고 값도 괜찮다. 내일 또 와야지!

릭샤로 버스 스탠드에 갔다. 내일 갈 스라바나벨라골라에 가는 방법을 물어 보고 우띠가는 표를 끊었다. 오늘 아침에 탄 버스와 같은 시간의 것이다. 아줌마가 경유하는 표를 끊어 주어 결국 우띠에 가는 인연이 되다니 신기하다. 큰 수퍼에서 우유, 아이스크림, 요거트, 타이거 밤을 샀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걸어서 숙소 부근에서 과일, 술 사고 5시에 왔다. 좋은 숙소라 쉬기에 좋다. 씻고 과일 먹는다. 속이 주황색인 멜론은 맛이 별로다. 포스터 맥주는 강하고 맛있다. 겨우 14 짜리 파스쳐라이즈드 우유는 환상적이다. 우유가 물값이라니... 남편이 힌디어 실전회화를 찾아내어 읽어 주는데 너무 재미있고 황당해서 한참 웃었다. 오늘은 일정을 5시에 끝내고 왔다. 9시에 잔다.

 

숙비 1,560(2일), 릭샤 4회 123, 수퍼 126, 아침 103, 상하이245, 버스 예매 680, 궁전 400, 과일100, 술85, 신발 보관 팁 20, 간식 20, 커피 20, 화장실 4

총 3,730

 

2014.1.9(목) 마이소르(스라바나벨라골라, 스리랑가빠뜨나)

Thumbnail of 14-01-08.17-44-54.jpg [매일먹는 파파야]

Thumbnail of 14-01-08.20-10-27.jpg [봄베이 티파니즈 호텔]

어제 일찍 자서 6시에 일어났다. 둘 다 밤새 싱숭생숭한 꿈들을 꾸었다. 밖이 시끄러운 탓인가. 파파야 반통을 아침으로 먹었다. 빨래 몇 개 널고 7시 20분에 나왔다. 걸어서 버스 스탠드 까지는 10분이다. 아침이라 쌀쌀하고 사람들이 적다. 빠뜨나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께랄라주에 사는 아저씨가 남편에게 말을 건다. 바닷가의 서핑할 장소들을 일러 준다. 싸이의 젠틀맨을 좋아한단다. 감자칩과 팝콘을 샀다. 요거 싸기도 하지만 담담하고 맛있는 간식이다. 차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탄다. 귀여운 아기를 데리고 탄 부부가 있어 한참 아기 구경을 했다. 시골길에는 차가 다니는 길의 바닥에 건초를 깔아둔 곳도 있다. 차의 무게에 납작하게 눌리기 만들려는 것인지 신기하다. 야자와 사탕수수, 야채들을 풍성하게 재배한다. 

2시간 반이나 걸려 11시에 빠뜨나. 터키에서처럼 차장들이 바로 떠나는 버스를 가르쳐 준다. 거대한 호수 주변에는 물고기도 판다. 나무로 터널이 만들어져 시원하다. 주변은 아름다운 시골 모습이다. 20 분 후 스라바나벨라골라에 도착한다. 뒷편에 돌 언덕이 보인다. 점심은 인터넷에 소개된 '라귀' 호텔 레스토랑. 도사를 주문할까 했는데 코즈메틱 브랙퍼스트를 추천하신다. 온갖 것이 다 나온단다. 150이나 해서 비싸지만 재미있어서 커피랑 시켜 보았다. 과연 신기하다. 코즈메틱이라기 보다는 '인도의 아침'이라 불러야 하겠다. 인도 아침식사의 종합선물 세트다. 도사, 이들리, 우터팜, 맛은 이들리스럽고 아이스크림 한 쿱 떠 놓은 듯한 파인애플 쌀떡, 쌀콩떡과 각종 커리류. 모두 맛이 담담하고 좋다. 바나나잎 위에 예쁘게 나온다. 토마토스프도 서비스로 준다. 커피와 맛나게 먹었다. 

Thumbnail of 14-01-09.11-09-25.jpg [라귀호텔 특별 아침식]

Thumbnail of 14-01-09.11-37-13.jpg [인드라기리 언덕 오르기]

입구에서 신발을 맡긴 후 바위를 오른다. 양말파는 사람도 있다. 아침 11시 반이라 돌바닥이 뜨겁지는 않다. 600 계단이라고 한다. 통짜로 100m 이상의 화강암산에 계단을 파서 만들었다. 주변이 아득한 평지라 우뚝 솟은 이곳이 신성할 만 하다. 이런 거대 바위는 처음본다. 게다가 공짜라니. 인드라기리 언덕 위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쉰다. 사원에 가서 노르스름한 물을 계속 맞으며 세례받는 아주머니 구경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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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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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나상

내부에는 자이나교의 석상들이 있고 가운데 거대 석상 고마떼스와라가 있다. 좌상은 불상와 비슷하다. 높은 수행자는 나체에 나막신, 빗자루 하나만 소지한다고 한다. 나막신은 개미라도 밟지 않으려고 면적을 줄이기위해, 빗자루는 쓸기 위해서 소지한다. 역사가 불교보다 오래되었다. 붓다가 출가 후 이 수행자들과 함께했던 것이 아닐지. 고행을 강조하는 수행을 한다고 하니 이 방식으로 하시다가 우유를 마셨을까. 12년에 한번 열리는 자이나교의 행사 때 이 마을에 100만명이 몰린다고 한다. 나중에 숙소에 와서 책을 보니 건너편 언덕에 있던 것이 찬드라굽타 바스티 사원이었다. 책을 두고 가서 별 것 아닌 줄 알았다. BC 3세기 다른 종교에 관대했던 아쇼카왕 때 세워진 것이다. 남편이 가 보자고 할 때, 나는 뻔한 사원일텐데 가지 말자고 했다. 좀 아쉽다.

내려와서 큰 코코넛 하나 먹고 버스로 빠뜨나. 바로 스리랑가빠뜨남 가는 버스를 탔다. 마구 졸며 간다. 음식에 대해 포기하고 온 남인도. 그런데 의외로 모든 음식이 입맛에 맞고 편안하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고 물가도 엄청 싸다. 괜찮은 여행이다. 지금 이 상황이 행복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건초나 사탕수수, 야채를 가득 싣고 차들이 지나 간다. 

1시간 40분 후 3시 20분에 버스 스탠드에 도착했다. 여름궁전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그냥 걷기로 한다. 나무가 우거져 1km 정도는 걸을 만하다.  노점에서 마지막 2개 남은 고추튀김을 5루피에 샀다. 남은 튀김 뽀시래기까지 다 주셔서 먹으며 걷는다. 

Thumbnail of 14-01-09.16-41-28.jpg [티푸왕 여름궁전]

궁은 입장료가 100이다. 현지인은 5. 억울해도 할 수 없다. 4시에 입장했는데 5시까지이다. 나중에 책에서 확인하니 100루피는 10년 전 가격이었다! 이제 조성하기 시작한 정원에 궁은 초록색 발로 다 가려서 좀 시시하고 이게 뭔가 싶었다. 마이소르 궁전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그런데 알고보면 마이소르 궁은 망한 후 영국이 지어준 것. 그것도 하이데르 알리가 와디야르 왕조를 물리쳤고 아들 티푸 술탄은 프랑스와 연맹까지 맺으며 끝까지 영국에게 저항하며 싸우다 죽었다. 그런데 영국은 와디야르의 후손에게 마이소르궁을 지어 주었다. 망한 왕조에게 떡을 던져 주고 협력하도록 한것이다. 

스리랑가빠뜨남은 알리가 1761년 도읍으로 삼아 '마이소르의 호랑이' 아들  티푸가 4차 마이소르 전쟁에서 죽은 1799년 까지의 수도이다. 동포의 배신과 외세의 힘에 결국 총을 맞고 전사한다. 정복당한 후 사살되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기상에 마이소르는 '까르나따까주의 자부심'이라 부를 정도로 주민들의 자부심이 크다고 한다. 이 궁을 '다리야 다울랏밧'이라고 부르는데 소박하고 작은 여름궁전이다. 나무와 회벽, 천장을 그림으로만 표현하여 꾸몄다. 상감 돌처럼 보이는 것도 다 그림이다. 영국과의 전투, 왕의 가족들 모습, 소박한 의자, 옷, 왕실의 생활 모습이 벽면 가득 세밀화로 그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싸우다 죽던 순간의 그림은 멋지고 안쓰럽다. 직접 전투에 나서는 왕이라니 대단하다. 진 후 아들 둘은 볼모로 잡혀간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이 마구 만져 벽 그림이 점차 훼손되고 있다. 100 이 전혀 아쉽지 않은 감동적인 장소였다.

Thumbnail of 14-01-09.18-31-10.jpg [펭귄레스토랑의 아이스크림 겨우 1500원]

걸어서 버스 스탠드로 와서 시내버스로 30분 걸려 마이소르. 상하이에 6시에 왔다. 막 문을 연다. 6시 반에 시작한단다. 펭귄 레스토랑에 가서 간단히 볶음면과 펭귄 스페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름이 재미있다. 50짜리 면은 그럭저럭 괜찮고 90하는 스페셜은 쿱 5개에 각종 넛트와 과일 등이 화려하다. 자체적으로 만드는 곳이다. 담백한 맛이었다. 

6시 45분에 상하이에서 스윗 사우어 피쉬와 칠리 새우를 시켰다. 인도화된 담담한 중국 음식이랄까 맛이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 외국에서 먹어 본 중국음식 중 최고다. 돼지 요리는 메뉴에서 싹 지웠다. 책에서는 먹을 수 있다 했는데... 지역 종교나 사람들과 문제가 있었던 건지 재료 수급에 어려움이 있던건지 모르겠다. 닭요리 뿐이다. 맥주사고 와서 과일을 먹었다. 겨우 30 짜리 수박이 꿀이다. 반통 씩 후딱 퍼 먹었다. 남편은 우띠 정보를 찾고 나는 9시 반에 잔다.

 

ATM 인출 10,000,  과자 30, 버스비 154+26+26+120+26 총 352, 신발 맡김 팁 10, 사원도네 20, 점심 200,  도네 10, 물 20, 저녁 340, 펭귄 R 140, 맥주 85, 입장료 200,   총 1405

 

2014.1.10(금) 마이소르 - 우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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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르의 무명식당의 고소한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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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소르의 무명식당

아침 6시에 일어나 일기를 쳤다. 달걀과 멜론을 먹었다. 작지만 토종알이라 맛이 진하다. 남편은 7시 넘어 일어났다. 숙소에서 따뜻한 물을 포트에 줘서 커피와 차를 만들어 담았다. 좋은 곳에서 잘 쉬었다. 걸어 가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아침을 먹는 작은 점포 앞에서 기웃거리고 쳐다 보았더니 와서 먹으라고 부른다. 우리도 앉아 같이 먹는다. 쌀가루와 각종 야채를 섞은 고소한 맛의 죽이다. 남편은 입맛에 맞는다고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이들리와 다양한 것들을 먹고 있다. 겨우 15. 차는 6이다. 도넛처럼 생긴 작은 것 5개를 싸달라고 했더니 소스와 함께 준다. 총 62. 최저가 식사이다.

버스 스탠드에서 감자칩을 사고 에어라밧 버스를 기다린다. 9시 30분에 와야 하는데할  50분이 되어서야 왔다. 사람들이 많아 거의 꽉 찼다. 그냥 타고 돈을 내기도 한다. 가다가 휴게소에 들렀다. 우리가 제일 일찍 화장실에 먼저 가서 돈 받는 사람이 없다. 둘 다 그냥 들어갔다. 도사 하나 먹고 출발. 호랑이 보호구역인 국립공원을 지나 간다. 겨우 원숭이가 보일 뿐이다. 졸다가 깨보니 산지를 올라가고 있다. 차 재배지와 거대한 나무 숲을 지난다. 아래가 아득하게 보이고 구름도 아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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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띠의 커머셜 로드

4시간 40분 만에 해발 2,200m 우띠에 도착한다. 2시 40분 이다. 시골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번화하다. 론리 추천 숙소인 스위까르에 간다. 중심지에서 약간 산지 쪽으로 올라간 호젓한 옛날 가옥이다. 앞에 당근밭이 있다. 안쪽에 작은 정원이 있는 방이 500 이니 괜찮다. 외국인들이 우르르 같이 들었다. 주인아저씨가 일사천리로 450짜리 트레킹 코스와 주변 지역을 설명한다. 토이 트레인 타는 시간과 돈도 알려준다. 우리 계획대로 쿠누르까지 1시간 타고 가서 버스로 돌아오라고 한다. 코친에 가장 빨리 가는 방법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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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과일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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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튀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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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3시 반에 나가서 기차역. 6시에 타기로 한다. 투어 오피스는 사람이 없다. 커머셜 로드를 따라 걸어 간다. 수제 초콜릿을 사서 먹으며(여기는 이것으로 유명한데 부드럽다), 시장으로 간다. 과일사고 빵집에서 크림, 팥소 페스츄리 2개를 샀는데 괜찮다. 겨우 20이다. 즉석에서 튀겨 파는 감자튀김집 사진을 찍고 한 봉지 샀다. 슬라이스 칼로 바로 떠서 기름 속에 넣는다. 옆집 스파게티집 아저씨가 자기도 찍으라고 한다. 여기서 먹은 매운 스파게티가 남편은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는 스파게티라고 한다. 콩고기와 야채를 넣어 작은 접시에 담아 주는데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 확 맵고 깔끔하다. 의외로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많은 곳이다. 

다시 투어 오피스. 겨우 사람이 왔다. 가격이 숙소와 같아서 남편이 숙소에서 하자고 한다. 뒷편 호수길로 좀 가다가 물이 너무 더러워서 돌아왔다. 제법 날이 쌀쌀하다. 버스 스탠드에서 숙소 주인이 알려 준대로 팔라카드 가는 시간을 알아 본다. 아침 7, 8시에 있다. 밤 늦게 코친에 갈 수 있다. 찐옥수수 하나를 샀는데 너무 여물어 녹말 맛 뿐이다. 다시는 외국에서 옥수수를 사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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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시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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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기차

기차역에 가서 6시에 가는 표를 5루피에 끊었다. 100년이 넘은 세계문화유산인 증기기관차를 타 보는데 겨우 85원 이라니... 1시간이나 타는데 놀라운 가격이다. 협궤열차인 작은 토이 트레인이 들어 온다. 영국 식민지 시절 차를 나르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 낡은 내부며 오래된 창이 박물관에 서 있을 법하다. 주로 퇴근하는 사람들, 수학여행 온 듯한 애들, 주민들과 함께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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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 열차

우리는 맨 끝칸에 올랐다. 다행히 많이 춥지 않았다. 작은 열차가 작은 굴을 지날 때 아아들이 비명을 지르며 신나한다. 옛날 우리 모습같다. 노래도 부른다. 얼굴을 밖으로 내밀면 더 재미있다.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열차라 이 가격일 것이다. 해가 넘어가고 하늘이 아름답게 붉어진다. 시속 35km 정도로 달리며 증기도 뿜고 기적도 울린다. 아마 기찻길 옆을 걷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인듯 하다. 조그만 간이역들과 아름다운 나무들과 마을, 차밭을 보며 즐겁게 귀여운 놀이동산용 같은 열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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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스위까르

55분 걸려 쿠누르. 왕복열차는 오늘 일정을 마치고 쉬러 간다. 쿠누르는 우띠보다 번화하고 정신이 없어 롤케잌 하나 먹고 버스를 탔다. 창이 열려서 춥다. 45 분만에 우띠 시장통에 내렸다. 반갑게도 망고가 보여 포도와 샀다. 스파게티집은 국수가 다 나가서 콩고기 소야만 판다. 국수 섞은 것보다 맛이 덜하다. 숙소 오는 길에 달빛이 밝다. 반달인데도 길이 환하다. 숙소에서 트레킹을 신청하고 달빛이 좋아 다시 산책을 나갔다. 맥주를 파는 곳이 문을 닫았다. 9시에 다시 숙소로 왔다. 아저씨가 모포를 더 주신다. 한적하고 조용하다. 옥수수는 정말 힘겹게 다 먹었다. 망고는 제철이 아니라 맛이 덜하고 시다. 더 안사서 다행이다.

아침 62, 점심 도사 40, 음료 50, 숙비 500, 과일 220(망고 80, 청포도 50, 몽키 바나나 30, 포도 60), 옥수수 10, 초콜릿 80, 감자칩 50, 스파게티 40, 빵32, 토이 트레인 10, 버스비 26,     총 1,120


2014.1.11(토) 우띠(우띠 주변 일일 사파리 투어)

모포를 주었는데도 밤새 아주 추웠다. 그래서인지 식인과 관련된 희한한 꿈을 꾸었다. 8시에 일어나 어제 남은 빵과 감자칩, 포도를 먹고 해안에게 생일 축하 전화를 했다. 내친 김에 엄마, 아버지께도 전화를 드렸다. 엄마는 설날 저녁 10시 20분 차를 끊어 놓으셨단다. 

우리가 오늘 할 트레킹에 대해 물어 보러 남편이 주인을 만나고 왔다. 호랑이가 출몰하여 리저브 지역에 다시 잡아 넣어야 하기 때문에 트레킹은 위험하여 취소되었다고 한다. 야생이 살아 있는 곳이다. 오히려 호랑이 보러 우리끼리라도 트레킹을 해야 할까. 그러다 호랑이 밥이 될라나... 그래서 사파리 투어 밖에 안된단다. 그거라도 할 수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날이 화창하고 정원에 꽃들이 화사하다. 새소리도 요란하다. 남편이 핫샤워를 하고 왔다. 불을 때서 끓여 주는지 아주 뜨겁다고 한다. 

