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목) 카트만두
게바라 : 7시 반에 일어난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간밤에는 뽀송한 침구의 밍크 이불 위에 두꺼운 이불까지 덮고
포근하게 잘 잤다. 밍크 이불이 특히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두꺼운 이불이 체온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한다. 약간 덥기까지 했다. 어제 남편이 똥바가 너무 맛있다고 하길래 2 똥바가 아니라 평소와 다르게 생일에는 5 똥바를 놓고 먹어 볼테냐고 했다. 뜨거운
물을 많이 붓지도 않는데 5번 정도 부어 먹으면 배가 부르다. 그걸 남편은 두 통이나 먹었다. 똥바가 그렇게 맛있다고 한다. 아침에는 자켓들이 너무 더러워서 일단 빨려고 한다. 21일을 입어서 가관이다. 이 집의 어디에 널어야 할지 모르겠다. 두 개의
건물이 있는데 한 건물은 주인집이고 한 건물은 옥상이 없다. 결국 방에 빨래줄을 걸고 바람 통하라고 창문을 다 열어 놓았다. 먼저
큰 수건에 옷을 말아 밟아서 널었다. 자켓이 더러워져서 칫솔로 비누칠을 해서 빨았다. 방을 정리하고 9시에 나가서 작은별 식당에 갔다. 역시 밤 늦게까지 하는 집이라서 아침에는 문을 닫았다. 타멜로 가서 '파이어 앤
아이스'에서 시금치와 리코타 치즈를 얹은 피자를 시켰다. 시금치는 실제와 다르다. 달밧에 늘 나오는 그 야채다. 그래서 마치
달밧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맛이 담담하다.거뜬히 둘이 다 먹었다. 앉아서 쉬기에 좋다. 우리 집에 워낙 좋은 치즈들이 많아서
피자가 밍밍하게 느껴지고 큰 매력은 없었다. 게다가 봉사료와 세금이 23%나 붙는다. 남편이 전에 갔던 '시빌 몰'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못 찾고 하염없이 매연 뿜는 거리를 걷는다. 약간 덥고 매연 때문에 두통이 생긴다.
12시경에 시빌 몰의 '히말라야 자바'에 갔다. 역시 세금이 23%나 붙는다. 가게들이 별로 볼 것이 없어 작은 수퍼에 가 봤는데
역시 별로다. 택시를 타고 1시에 '밧 바테니'에 갔다. 정말 큰 수퍼다. 커피와 히말라야 허벌, 딸기, 바나나 등을 샀다. 위 층은 그릇과
가전제품 등이 있다. 바깥에서 통닭 한 마리를 사고 택시로 빡나졸에 왔다. 택시는 기본 200은 받는다. 닭을 발라 내어
라면스프에 찍어 먹는다. 양이 많아 절반 이상을 발라서 남겼다. 빨래는 환기가 잘 되어 거의 말랐다. 참 좋은 숙소다. 딸기는
맛이 좋고 알차다. 100 정도이니 비싸지 않다. 닭을 먹으며 맥주를 안 사온 것이 아쉬웠다. 서로 가져 갈 짐을 다 나누고
패킹했다. 4시에 나가서 타멜의 가게를 구경한다. 한스와 성락에게 줄 바지를 샀다. 아저씨 가게에서 밀레 배낭을 2,800에
샀다. 작은별 식당에서 똥바 2, 야채, 버프 모모를 시켰다. 벌써 2층이 꽉 찼다. 겨우 80인데 맛은 먹어 본 최고의 모모다. 다시
핑거 칩스와 땅콩 산데코Sandeko를 시켰다. 배가 불러서 천천히 먹는다. 땅콩 산데코는 일종의 매운 샐러드이다. 남편이 너무나 맛있어
한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우리의 사진을 건너편 네팔인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그때부터 네팔인 친구 집단이 우리에게 말을
시키기 시작했다. 30대 후반의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들이다. 음반과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어 봤던 레스토랑을 하는 친구 디라즈,