9시 25분에 버스가 와서 우리와 이스라엘 커플을 픽업하고 우띠 일대를 1시간이나 돌며 곳곳에서 현지인들을 가득 태웠다. 출발하자 마자 미니버스가 휴게소에 들른다. 카레 페스츄리가 너무 맛있어서 3개나 샀다. 빵, 카레 라면, 과자를 합친 맛이다. 마쉬멜로와 들깨엿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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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사가르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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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처럼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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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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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기리 뷰포인트

짙은 녹색 라떼 빛의 오염 심한 사가르댐에서 사진 찍으라고 세운다. 물의 오염 정도가 가관이다. 오래 있고 싶지 않다. 원숭이도 먹을 것을 노리고 알짱거린다. 그 다음에 소나무숲에 내려 준다. 우리나라와 다른 종이지만 역시 상쾌한 냄새가 난다. 세번째 장소인 닐기리 뷰포인트는 언덕을 오르면 몽골같은 풍광이 나타나는 곳이다. 현지인들이 많다. 언덕 위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무가 부딪쳐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듣기 좋다. 평화로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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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카라 폭포냐 실줄기냐...]

파이카라 폭포는 400m 걸어가면 호수같은 곳의 물이 흘러 내려 떨어지는 곳이다. 1m 내외의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폭포라 부르다니 기가 막혔다. 귀여운 계곡 수준이다. 현지인들이 당근을 사먹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재밌다. 달고 맛있을 것 같다. 

Thumbnail of 14-01-11.16-20-00.jpg [공작]

버스로 열심히 달려 무두말라이 국립공원에 간다. 어이 없게도 우띠오는 길에 지났던 곳으로 거리도 멀다. 다시 그곳까지 돌아가다니... 공원 입구에서 점심으로 비리야니와 밀즈를 먹었다. 무제한 음식을 날라 준다. 먹은 후 목이 말랐다. 밀즈는 별로다. 국립공원 안에 버스를 주차하고 우리는 표를 끊고 사파리 버스를 탄다. 45분 동안 사슴, 코끼리, 공작, 물뱀, 바부원숭이를 보았다. 표범, 호랑이, 곰 등이 있다지만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사슴은 꽃사슴 모양에 색이 더 진하다. 

다시 버스로 긴 거리를 돌아 온다. 850m 에서 출발하여 2,000m 이상의 우띠로 7시 반에 돌아 왔다. 숙소 앞에서 내려 걸어 가서 소야를 먹고 감자칩, 파파야, 수박, 초콜릿, 유기농 닐기리 티, 칠리 치킨, 큰 고추튀김, 타밀나두 맥주 '블랙 펄'을 샀다. 맥주는 진하고 풍미가 좋다. 과일가게 아저씨가 골라 준 과일은 모두 맛있었다. 내일은 장시간 이동이다.

숙비 500, 투어버스비 500, 사파리, 카메라피 295, 점심 165, 물 20, 차 20, 저녁 40, 감자칩 50,과일80, 차 250, 칠리 치킨 80, 고추튀김 15, 초콜릿 95
총 2,110


2014.1.12(일) 우띠 - 코임바토르 - 에르나꿀람 - 코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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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새벽의 버스스탠드 - 입김 나온다]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작은 파파야 2개와 망고를 자른다. 파파야는 먹고 남은 포도와 망고는 봉지에 담았다. 망고는 제철도 아니고 샐러드용인지 시다. 먹을 것을 작은 가방에 담고 짐을 쌌다. 날이 추워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껴 입어도 춥다. 14도 쯤 될라나...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다. 입김이 나온다. 

6시 35분에 나가서 팔라카트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목도리에 숄을 두른 사람들이 많다. 웬 차 한대가 오더니 그리로 사람들이 몰려 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상해서 물어 보니 오늘은 팔라카트행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코임바토르 가는 차에 사람들이 몰려가 탄 것이다. 아예 영어 글씨도 없는 차다. 

앞자리 2인용에 앉았다. 기사님도 옷을 잔뜩 껴 입었다. 추워서 웅크리고 있다가 해가 비추어 따뜻해진다. 해가 유난히 반갑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심한 헤어핀 코스, 거의 꽈배기나 리본처럼 꼬였다. 운전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좁은 길을 교행하는 광경은 거의 묘기에 가깝다.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많은 원숭이들이 개의치 않고 길에 몰려 있다. 로드 킬되는 동물은 없다. 휴게소에서 만두 모양의 튀김, 고추튀김류를 3가지 샀다. 어제 산 감자칩도 먹고 순 기름진 음식들이다. 평지에 와서야 껴 입었던 옷을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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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바토르의 도사집]

코임바토르까지 3시간 반이 걸려 10시 40분에 도착했다. 코친가는 차는 11시 반에 있다. 남편이 버스 스탠드 건너편의 식당에서 도사를 시켰다. 상 위에 바나나잎만 깔고 음식을 그 위에 얹어 준다. 삼바르, 처트니 등의 소스를 손으로 섞어 먹는다. 바나나잎은 다 쓰고 말아서 버리면 된다. 도사 안에 생양파가 많이 들어 있어 맛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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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마운틴?]

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승객들이 가득 차서 서있는 사람도 있다. 탄 차는 께랄라주의 버스, 가려고 했던 팔라카트도 이 주에 속한다. 인도에서 가장 살기 좋고 소득이나 평균 수명, 교육 수준이 높은 州로 현재 좌파 민족전선이 집권하고 있다. 1957년 부터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어서 가끔 붉은 깃발도 보인다. 시골도 집과 상점들이 단정하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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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서 표사는 엄청난 인파]

에르나꿀람은 대도시이다. 차장 아저씨가 내리라는 곳에 내려서 경찰에게 물어 보아 버스를 탔다. 여성은 앞 쪽에 남자들은 뒤에 않는다. 제티에 내려 승선장이 갔더니 표를 끊으려고 길게 줄을 서있다. 여자와 남자 줄이 따로다. 덥고 습해서 땀이 줄줄 난다. 아침에는 춥고 오후는 덥다니 신기한 날이다. 줄이 길어서 배도 한번 놓쳤다. 30분 후 다음 배가 있다. 

기껏 기다리다가 내 앞에  단 몇명이 남아있는데 창구를 닫아 버렸다. 반대편으로 사람들이 뛰길래 같이 뛰어 가서 줄을 섰다. 코친항 가는 표를 파는 곳은 아니지만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다른 지역 가는 표를 같은 가격으로 끊어서 타도 된다고 한다. 코친항 가는 곳 앞에 서 있다가 문이 열렸다. 그 표로는 못 탄다고 새로 끊어 오라고 한다. 또 긴 줄을 서서 끊으라니... 배는 또 놓치고?  표 파는 아저씨가 타도 된다 했다고 우기며 계속 조르니 그냥 태워 주었다. 창구가 닫혀도 기다렸다가 그곳에서 표를 끊어야 했다. 더운데 전쟁터처럼 표를 사게 해 놓아서 번거롭다. 줄이 빨리 줄어 들지도 않는다. 

다행히 배는 쾌적하다.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도 보이고 대형 배들이 많이 있다. 이스탄불의 바다같은 느낌도 든다. 확실히 께랄라 주는 번듯하게 느껴진다. 인도 같지가 않다더니 정말 그렇다. 

15분 후 코친 항에 내려 슬슬 걷는다. 하루 만에 이곳에 온 것이 신기하다. 길가의 한 숙소에서 아저씨가 들어오라고 불러서 가 보았다. 좀 시끄럽지만 400 루피이다. 삐끼 릭샤 기사와 바닷가 주택 단지의 썬샤인 홈스테이에 왔다. 이층 넓은 방을 700에 들었다. 바닥을 맨발로 다니고 부엌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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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장의 해산물]

씻고 나와서 바닷가에 해물 파는 좌판에 갔다. 사서 부근 식당에서 요리 해달라고 하는 곳이다. 게, 각종 생선, 문어, 새우 등이 있다. 기대했던 것보다 종류도 적고 장소도 협소하여 시시하다. 타이거 새우 1kg이 700 이란다. 머리 잘라 놓은 새우를 500 부르는 것을 400에 샀다. 숙소에서 프라이팬에 올려놓고 가져 온 소금을 쳤다. 방에 와서 먹어 보니 간이 하나도 안 배었고 우리 나라 새우처럼 진한 맛이나 단맛이 없이 밍밍하다. 할 수 없이 초장을 꺼내 찍어 먹었다. 남편은 이렇게 먹으니 아깝다고 한다. 해산물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 그것 때문에 해 먹는 용기를 가져 왔건만... 게다가 코친은 정신없이 번잡하고 사람도 많다. 중국식 어망은 장식처럼 보인다. 새우를 먹고 술 사러 나갔다가 상점의 줄이 길어서 안 샀다. 

바닷가를 잠시 구경 했다. 쓰레기 더미도 많고 상상과 많이 다르다. 바에서 킹 피셔 맥주 하나를 마시고 숙소에서 목욕 하며 빨래를 하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에어컨을 켜면 1,000을 받아야 한단다. 별 설명도 해주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그냥 더 내기로 했다. 많이 덥고 습한 곳이다. 이곳 주변에 가옥은 완전히 서양식이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지방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로 인도의 다른 곳과 다르다. 에어컨을 켜서 시원하다. 빨래를 널어 놓았다.

아침 48, 버스 56+159, 2인 430, 점심 75, 음료 55, 숙비 2,000, 릭샤 30, 술 140,아이스크림,물 50, 새우 400,      총 3,230


2014.1.13(월) 코친

남편은 아침 일찍 일어나고 나는 7시 일어났다. 침대가 포근해서 잘 잤다. 냉방을 틀고 선풍기도 있어서 덥지 않았다. 빨래하고 8시 반에 나간다. 오랜만에 신발과 작은 가방도 빨았다. 바닷가로 나가서 중국식 어망에서 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았다.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끌어 올리는 것에 비해 잡히는 고기는 미미하다. 여러번 반복하여도 양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무거운 돌을 매달아 옛날 방법으로 잡는 모습이 멋지다. 그물의 형태가 예술적이고 아름답다. 단연 코치의 상징이 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모은 물고기가 반 양동이도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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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어망으로 잡은 미미한 생선들]

코치 포트에서 배로 바이핀 섬에 간다. 5분 거리 밖에 안된다. 배는 15분 간격으로 자주 있다. 가히 동양의 베니스라 할만큼 이곳은 베니스 와 비슷하다. 9시 반에서 내려 부두 로컬 식당에서 국수처럼 생긴 걸 발견했다. 쌀을 가는 국수 모양으로 뽑아 커리에 비벼 먹는 것인데 '이디아 빱'이라고 한다. 이들리도 우리나라의 술떡 맛이나서 약간 시큼하다. 코코넛 처트니와 함께 먹는다. 현지인들이 우리를 보고 재미있어 하며 음식 이름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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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핀섬의 중국식 어망]

맛있게 먹고 중국식 어망 있는 바닷가를 걸었다. 코친보다 조용하고 깨끗한 어촌이다. 바다도 더 깨끗하다. 마을 길로 접어들어 잘 사는 집들의 모습을 구경한다. 버스를 타고 북쪽 해변으로 가볼까 하다가 15 킬로미터나 된다고 해서 포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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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체리궁전]

다시 코치에 돌아와서 릭샤로 마탄체리궁에 갔다. 부둣가가 많이 막혔다. 마탄체리궁은 포르투갈이 라자에게 선물한 소박한 궁이다.  신화의 내용을 담은 벽화 그림이 특히 아름답다. 께랄라 마하라자 가족들 사진이 흥미롭다. 간디처럼 아래에 룽기만 두르고 살았다. 금 장신구를 좀 했다 뿐이지 라자 같지 않다. 여자들도 어깨가 다 드러나 가슴부터 가리는 옷을 입었고 아이들은 거의 벗고 산다. 더우니 옷 입기도 힘들었을 거다. 

오백년 된 유대인 시나고그는 광동성에서 1762년에 가져 온 청화 타일 바닥이 인상적이다. 손으로 그려 구워 그림이 조금씩 다르다. 비교하면서 봐도 재미있다. 같은 장면을 조금씩 다르게 그린다. 남편이 감기에 걸려서 힘들어 하여 회당에 앉아 쉬다가 노점의 과일을 사고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티벳 식당에서 모모 스프와 툭파, 큰 만두 파오를 먹고 1시에 들어와 쉰다. 국물 요리를 먹어 남편의 감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비타민을 먹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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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성당 - 바스코 다 가마가 묻힌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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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산타크루즈성당]

4시에 일어나 정리하고 나간다. 버스 스탠드에서 알라뿌자 가는 걸 물으니 뉴브릿지에서 갈아 타면 된다고 한다. 복잡하게 배를 타고 에르나꿀람에 안가도 된다. 옆에 있는 까따깔리 공연장에서 표를 끊고 프란치스코 성당에 갔다. 바스코 다 가마가 죽어서 12년간 묻혀있던 곳이라 무덤 자리가 있다. 옆에 있는 산타크루즈 성당은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정해진 시간에만 문을 여는데 딱 시간 맞춰서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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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따깔리 공연장의 분장 시간 - 종이로 턱선을 만드시는 중]

4시 40분 쯤 공연장에 도착하여 배우가 분장하는 모습을 구경한다. 섬세하게 생긴 작고 가는 대나무로 얼굴을 칠하고 있었다. 쌀가루 등을 이용한 천연 물감이라고 한다. 한시간 분장을 구경한 후 까따깔리 공연을 한다. 중국 경극의 영향을 받았다지만  표정과 눈알, 손의 움직임으로 감정과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 재밌고 놀랍다. 우리나라 창극을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토막을 보여주는데 북과 소리꾼, 무용이 어우러진다. 내용을 잘 모르니 표정과 몸짓 만 본다. 끝나고 같이 기념 사진을 찍은 후 무술 공연을 본다. 마지막으로 여성이 아이를 재우는 것을 마임식으로 보여주는 께랄라 고유의 무용 공연을 하고 끝났다. 특이하고  재미있었다. 표정이 그렇게도 다양한 인간의 감정 상태를 보여 준다니 신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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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공연]

공연 후 부둣가의 식당과 가게를 기웃거린다. 책에 나온 엘리트 호텔 식당은 인기가 없어 보인다. 숙소에서 가까운 'Talk of the town' 레스토랑에 갔다. 아주 strong 하고  spicy 한 생선 커리와 강한 칠리 스퀴드를 주문했다. 코코넛 밥으로 충분 할 줄 알았더니 생선 커리가 짭짤해서 밥을 더 주문 했다. 커리의 첫 맛은 짠것 같았는데 고소하고 깊은 맛이 있다. 향신료 잔치의 맛이다.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는다. 감기가 도망갈 것 같다. 오징어도 양이 푸짐하고 맛있었다. 더운데 땀은 많이 흐르고 모기는 물고,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바짝 기운이 돌아 열심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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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얼결에 구경했다 - 대박 신기한 밤에 낚아 온 생선경매시장]

하드를 사 먹으며 달이 많이 차올라서 중국식 어망이나 한번 더 보자며 바닷가로 갔다. 불빛 때문에 달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가 저녁 참치 경매를 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았다. 작은 배가 1미터 정도 크기의 참치들을 계속 날라 오고 즉석 경매를 한다. 크고 싱싱하다. 지느러미가 손을 들고 있는 것처럼 빳빳하다. 1미터 짜리 청새치도 있고 작은 고기를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코친 포트 앞에서 수박을 더 샀다. 더워서 수박을 많이 먹게 된다. 구경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했다. 남편은 시나고그 앞의 향신료 가게에서 산 시나몬, 계피, 클로브를 끓여 왔다. 30 루피 어치를 골라 담아 온 것인데 감기약용 차로 마시려고 샀다. 맛은 우리나라 것보다 싱겁고 클로브 향이 강하다. 수박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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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숙소 썬샤인 홈스테이]

아침 59, 배 왕복 12, 릭샤 100, 과일 230, 입장료 2회 20, 점심 280, 저녁 470, 공연 800,물과 하드 70,     총 2,040 


2014.1.14(화) 코친 - 알라뿌자

숙소에서 짐을 챙겨 8시 50분에 나왔다. 버스 스탠드에서 뉴브릿지에 가는 냉방차를 9시에 탔다. 이 차는 비싸서 사람들이 덜 타는 편이다. 냉방이 세다. 25분 후 뉴브릿지에서 내려 물어 보아 알라뿌자 가는 차를 9시 45분에 탔다. 창문이 없어 시원하게 달린다. 3인 좌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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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끼와 레몬듀에 오다]

1시간 반 걸려 11시 15분에 알레피. 바르깔라 가는 버스는 이미 10시 반에 떠났다. 오늘은 수로 구경을 하고 하루 알레피에서 쉬기로 한다. 남편 감기도 심하다. 책에 있는 쉬바 로지를 가려다 삐끼를 만나 'Lemon dew'에 왔다. 600이다.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보트를 어떻게 탈까 돌아 다니며 알아보고 있는데 그 삐끼를 또 만났다. 2시간에 800을 내면 여러 곳을 다닌다고 한다. 남편의 상태가 많이 안좋아 보여서 일단 거절하고 버스 스탠드 옆 식당에서 밀즈와 닭 볶음면을 시켰다. 밀즈는 괜찮았지만 면은 종업원이 주문을 잘 못해서 그냥 베지면이 나왔는데 맛이 없다.

인포에서 배 정보를 물어 보았으나 2시간에 1,000 이다. 비싸다. 꼬따얌까지 2시간 반 걸리는 배를 타고 가볼까 하다가 멀어서 포기하고 주변부에 가는 배의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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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뿌자 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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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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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정류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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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주변]

수로의 물 상태는 꽤 지저분하다. 혹옥잠과 물배추가 떠 다닌다. 좁은 수로 주변에는 빨래하고 목욕하며 집이 가까이 있어 생활하는 모습이 다 보인다. 비싼 하우스 보트들과 사설 보트도 많다. 물바람이 시원하다. 좁은 수로의 양쪽으로 간척한 논이 펼쳐져 있어 논 사이를 수로가 약간 높은 상태로 지난다. 점점 넓어져 광활한 호수가 나타난다. 멀리 고급 리조트도 보인다. 왕복 1시간 반이다.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시원해서 꽤 볼 만하다.

내려서 맥주파는 곳을 찾아 걷다가 붉은 바나나를 보았다. 떨떠름하고 밥같은 맛이다. 동그란 포도를 사고 한참 걸어 시장통으로 간다. 술 파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제과점에서 아이스크림 2개를 샀는데 남편이 벗기다가 중간이 부러지면서 바닥에 떨어 뜨렸다. 많이 녹아 있어 힘이 없다.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새 것을 내어주신다. 새로운 뒷길을 찾아 숙소에 2시 반에 들어온다.

쉬다가 5시 반에 나간다. 코친보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물바람 때문인지 더 서늘하다. 소고기 음식을 먹으려고 원래 가려던 시바 롯지 식당을 찾아서 다리를 건너 걷는다. 더 한적하고 차가 적은 길이다. 식당은 운영하지 않으니 옆의 호텔식당으로 가라고 한다. 어두운 길을 지나 호텔의 입구에 가니 사람들이 좀 있다. 남편이 고대하던 Bar도 있다. 룽기를 입은 작고 귀여운 할아버지 두분이 쌍동이처럼 나란히 손짓으로 어서 들어가 보라고 한다. 정말 귀여우셔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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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스촨 커리 - 돼지고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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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말라스 레스토랑]

식당 안은 번듯하고 근사하다. 먼저 킹피셔 스트롱을 마신다. 신기하게도 음식에 소, 돼지, 양이 다 있다! 불교도이거나 크리스챤인가? 게다가 술까지 있다니! ' 코말라스 호텔' 이름도 신기해서 남편의 콧물이 다 마를거라고 했다.  돼지 쓰촨요리, 코코넛 비프, 닭 빠꼴라와 밥을 시켰다. 양이 많이 나온다. 정통 쓰촨식에 근접한 돼지요리가 나왔다. 많이 맵지만 요리들이 맛있다. 우리나라 음식보다 매워서 남인도 요리가 완전히 승리다. 어제는 그래도 견디며 먹었지만 오늘은 물까지 시켜 가면서 먹었다. 의외의 맛집이었다. 배가 계속 아픈데 또 매운 걸 먹어서 더 탈이 날 것이다. 

역시 여행이 보름 정도 지나니 별로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그래서 고기나 먹었으면 했는데 괜찮았다. 수로를 따라 달을 보며 돌아온다. 거의 만월이다. 물에 기름기가 있어 수로에 비친 달은 별로였다. 9시에 숙소에 와서 씻고 잔다.

버스비 40+70, 110, 숙비 600, 점심 190, 저녁 585, 과일 40, 아이스크림 50, 물 20, 보트 왕복28,     총 1,720


2014.1.15(수) 알라뿌자 - 바르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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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리,이디야팜,콩커리,빠로따]

어제 일찍 자다 밤 2시반에 일어나 일기를 쳤다. 선풍기가 시원하고 모기도 없다. 4시 10분에 다시 잤다. 8시 다 되어 일어나 닭 빠콜라와 포도를 먹고 아침 먹으러 나간다. 어제 점심 먹던 식당에서 이디아빰, 이들리, 아빰과 찬나 맛살라를 시켰다. 쌀전인 아빰이 맛있다. 이디아빰이 작게 나온다. 오늘도 역시 커피를 주문했는데 차를 준다. 정신이 깜박하시는 듯하다. 밥먹고 들어 오니 8시 50분이다. 뒷길로 동네 구경, 남의 집 마당 구경하면서 가서 지루하지 않다. 시간이 넉넉하여 씻고 쉰다. 확실히 코친보다 시원하다. 

다시 뒷길로 걸어 가서 10시 15분에 버스 스탠드에 가니 바르깔라 가는 버스가 오늘  고장났다고 한다. 깔람바람에서 갈아 타라고 종이에 적어 둔 것을 전해 준다. 트리반드룸 가는 정말 복잡한 버스가 왔다. 남편이 다음 버스 타자는 것을 그냥 빨리 가자며 뒷문으로 올라 탔다. 사람들이 꽉꽉 눌려 가며 오른다. 뒤에 서 있다가 배낭을 뒷편에 놓았다. 잠시 후 아저씨 한분이 내게 자리를 양보해 준다. 남편도 내 뒤에 앉게 되어 그런대로 갈 만하게 되었다. 사람이 많이 내려도 또 잔뜩 타서 옆 아주머니의 무릎 앞으로 까지 한 아주머니가 끼어 들어 와서 선다.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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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풍경]

수로를 따라 배로 8시간 걸린다는 꼴람을 지나 깔람바람까지 3시간이 걸렸다.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바르깔라 시내에 간다. 앞 버스와 우리 버스가 노선 경쟁을 하는지 앞 차가 심하게 진로 방해를 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손님들을 다 끌어 모아 태운다. 싸움이 벌어지거나 사고가 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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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에서 본 바르깔라 해변]

내려서 릭샤를 타는데 80이나 부른다. 바르깔라 클리프에 내려 몇 군데 숙소를 둘러 본다. 바다 전망은 1,300 정도. 결국 700 짜리 길 뒷쪽의 샬레 비슷한 독채 숙소에 들었다. 남편이 보라카이 숙소가 연상된다며 여기가 좋다고 한다. 작은 베란다에 의자도 있고 방과 화장실이 휑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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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깔라 해변]

Thumbnail of 14-01-15.16-51-53.jpg [해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귀중품 가방을 챙긴 후 절벽 아래로 간다. 사진보다 장관이다. 아래는 파라솔 장사 외에 아무 것도 없다. 고아와 달리 잡다한 바, 식당 등 장사치들이 없이 운영되는 것이 신기하다. 깔끔해서 진짜 해변같다. 기대 이상으로 멋지다. 모래는 흰빛과 잿빛이 섞여 있다. 

처음에는 구름이 끼어 모래 위에 앉아 있을 만 했다. 곧 해가 나와 뜨겁다. 파라솔 하나를 빌렸다. 남편과 교대로 물에 들어가 놀기로 하고 먼저 갔다. 멀리 가 보지도 못하고 두 번이나 파도에 푹 들어가서 도로 나왔다. 남편에게 들어가라고 했다. 한참 놀고 나온 남편과 파라솔 아래서 얘기하다가 물에 들어간다. 파도를 타며 잘 놀았다. 웬만큼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 큰 착각이었다. 남들이 물벼락을 맞아도 한동안 별일 없었다. 갑자기 큰 파도가 와서 휩쓸려 들어가 몸이 뒤집혀 겨우 일어 났는데 안경이 사라졌다! 세상에... 계속 파도는 세게 치고 어쩌란 말인가? 보이지도 않고 큰일이다. 

해변으로 터벅거리며 나오니 백인 할아버지가 안경을 쓰고 들어가지 말았어야지 왜 그랬냐고 한다. 글쎄... 왜 그렇게 괜찮을 거라고 자만을 했을까... 어이가 없다. 앞이 잘 안 보인다. 해변에 서 있는 Life guard 에게 말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잃어 버린다고 한다. 언제 그랬냐고 해서 5분 쯤 됐다니까 50% 정도의 확률로 그 자리 부근에 밀려올 수 있다고 한다. 혹시 발견하면 날 부르라고 말하고 파라솔로 왔다. 남편도 찾아 보러 갔다. 파라솔 빌려주는 아저씨에게 내 사정을 몸짓으로 말하니(말을 잘 못해서 벙어리 인 줄 알았었다. 단지 영어를 못하시는 듯하다) 역시 몸짓으로 절벽 위에 가면 150에 살 수 있단다. 눈이 안보인다는 시늉을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오토바이 타는 모습, 눈을 벌려 렌즈 넣는 시늉, 바다로 한번 떠내려 간 것은 안 오니 포기하라는 몸짓, 걱정 말라는 손짓까지 다 수화 형태로 대화가 자연스러운 거다! 

서로 웃고 헤어지며 나도 해변에서 안경보면 연락 달라고 한다. 12년 전 인도에서는 머리를 깎였고 이제 바르깔라의 아라비아해에 안경을 바치다니... 두 번이나 물에 빠져가며 허우적 거릴 때 깨달았어야 했건만 졸지에 ' Cast away'의 배구공 윌슨을 떠나 보낸 심정이 되었다. 안경이 자유를 얻고 싶었나... 어딘가로 계속 항해 중일 텐데... 남편은 인도에서 안경을 맞추면 된다지만 그러기는 싫다. 다행히 존 레논이 쓰는 것 같은 도수 있는 썬글라스가 있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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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해 저물 때까지 놀다가 물에 있기가 좀 추워져 절벽 위로 올라 온다. 숙소에 와서 씻고 빨래한다. 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썬글라스를 쓰고 나온다. 길이 어둡게 보여 더 시골스럽다. 수제 은반지점에서 구경하고 작은 알의 반지 가격을 물으니 흥정해도 1,000이나 한다. 비싸서 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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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생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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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난 생선 탄두리구이 300Rs]

식당가를 구경하며 빵과 치즈케잌도 사고 생선들이 진열된 것을 구경한다. 1m 길이의 청새치를 자른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조각내어 탄두리 화덕에 굽고 샐러드와 난을 곁들여 나온다. 2인분 분량의 꽤 많은 양이 멋들어지게 나오고 맛도 훌륭했다. 주문한 커피도 맛있다. 살짝 간이 된 청새치의 원래 색은 붉었다. 맛은 참치보다 부드럽고 퍽퍽하거나 느끼하지 않다. 아침 밖에 안 먹었는데 배 부르게 잘 먹었다. 

마을 끝까지 벼랑을 따라 걸어 보자고 했다. 간단한 형태의 마을이 아니다. 계속 길게 이어진다. 내리막길이 나타나 다시 돌아온다. 이렇게 길 줄 몰랐다. 보름달이 나왔다가 구름 속에 들어갔다. 더워서 씻고 쉬며 빵을 다 먹었다. 치즈케잌은 거의 요구르트 케잌이다. 바르깔라는 특이한 지형 덕분에 유명해질 만한 곳이다.

아침 82, 차비 190+18= 208, 릭샤 80, 파라솔 150, 음료 35, 물 35, 소다와 에페스 70, 저녁340,숙비 700,   총 1,702


2014.1.16(목) 바르깔라 - 꼬발람

자다가 1시에 일어나 일기를 친다. 낮에 타서 그런지 계속 더웠다는 남편은 이제 좀 시원해졌다며 잠이 든다. 잤다가 4시 경에 또 깨어 후반기 일정을 짰다. 

6시 반에 해변에 내려가서 혹시 안경이 밀려왔나 찾아 본다. 이른 아침부터 수영, 조깅, 요가를 하러 나온 사람들이 있다. 해변에는 밀려온 것이 거의 없이 깨끗하다. 이 거센 파도는 모든 것을 빨아들여 바다로 끌고 가나 보다. 어딘가에는 밀려 온 것들이 모이겠지... 쓰레기섬 같은 곳까지 가려나.... '안경의 여행'이라는 동화를 써봐도 되겠다. 위기는 기회, 이번 기회에 동화 작가로? 안경이 고래 배에도 들어가 보고 그런 걸로... 피노키오 비슷해지네... 만에 하나 안경이 해변으로 밀려 왔다고 해도 파도와 모래에 손상되어 쓸 수 없을 거다. 그냥 아침 풍경을 보러 산책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 밤새 파도 소리가 거세게 들려서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파도가 이 정도이니 쓰나미는 얼마나 무서울까 싶다. 어제 우리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놀고 온 것이 다행이다. 안경은 잃어버려도 되지만 남편은 잃으면 안되니까. 아침에도 파도는 꽤 거셌다. 어제 밤 론리에 보니 바르깔라의 파도는 거세기로 유명해서 위험하니 조심하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을 읽지 않았었다. 별게 다 후회가 되네...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서양식 아침을 제공하는 곳이 2군데 정도 있다. 어제 늦게까지 음악소리가 시끄럽더니 역시 아침은 늦다. 브랙퍼스트 뷔페를 제공한다는 곳이 200 씩이나 받는다. 인도와 서양식 아침과 음료, 샐러드 정도이다. 물가로 치면 생선요리 값이 가장 싸다고 해야 할 판이다. 

아침 8시에 남편이 일어난다. 내가 짠 일정을 브리핑해 주었다. 2일 정도 여분의 시간이 있는 일정이라 마음에 드는 곳에서 더 쉬면 된다. 9시가 좀 넘어 어제 주인에게 받지 못한 돈을 여주인에게 받고 남편이 코발람 가는 교통 편을 물었다. 10시에 템플 정션에서 차가 있다고 해서 부지런히 걸었다. 해가 무척 따갑다. 이쪽 해변은 사두들이 뿌자의식을 해주고 있다. 바르깔라는 힌두인들에게 유명한 성지이다. 9시 30분 경에 도착하여 물으니10 분 후에 차가 온단다. 정류장 앞의 식당에서 빨리 아침 먹고 가자면서 이디아빰과 도사를 시켰다. 도사 아니다. 쌀전 아빰이었다. 영 맛이 없다. 급하게 쑤셔 넣다시피 먹고 차를 덜 마셨는데 벌써 버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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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반드룸 가는 냉방 버스]

얼른 마시고 올랐다. 그런데 코발람이 아니라 트리반드룸 가는 차다. 가서 갈아 타란다. 다행히 비싸지만 시원한 냉방차다. 차비를 내고 출발하고 나니 남편이 숙소에 시계를 두고 왔단다. 침대 위에 던져 두었는데 시트가 알록달록해서 눈에 안 띄었다. 무척 아쉬워 한다. 내려서 다시 갈까 생각도 했으나 있으리란 보장도 없어서 포기했다. 그래도 스위스 스와치 시계인데 오래 전에 주운 것을 남편이 잘 쓰던 것이다. 좀 아깝다. 주변을 다 잘 살폈는데도 얼룩덜룩해서 보호색을 띠어 발견하지 못했다. 가끔 멈추는 내 시계에 의존해야 하다니... 바르깔라는 원치 않지만 운명적으로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배우게 해준다.

트리반드룸까지 2시간 정도, 이곳은 께랄라 주도답게 반듯하고 깨끗하다. 우리나라의 중소도시 같다. 버스 스탠드에 내려서 조금 가다가 코발람 가는 냉방차를 탔다. 12시 넘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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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채 그대로 - 기품있고 전통적인 대박 숙소]

해변으로 가는데 한 아주머니가 자기 숙소에 와 보란다. ' 암발라틸 하우스'라고 한다. 잠깐 구경이나 하고 가자는 생각에 들른다. 콘도미니엄 같은 아파트 독채 형태의 깨끗하고 고급스런 숙소이다. 분위기도 앤틱해서 사프란 볼루처럼 장롱문과 화장실 문이 셋트다. 넓은 거실 겸 주방에 바다가 보이는 베란다가 2개이다. 시트도 풀을 먹였는지 빳빳하고 휴지에 거대한 타올이 두장. 가격은 놀랍게도 1,000이란다. 그것도 싼데 800에 흥정하여 들어왔다. 여기가 성수기에 그리 비싸다는 코발람인데 이 가격이라니... 2층이라 시원하고 그릇들과 냉장고도 다 구비된 숙소라서 이틀 있기로 마음을 바꿨다. 바로 옆에 고급 호텔이 나란히 있는데 같은 위치에 우리 방이 있다. 씻고 잠시 쉬다가 아직 해가 너무 뜨거우니 마을 구경을 먼저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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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해변]

바닷가에 내려가 보았다. 이 지역이 숙소가 비싸다는 하와해변이다. 해변의 크기가 작고 현지인들이 많아 외국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옆의 라이트 하우스 해변 쪽에 모여 있었다. 숙소도 많고 더 넓은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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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나 레스토랑 빠꼴라]

햇볕이 자글자글 너무 강렬하게 비친다. 모래도 뜨겁고 훅한 열기에 옷 입고 걷기도 힘들다. 벗으면 구이가 될것 같다. 파도도 세다. 파라솔과 서핑 보드가격을 미리 확인하고 산타나 R에 갔다. 바다 전망의 맨 앞에 앉으면 시원하다. 남편은 파도나 모습이 예전의 동해안 같단다. 맥주를 마시고 피쉬 빠꼴라와 피쉬 볶음밥을 시켰다. 상대적으로 싸고 어제 밤 남은 생선을 정리하려면 이 선택이 탁월하지 않을까? 남은 재료를 충분히 썼는지 역시나 푸짐하고 맛도 좋다. 볶음밥에 생선이 잔뜩 들어있다. 빠꼴라도 부드럽고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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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등대가 3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남은 시간에 주변 동네를 돌았다. 복잡한 미로처럼 펼쳐진 골목은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갈 크기. 야자와 바나나 등의 나무가 울창하여 시원하다. 사이사이에 가게들이 펼쳐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외국인들이 마치 자기 마을처럼 편한 얼굴로 물과 먹을거리를 사서 걸어 다닌다. 국제 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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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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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위에서]

시간 맞춰 등대에 갔다. 3시에서 5시 까지만 문을 연다. 동그란 계단을 한참 오르면 마지막에 일직선 철계단이 있다. 위는 전망이 너무나 좋다. 주변 지형이 한눈에 들어 온다. 망망대해 아라비아해, 초승달 같은 하와, 등대 해변과 또 다른 작은 해변, 빽빽이 펼쳐지는 야자수의 숲이 멋지다. 물은 짙은 에메랄드 빛이다. 

내려와서 숙소로 온다. 쉬다가 간단히 돈만 챙기고 해가 약해지는 4시 반에 나갔다. 등대 해변에서 인사해 두었던 문아저씨에게 보드를 빌리고 그 옆자리에 싸롱을 펼쳐두고 자리를 마련했다. 아예 짐 좀 봐달라고 맡기고 바다에 들어간다. 겨우 500과 시계 정도를 들고 왔지만 신경이 쓰여서 짐을 계속 확인하게 된다. 파도가 높다. 