음악 선생님 브라딥, 세탁 관련 일을 하는 파상 라마, 건축 자재업자 씨암, 여자친구 반다나와 남동생 이다. 네팔에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그냥 친구는 친구란다. 디라즈가 여자친구를 데려다 준다고 20분만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다. 30분 쯤 후에
여자친구까지 모두 다 다시 왔다. 밖에서 놀려다가 우리를 만나러 도로 다 온 거라고 한다. 말 없는 씨암과 파상은 우리 심심회
모임 사람들 같다. 피상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장의 사진을 같이 찍는다. 우리가 찍은 사진은 나중에 음악 선생님에게
메일로 보내 주기로 했다. 남편이 똥바를 더 시키고 나는 주로 음악 선생님과 얘기를 한다. 카트만두를 안내해 주겠다는데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다음에 오면 그러자고 했다. 5시에 들어가서 9시에 나왔다. 문은 셔터를 다 내려서 옆 골목으로 나왔다. 이렇게 문을 닫고 장사를 하는가 보다. 수퍼에서 커피 등을 더 사고 들어왔다. 빨래는 잘 말랐다. 남편은 내일 먼저 가야 해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한다.
파이어 앤 아이스 피자 680, 커피 255, 택시 2번 400, 수퍼 카드 계산 (3,352), 수퍼
카드 계산(1,315), 닭 675, 물 20, 바지 2개 700, 작은별 식당 - 540, 똥바 3잔 240, 모모 2 버프,
야채 160, 땅콩 산데코 60, 핑거 칩스 80, 배낭 2,800 1.23(금) 까끼니
게바라 :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남편과 노닥거린다. 비행기가 오후 3시라서 열 두시 쯤 나가야 한다. 까까니 가는 버스 타는 곳에 나를
내려주고 공항으로 가기로 한다. 어제 만난 사람들은 인도계, 따망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 음악샘이
자기는 힌두교도 이지만 죽으면 불교의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종교와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은 네팔의 큰 장점이다.
드문 백인계, 티벳계, 인도계 등이 몽골족 등과 더불어 잘 살아간다. 지금까지는 왕정 이었고 정치도 막 새로 시작하고 있으니
인종, 종교적인 문제가 없었다. 앞으로도 사이좋게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짐을 싸고 나면 먹을 것을 찾아서 나가야 한다. 아침에
닭고기도 많이 먹었고 더 이상 먹을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남편이 가고 나면 과일 위주로 먹고 살까 싶기도 하다. 10시에 숙소를 나가서 타멜의 길링체에 갔다. 유명한 티벳식당이라고 한다. 믹스 툭파와 모모 스프, 똥바를 시켰다. 남편은
아침부터 똥바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네팔에서 8잔 째 마시고 있다. 값은 작은별의 2배 이다. 음식 맛은 담담하고
똥바는 괜찮다고 한다. 모모 스프는 향신료가 들어 있어서 별로 였다. 나와서 환전을 한다. 환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헤드 랜턴을 하나
샀다. 숙소에 돌아와서 건전지를 넣어 켜 보니 안된다. 다시 나가서 남편이 바꿔 왔다. 교장선생님은 내일 가신다고 한다. 12시 경, 숙소에서 나와 택시를 흥정한다. 800 정도를 부르는데 600에 흥정한다. 아저씨도 비수기이니 그냥 그 가격에 가자고 한다.