보드를 타는 인도인이 젊은이에게 가르쳐주는 걸 눈치껏 보았다. 파도가 하얀 포말을 보이기 시작할 때 해변을 향해 서 있다가 타면 함께 얕은 곳으로 나온다. 딱 맞는 파도를 만나기도 쉽지 않아 물에 많이 빠진다. 운이 좋게 2번 정도 얕은 곳까지 나왔다. 남편은 3번 나왔단다.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재밌다. 오죽하면 보드 사서 동해안에서 놀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도 차고 해수욕 후 몸이 끈끈해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 

6시가 넘어 해도 지고 서늘하다. 옷을 입고 Seafood R에 갔다. 킹피쉬 스테이크를 시켰다. 탄두리에 굽지 않고 마늘과 지져서 내온다. 피쉬 앤 칩스 형태이다. 큰  생선에 멋진 이름과 달리 좀 퍽퍽하고 그다지 맛있지 않다.

숙소에 와서 씻고 윗 동네에 가 본다. 주인에게 물어 술 파는 곳을 찾아 헤메다 못찾고 해변으로 내려간다. 위는 어둡고 관광객이 없다. 수퍼에서 라면 등 간식거리와 수박, 물 등을 샀다. 맥주 마시러 바에 갔더니 200대의 가격이다. 순 자리값인가 보다. 남편이 올라가서 다시 술가게를  찾으러 가잔다. 사실 어둠 속에서 짙은 썬글라스를 끼고 걷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랜턴을 가져 왔지만 자주 발끝에 울퉁불퉁 튀어 나온 것들이 걸려 걷는데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밤인데도 무척 덥다! 거의 장님이 걸어다니는 격이다. 길이 매끄러운 차도로 걷다가 휙하니 버스가 다가 오기도 한다. 어쨌든 이런 어려움과 우여곡절 끝에 리커 숍을 찾아냈다. 냉장고에 넣어두려고 맥주를 5병이나 샀다. 킹피셔가 62이다. 점심에는 같은 걸 170 주고 마셨다. 피곤해서 9시에 잔다.

환전 200 유로 16,600   숙비 800, 보드 대여 100, 아침 90, 점심 480,저녁 400,수퍼 290, 술 354, 하드 30, 등대 50, 물 35, 버스비 180+60= 240,  총 2,870


2014.1.17(금) 꼬발람 

모기 때문에 새벽1시에 일어나 내친 김에 일기를 쳤다. 남편이 자면서 계속 긁는다. 나도 자다가 개미냐 빈대냐 청결한 숙소에서 빈대일리는 없고... 그러다 깼다. 2시 반에 남편이 일어났다. 모기를 잡느라 난리. 4마리 이상 된다. 작고 꽤 가렵게 하는 모기다. 콜드 밤을 바르니 낫다. 내친 김에 3시인데 매기 컵라면을 먹었다. 1년에 한번도 안 먹는데 컵라면을 말이다. 뜨거운 물에 섞어 먹는 면의 형태로 맛이 괜찮다. 모기는 다 못 잡고 3시가 넘어서 그냥 자기로 한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창과 문을 다 여니 야자수 사이로 해변이 쫙 보인다. 벌써 들어간 사람들도 있다. 해가 오르는 걸 보니 보기만 해도 자글거려서 들어갈 마음이 안 생긴다. 어제 잠시 움직인 것 만으로 발등과 목 주변이 확 탔다. 시원한 수박을 쪼개 먹었다. 달고 좋다. 어제처럼 4시에 나가서 2시간 만 놀기로 한다. 기껏 돈 내고 앉아 해변 전망 레스토랑에 있거나 파라솔에 있느니 언제나 샤워하고 선풍기 쬐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것들을 먹을 수 있는 바다 전망의 숙소가 낫다. 해변에서 노는 사람들도 여기서 구경하면 된다. 그래서 아침먹고 점심거리를 사다가 숙소에서 쉬기로 한다. 라면도 맛이 괜찮았다. 

윗쪽 마을에 가서 아침이 되는 현지 식당에 갔다. 꼭 준하처럼 생간 남자 애가 자꾸 쳐다 본다. 통통한 정도, 표정과 행동도 비슷하다. 여기에는 인도판 정치인 김종필(준하나 김종필이나 깊은 쌍꺼풀과 그을린 피부가 되면 거의 비슷할 듯)도 있어서 포스터를 볼 때마다 감탄한다. 전에 중국 공항에서는 경수와 아주 흡사한 남자를 선전 광고에서 보았다. 심지어 쓰촨성의 청두 시내버스에서는 나의 아바타 같은 30대 여성도 보았다. 안경도 쓰고 행동이나 표정, 몸짓도 비슷한 거다. 기념으로 같이 찍어둘 걸... 남편은 프로그램이 한정되어 있어 비슷한 종류를 찍어낸 결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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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반찬[레몬 아자르]

치즈, 양파 파라타와 직접 간 오렌지 쥬스를 주문했다. 시시한 전 한장이 오길래 실망스러웠는데 반죽 사이에 재료를 다 넣어 눌러 지졌다. 얇은 호떡전이나 인도식 피자라고 할까. 레몬 아자르라는 맵고, 시고, 쓰고, 짠 소스에 찍어 먹는다. 뭐 인도식 레몬 피클이다. 밀즈를 먹을 때 약간 주는데 여기는 한 그릇을 준다. 남편은 요 피클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한다. 인도 분들은 주문 받을 때 좀 잘 못들으시는지 빠니르(치즈) 대신 알루(감자) 파라타를 가져 왔다. 좀 퍽퍽하다. 치즈가 맛있는데... 

남편이 여행기에서 깐야꾸마리가는 직행이 있다고 읽었단다. 버스스탠드에서 물으니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단다. 역시 트리반드룸에 가서 갈아 타야 한다. 어제 갔던 수퍼에서 라면 3종(상표도 색도 다 다르다. 주황은 sunfeast 상표의 꼴까따, 노랑은 자주 봤던 Maggi 상표 마이소르, 초록은 Knorr 말레가온)을 맛 보려고 샀다.

수박, 석류, 과자, 물 등을 사고 과일가게에서 붉은 바나나(익으면 나름의 향기와  은은한 단맛이 있다. 안 익으면 정말 밥맛! 개당 10)와 파파야를 샀다. 해변 쪽으로 걸어 들어와 씻고 쉰다. 책 보고, 자고, 과일 먹고 가끔 해변에서 소리 지르며 노는 사람들도 본다. 침대에 누우면 야자 가득한 창밖 풍경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조금 떨어진 앞에는 빈 건물이 약간 측면으로 보일 뿐 우리 방 앞에 다른 숙소가 없다. 해변가의 첫 집인 셈이다. 아마 우리가 갔던 여행지 중 최고의 숙소가 아닐까 싶다. 전망, 입지, 부대 시설과 넓이, 가격 면에서 다 최고다. 완전 집  같다. 게다가 조금만 나가면 해변이다. 

 

쉬는데도 시간이 잘 간다. 완전히 집 같다. 1시 반에 일어나 라면 3종 시식. 주황색 썬피스트는 야채와 붉은 빛의 카레가 약간 들고 매콤하고 면발도 국수 면발로 좋다. 10점 만점에 8점. 노랑색 매기는 약간 짠맛의 노란 카레로 남편이 사발면 면발이란다. 야채가 안 들었다. 4점. 초록의 크노르는 신종으로 다른 것은 10인데 이건 12이다. 노랑 매기처럼 노란 카레이나 야채가 있고 스프같은 국물을 만들어 주어 빵에 찍어 먹었다. 6점. 주황의 승리다. 먹고 좀 더 쉬다가 4시 넘어서 해가 덜 뜨거울 때 나간다. 오늘은 숙소에 중요한 것들을 모두 두고 보드값 100만 가지고 간다. 

하와해변에서 보드는 2시간에 100이다. 6시 45분 까지 놀으란다. 그런데 6시 반에는 일을 마친다고 하신다. 어제보다 파도가 훨씬 세다. 아저씨 옆에 싸롱을 펼치고 짐을 놓았다. 하와해변은 현지인들로 그득하다. 수학여행 온 아이들도 발 담그고 여자들은 옷 입은 채로 많이 들어간다. 나이드신 분들은 런낭과 팬티 또는 반바지를 입고 들어 가신다. 

인도 사람들은 파도 속에서 정말 잘 논다. 파도를 타고 청새치처럼 한 손은 들고 한 손으로 저어 해변까지 타고 오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파도가 정말 쉽지 않다. 남편이 2m 이상 짜리가 많이 오고 해운대의 파도보다 거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m  이상이면 다 나오라고 한단다. 남편도 한숨이 나올 수준이라고. 역시나 허리 이상 되는 곳도 들어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나오라고 삑삑 불어댄다. 한번 파도칠 때 쓸려 내려가는 그 힘이 무섭다. 쪽 빨아들여 내뱉는 것 같다. 앞에서 보고 있으면 쓰나미가 오는 것 같다. 보드로 매끄럽게 해변까지 오기가 힘들다. 어제보다 다루기는 편해졌는데 더 어려운 파도다. 사실 보드타는 사람이 우리 밖에 없었다. 심지어 두 발이 씽크로나이즈드 스위밍하듯 뒤집혀 공중에 올라오도록 내 팽개쳐지기도 한다. 머리끈이 도망갈 지경이다. 아마 바르깔라가 아니었어도 안경은 어디선가 잃어버렸을 거다. 겨우 두번 정도 제대로 성공했을라나... 남편도 재밌게 놀더니만 지쳐서 그만 놀자고 한다.1시간 10분 놀았다. 6시가 가까워지니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춥다. 어제와는 다른 날씨다. 

짐 챙겨 돌아 와서 샤워와 빨래를 한다. 따뜻한 물이 나와서 참 좋다. 검은 모래가 빨아도 잘 안 떨어지게 미세하다. 베란다에 널고 저녁 먹으러 간다. 등대 해변 끝까지 걸으며 생선 가격과 시세 확인. 바르깔라에서 300 하던 청새치를 500 부른다. 유명세를 타는 해변답게 많이 비싸다. 어떤 곳은 스내플 1kg 짜리를 1,200 부른다. 하와해변 쪽에서 처음에 스내플을 350에 준다고 하던 락카페 레스토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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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플]

차분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한다. 손잡고 걷는 노년, 중년 부부들, 현지인들, 가족과 함깨 온 외국인들이 지나간다. 오늘 밤은 태풍이 오는 것처럼 시원하다. 이래서 오늘 파도가 셌나 보다. 우리가 원하던 대로 생선은 탄두리에 구워 난과 함께 나왔다. 커피도 작은 팟을 시켰는데 제법 큰 단지가 온다. 보기 좋게 붉은 소스를 바른 탄두리 피쉬는 우리나라의 돔맛이다. 담백하고 부드럽다. 싱거워서 소금 찍어 먹는다. 난은 역시 맛있다. 참크래커 맛이다. 배가 덜차면 새우 볶음밥을 먹으려 했는데 배 부르다. 

거의 먹을 무렵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길가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잘 먹고 해변으로 걸어 들어온다. 바닷가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반대편 하늘에 보름달이 선명하다. 등대 해변의 북새통과 달리 이곳은 불빛조차 없다. 

숙소에 와서 베란다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과일도 먹고 지금껏 찍은 사진들도 보고 정리한다. 내일 먹을 과일들을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낮에 자서 잠이 안 온다.

숙비 800, 아침 150, 수퍼 260, 과일 70, 보드 100, 저녁 420,   총1,800


2014.1.17(금) '안경의 여행' 

플롯 -  나는 눈이 나쁘고 여행을 좋아하는 주인을 만난다. 6년 전의 일이다. 주인은 사실 나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주인은 전에 쓰던 낡은 금속 안경 2개가 더 있다. 나를 곧잘 아무데나 벗어 두고 찾아 다닌다. 그럴 때면 옛날 안경을 쓴다. 집에는 또 하나의 동그란 작은 알의 썬글라스가 있다. 벌써 15년 전에 맞춘 것이지만 쓰지 않아 새것과 같다. 주인의 넓은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아 한 두 번 썼을 뿐이다. 12년 전 인도 여행 때도 가져와 잠깐 썼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한번도 쓰지 않는다. 무릇 물건이란 소중하게 쓰여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작은 알 썬글라스'는 불만이 많았다. 파도가 심한 인도의 바르깔라 해변에서도 주인은 두번이나 파도에 휩쓸려 물속으로 들어가 나를 잃어 버렸을 뻔 했다. 그런데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놀았다. 사실 안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며 매달렸다. 험한 바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러나 큰 파도가 덮쳤을 때 나는 정신없이 떨어져 나갔다. 모래와 뒤섞여 여러번 물에서 구른 뒤 뒤로 밀려나는 파도에 해변에서 멀어진다. 몇번 밀물 파도에 주인 근처로 가는 듯 했으나 잘 안보이는 주인은 나를 찾을 수 없었다. 사실 이곳의 파도는 눈이 좋은 사람 일지라도 모래와 섞인 물 속에서 나를 찾기는 힘들다.

아라비아해의 특성, 물고기 종류, 조류의 움직임, 쓰레기 섬의 존재, 물고기가 먹는 것들, 안경을 삼킬 만한 것들

2014.1.18(토) 꼬발람 - 깐야꾸마리

아침에 과일먹고 7시 15분에 숙소에서 나갔다. 그런데 30분에 간다고 들었던 버스가 우리가 탄지 얼마 안되어 23분에 떠난다. 게다가 트리반드룸의 센트럴로 가는 줄 알았는데 이스트 포트에 간다고 한다. 도착 후 릭샤를 타고 센트럴에 가서 깐야꾸마리행 버스를 탔다. 8시에 출발하여 3시간이나 걸렸다. 적도 가까이 아래로 갈수록 평지에 수로가 많고 바람이 시원하다. 마치 월출산 같은 거대한 바위산들도 보인다. 

역 앞에 내려 오늘 저녁 마두라이 가는 기차를 알아 보았다. 웨이팅이 80명이다. 혹시나 했더니 앞으로 기차는 포기다. 걸어서 해변 쪽으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여행사를 물었다. 검색해 보니 내일 저녁 마두라이에서 폰티체리에 가는 밤차가 없어서 낼 모레 것을 끊어야 한다. 땅끝까지 온 김에 여기서 하루 자고 내일 오전에 마두라이에 갈거다. 수리야 트래블에서 마두라이, 폰티체리 구간의 버스를 끊었다. 아가씨에게 주변의 어디 숙소가 싸냐고 물었더니 바로 옆의 '사가르 호텔'을 추천한다. 바다 전망의 숙소를 100 깎아 700에 들었다. 4 층의 전망 좋은 방이다. 앞에 훤한 바다와 섬의 기념관, 석상이 보인다.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는 벵골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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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르호텔]

샤워하고 12시에 나가 버스스탠드에 갔다. 마두라이 가는 버스는 아침 5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있다고 한다. 내일 첫차로 가야겠다. 해변 주변의 옷과 물건들을 파는 상점가에 책에 소개된 사라바나 호텔 식당에서 밀즈와 야채 볶음밥을 시켰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별로다. 그나마 맛있었다는 커피도 맹맹한데 어째 사람들은 그리 많은지. 가격도 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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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베카난다 상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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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본 바다]

꾸마리 암만 사원이 4시에 문을 연다고 해서 바닷가를 따라 뜨거운 햇볕 속을 걸어 전망대에 갔다. 둥글게 감돌아 올라가면 벵골만, 인도양, 아라비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로 섞이는 탓인지 물 색깔이 얼룩덜룩 탁해 보인다. 비베카난다 뮤지엄은 문을 닫았다. 메모리얼 섬이나 거대한 띠루 발루바(깐야꾸마리 출신의 시인, 철학자, 리우의 예수상처럼 크다)상이 있는 섬에 가려고 무진장 긴 줄을 선 사람들 속에 같이 서서 굳이 우리가 섬에 갈 필요는 없다. 멀리서 보면 된다. 간디 만다빰은 맨발로 들어 간다. 사진과 간디의 유해가 놓였던 자리가 있다. 위에 올라가 그늘에 서 있으면 바다바람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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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처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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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 모래 해변]

작은 해변가에 사람들이 들어가 논다. 주변이 지저분해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물이다. 그런데 모래는 정말 신기하다. 검은 색, 붉은 색, 황토색이 섞여 있다. 쓰나미 메모리얼 파크라는 석조 건물의 그늘에 앉아 쉰다. 2004년 이곳도 피해가 있었나보다. 바닷물이 여기서 만나면서 파도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와서 부딪치기도 한다. 

깐야 데비를 모신 꾸마리 암만 사원에 들어가는 남자는 윗옷을 벗어야 한다. 남편도 벗고 행렬에 선다. 깐야 데비상은 생각보다 예술적이지 않다. 사원은 상당히 오래된 것인 듯하다. 함피의 유적처럼 어둡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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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야 트래블에서]

숙소로 와서 씻고 남은 일정을 점검한다. 오늘처럼 예상치 않게 버스표가 없으면 곤란하다. 수리야 트래블에서 남은 주요 구간을 모두 끊기로 한다. 6시부터 1시간 동안 아줌마가 컴퓨터 사이트 문제로 잘 안되는 것은 전화로 걸어 가며 고생해서 마지막 뭄바이에 가는 기차표까지 다 끊어 주었다. 물론 남편이 미리 검색하여 남은 자리를 다 확인한 것을 끊은 거다. 고마워서 같이 기념 사진도 찍었다. 물론 수수료가 장당 50 이긴 하지만 앞으로 표 걱정은 끝이다. 

식당가에 가서 생선 튀김과 난, 칠리 새우와 밥을 시켜 먹었다. 들어 오며 탄두리 치킨과 파라타, 음료와 과일을 샀다. 예상하지 않았던 깐야꾸마리에서 자게 되고 주요 구간을 다 끊게 되다니 신기하다. 자려고 하는데 9시가 넘어 자꾸 남편 전화가 울린다. 이상한 전화인가 싶어 안 받으려고 해도 여러 반 와서 받았다. 여행사 아줌마가 오라고 한다. 표에 문제가 있나 싶어 급히 갔다. 수수료 계산이 잘못 되었다고 다시 해야 한단다. 그런데 다시 해보아도 이상이 없었다. 아줌마가 몹시 미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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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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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메모리얼

나온 김에 바닷가 산책이나 하자고 나간다. 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여름의 끝자락 같은 날씨다. 적도 바로 위의 북위 8도가 맞나 싶다.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물에 반짝이면서 기념관과 동상이 있는 섬의 불빛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풍경이 된다. 남편이 이 아래로는 남극 대륙 밖에 없다고 한다. 정말 그렇다. 대륙의 끝이다. 망망대해가 더 실감난다. 들어와서 정리하고 잔다.

버스 60+140= 200, 릭샤 30, 숙비 700, 점심 223, 커피 20, 신발 2개 맡김 1, 사원 40, 도네10,저녁 400, 음료와 과일 80, 닭과 파라타 80, 전망대 40,   총 1,884

* 버스 및 기차표 - 7,240
20일 밤 : 마두라이 - 폰티체리,  470 * 2 =  940 + 60= 1,000
23일 밤 : 첸나이 - 하이데라바드, 1,500 * 2 =  3,000 + 100 = 3,100
25일 밤 : 하이 - 아우랑가바드, 1,250 * 2 = 2,500 + 100 = 2,600


2014 1.19(일) 깐야꾸마리 - 마두라이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5시 20분에 터미널에 갔다. 이상하게 5시 반차가 안 온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6시다, 7시 30분이다 말이 많다. 왜 이런 것 하나 체계가 없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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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두라이 가는 차 (나게르코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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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두라이 가는 길의 풍력 발전

결국 5시 50분에 다이렉트 버스가 떠난다. 그러나 나게르코일에서 35분이나 쉬고 스탠드에서 10분 정도씩 선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언제 갈까 싶다. 중부 평원의 고속도로에 접어 들어서야 빠르게 달린다. 개가 로드킬 당한 것도 처음 보았다. 사람들이 꽉 차게 타서 서서 간다. 

6시간 걸려 마두라이에 왔다. 강이 말라 있고 거리가  지저분하다. 페리야르 버스스탠드 까지 버스를 타고 와서 가까운 펄 호텔에 들었다. 깨끗한 정식 호텔이다. 시트가 뽀송하다. 샤워와 화장실 가고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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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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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코코넛 -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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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루말라이 나약 궁전

1시에 나와서 타즈식당에서 점심. 칠리 피쉬와 머튼 커리를 시켰다. 맛이 괜찮다. 버스스탠드에서 간디 박물관 가는 버스를 탔다. 사람이 꽉 차게 탄다. 오이와 스낵을 파는 사람들이 여러번 오가고 수다 파티에 정신이 없다. 정말 북인도 같다. 박물관 근처에 올 때까지 사람이 꽉 차서 차장이 오지를 못해 돈도 안내고 내렸다. 걸어서 박물관. 간디의 사상과 업적, 사진, 물건 등을 잘 정리해 놓았다. 암살 당할 때의 피 묻은 도띠도 바랜 채 있고 신발 등의 물건들이 있다. 릭샤로 티루말라이 나약 궁전. 웅장한 기둥이 많고 힌두 양식의 건물이다. 사진 찍고 쉬다가 걸어서 스리미낙쉬 사원의 동문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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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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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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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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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뿌람 - 신들도 쫄바지?

신발을 맡기고 남녀의 줄이 달라 들어가서 한참 기다렸다. 여자 줄은 금방 들어 와서 한참 기다렸다. 무료로 들어 오는데도 그렇게 멋진 고뿌람을 볼 수 있다니... 평균 45m의 고뿌람에 섬세하게 3만 3천여개의 신과 악마 조각들을 새겨 놓았다. 색을 입혀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늘 높이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기둥 조각이나 상들도 잘 보존되어 있다. 2,500년 전 건축된 것을 17세기에 나약 왕조가 증축한 것이란다. 마두라이에 온 보람이 있는 사원이었다. 바람도 시원하고 해가 비칠 때 고뿌람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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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끓여서 파는 바담 맛살라 밀크 - 진하고 달콤하고 맛있다

나와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생밤 맛이 나는 코코넛 야자 속대, 바나나 스프, 고소한 우유인 바담 맛살라 우유를 사 먹었다. 마할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피쉬 핑거, 치킨누들 숲, 라시를 먹고 여행사에 갔다. 내일 라메스와람 가는 투어를 예약했다. 아침 7시에 가서 저녁 7시에 온다. 남편은 밤 버스 타는곳을 확인하고 나는 먼저 왔다. 코친 부터 시작된 설사가 계속된다. 뭘 먹어아 할지... 자야겠다.

버스 160*2= 320, 시내버스 18, 점심 356, 저녁 264, 아이스크림 20, 포도 50, 코코넛 대와 스프 20, 우유 25, 코코넛 30, 술 220, 물 20, 숙비 825, 투어 800, 신발 10, 카메라 맡김 20, 릭샤 110, 간식 56, 궁전 130       총 3,380


2014.1.20(월) 마두라이 - 라메스와람 - 마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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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두라이에서 준비된 투어

짐을 챙겨 숙소에 맡기고 6시 50분에 여행사에 갔다. 버스 청소, 돌면서 손님 태우고 기다리기를 하다가 역시나 8시 15분에 출발한다. 복잡한 마두라이를 빠져나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풍경은 단조롭고 비슷하다. 평지에 길도 곧게 뻗은데다가 감기 기운이 있어 계속 잠만 잔다. 설사도 해서 오늘은 조심해야 한다. 차라리 돌아다니지 않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차에서 잘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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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메스와람 가는 길의 다리 - 기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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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단브릿지에서

아침식사 하는 곳에서 나는 기름기 없는 이들리를, 남편은 도사를 먹었다. 코코넛 처트니도 조심스럽게 천천히 먹는다. 라메스와람에 들어가는 다리에 차가 서 준다. 물이 얕아 보이고 바다도 하늘색으로 예쁘다. 바다에는 많은 고깃배들이 떠 있다. 바람도 정말 짠하게시원하고 풍경이 아름답다. 멀리 모래톱이 펼쳐져 관광지로도 멋질 것 같은 곳이다. 다리 옆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매달려서 타는 사람들이 시원해 보인다. 꽤나 멀리 온 보람이 있는 장소였다. 

라메스와람은 모래가 퇴적된 섬이다. 그런데 막상 섬에 들어서자 기대와는 달리 길 양 옆으로 보이는 온갖 쓰레기들이 볼썽 사납다. 좀 깔끔하게 치우지 왜 이렇게 살까. 12년 전 다람살라에서도 쓰레기 계곡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이곳도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천혜의 장소라 느꼈는데 " 에이! 지저분 해!"로 바뀐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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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류가 다른 야자 - 열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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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슈나의 삶

이 섬에는 사막 비슷한 조건 때문인지 잎대가 짧은 야자들이 많다. 현지인들이 주로 오는 관광지라서 주로 사원 구경을 하라고 내려 준다. 크리슈나의 탄생과 삶을 약간 움직이는 인형들로 표현한 곳, 포카리가 있는 사원, 하누만상이 있는 작은 사원을 구경했다. 기념품점이라며 내려준다. 온통 조개 장식품들이다. 시장에서 몽키바나나 2다발을 샀다. 남편은 더 아래쪽으로 가서 모래가 가늘게 좁아지는 장소인 '아담스 브릿지'에 가고 싶어 한다. 얕은 바닷 속으로  가는 퇴적 지형이 스리랑카와 이어지는 곳이다. 적어도 릭샤로 3시간, 짚으로 2시간 반을 가야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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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 배쓰

2시 쯤 자유시간을 주며 4시 까지 오라고 한다. 햇볕이 따갑다. 걸어서 바닷가로 간다. 투어 내용 중 'Sea bath'라는 것은 바다에 들어가는 거였다. 신성하다고 여기는 인도인들은 할머니부터 애들, 아저씨까지 물에 가득 들어간다. 주변과 물이 냄새도 나고 지저분해 보인다. 사람들은 몸을 적시고 뿌자의식도 거행한다. 식당은 베지 뿐이라 한참 만에 넌 베지 식당을 겨우 찾아냈다. 10분 정도 기다려서 앉았다. 여러가지 크기의 생선을 보여주고 고르면 튀겨주는 '피쉬 버라이어티', 새우 프라이와 밥을 시켰다. 새우 맛이 진하고 생선도 푸짐하다. 온갖 커리를 갖다준다. 고깃배도 많은데 생선 한번 먹기가 이리도 힘드니 힌두교의 베지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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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쉬 버라이어티 메뉴를 고를 때

4시에 떠나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기다리며 현지인 엔지니어, 친구들끼리 여행 중인 교사들과 인사하고 얘기를 나눈다. 갑자기 가족같은 분위기가 된다. 저녁 10시 차를 타야 하는데 언제 떠나냐고 하소연을 하니 웬걸! 9시 차를 탄다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런데도 기다리면서 여유들이 있다. 대단한 분들이다. 4시 50분에 떠나 내리 자면서 8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인사하고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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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의 고뿌람 - 마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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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냄새에 사로 잡혀 산 타밀나두 커피 - 정말 향긋하다

서쪽 고뿌람에서 사진 찍으며 아름다운 건축물을 마지막으로 구경한다. 이 사람들은 늘 보는 이것이 멋지다는 걸 알까. 오는 길에 커피 볶는 냄새가 향긋하여 살펴보니 커피 도매점이다. 볶아서 갈아 판다. 타밀나두산 3종을 샀다. 1.5kg에 500이 좀 넘으니 정말 싸다. 향이 기가 막히다. 짐 찾고 숙소 근처에서 생선, 닭튀김, 달걀 뽀로따를 사고 버스 타러 간다. 뽀로따 2장을 더 사고 10시 출발. 시트까지 깔려 깔끔하다. 오늘은 태풍이 올 것처럼 오늘 밤은 시원하다. 

아침 75, 점심 270, 저녁 215,물 20, 입장료 20, 차 20, 바나나 40, 커피 550,   총 1,100


2014.1.21(화) 마두라이 - 폰티체리

버스에서 밤새 완전 곯아 떨어졌다. 내리 잤다. 새벽 5시라서 그냥 가까운 숙소에 비싸도 들었다. 늦게까지 잔다. 남편을 8시 반에 깨워도 안 일어나서 책 읽고 일기 쓰다가 11시에 나갔다. 버스스탠드에 간다. 길에서 나는 오줌내는 그런가 보다 하는데 육교 위 양쪽에도 지린내로 숨쉬기가 힘들다. 버스는 겨우 10분 간격으로 24시간 내내 있다. 대단하다. 첸나이 가는 버스는 거의 마말라뿌람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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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티체리 박물관 - 쉬바가미 암만상, 동양의 비너스

릭샤로 폰티체리 박물관. 식민지 시대의 가구들, 마차, 구석기 유물, 과학 시간에 볼 법한 돌들, 석상이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참 아름다운 쉬바가미 암만상을 봤다. 몸매와 얼굴, 손의 선, 날렵한 눈매와 입매 등이 모두 '동양의 비너스'라 할 만큼 멋지다. 이걸 보려고 오늘 여기에  운명적으로 왔구나 싶다. 나는 망을 보고 남편이 몰래 핸드폰으로 찍었다. 다른 것은 특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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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디체리 비치 로드

나와서 바닷가에 갔다. 넓고 멋지다. 파도가 쳐서 미세한 물방울이 바람에 계속 날아온다. 햇살이 따갑다. 정신이 살짝 멍하고 약간의 두통이 있다. 걸어서 12시 30분에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 점심시간이라 2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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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핫브레드의 멋진 페스츄리 - 대박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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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화가 날 정도였던 맛있는 커피 - 500원

인도에서 빵이 맛있다는 핫브레드에 갔다. 냉방이 시원하게 나온다. 정신이 들고 차분해진다. 빵이 먹음직해 보인다. 크루아상, 복숭아 크루아상, 딸기 케잌, 초코 피라밋을 시켰다. 크루아상 맛이 제대로 정통이다! 케잌은 무스 맛을 기대했는데 그냥  케잌이다. 카푸치노는 30 밖에 안한다. 남편은 마셔본 중 최고란다. 아주 시원한 물값도 20. 내친 김에 남편은 치킨 파스타 세트를 시켰다. 너겟, 콜라, 갈릭빵, 작은 케잌이 같이 나온다. 이건 어린이 세트 메뉴 같은 맛이었다. 1시간 반이나 노닥거리며 사람구경하면서 시원하게 있었다. 시간이 참 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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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은 신발 벗고 들어간다. 매트를 깔아 걸어 다니기에 안 뜨겁다. 꽃이 가득한 정원이 있다. 추모 장소에 생화로 한 가득 모양을 내어 장식한 공간이 있다. 사람들은 머리를 대고 경의를 표하고 주변에 앉아 묵상한다. 고요한 곳이다. 서점에 들렀다 나와 정원에 앉아 있었다.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 가서 요가 수행을 하던 중 깨달음을 얻은 분이다. 50년 12월 9일 돌아가셨고 프랑스 여성 마마가 오로빌을 만들었다. 오로빌에 가볼까 했는데 방문 조건이 까다로웠다. 수행을 목적으로 가야 하는 곳인듯. 아쉬람은 너무 고요해서 신성시하는 느낌이었다. 인도 사람들의 참배 모습도 힌두신 대할 때와 비슷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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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카페 - 유일한 해변가 찻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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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에서

바닷가에는 건물 쪽으로 약간의 그늘이 생겨 걷기가 나았다. 해안가 유일한 건물인 ' 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시켰다. 바닷가라 바람이 추울 정도이고 작은 물방울이 많이 날아온다. 안경 앞이 뿌옇다. 커피 맛이 진하여 좋고 양이 많다. 벵골만의 바다는 약간 탁해서 우리나라 남해 정도의 물색이고 파도는 동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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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풍의 식민지 시대 주택 구경

걷다가 프랑스 문화원을 지나 5시에 ' 르 떼라스'에 갔다. 식당이 6시 부터라 메뉴만 확인하고 나온다. 환전도 할겸 산책삼아 화이트 타운을 걷는다. 차도 거의 없고 프랑스풍의 저택들이 있다. 마당이 넓고 식물들이 꽉 차있다. 1954년 200년이 넘는 프랑스 지배가 끝나고 인도 중앙정부의 직할지가 되었다. 집과 길의 상태가 유럽이다. 고풍스럽다. 불어를 공용어로 써서 학교 명칭, 길 이름이 불어다. '로망 롤랑길' 이런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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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풍의 경찰들 - 인기 만점의 모델들로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MG 로드에서 환전하고 재래시장 구경을 했다. 과일도 사고 핫브레드에서 빵과 과자를 더 샀다. 프랑스풍의 빨간 모자를 쓴 경찰들과 사진을 찍었다. 뱅갈로르 경찰은 카우보이 모자의 한쪽을 접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통 인도 경찰들은 황토색인데 이들은 특별했다. 관광객들도 같이 찍으려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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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해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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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떼라스의 진저 피시

해진 후의 바닷가는 차를 통제하여 보행자 도로가 되었다. 바람이 추울 정도로 시원하다. 사람들이 많다. 7시에 '르 떼라스'. 피자, 진저 피쉬, 소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다. 생선이 정말 맛있었고 피자는 종이처럼 얇고 담담하다. 인도의 현실을 고려해야 했었다. 스테이크는 퍽퍽살을 얇게 저며 조리하여 잘 안 썰리고 찢어진다. 나름 깊은 맛이라 해야 할까. 감자튀김과 함께 나온다. 소고기가 귀한 인도에서 그 정도도 감지덕지다. 민트티는 좋았다. 날이 시원해서 숙소까지 걸으려다가 버스를 탔다. 겨우 5. 주세 면제구역이라 기대를 했는데 술이 많이 싸지 않다. 술 가게는 많고 분위기가 밝다. 숙소에서 씻고 맥주 마신다. 폰티체리는 길을 사이에 두고 유럽 분위기와 전형적인 인도 분위기가 교차하는 신기한 공간이다. 공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환전 150유로 - 8,500 + 4,250 = 12,750
릭샤 80, 박물관 100, 핫 브레드 점심 415 + 220 = 635, 저녁 680, 르 카페 150, 버스비 10, 과일 110, 술 245, 숙비 1,000,    총 3,110


2014.1.22(수) 폰티체리 - 마말라뿌람

아침 4시 반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남편은 간밤에 모기때문에 2시에 잤다. 밤새 많이 물렸단다. 어디선가 계속 많은 모기들이 줄지어 나온다. 침대 시트에도 터진 자국이 남았다. 사람에게 딜럭스룸이 아니라 모기에게 특식을 제공해 준 딜럭스룸이다. 버스 스탠드에서 5시 40분 출발하는 에어컨 버스를 탔다. 금방 잠이 든다. 겨우 1시간 반 만에 마말라뿌람 대로에 내려주고 휭 가버린다. 

릭샤로 티나 블루 롯지. 더블 룸은 12시가 넘어야 빈다고 한다. 더 둘러보다가 락쉬미 코티지에 들었다. 방은 크고 시원해 보이지만 관리가 별로다. 베게 커버도 갈지 않아 내가 벗겨서 새걸로 바꾸어서 가져 왔다. 청결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선풍기도 2대이고 큰 맛에 든다.