택시를 타고 가 보니 타는 곳은 우리가 생각했던 발라주 초크가 아니었다. 다른 길로 한참을 올라간다. 나를 내려주고 남편은 택시
안에서 빠이빠이하고 떠난다. 이런 데서 헤어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평생 우리의 여행 중 이렇게 헤어지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사람들은 까까니 가는 차 시간을 잘 몰랐다. 덕분에 남편과 헤어진 아쉬움을 곱씹을 시간이 없었다.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대략 두시 쯤 와서 기다리면 된다고도 하고 2시 30분에 온다고도 하니 알 수가 없다. 결국 2층의 양복점
주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12시 15분에 헤어져서 30분 동안 길에 서 있었다. 양복점 옆 신발 가게 여주인이 여기저기 묻더니 약
두시 쯤 온다고 한다. 아줌마가 "혼자냐? 친구가 없냐?" 해서 없다고 했다. 영어도 잘 안된다. 가게에서 기다리다 길 건너편
만두가게에 갔다. 어두운 화장실을 쓰고 나오다가 머리를 또 부딪쳐서 새로운 혹이 가로로 생겼다. 가게 청년도 한시와 두시 사이를
오락 가락 한다. 정확한 것은 없다. 어쨌든 오늘 까까니에 가면 대성공이다. 버프모모는 좀 짜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60이면
최저가다. 버스가 보이는 곳, 버스가 서는 건너편에 있었다. 적당할 때 나가야 겠다. 그래도 화장실을 쓸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남편이 없으니 모모 먹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남편은 공항에서 수속을 밟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식당 청년도 정확한 정보가 안
된다. 불안해서 한시 반에 내려 가서 2층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시장에서 청포도, 검은 포도를 1kg 씩 샀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으면 과일이라도 먹어야겠다. 장분남 선생님 스타일의 신발 가게 여주인이 두시에 들어 오고 있는 버스를 타라고 알려 준다. 맨
뒤의 앞쪽 창가 자리에 앉았다. 곧 사람들이 찬다. 2시 35분에 떠난 차는 남편이 간 반대편 방향 길의 산으로 간다.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가는 바람에 차장도 한동안 매달려서 갔다. 숲에는 나무가 많고 어둡다. 으슥하여 춥기도 하다. 그러나 엄청 많은
사람들이 미어 터지도록 버스를 타서 차장이 바깥으로 가더니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 더 들어가라고 외친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차는 먼지를 뿜으며 굽이 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전망이 탁 트인 곳으로 왔다. 아래가 까마득하다. 산 꼭대기
부터 아래까지 층층이 다락밭과 비탈밭이다. 근교 농업이라고 해야 할까. 다양한 야채들이 자란다. 가는 도중 딸기를 따서 길가에서
모으는 여인들을 보았다. 밭딸기 산지 인가 보다. 한 시간 반 정도 올라 산 꼭대기에 이르러서 사람들이 왕창 내린다. 오른쪽 길로 가면 까까니 방향이라고 써 있다. 내릴까 주저하며
차장에게 물으니 15분 후에 여기 다시 돌아오니 앉아 있으라고 한다. 까까니 표지판 밑에 'no drug' 이라고 써 있다.
여기도 약물하는 사람이 많은 가 보다. 고개를 넘어 가면서 히말라야 산 전망이 펼쳐진다. 좀 내려 가자 바자르 같은 마을이
나타난다. 혹시 트리슐리 바자르인가? (사실, 이곳은 라니포와) 여기서 버스를 돌린다. 하교 길의 아이들이 많이 탄다. 다시 산을 올라와서 아까 보았던
까까니 방향으로 간다. 그 분기점에서 딸기를 많이 판다. 15분 정도 오르다가 마을에 온다. 딸기는 나중에 사 먹어야 겠다.