7시 반에 바로 나가서 해변 구경을 한다. 해변이 넓고 시원하다. 벌써 이른 아침부터 수영하러 들어가는 외국인들이 있다. 해변사원 쪽으로 바로 나와1km 정도 가서 ' Five Rathas'에 갔다. 거대 코끼리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는다. 통짜 화강암을 깎아 만든 7세기 촐라 왕국의 사원군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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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말라뿌람 - 파이브 라타스, (Nakula Sahadeva 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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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부터 Dharmaraja, Bhima, Arjuna, Draupadi 라타스 (630-638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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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차 라타스 (630-638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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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hishasuramarthini Cave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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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안의 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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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굴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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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슈나의 버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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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슈나의 버터볼 - 아이들의 미끄럼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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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주나의 고행 - 멋지다!

걸어 나오면서 돌조각상들을 보다가 대리석으로 작게 깎은 목걸이 세 개를 샀다. 나중에 보니 가게에서 많이 팔고 있었다. 바위 산에 조성된 사원들은 공원처럼 산책을 하면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등대를 지나 사원들을 보고 크리슈나의 버터 볼에 갔다. 비스듬한 언덕에 바위 한덩이가 있다. 가장 멋진 것은 '아르주나의 고행'이다. 마하바라타의 주인공 아르주나가 고행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실물 크기의 코끼리들이 아주 멋지다. 석공 20여명이 10년 정도 깎은 것이라고 한다. 코끼리가 곧 튀어나올 듯 정말 실감나고 꽤 예술적이어서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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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면 먹기 위해 만든 젓가락

날이 뜨거워서 겨우 11시 인데도 정신이 멍하다. 남편도 더위 먹은 얼굴이다. 얼른 가서 씻고 쉬어야 한다. 수퍼에서 라면과 물, 노점에서 과일을 사고 들어와 씻고 빨래를 한다. 옥상에 빨래 널고 마른 나뭇가지를 구해와서 칼로 깎아 나무 젓가락을 만들어 가며 남편이 라면을 끓인다.  각각 종류가 다른 3종을 끓여 먹었다. 나름 맛있다. 남편은 책을 보고 나는 잤다. 선풍기 2대가 돌아가는 실내도 꽤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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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나 식당에서 본 해변과 해변 사원

3시 반에 나간다. 해변에 가서 수질 점검을 하고 온 남편은 누런 부유물 띠가 보이고 깨끗해 보이지 않는단다. 그냥 보기에도 별로다. 들어가는 사람도 적고  10년 전 책에도 수영하라는 말은 없었다. 3층의 바다 전망이 좋은 산타나 레스토랑에서 믹스 볶음밥과 차 한 포트를 시켰다. 새우, 오징어, 닭을 튀겨 밥과 섞어 볶아 많은 양이 나온다. 밀크티는 놀랍게도 보온병 하나 가득 나왔다. 4인 분의 양이다. 이미 커피를 잔뜩 마시고 나온 남편에게는 물 고문 수준이다. 벵골만 바다는 히말라야에서 발원하여 인도의 주요 도시들을 거친 강들이 방글라데시까지 훑고 내려오니 깨끗할 수가 없다. 넓게 이어지는 백사장과 해변이 멋진데 관광지로는 좀 안타깝다. 그래도 마말라뿌람에는 유적 뿐 아니라 바다가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바닷바람이 추울 정도로 세다. 그물 손질하는 어부들이나 물에 들어가 파도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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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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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화되어 뭉그러졌다

4시 반에 바닷가를 걸어 해변 사원에 간다. 7세기 촐라 왕조의 것으로 동굴을 깎아 만들던 것에서 최초로 적석 방식을 도입한 세계문화유산 사원이다. 멀리서 볼 때는 작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해풍에 스러져 둥글둥글한 자연석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나름 멋지다. 1400년의 세월이라니... 보호를 위해 나무를 심고 있다. 쓰나미 때에 바다 안쪽에 연결된 사원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 아르주나의 고행'을 다시 보러 갔다. 역시 멋지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예술적이고 아기자기한 부조상들이다. 그 중 복근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남녀 상을 보았다. 크리슈나의 버터볼에도 다시 간다. 해가 져서 시원하다. 앞에서 보니 모양이 벨푸리 같다. 아이들이 미끄럼도 타는 비스듬한 능선에 큰 돌이 떨어지지 않고 고정되어 있으니 볼 수록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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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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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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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댄스 축제

나머지 더워서 보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남겨 둔 사원도 좋았다. 아름다운 미소가 살아 있는 남자 문지기상, 조그만 코끼리상도 본다. 6시 5분이 되어 공원에서 사람들을 다 내보낸다. 1달 넘게 계속하고 있는 인도 댄스 축제를 보러 해변에 갔다. 하루 세 팀이 공연한다.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편히 앉아 잘 보았다. 까따깔리 공연을 보아서 비교적 이해가 잘 된다. 반주와 노래를 하는 팀이 한 켠에 있다. 살아있는 표정과 춤의 선이 절도 있고 아름다운 무용수에게 눈길이 간다. 1시간 반 정도 보았다. 낮잠을 안 잔 남편이 피곤해 해서 일어나 '요기 식당'에 갔다. 앉는 자리에서 편히 쉬며 맥주, 코코넛 커리, 치킨 시즐러를 시켰다. 비싸지만 맛있었다. 숙소에 와서 씻고 일기를 쓴다. 밖에서 펑펑 터지는 소리에 나가 보니 불꽃놀이를 한다. 별로 멋지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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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생일인데 방안에 우연히 이런 게 붙어있다!

오늘은 남편 생일이다. 우연히 방안 벽에  'HAPPY BIRTHDAY' 라고 반짝이가 붙어 있고 밑에 생일 케잌 모양  스티커가 19개나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정말 재밌다.

입장료 500, 목걸이 90, 라면과 물 65, 과일 90, 점심 280, 저녁 640, 숙비 800, 차비 240,     총 2,705


2014.1.23(목) 마말라뿌람 - 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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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말라뿌람 버스 정류장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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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는 아파트 건설 중

아침에 과일먹고 8시 15분에 버스스탠드에 간다. 8시 반 차가 9시에 출발한다. 냉방차 완행은 마을을 돌며 느적대고 간다. 첸나이로 갈수록 아파트 건설이 시작되고 있다. 길이 놀랍게도 깨끗하다! 'neat and clean'은 폰티체리가 아니라 진정 이곳이다. 교통 체증으로 복잡한 곳도 질서가 있다. 이곳은 뭄바이, 델리, 꼴까따와 함께 인도 4대 도시이다. 단연 델리나 뭄바이보다 낫고 반듯하다. 2시간 반 만에 외곽의 코얌베두 버스스탠드에 내려서 걸어서 프라이빗 버스스탠드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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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의 여행자중심, 에그모어역

오렌지 트래블에 짐을 맡기고 버스가 다니는 길을 찾아 주택가를 걸어 간다. 동네 제과점에서 바담 맛살라 밀크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버스를 타고 에그모아역에 내려 한참 걸었다. 첸나이가 넓어 지도상에서 가깝게 보여도 실제로는 많이 걷게 된다. 매연, 소음, 더위에 금방 지친다. 정부 박물관 앞에서 점심으로 피쉬 티카 커리와 생선 비리야니를 시켰다. 정어리 종류의 생선을 듬뿍 써서 아주 잘 만들었다. 첸나이 음식이 좋다더니만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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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박물관 앞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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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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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박물관 나트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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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박물관 나라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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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첸나이박물관

박물관은 입장료도 비싸지만 카메라값도 200이나 받는다. 각 실마다 꼼꼼하게 표와 카메라 영수증을 확인한다. 남편은 폰티체리의 아름다운 비너스 같은 상이 있기를 고대하고 들어간다. 청동과 돌 부조인 1, 3관에는 보존 상태는 좋으나 눈에 확 들어오는 아름다운 부조는 없었다. 게다가 2관, 5관은 문을 닫았다. 냉방만 빵빵하고 조악한 인형들을 전시한 어린이 박물관이니 현대미술관은 수준 이하로 볼 것이 없다. 각 관의 크기도 작고 2층 정도의 규모에 불과하다. 그래도 4대 도시의 박물관이라고 해서 이것은 보고 가자면서 야심차게 선택했는데 돈 아깝고 시간만 잡아먹은 느낌이다. 어딜가나 외국인은 어이없는 요금을 지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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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토마 성당의 결혼식

버스로 성 토마 성당에 가는 도중에 잠시 창문밖으로 광활한 해수욕장을 스쳐가며 보았다. 책에서는 대도시라 바다 수질이 나쁘다고 한다. 도시 내에서 이동에는 역시 많은 시간이 걸린다. 토마 성당은 흰 건물에 규모가 꽤 크다. 결혼식이 한창이다. 내부는 호화롭고 신부님이 맨발 밧으신 모습, 신부가 사리에 면사포를 두른 것, 신부님께 과일 등의 제물을 드리는 것이 특이하다. 잘 사는 집안의 결혼인지 성당을 꽃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예수 제자였던 토마는 이곳에서 선교하며 빈민구제를 위해 돈을 빼돌려 쓰다가 걸려 참수당했다고 한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했던 현실주의자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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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빗 버스스탠드 앞 꽃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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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컨 버스(오렌지트래블)

5시에 버스를 타고 1시간 걸려 돌아와서 6시에 프라이빗 스탠드에 왔다. 건너편 어둠침침한 곳에 시장이 있다. 가보니 거대한 도매 꽃시장이다. 남편이 상인들 사진을 찍었다. 저녁은 치킨 비리야니와 도사를 먹는다. 첸나이의 비리야니는 남부 유럽의 해물 빠에야 같다. 맛있게 아주 잘 한다. 오렌지 트래블차는 4인 콤파트먼트다. 냉방이 춥고 영화 비디오를 큰 소리로 틀어주어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게다가 자리도 좁다. 남편은 창도 열 수 없는데 시원하게 틀지 않아 더웠다고 한다. 침대 시트와 담요를 제공하는 정도가 특이하다고 할까 가격에 비해 장점이 거의 없고 불편하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자니 목도 뻐근하고 공기가 안 좋아 두통이 난다. 야간버스 중 최고의 가격인데 상태는 최악이다.

버스 130, 시내버스 80, 물과 음료 55, 점심 320, 저녁 150, 제괴점 105, 박물관 500 + 200 = 700,      총 1,570


2014.1.24(금) 첸나이 - 하이데라바드

자고 있는데 갑자기 차를 바꿔 타야 한다고 깨운다. 12시 반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차의 서류에 문제가 있어 경찰이 더 못가게 잡았다고 한다. 빈 차 일반버스 4열 짜리에 모두 옮겨 타고 차비를 904나 냈다. 사태를 해결하려고 앞에 나서서 움직이는 승객이 있어서 돈은 가서 환불받는다고 한다. 

맨 뒷자리에 잡고 각자 머리를 창쪽에 두고 누웠다. 잠바를 껴입고 얇은 싸롱을 둘이 덮었다. 창문은 계속 열리고 심하게 덜컹거려 꽤 불편하지만 냉방차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심하게 사람 몸을 던지고 흔들어대면 뇌와 내장이 버틸까 싶을 정도이다. 느리고 덜컹대며 달린다. 몸이 붕 떴다 떨어지기도 하고 벽에 머리를 박기도 하는데 버티는 것이 대단하다. 새벽에 일어나서도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지루하고 힘들게 간다. 덜컹대는 차에서 앉아 졸면  뒷머리 기대는 부분을 계속 머리로 비비게 되는데 남편이 몹시 더럽다고 한다. 어두워서 잘 몰랐다. 나중에 보니 가관이었다. 까맣고 반질반질하다. 이 사람들은 머리기름을 많이 쓰는데 언제적 시트인가 싶다. 하이데라바드 가는 길이 정말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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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렌지트래블 사무실

도착하니 오렌지 트래블차가 대기하고 있다. 에이전시 사무실로 갔다. 카드 결제한 사람들은 취소 처리하고 갔다. 그런데 현금 결재자는 1/3 을 떼고 주는 거다. 타고 온 곳까지의 차비는 제외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주장만 반복하고 2,000 주고 땡이다. 1시간 동안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다시 걸면 받지도 않는 매니저와 통화도 해보고 주변 분들에게 호소도 해 보았다. 그러나 오렌지의 대행자라는 사람은 영어도 잘 안되고 같은 얘기만 반복한다. 남편이 그냥 가자고 해서 기분은 나쁘지만 포기한다. 벌써 1시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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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도 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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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도 밀즈

릭샤로 하이데라바드역에 와서 주변을 보니 매연에, 먼지에 구질구질하고 지저분하다. 그나마 외관을 무시하고 물어 본 몇몇 숙소의 방들도 다 찼다. 겨우 임페리얼 호텔에 들었다. 역시 외관은 꾸질하나 내부는 괜찮은 편이다. 어제 버스에서 고생하며 얻은 더러움을 씻고 이웃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남인도 밀즈와 북인도 탈리를 시켰다. 북인도는 달밧, 치즈 커리 등 좀 더 걸쭉하고 기름지고 무거운 편인 음식들이 나오고 남인도는 야채 위주의 맑고 가벼운 음식들이다. 맛있는 커드를 포함하여 7가지 반찬이 나온다. 두가지 탈리 중 중복되는 음식은 2가지 뿐, 다 다르다. 사람들도 많고 음식을 아주 잘하는 집이다. 배불리 잘 먹었다.

3시 반에 골콘다성에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간다. 물을 때마다 말이 달라 정류장을 찾아 1시간을 헤멨다. 엄청난 매연, 무질서한 교통 상황 속에서 길 건너가는 상태를 반복한다. 길 건널 때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아 위험하다. 남편은 한번도 못 본 고통사고를 여기서는 2번이나 봤단다. 어떤 도시보다 사람의 혼을 빼고 숨 쉬기도 힘들다. 릭샤와 오토바이가 엄청난 매연을 뿜는다. 이번 여행에서 이런 도시는 처음이다. 완전 북인도 스타일이다. 깨끗한 첸나이에 이어 바로 온 곳이라 더 비교된다. 결국 골콘다를 포기하고 메카 마스지드 가는 차를 탄다. 내리고 탈 때 차가 완전히 정지하지 않는다. 내리다 고꾸라질 뻔 했다. 남편이 나를 진정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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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카 마스지드

메카 마스지드는 인도의 3대 크기에 속하는 사원이다. 입구에서 스카프를 빌려준다. 신을 벗고 들어가 광장에 가서 쉰다. 차와 릭샤, 오토바이만 없어도 숨도 잘 쉬어지고 살 것 같다. 안에는 들어갈 수 없어 내부를 들여다 보니 하얗고 대단히 평범하다. 이 도시에는 차도르를 두르고 눈만 내놓은 여자들이 많다. 독립 때 파키스탄에 속하려 해서 힌두교도들의 반란을 유도해 막은 곳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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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드 바자르에서 짜르미나르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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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박람회

하이데라바드 건설 개선문인 짜르 미나르는 올라가서 구경하는 입장료를 100이나 받아서 외부만 찍었다. 라드 바자르는 결혼식 의상, 사리, 장신구 파는 시장이다. 버스타고 돌아와서 숙소 주변에 내렸다. 과일 가게를 찾다가 우연히 산업 박람회장을 발견했다. 입장료 20을 내고 들어가 구경한다. 밤이라 선선해서 산책 겸 볼 만하다. 주로 옷, 장신구, 이불감, 생활용품을 판다. 닭 케밥, 사탕수수물을 사 먹고 넛트엿을 샀다. 줄무늬 수박과 둥근 청포도를 사고 왔다. 나는 먼저 들어와 씻고 남편은 맥주와 물을 사왔다. 킹피셔는 역시 맛있다. 한숨 자고 일어나 일기 쓴다.

환불금 2,000 받음. 차비 904, 릭샤 50, 점심 251, 박람회 40, 화장실 15, 시내버스비 42, 과일 80,술과 물 115, 넛트엿 100, 숙비 700, 저녁 200, 사탕수수 40, 스카프 대여 20, 신 맡김 10,    총 2,565      차감 - 565 씀


2014.1.25(토) 하이데라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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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콘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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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콘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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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콘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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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의 틀어진 입?

모기없이 오랜만에 잘 잤다. 9시 반에 버스타러 간다. 아침이라 한산하고 시원하다. 66번 버스로 35분을 달려 골콘다성에 간다. 주변을 감싼 3km 의 외곽 성곽을 통과하는 성문을 지나 버스가 안으로 들어간다. 성의 입구에 내리면 웅장한 위용의 성채가 보인다. 7번째 전투에서 아우랑제브에게 패했다는 견고한 성이다. 성채는 거대한 바위인 자연석 위에 돌을 잘라 쌓았다. 아치형과 팔각형 모양을 사용한 이슬람식 건축이 웅장하고 곳곳에 미로가 있다. 주변을 깨끗하게 보수, 정비하여 산책로를 잘 조성하고 식물이 돌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나무를 자르거나 태우고 있다. 꼭대기에 오르면 성곽과 주변 풍경이 다 보인다. 스모그 때문에 멀리 보이지는 않는다. 소풍 온 어린이들은 비리야니와 과자를 가져와서 먹고 선생님 말을 안듣고 행동하는 산만한  아이들은 맞기도 한다. 보수 중인 성곽은 높이가 높아 돌 하나 올리기도 버거워 보인다. 현재는 돌 구조물의 뼈대만 남은 셈인데도 장중하고 멋지니 예전에 표면에 온갖 장식을 했을 때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일부 드물게 문양이나 조각이 남은 곳이 있다. 이걸 보려고 여기 와서 고생을 했구나 싶다. 어제 오후에 갔더라면 5시 마감 시간에 걸려 못 봤을 거다. 오늘 아침은 바람도 선선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내려 오다가 낙타를 두던 마굿간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 마굿간 하나도 너무나 멋지다. 버스타고 숙소에 1시 10분에 왔다.

씻고 잠시 충전한다. 2시 다 되어 짐을 맡기고 나간다. 제과점에서 치즈 페스츄리 등을 사 먹었다. 따끈하게 갓 구운 빵이 맛있어서 점심거리로 먹고 여분을 더 샀다. 가격이 겨우 15씩이다. 정류장을  찾아 한참 헤메고 걷다 버스를 겨우 탔다. 차장이 잔돈이 없다는 듯 거스름돈 4를 안 준다. 결국 못 받고 내릴 시간이 되어 포기하고 내려 버렸다. 주립으로 운영되는 신기한 커피점을 발견했다. 도사와 양파 빠꼬다, 커피를 시켰다. 맛이 괜찮다. 빠꼬다는 배불러서 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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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비니 파크의 붓다상

룸비니 파크는 입장료도 있다. 들어가 보니 어린이 놀이동산과 호수 물놀이를 겸한 가족공원이다. 광대한 후세인 사가르 호수의 수질은 딱 녹차 라떼 수준이다. 할일도 없고 중앙의 부처상까지 가는 왕복 배를 탄다. 부처는 20년 전 만들어졌고 달라이 라마도 축원하셨다. 부처를 보며 적당히 시간 보내다 다시 돌아온다. 물가의 벤치에서 쉰다. 남편이 졸립다고 한다. 빈둥거리다 놀이기구 하나를 탔다. 나사처럼 돌돌돌 감고 올라가 전망대처럼 구경하다 돌돌돌 돌며 내려오는 거다. 탈 만 하다. 

버스타고 오는데 또 차장이 거스름돈이 없다면서 기다리라는 식의 몸짓을 보인다. 그런데 내가 낸 후 바로 다음 아줌마에게는 잔돈을 주는 거다. 내릴 때가 다 되어 가도록 차장이 앞쪽에서 안 움직이길래 복잡한 사람들 틈을 비집고 간다. 6루피 달라고 8번을 반복하여 5루피를 받았다. 하이데라바드 오는 밤차에서도 6루피를 끝내 안주길래 내리기 전에 달랬더니 겨우 4루피를 주었다. 참 얇게도 떼어 먹으려고 한다. 하이데라바드 만의 특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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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페리얼 호텔

내려서 호텔까지 한참 걸어서 짐을 찾았다. 오메르 트래블에 맡기고 건너편의 리커 숍에서 맥주를 샀다. 옆 칸의 바에서 마시려고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사방 선반과 바닥에 먹다 던진 봉지와 병, 액체 등 쓰레기 투성이이다. 그 속에 서서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 지저분해서 눈을 천정에 두고 두 모금 먹다가 나는 나왔다. 남편은 다 마시고 나왔다.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제과점서 과자를 사고 위험한 도로를 비장한 마음으로 건너서 트래블에 왔다. 매연 속에 앉아 기다린다. 길 건너기는 참 위험하다. 모든 것들이 가차없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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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메르 트래블 사무실 바로 앞의 복잡한 거리

6시 반에 픽업한다는 차를 7시 15분에 태운다. 8시에 외곽에 떨군다. 쓰레기 태우는 연기에 매연, 벽에 오줌 싼 냄새 속에 기다린다. 차는 30분이 넘어서 왔다. 오! 하이데라바드! 도착과 떠나기가 이리도 힘들다니... 오죽하면 ' 하이데라 배드'로 읽힌다. 왜 그렇게 사니.... 차는 담요와 시트가 있고 자리는 넓은 편이다. 냉방이 세서 잠바입고 이불 덮은 뒤 얼굴 위에 모자를 얹고 잤다. 매연과 교통 상태가 최악인 도시였다. 

입장료 200, 버스 85, 공원 입장료 40, 물 45, 보트 110, 놀이 기구 50, 음료 35, 점심 120,제과점 빵70, 과자와 푸딩 100, 도네 10, 맥주95,       총 950


2014.1.26(일) 아우랑가바드

밤새 냉방 속에서 몸을 뒤척이면서도 잘 잤다. 남편은 차가 온갖 곳을 다 서고 시간을 끌더라고 한다. 바깥 쪽 자리여서 냉방도 세고 커튼이 덮쳐와서 영 불편했단다. 하이데라바드에서 아우랑가바드 행 독점 노선이라 더 그런가보다. 아침10시 반에 아우랑가바드의 길에 내려주어 1km 정도 걸었다. 

론리 추천의 '판차파티 호텔'은 깔끔하고 방이 좋다. 씻고 빨래하여 다 널고 장미식당에 갔다. 한글로 쓰여진 한식 식당이다. 수제비와 해물 짬뽕을 시켰다. 주방장이 동양인이고 인도 사람은 아니라는데 수제비를 제대로 재현했다. 닭과 감자만 써서 맑고 담백한 시골 음식 같다. 110에 무와 양배추 김치를 준다. 짬뽕도 좋았단다. 대구의 샘을 만나 합석하여 얘기를 듣다가 1시에 출발했다. 릭샤를 타고 버스스탠드에서 로컬을 탄다. 차가 오자 우르르 아수라장이 되어 사람들이 몰려 간다. 인파에 휩쓸려 들어가 우리도 저절로 버스에 빨려 들어갔다. 옆자리를 맡았다고 못 앉게 하는 사람부터 차창 안으로 손수건 한장 던져 넣고 창 밖에서 앉지 말라고 한다. 예약했다나... 모른 척 치우고 앉았다. 뭐라 말해도 이해 못하는 시늉을 했다. 자리 가지고 이러는 곳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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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울라따밧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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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채의 미로로 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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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와 천연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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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

30분 후 다울라따밧에 내려 차 한잔하고 성채에 간다. 골콘다와 비교하면 시시하다 싶다. 2중 구조 벽과 문으로 된 성의 입구를 지나 걸어 들어 간다. 거대한 수조는 규모가 놀랍다. 광장도 넓고 사원의 기둥도 제각각 다양하고 특이했다. 위의 언덕같은 성채는 더운데 땀이나 나지 갈 필요가 있나 싶다. 책에서는 어두운 통로를 오르려면 전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도나도 우르르 다 올라가는 거다. 궁금해서 조금만 가보자는 생각에 오른다. 뭔 문이 첩첩이도 놓였는지 3번째 문을 지난다. 방어가  너무 심한거 아닌지? 이번엔 신기하게도 거대한 깊이의 해자가 나온다. 자연 지형인지 판 건지 알수 없으나 물도 많이 고여 있고 대단하다. 좁은 길을 통과해야 들어가니까 4번째 문인 셈이다. 안에 5번째 문이 또 있다. 이런 진기한 구조의 성채라니 상상도 못했다. 이번에는 어두운 미로같은 좁은 통로를 올라야 한다. 박쥐가 날아 다닌다. 두번의 어두운 통로를 올라가야 위 부분이 보인다. 더 올라가고 싶지만 벌써 3시 반이다. 나머지 장소를 보려면 내려가야 한다. 위에는 성채 모양이 보인다. 꼭대기에는 항복시킨 골콘다 성주를 가두었던 푸른 타일의 장소가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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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케잌 모양의 다울라따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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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랑제브 묘 - 소박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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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우랑제브 묘

내려와서 승합 지프를 타고 쿨다밧에 간다. 좁은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 차들이 길게 밀려있다. 우리 지프는 좀 기다리다가 새치기를 하여 앞으로 쭉 빠져나가 통과한다. 주변에 무화과 나무들이 많다. 쿨다밧은 생각보다 멀었다. 언덕을 감돌아 오르면 컵케잌 모양의 다울라밧 성채가 보인다. 묘는 내린 곳 바로 위의 건물 안에 있었다. 정말 보고 싶어 했던 아우랑제브의 묘는 상상보다도 훨씬 소박해서 놀랐다. 우리나라도 왕의 무덤이라면 기본 규모는 있으니까. 그런데 아우랑제브는 자신이 코란을 필사하여 모은 돈으로 묘를 지으라고 했다. 겨우 땅을 파고 묻는 수준이었다. 상당히 초라한 무덤을 안타까워한 후대 왕국의 통치자와 인도 총독을 지낸 영국인이 무덤과 주변 벽에 대리석 장식을 추가했다고 한다. 이 조차도 무덤 주위의 아주 협소한 공간이었다. 엄마는 타지 마할의 주인공 뭄타즈 마할, 물론 건너편에 똑같은 모양의 무덤을 짓고 싶었던 아버지 샤자한도 아내와 같이 타지마할에 누웠다. 아내는 아들이 만들어 준 타지마할의 모조품격인 비비 까 마끄바라에 있다. 그런데 이 왕의 무덤이 이 모양 이라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많은 땅을 정복한 무서운 지배자, 아버지를 감금하고 형들을 제압하고 왕자의 난을 일으킨 무사 기질의 왕. 이 무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감동적이다. 그리고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웠다. 죽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몸소 실천한 왕이다. 쿨다밧 지역은 수피교 성자와 총독의 무덤 등이 몰려 있는 곳이다. 

합승 지프로 돌아 온다. 좁은 공간에 16명이 앉았다. 우리는 맨 뒤의 마주 보는 좌석에 앉았다. 6명이 마주보고 앉고 가운데 작은 나무통에는 서로 등지고 2명이 앉는다. 덕분에 내 무릎은 할머니의 허벅지에 얹히고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내 무릎에 팔꿈치를 괴신다. 서로 밀착하여 꼭 붙어 앉으니 안정감 있고 의외로 편하다. 이런 차를 타면 아기자기해서 좋다. 가격은 로컬버스의 2배다. 지프는 성문을 통과하려는 엄청난 차의 행렬을 새치기로 단숨에 통과하여 1시간 만에 버스스탠드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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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스탠드에서 무화과 고르기 - 무화과 산지다

무화과를 사고 숙소에 와서 씻고 장미식당에 간다. 스님들이 식사하고 계신다. 비빔밥과 스윗 앤 사우어 피쉬. 양송이, 닭과 감자튀김, 무, 김치와 고추장을 섞는다. 김치와 무는 계속 준다. 양도 많고 맛도 괜찮다. 생선 탕수도 좋았다. 대구 샘도 역에 숙소를 잡고 먼 길을 걸어 밥 먹으러 왔다. 역 주변은 먹을 것이 없단다. 술을 사려고 역 쪽으로 같이 걷다가 어두운 길의 매연과 먼지에 포기하고 돌아 온다. 와서 무화과와 포도 먹고 일기 쓴다. 피곤하다는 남편은 영화 시상식 보다가 먼저 자고 일기를 친다. 

숙비 2,050 - 나중에 지불 예정 / 릭샤 40, 포도 80, 무화과 80, 점심 310, 물 75, 커피와 차 40,지프100, 버스 30, 입장료 200,       총 1,375


2014.1.27(월) 엘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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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로라 입구

아침에 포도와 무화과를 먹고 8시에 나갔다. 숙소 앞에서 합승 지프를 탈 수 있어서 바로 출발한다. 중간에 사람들을 태우며 천천히 가서 엘로라에 9시에 도착했다. 남편이 지프에 모자를 놓고 내려서 잃어 버렸다. 내 모자를 남편이 쓰고 나는 양산을 쓴다. 야채, 샌드위치 튀김을 간식으로 사고 차와 함께 약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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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쉬 사원

9시 10분에 입장하여 카일라쉬 사원에 간다. 8세기에 조성된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원이다. 거대한 돌을 아래로 깎아 내려간 것이다. 사람이 이런 걸 만들 수 있나 싶은 대단한 규모의 사원이다. 우주를 상징하는 신전 모양을 중심으로 가장 자리에는 회랑과 굴 사원이 있다. 거의 1시간을 이 사원만 보다가 1번 사원 부터 순서대로 본다. 사원도 있고 어떤 곳은 곡물 창고, 어떤 굴은 생활하던 곳 등등 용도가 다양하다. 30여개의 주요 석굴들이 있다. 불교 석굴은 10번이 멋지다. 서까래 모양의 천정을 나무로 짠 듯 특이하게 만들었고 부처의 얼굴이 아름답다. 힌두 사원은 15번, 시바신을 모신 사원의 2층 부조들이 화려했다. 시바신이 탄생하면서 비슈누와 브라흐마가 경배하는 모습은 마치 비너스의 탄생과 비슷했다. 시바신은 카리스마가 넘쳐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조차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파괴적인 매력이 있다. 무심한 얼굴로 잔인한 행동을 한다. 둥글둥글 아름다운 상의 모습들을 한참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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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굴 부터 관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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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번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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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장으로 쓰인 5번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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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번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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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번 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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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번 굴. 시바의 탄생에 경배하는 브라흐마(좌),비슈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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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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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혹적인 여인. 파르바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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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로라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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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번굴 가는 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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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위의 가네샤 사원과 시큐리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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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없는 석굴들

28번 굴앞에서 길이 끊겨 있고 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엽서 파는 아저씨가 산 위로 돌아 올라가는 한적한 길이 있다고 알려 주신다. 과연 산에 오솔길이 나 있다. 건너편 사원으로 가려고 걷는다. 사람도 없고 한적해서 마냥 걷고 싶다. 그러나 길은 메마르고 뜨겁다. 마른 식물들이 바지에 걸린다. 위에는 석회 성분이 녹아 둥글게 패여 물이 고여 있다. 수영하지 말라는 표지가 있다. 우기에는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고 한다. 안전 경찰 세 명이 위를 지키고 있다. 유태인, 이슬람 애들이 거칠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지키고 있단다. 나머지 굴과 자인교 사원을 더 가보려고 하다가 남편이 피곤하다고 카일라쉬 사원만 더 보고 가자고 한다. 경찰이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바로 사원 위가 나온다고 알려 준다. 걷는 길 곳곳에 동굴 사원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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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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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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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시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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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일라시 사원

위에서 보는 카일라쉬 사원의 모습은 더 장관이다. 아래로 직벽이 바로 떨어지고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인다. 네 마리의 사자와 맨 위에는 부처상같은 좌상이 모셔져 있다. 내려와서 사원 그늘에 잠시 쉬다가 2시에 나왔다. 인근 식당에서 볶음밥과 안드라 밀즈를 시켰다. 진한 코코넛 커리가 남편 입맛에 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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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 까 마끄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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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 까 마끄바라의 대리석 투각 창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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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 까 마끄바라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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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비 까 마끄바라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와서 릭샤로 비비 까 마끄바라에 갔다. 밖에서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 안 들어갈까 잠시 고민하다 들어 가기로 한다. 오! 의외로 별거다! 타지 마할의 짝퉁이니 가난한 타지마할? 그렇지 않다. 규모는 조금 작으나 꽤 멋지다. 아들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었으나 위키에서 확인하니 아우랑제브가 마누라의 묘를 만든거다. 엄마 묘를 본 따서... 자기 묘는 그토록 초라한데... 샤자한과 아우랑제브 부자는 희대의  애처가로 많은 남자들의 염장을 지른다. 준보석을 색색으로 상감하여 꽃 문양을 만들어 넣은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은 없으나 순백의 기품있는 꽃 문양과 이슬람의 육각 별 모양도 아름답다. 돈을 아끼려고 위는 회벽이다. 물론 흰 대리석을 투각한 창과 아랫 부분은 비슷하다. 넓은 정원의 아기자기한 모습들도 예쁘다. 안팎을 두루 살피고 나와서 쉰다. 사진 같이 찍자는 주문은 언제 어디서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배우도 부럽지 않을 만큼 많은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우리 모습만 찍어 가기도 하고 가만히 딴 걸 하고 있어도 그냥 찍는다. 입구 쪽으로 나왔다가 해가 기울며 따뜻한 색으로 건물이 변해가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정원을 뺑 돌아 다시 주변부 정원을 걸어 본다. 맨 뒤에도 아름다운 건물이 있다. 공원에는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많다. 인도 사람이 남편에게 쿵후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아! 쿵후하는 사람인줄 알고 찍자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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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식당의 비빔밥

나와서 릭샤로 숙소 앞의 리커 숍에 내려 캔 맥주 한잔하고 환전 100달러를 했다. 후반부에 입장료가 팍팍 나간다. 땅콩과 포도사고 들어와 씻고 빨래했다. 식당에는 역시 대구 샘이 와 있다. 패키지 300 짜리 투어는 6곳을 뺑뺑이 돌려서 엘로라는 겨우 2시간을 주었단다. 비빔밥과 닭볶음탕을 먹고 새우볶음밥을 도시락으로 쌌다. 남편이 무척 맛있어 한다. 남편이 녹아웃이라는 지역 맥주를 사 와서 마시고 포도를 먹는다. 어제도 TV에서 영화 시상식과 무척 유치한 드라마를 봤는데 오늘도 보다 자야겠다. 이 숙소는 인기가 좋아 대기자들이 쭉 밀려 있다. 우리는 참 운좋게 들어왔다. 장미식당이 대박이다.

100달러 환전 - 6,000
승합 지프 80, 아침과 물 90, 입장료 500 + 200 = 700, 버스 60, 점심 165, 저녁 500, 술 220, 과일 60, 릭샤 140, 땅콩 20, 음료 40,    총 1,870


2014.1.28(화) 아잔타 -  아우랑가바드 - 뭄바이

밤새 푹 잘 잤다. 오랜만에 모기도 없고 시원하다. 7시 반에  짐을 맡기고 나가 릭샤로 버스스탠드에 간다. 운 좋게도 바로 출발하고 있는 아잔타행 버스를 탔고 뒷자리에 마지막 남은 두개의 자리도 있었다. 추워서 모두 문을 닫고 간다. 아침 햇살이 화사하다. 들판에는 장미, 목화, 각종 야채를 재배한다. 데칸고원은 풍요롭다. 아침과 저녁은 선선해서 좋다. 인도에 와서 더워서 고생한 곳은 코친 정도, 나머지는 선선한 바닷가나 고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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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잔타 입구

2시간 반을 달려 T정션에 내려서 환경분담금 표를 끊고 들어가면 셔틀타는 곳으로 가서 탄다. 벌써 현지인들이 많다. 10분 정도 서서 간다. 입장 티켓을 끊는다. 교통 통제가 되어 산 속의 공기가 좋다. 주변에 쓰레기도 없고 무료 화장실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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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잔타 전경

아잔타는 말굽 모양의 계곡 절벽 지형을 파들어가서 만들어진 곳이다. 불교 석굴 안에는 회벽에 그린 그림들이 많다. 고구려 벽화처럼 훼손되어 떨어진 부분들이 많고 안이 어두워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남아있는 그림들을 자세히 보면 음영을 섬세하게 넣은 세밀화들이다. 부분적으로 남은 곳들 조차 아름답다. 아주 오래 전부터 여러 나라에서 와서 구경을 했을 것이고 이대로 둔다면 거대한 인파에 치여 남은 그림들이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규모의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온 것인지 몰려 다니기 때문에 인기있는 석굴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어린이들도 물만 들고 다닐 뿐 간식을 먹지 않아 주변이 깨끗하다. 막상 굴에 들어가도 그림이 잘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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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 굴 보디사따바 빠드마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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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잔타 석굴사원 흑인수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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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잔타 석굴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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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잔타 석굴사원(19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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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번 굴. '조각가들의 보물상자'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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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정이 다 다르네?