그런데 오르다 보니 딸기밭이 보인다. 절로 미소가 지어 진다. 마을 종점에 내린다. 언덕 위에 '따라가온 호텔'이 있다. 옛날
병영터였던 전망 좋은 곳에 있다. 정말 낡고 오래된 건물이다. 세상에 그리도 낡았는데 약 1,400이다. 서비스 요금이 포함된
비싼 가격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눈치를 보이자 할아버지는 길 끝의 '뷰 히말라야 리조트'가 깨끗하니 가 보라고 한다. 길을
걸어 올라 그 숙소에 왔다. 산 전망의 넓고 좋은 방은 2,000이지만 1,500에 준단다. 남향의 방갈로형 방에 800에
들었다. 북향보다 따뜻하고 남북으로 창이 있다. 그래도 호텔급이라서 휴지, 콘센트, 이불 등 모든 게 좋다. 또 하나의 북향 방은
1,000에 준단다. 좀 커서 좋아 보이나 1층이고 음침한 것이 싫다. 가격도 적절하고 조용해서 이방이 좋다 . 밍크 이불도
하나 더 받았다. 정원에 나가서 가끔 북쪽 산들을 보면 된다. 포도를 좀 먹었다. 해가 저문다. 방 안에도 노을이 잘 보인다. 숙소를 벗어나 마을을 따라 걸어가 보았다. 150m 정도가 전부인 마을에 손님은 나 하나뿐인 듯하다. 숙소 앞 현지인 가게에서
야채 툭파를 먹었다. 맛은 없다. 숙소에 들어와 양말을 빨고 씻는다. 마을을 걸으며 보니 두 시간이나 걸려서 왔는데 멀리 아래
쪽에 환하게 불빛이 보이는 것이 카트만두란다. 좀 어이가 없다. 그래도 조용하고 오염 없는 2,070m에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일기쓰고 책을 보든지 만화를 봐야겠다. 아래 쪽 바깥에서는 현지인들의 합창 노래 소리가 계속 들린다. 화장실의 창이 잘 잠궈
지지 않아 비닐 봉지 큰 것으로 칭칭 동여매어 놓았다. 핫 샤워는 아침 아홉 시에서 열 시 사이에 가능하다고 한다. 남편은 쿤밍
정도에 가 있을 라나. 이제 일곱시다. 내가 뭘 잘 못하는지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일기 치기가 너무나 불편하다. 오타가
많다. 치는 사이에 밤 9시 반이 되었다. 정말 어이없다.
아침식사 455, 환전 100$(9,670), 남편에게 준 돈 1,100, 랜턴 800, 숙박비 1,600 버스 65, 버프 모모 60, 청포도 180, 흑포도 200, 야채 툭파 70 * 총 4,540
1.24(토) 까까니
게바라 :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이불이 3채라 포근하게 정말 잘 잤다. 충전한 탭이 켜 지지 않는다. 뭔 일이란
말인가. 동네 산책을 나간다. 아침이라 산이 선명하다. 까까니에서 제일 전망좋은 타라가온 호텔에 온다. 아침에 서리 내린 풀밭,
꽃, 산 사진을 찍었다. 호텔 아저씨가 친절히 산 이름도 일러 주지만 금방 잊어버린다. 아침 그림자의 꽃들이 예쁘다. 앵초가
잡초처럼 피어 있다. 까까니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베지 누들 수프를 시켰다. 아래로 멀리 카트만두가 안개에 잠겨 멋지다. 밀크티 한
잔을 마시고 쉰다. 나온 라면은 짜고 별로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다 먹기가 힘들다. 따또빠니 한잔을 마신다. 아줌마에게 혹시
딸기 살 곳이 있는지 재배지를 물어보니 아래로 내려 가는 길을 알려 준다. 20분 만 가면 큰 농장이 있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온다. 탭도 안 켜지고 남편이 걱정할 것 같아 호텔 컴퓨터를 좀 쓰자고 했다. 겨우 네이버로 들어가 영어로 이메일을 썼는데
보내기 탭을 눌러도 가는 것 같지가 않다. 일단 거기까지만 하고 주변에 어디 갈 곳이 있나 물어 보니 아래로 내려가 동네 구경을
하고 언덕에 올라가 보란다. 아래 동네는 별 것이 없다. 산 전망 정도가 보이는 수준이다. 언덕 위의 공원은 매우 단순했다. 공원
앞에서 50짜리 딸기를 사 먹었는데 맛이 좋다. 탐스럽고 빨간 딸기는 앞쪽에 전시용으로 쌓아 두고 작은 것 만을 골라서 담아