어른도 그림의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애들에게는 더욱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중 19번 석굴은 부처상이 많았고 얼굴이 둥글둥글 유순하고 아름답다. 부처의 탄생과 고행의 과정을 담은 것들은 훼손이 심했다. 날이 유난히 맑고 잠깐 있어도 따가운 햇살이다. 남편은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느라 힘들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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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잔타 석굴사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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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 위에서의 조망 - 위의 지형이 평평하다

마지막 굴까지 보고 무료로 물을 공급하는 곳에서 물을 담고 다리를 건너 언덕 위에 오른다. 언덕 위에서 아잔타의 말굽 모양 형상과 한줄기 폭포, 테이블 형태의 평평한 윗쪽 지형을 확인한다. 위의 평지를 산책할 수도 있다. 신기한 곳이다. 시원한 그늘에서 대구 샘의 추천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도시락을 한입 먹는다. 그런데... 너무 맹맹하다. 몇 수저 뜨다가 도로 넣고 내려온다. 애써 무겁게 들고 다닌것이 이렇다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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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조망 지도

내려와서 아침에 복잡하여 보지 못한 2번 굴을 본다. 역시 그림 형태를 알아보기는 힘들다. 매표소 옆의 주 운영 식당에 갔다. 값이 비싸서 나온다. 셔틀타고 내려와서 남편은 탈리, 나는 커리만 시켜 새우볶음밥을 꺼내 같이 먹었다. 새우에서 약간 콜콜한 냄새도 나고 맛이 가기 직전의 경계에 놓여 있다. 그래도 잘 먹었다. 버스를 타고 3시간을 온다. 오늘은 날이 좋아 노을이 유난히 아름답다. 판차키 근처에서 내린다. 여행 마지막이고 시간도 좀 남아서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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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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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차키

판차키는 바바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250년 전에 만든 것으로 곡물 빻는 물레방아다. 밤이라 물이 지저분하게 보이지도 않고 조명을 받아 볼만했다. 600년된 거대한 반얀트리가 있다. 뒤에는 바바 부부의 묘와 사원, 차분한 정원이 있다. 화장실도 무료다. 

나와서 릭샤를 탄다. 능력있는 운전사 할아버지는 이미 2명이 탔는데도 우릴 태운다. 겨우 끼어 앉느라 엉덩이를 걸치기도 힘들었다. 가다가 앞에 또 태워 총 6명이 탔다. 현지인식 릭샤타기 체험도 하게 되는 셈이다. 

장미식당에서 닭볶음탕과 수제비를 시켜 먹는다. 김치와 무를 많이 먹었다. 대구 샘은 한참 늦게와서 금방 나오는 걸로 주문한다. 릭샤로 역에 온다. 역 주변은 번화하고 분주해 보인다.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현지인들과 이야기 한다. 병원에서 일한다는 크리스천 남자는 사람들이 왜 자꾸 우리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냐는 질문에 친숙하고 편하게 보여서 그럴거라고 한다. 지폐마다 간디의 사진이 있는 이유는 정신적인 지도자고 존경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란다. 기차는 버스보다  편하고 공간감이 있어 좋다. 바람이 좀 들어 왔지만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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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의 3층 위 침대

릭샤 110, 입장료 500, 판자키 40, 왕복 버스 450, 점심 175, 저녁 325, 도네 10, 물 20, 아침빵 30       총 1,670


2014.1.29(수) 뭄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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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뭄바이

아침 6시에 빅토리아역에 도착했다. 숙소를 찾아 헤매도 방이 없다. 남은 것 하나가 1,400. 

처치 게이트까지 걸어서 전철로 뭄바이 센트럴역 주변에 갔다. 주변이 지저분하고 완전 골방이 800이다. 방도 없고 겉 모습이 정말 별것 아닌 숙소도 가격이 쉽게 2천, 3천이다. 

가방메고 계속 헤메며 걷다가 찜찜하게  죽은 쥐도 밟았다. 자꾸 멀리 데려가려는 삐끼들도 영 귀찮다. 결국 버스를 타고 꼴라바에 와서 살베이션 아미에 들었다. 겨우 하나 남은 1,360짜리 에어컨방, 그것도 오늘 하루만 남아 있단다. 숙소는 넓고 대단히 좋다. 새벽에 2시간을 헤메며 뭄바이의 살인적인 물가를 체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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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숙소 살베이션 아미 -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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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베이션 아미의 특실 - 타지 마할 호텔 부럽지 않다

씻고 빨래해서 널고 10시 10분에 나간다. 아침은 케밥집으로 유명한 바데미아에서 푸리와 도사를 먹었다.
타지마할 호텔의 점심 뷔페를 비싸도 한번 기념으로 먹어볼까 해서 들어 간다. 1,000 정도 이상은 할것 같다. 공항처럼 짐 검사도 한다. 호화로운 로비에서 사진도 찍고 잠시 사람구경도 한다. 하룻밤에 40만원씩(1인이 무척 잘 쓰고 한달 여행하는 비용의 절반 가격) 내고 자는 현지인들의 모습도 별반 차이는 없어 보인다. 식당 메뉴판을 보니 점심 뷔페는 없다. 간단한 아침식사형 뷔페가 1,500이 넘는다. 차 한잔도 300이다. 보통의 괜찮은 식당의 10배 정도로 보면 된다. 음... 이렇게들 사는구나... 좋은 구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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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 마할의 호텔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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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 마할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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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지마할 호텔과 인디아 게이트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 관광선을 탄다. 30분 정도 주변을 돈다. 제법 시원하다. 타지마할과 인디아 게이트를 바다에서 볼 수 있고 뭄바이가 한눈에 조망된다. 

12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다가 제공되는 점심을 먹어 본다. 달 스프와 알루 고비 커리, 바나나와 많은 분량의 밥이다. 직원들도 같이 먹는다. 외국인은 6명 정도다. 담담한 맛이다. 밥이 많아 먹기가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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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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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식 2층 버스의 맨 앞자리에서 본 거리
- 복잡해도 서로 화내지 않고 공존하는 지혜

방에 와서 잠깐 자고 2시 15분에 나가서 2층 버스를 탔다. 이층의 앞자리는 멋진 전망과 몰바람을 맞는 곳이다. 식민지 시절 건물들과 거리 모습을 본다. 낡은 건물의 채양 위에는 엄청난 쓰레기가 마구 던져져 있다. 중앙선도 없는 좁은 길에 차, 소, 사람, 짐꾼들과 짐, 자전거, 오토바이가 뒤섞여 난장판이다. 그래도 나름의 질서가 있고 매연도 별로 없다. 교차로에서 차들이 얽히면 1층의 차장이 나가서 교통정리를 하고 차를 빼게 한다.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체험이다. 거대한 놀이동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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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 알리 모스크 가는 길 - 물 빠지니 쓰레기 천지

하지 알리 모스크 근처에 내려 물 빠진 바닷길을 따라 쭉 걸어간다. 물이 차야 멋지다는데 오늘은 보통 모스크다. 사원에서 베지 햄버거 2개를 차와 함께 먹었다. 버거가 겨우 1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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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비가트

걸어서 도비 가트에 간다. 육교 위에서 빨래터를 찍는다. 하층민들의 고단한 삶을 볼 수 있다. 물건을 살 수 있는 수퍼를 찾아 전철로 간다. 백화점만 있다. 심지어 수퍼 마켓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도 두곳이나 들렀는데 전자, 옷, 생활용품점이다. 전철로 대형 마트가 있다는 쿨라에 간다. 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포기하고 아침에 본 센트럴역 수퍼에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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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마구 버는 바데미아 케밥집의 기다리는 인파

전철에 매달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차가 오면 빠르게 달려서 물 밀듯 막 올라가 타는 모습을 본다. 사람들이 많지만 화를 내는 일은 없다. 시티 센터의 수퍼는 작아서 결국 아침에 헤메다가 본 리라이언스라는 수퍼에 갔다. 마이소르에서 본 체인점이다. 넛트, 건포도, 설탕, 커피 등을 사고 70번 버스로 돌아왔다. 바데미아 케밥집에서 케밥과 닭(수제 소스가 맛있다)을 사는데 현지인들이 많이 기다려서 사가고 먹는다. 값이 싸지 않은데도 불티난다. 맥주 2캔 사고 돌아왔다. 늦은 밤에 대구샘이 오셔서 오늘 다닌 곳들 얘기를 하고 공항가는 방법을 묻고 가셨다. 사온 것들 넣고 자야겠다.

아침 180, 숙비 1,360, 배 140, 음료 30, 전철 40, 맥주 250, 케밥 340, 수퍼 1,272, 과일80,물과 라시 50, 베지 버거와 차 40, 버스 84,     총3,900


2014.1.30 - 31(목 - 금) 뭄바이 - 인천

어제 일찍 자서 5시 반에 일어나 2시간 동안 밀린 일기를 치고 잔다. 8시 반에 일어나 남편과 아침 먹으러 간다. 동우샘도 와 있고 사람이 많아서 웬일인가 했더니 식사가 7시 반 부터다. 끝자락에 온거다. 푸네에 갈지 뭄바이에 있을지 고민하다가 9시에 짐을 맡기고 나간다. 

빅토리아역에서 푸네가는 기차을 타기로 하고 2층 버스에 올랐다. 기차시간을 검색하던 남편이 8시 30분 기차 후에는 12시 30분 차라고 한다. 기차가 자주 있을거라 생각하고 검색 해보지 않았다. 좀 일찍 서둘러 아침 기차를 탈 것을... 오늘은 웨일즈 왕자박물관에 가라는 계시인가 보다. 어제 밤에 동우샘이 너무 괜찮다고 권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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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항기르 미술관 앞의 영국 식민시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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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식민시대 건물

역에 가려고 탄 버스를 중간에 내려서 거꾸로 걷는다. 처음 도착한 날 보았던 플로라상 앞을 지난다. 서둘러 걷는 사람들의 모습과 주변 풍경, 모든 게 그대로 인데 한달이 훌쩍 지나 이곳에 다시 왔다. 천천히 걸어도 박물관은 개장을 하지 않았다. 제항기르 박물관 앞에서 오늘의 일정을 짜며 쉬다가 10시 15분 개장에 맞춰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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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일즈 왕자 박물관

짐 검사를 하며 물 종류는 다 안된다고 하여 콜라를 나누어 마셨다. 박물관은 영어 설명의 헤드 셋도 준다. 우리 말은 아쉽게도 없다. 여권을 맡겨야 빌려준다. 화장실도 외국인은 현지인과 다른 독실을 열어 준다. 서비스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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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그르 '샘'의 모델이 된 조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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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듯, 멋지다

1번은 앙그르의 '샘'의 모델이 된 대리석상이다. 입체적이어서 살아있는 사람같고 멋지다. 섬세하고 잘 보존된 청동상, 목조상, 돌로 된 부조들은 오래 된 기간에 비해 상태가 너무 좋아 진품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게다가 바로 눈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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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밀화 이야기책 - 침대 밑의 남편이 아내를 감시하는 중

2층에는 깜짝 놀랄만큼 정교한 무굴 세밀화가 있다. 금, 은과 진귀한 물감 안료를 써서 400여년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벌써 들어온지 2시간이나 지나고 힘들어서 1층 카페테리아에 갔다. 돈이 떨어져 가는데 다행히 값이 싸다. 남편은 매기라면, 나는 페스튜리를 먹고 장미셰이크와 차를 마신다. 부산에 전화했다. 명절 전이라 오늘 큰누님과 해안이가 음식 준비를 했는데 벌써 다 끝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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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간이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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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간이 식당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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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타 집안의 기증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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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찢어 조각낸 아기상
무심한 표정이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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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바르 대제의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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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바르 대제의 칼과 방패

다시 힘을 내고 2층에서 타타가문이 기증한 다양한 소장품들인 총기류와 칼, 그림, 디테일이 뛰어난 도자기, 유리 그릇, 각종 상아 조각과 상들을 본다. 티벳전도 한다. 전시물이 대단해서 인간이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나 싶다. 좀 미친 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정교함이 예술인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 부자들은 이런 물건을 가지고 싶어했구나 하는 상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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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성있는 각진 얼굴의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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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상일까

페르시아전과 네덜란드 앤트워프 박물관 특별전을 본다. 루벤스의 그림과 동판화도 있다. 유럽 박물관에서는 전혀 불가능한 행위인 눈을 바짝 들이대고 자세히 볼 수 있다! 덕분에 그림의 온갖 디테일한 묘사들을 본다, 레이스 장식, 음영, 동판화의 세밀함 등 기대 이상의 것들을 보았다. 감동이다. 아주 값어치가 있는 박물관이다. 

첸나이 박물관에서 카메라값 포함 700이나 줬던 불만이 다 해소된다. 여기는 핸드폰으로 찍으면 겨우 20이다. 어린이들의 각종 체험 공간도 다양하다. 힘을 내어 자연사 박물관을 대충 훑고 기념품점을 본다. 4시 20분에 나왔다. 온전히 6시간을 박물관에 있었다! 1시간 반 후면 문을 닫는다! 뭄바이에서 이렇게 지내게 될 줄은 몰랐다.

ATM에서 1,000을 뽑고 꼴라바의 마제스틱 식당에 간다. 책에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고 되어 있다. 생선 탈리와 스촨 볶음면을 시켰다. 생선 탈리는 실하게 나온다. 나는 국수를 깨작거리며 천천히 먹는다. 이제 인도식 음식은 질리는지 영 먹기가 힘들다. 길거리 국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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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탑'에서 입장을 제지당했다

해가 저무는데 버스로 침묵의 탑 근처에 내려 공원 위로 오른다. 조로 아스터교 신자들의 조장 장소이다. 타타 집안도 조로아스터교 신자다. 산 위쪽에 잘 사는 사람들의 아파트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던 산책하는 사람, 개 데리고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경이다 싶다가 아래를 보니 쓰레기 더미들. 인도가 맞다. 열린 문으로 슬그머니 100여 미터 들어가다 아저씨에게 걸렸다. 나가라고 한다. 안에도 동네가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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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파티 해변

언덕을 내려와 초파티 해변에 간다. 모래사장이 넓은 해운대에 물 빠진 서해바다가 함께 있는 격이다. 가족, 연인들이 바람쐬러 나오고 돗자리 대여장수도 다닌다. 개발하지 않고 넓은 해변을 시민 쉼터로 깨끗하게 관리한 모습이 칭찬받을 만하다. 앉아서 바람 쐬다가 꽤 비싼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잠시 빵빵한 냉방을 쐬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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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인디아 게이트 - 대형 모자를 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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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인디아 게이트

꼴라바에 버스로 와서 밤의 인디아 게이트를 보러 갔다. 다리가 많이 아프다. 색색의 조명을 받아 변하는 문을 찍고 바닷가에 앉았다. 현지인들과 인디아 게이트를 바라보며 노닥거리다니 현실 같지 않다. 살랑거리는 밤바람이 포근하다. 온전히 3일을 뭄바이에 있었더니 친숙한 느낌이 든다.

숙소에서 짐을 찾고 간단히 샤워한 후 9시 30분에 출발한다. 택시로 처치게이트에 내려 인도식 피자와 치킨 버거를 먹고(이제 더 이상 인도식은.. 오죽하면 피자와 버거를 먹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안데리역에갔다. 11시면 늦은 시각이라 릭샤가 150을 부른다. 120에 흥정해 놓고 나머지 80으로 포도 1KG를 샀다. 

공항에서는 검색을 여러 번 반복해서 한다. 손님들을 계속 길게 줄 세워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 마지막에 표를 확인하고도 2m 뒤에서 또 확인을 하고 손가방에도 태그가 붙었는지 본 후 공항버스에 태운다. 뭐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지 심하다. 2시에 비행기를 타고 바로 잠들었다. 잠시 후 일어나 치킨 탈리로 식사를 한다. 거의 눈을 감고 먹는다. 짜파티는 도저히 못 먹겠다. 5시 반에 방콕 도착. 2시간 반을 더 보태어 8시가 된다. 인도에서 사온 에그 프랭키(케밥과 비슷한 스타일)를 먹고 쉬다가 10시에 대한항공에 탔다. 베게와 모포가 있고 개인 모니터와 충전도 가능하다. 식사로 비빔밥이 나온다! 기대한 맛은 아니었지만 훌륭하다. 

ATM 1,000 찾음
박물관 600 + 핸드폰 카메라 20 = 620, 버스비 80, 택시 150, 짐 맡김 100, 점심 110, 저녁 230, 과일 80, 물 60, 아이스크림 90, 심야 식사 210, 치킨 프랭키 100, 과자 40, 전철 20, 도네 10,     총1,900

총 경비 - 3,177,000원
비행기값(160만원) + 비자 (20만원) = 180만원
유로 500(80만원) + 달러 200(22만원) + ATM 21,000(357,000) = 1,37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