준다. 아줌마가 말했던 딸기 농장에 간다.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내려가 겨우 10분만에 작은 규모의 밭을 찾았다. 여기서는 이걸
크다고 하는 건지... 가난한 집 옆의 밭에서 호스로 물까지 주어가며 주먹 크기만큼 작은 딸기 모종들을 기른다. 가녀린 모습으로
줄지어 있다. 이미 아침에 다 땄는지 빨간 것도 거의 없다. 공원 앞에서 팔던 딸기는 1kg에 350을 불렀다. 여기는
200이다. 나까지 손을 거들어 땄건만 딸 것이 많지 않다. 2.5 kg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저울도 없단다. 대충 봉지에 담아
준다. 아마 수매하는 분이 저울을 가지고 다니나 보다. 절대 2.5kg은 아닌 무게지만 그냥 500을 줬다. 올라오는데 15분 걸렸다. 타라가온 호텔에서 달밧을 주문하고 정원에 앉아 산을 본다. 달밧 말고는 시킬 수가 없었다. 주말이라 네팔 청년들이 잔뜩 와서 수다를 떨고 기타를 치며 모두 달밧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1시간 넘게 기다리며 산을 보고 멍하니 있다, 눈을 감고 있다, 랄리구라스 꽃을 보다, 하늘을 보며 빈둥빈둥 시간을 보낸다. 베지 달밧은 그저 그랬다. 차라리 식전에 마신 따또빠니가 나았다. 남편이 없으니 정말 먹기 힘들다. 남은 고추장을 약간 넣어 힘겹게 먹으면서 다시는 안 먹겠다고 다짐한다. 세금도 붙어서 250 짜리가 282이다. 아저씨에게 주변에 갈 곳을 물으니 별거 없는 듯하다. 어제들어 왔던 까울리따나 까지 걸어가 보던가, 밑으로 내려 가던가 하란다. 그
가촌 시장인 라니포와에 가란다. 라니포와가 뭔 호수 이름인 줄 알았는데 단지 그 시장일 뿐이었다. 내려 갔다가 들어 오는
버스를 탈 수 있냐고 했더니 꼭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차가 들어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모양이다. 휴일이라 탈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어제는 하교 길의 아이들이 많이 탔었다. 숙소에 와서 딸기를 놓고 이메일을 보내기를 시도한다. 네이버에 다시 들어가
보니 차단시켜 버렸다. 그래서 이 숙소의 G메일 비번을 직원에게 물었다. 착하게도 주인에게 전화까지 하여서 알려 준다. 남편에게
간단한 수준의 메일을 보냈다. 그냥 걱정 하지마라, 잘 있다, 탭 안된다, 호텔 좋다, 할 일 없다는 내용 수준이다. 아침에는 좀
길게 보냈는데 이 숙소의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시간을 끌며 쓸 수 없었다. 그나마 보내서 다행이다. 내 방은 해가 들어 포근하고
쉬기에 좋다. 그냥 있어도 따뜻하다. 할 일이 없으니 딸기를 먹고 일기를 쓴다. 빨갛지 않아도 싱싱해서 맛있다. 많이 달지는
않다. 그나마 딸기라도 있어 참 다행인 곳이다. 겨우 2시 반인데 네팔책이나 보고 쉬어야겠다. 이리도 적적하니 3일만 있다가
보드나트로 뜰까 보다. 책보고 쉴까 하다가 이러려고 여기 왔나 싶어서 나간다. 숙소 종업원에게 까울리따나에서 까까니 들어 오는 버스가 몇 시에 있는지
물었다. 내 생각대로 4시라고 한다. 어제도 4시 쯤 들어 왔으니 오늘도 그런가 보다. 토요일인데도 오냐니까 그렇다고 한다. 2시
40분에 씩씩하게 출발해 본다. 찻길을 따라 내리막길로 가서 올 때는 차로 올라 올 것이니까 갈 만 하다. 군대 병영을 지나
내려간다. 주말이라 놀러 온 사람들이 많다. 주로 자가용과 오토바이로 놀러 온다. 캠프 사이트에 온 대형버스도 있다. 길을 따라
내가 어제 차로 올라오면서 보았던 풍경을 다시 확인해 보면서 간다. 길가에 딸기 파는 아줌마가 있다. 아침에 산 것은 하얬는데
이것은 빨갛고 보기가 좋다. 1kg에 200 이라고 한다. 괜히 딸기밭을 찾아 다니며 쓸데없는 고생을 했나 싶다. 계속 내려가는데
3시 쯤 로컬버스 하나가 올라온다. 이 시간에 웬 버스일까? 버스 타고 오면서 봤던 딸기밭들은 오늘 아침의 딸기밭과는 다르다.
모두 두툼하게 두둑을 세워 비닐을 덮고 스프링쿨러를 돌린다. 아침의 밭은 정말 열악했다. 50분 만인 3시 반에 까울리따에
왔다. 차나 한잔 하면서 4시 차를 기다릴까 하는데 정말 지저분하고 쉴 곳이 없다. 길가의 딸기 노점에서 파는 것은 딸기 색깔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산다. 내가 아침에 샀던 것과 비슷하다. 크기가 작고 절반 정도만 빨갛다. 버스들이 교차하며
엄청난 매연을 뿜는다. 허술한 가게들의 모습에다가 개 떼가 서로 싸우고 볼 것은 온통 먼지 투성이의 길가일 뿐이다. 잠시도 있기가
힘들다. 딸기파는 여자들에게 4시에 까까니 버스가 오냐고 하니 깔깔 웃으며 벌써 갔다고 한다. 아까 그 로컬 버스 였나 보다.
정보가 맞는게 없다.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 완전 개고생 한다 싶다. 그래도 많이 가파르지는 않은 길이라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딸기밭을 사진찍고 오르다가 딸기 아줌마에게 1kg을 산다. 그 새 많이 팔았다. 남편이 있었더라면 과일이 많은데 더 산다고 했겠지만
이제 먹을 음식도 없고 저녁도 과일을 먹고 잘 거다. 안 좋은 놈은 골라 내어 가면서 1kg을 담아 주는데 이게 꽤 묵직하다.
결국 딸기만 사러 온 셈이다. 도넛 한 개 살 곳이 없었다. 병영을 지나 한 시간 만에 숙소에 왔다. 쉬지도 않고 1시간 50분을 걸었다. 더워서 찬물이라도 대충 샤워하고 딸기 무게를 비교해보니 아침 딸기는 잘 쳐야 2 kg이다. 그 녀석들이 수지맞는 장사를 했다. 아줌마 딸기는 골고루 빨갛게 잘 익고 맛이 우리나라 것에 근접하게 좋았다. 절반을 먹었다. 배부르다. 이제 내일은 할일이 없다. 숙소에서 식사는 하고 쉬어야겠다. 월요일은 보드나트로 가야 할까 보다. 여기가 이렇게까지 할 일이 없을 줄이야... 책에 나온 그대로다. 산을 보는 것 말고 할 일이 없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낮에도 왔다갔다 하고 하루 정도 자기도 한다. 오토바이로 잠시 바람 쐬기 좋은 피크닉 장소이다.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책을 읽다 잔다. 깨도 8시 반이다. 11시 반까지 책을 보다 잔다. 저녁으로는 오후에 산 딸기를 다 먹었다.
아침 베지 누들 숲 70, 밀크티 20, 딸기 500, 타라가온 달밧 282, 딸기 200, 딸기 50 * 총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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